14화. 독식자 (4)
콰앙!
쿠쿠쿠-
폭설이 휘몰아치는 하늘 위로. 검은 불길이 기둥처럼 높게 솟구쳤다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산자락이 우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한쪽 면을 따라 눈사태가 일어났다.
얼마나 충격이 대단한지. 잔떨림이 성벽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성곽에서 각자 정비를 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딱딱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휴식을 취하고 싶어도 긴장감 때문에 그 럴 수도 없었다.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자정부터 시작된 서리 괴물들의 대대적인 공습은 플레이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쏟아지던 괴물들. 녀석들은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지 달려드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수성을 하는 유리한 입장이라고 해도 그런 미친 괴물들이 계속 쏟아지면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녀석들은 동료의 시체를 짓밟거나,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성벽 아래에는 겹겹이 쌓인 괴물들의 시체가 있었다. 전부 높은 성벽을 넘기 위해서 녀석들이 발판으로 삼은 것들이었다.
간혹 투석기를 사용해서 성벽 위로 괴물의 사체를 쏘아 대기도 했다. 충돌하면 얼음 조각처럼 잘게 부서지는 특성을 이용해서 플레이어의 숫자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녀석들이 마련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렇다 보니 해가 뜨는 6시가 되기까지. 플레이어들은 단 한 차례도 쉬지 못하고 계속 싸워야만 했다.
마법사들이 화염 계통의 마법을 아무리 뿌려 대도. 전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성벽을 넘으려는 괴물들을 밀어내고, 신관들이 뒤에서 기도문을 읊으며 축복을 내려도.
계속되는 소모전은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밤의 가호가 사라지는 동이 틀 무렵이라, 괴물들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다른 공습이 있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전투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흥분감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긴장감이 더해지고 말았다.
저 머나먼 설산 쪽에서.
몇 분마다 주기적으로 거친 폭발이 일었다가 사그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잘게 떨리는 여진은 마치 서리 괴물 군단이 나타났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으니. 저러다가 잠들어 있는 다른 괴물들까지 깨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생길 정도였다.
누가 저런 일을 저지르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독식자. 미친놈처럼 성벽 아래로 뛰어든 이후로 줄곧 저런 상태였다.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 지점은 성벽에서 자꾸 멀어졌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감지되는 여진은 얼추 비슷했으니. 폭발력이 계속 강해진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많은 괴물 군단이 쏟아지던 중에도, 독식자가 움직였던 곳에서는 괴물이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그곳을 예의 주시했다. 독식자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서리 괴물보다도 더 괴물 같은 저 녀석은 대체 언제까지 저 짓을 하려는 걸까?
그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몇몇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늘진 곳으로 움직였다.
* * *
“죽어라, 인간!”
연우는 고개를 우측으로 크게 젖히면서 이마를 노리는 칼날을 피해 낸 다음, 비그리드를 우측으로 크게 휘둘렀다.
검은색 오러가 공간을 사선으로 그었다. 궤적이 놓인 자리로 불길이 연거푸 솟구치면서 공격하던 괴물의 오른팔을 잘라 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후방에 있던 다섯 마리의 괴물들을 송두리째 태워 버렸다.
하지만 팔이 잘린 녀석은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몸을 좌측으로 크게 돌리면서 손에 쥐고 있던 메이스를 아래로 세게 내리쳤다.
3미터는 되는 몸집을 자랑하는 데다가, 걸을 때마다 빙판이 깔리는 냉기를 뿜어 대고 있어서 매우 위협적이었다.
연우는 불의 날개를 한껏 펼치면서 몸을 뒤로 물려 아슬아슬하게 메이스를 피한 다음, 허공에서 몸을 크게 비틀면서 비그리드를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팟!
공간을 따라 다시 한 번 더 검은 궤적이 그려지고.
콰앙-
서리 괴물의 머리통 절반이 날아가고 말았다.
“크아앙!”
그런데도 녀석은 숨통이 끊어지지 않았다. 쿵. 쿵. 쿵. 충격에 떠밀려 세 발자국만 물러났을 뿐, 다시 자세를 되찾으면서 연우를 짓밟을 준비를 했다. 그 와중에 다른 괴물들이 뭉개졌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는 녀석이 자세를 바로잡기 전에 블링크를 가동, 곧바로 얼굴 앞에 나타나 팔극검을 차례대로 풀어냈다.
쉬쉬쉭-
비그리드가 휘둘러질 때마다 서리 괴물의 몸뚱이에는 검은 상처들이 아로새겨졌다. 상처를 따라 번지는 얼룩은 점차 붉은빛을 띠면서 냉기를 녹이고, 육체를 태울 시기만을 엿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검은 오러를 줄곧 잘 버텨 내던 메이스도 점차 이가 상하다가, 결국 연격(連擊)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챙강!
잘린 메이스의 끝부분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퍽-
비그리드는 그대로 서리 괴물의 목젖을 깊숙하게 관통했다.
“꾸륵…….”
녀석은 원통하다는 얼굴로 연우를 잔뜩 노려보다가, 게거품을 쏟아 내면서 그대로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다.
[3군단장 코듄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3군단이 지휘관을 잃은 것에 큰 충격에 빠집니다. 공포와 공황 상태에 잠깁니다.]
연우는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잊지 않았다.
[제3천의 영]
권능을 발휘한 순간, 컬렉션에 있던 망령들이 일제히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나타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망령들에게 있어 정신 무장이 약해진 괴물들만큼이나 사냥하기 좋은 먹잇감은 없었다. 하물며 사방에 먹잇감이 즐비한 이런 곳은 그들에겐 만찬장이나 다름없었다.
망령들은 괴물들에게 일제히 빙의하면서 공황 상태를 더 크게 키우고, 뇌를 자극해 환각이 보이게 만들었다. 이윽고 괴물들은 자신들끼리 싸워 대기 시작했다.
샤논과 한령은 그런 괴물들 사이를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면서 괴물들의 명줄을 일일이 끊었고, 성벽에 두지 않은 괴이들도 그림자에서 일어나 마음껏 날뛰었다. 영혼을 흡수할 때마다 포악성은 커지고, 풍기는 힘도 짙어졌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검은 매연과 탄내, 그리고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가는 괴물들뿐이었다.
[‘말라흐’의 신, 아즈라엘이 당신이 일으킨 소동을 아주 기꺼워합니다!]
[아즈라엘이 웃습니다. 죽음을 인도하는 당신에게 찬탄합니다.]
[아가레스가 아즈라엘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아즈라엘이 코웃음을 치면서 무시합니다.]
[아즈라엘이 자신의 권한으로 당신에게 건넨 권능, ‘제3천의 영’에 축복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적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죽음과 관련된 여러 신들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음과 밀접한 여러 악마들이 당신에 대한 탐욕을 드러냅니다.]
오늘 하루 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괴물들을 잡았던 걸까.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무너뜨린 군단만 따진다면 얼추 6개는 되는 것 같았다.
연우는 쉬지 않고 계속 설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더 강하고 많은 괴물들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연우는 오러를 쉴 새 없이 휘둘러 대면서 괴물들을 베고 또 벴다. 물론, 폭발을 같이 사용한다고 해도, 괴물들이 워낙에 많은 수를 자랑하다 보니 치우고 또 치워도 티도 크게 나지 않았다.
게다가 간간이 마주치는 군단장 급의 괴물들은 강했다. 최소 랭커 급 이상. 원래대로라면 26층의 플레이어들 여럿이 뭉쳐야만 물리칠 수 있는 난이도를 가진 녀석들이었다.
물론, 랭커 급이라고 해도 3차 각성까지 이룬 연우를 당해 내기란 어려울 테지만. 그래도 마력을 쉴 새 없이 소비하면서 건너와 지칠 대로 지친 연우에게는 위협적이기도 했다.
특히 방금 전에 쓰러뜨린 3군단 장은 여태 상대했던 군단장들과는 격이 달랐다.
검은 오러, 흑염강을 휘둘러 대면 뭉텅뭉텅 썰려 나가던 다른 괴물들과 다르게.
3군단장은 그래도 줄곧 잘 버텨냈다. 오히려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연우를 밀어내면서 반격을 가하기까지 했으니. 만약 초감각을 곤두세워 두지 않았다면, 팔 하나쯤은 으스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아, 하아.”
연우는 가만히 서서 호흡을 골랐다. 입가를 따라 쏟아진 뜨거운 단내는 바깥 공기와 부딪치자마자 싸늘하게 식으면서 새하얀 입김으로 변했다.
현자의 돌이 바쁘게 회전했다. 메마른 마력이 빠르게 보충되고, 재생 스킬이 작동하면서 체력이 조금씩 되돌아왔다.
이렇게라도 조금씩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수만,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괴물들을 뚫고 나온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마지막까지 버티던 괴물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 온통 괴물 사체밖에 없어서 소리도 크지 않았다.
[제3군단이 전멸했습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이뤄 냈습니다.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1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15,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아즈라엘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한 번 더 당신에게 사도가 될 것을 권장합니다.]
[아가레스가 아즈라엘에게 이를 바득바득 갈아 댑니다.]
연우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 험준한 설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 멀리 넓은 평야가 보였다.
툰드라. 북쪽 대지 끝에 존재한다는 아포피스의 허물이 둥지를 튼 곳. 서리 괴물들이 만들어지는 산지이기도 했다.
사박.
사박-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니, 어느덧 일을 마저 끝낸 샤논과 한령이 조용히 옆으로 다가왔다. 괴이들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고, 망령들은 잿빛 안개를 형성하면서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따라왔다.
「간만에 날뛰니까 즐거운가 봐, 주인. 눈이 아예 좋아 죽어, 아주. 우리는 이렇게 개고생 중이구만.」
샤논의 툴툴대는 소리에,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봤다. 투구 아래 인페르노 사이트가 활활 타올랐다.
「왜?」
“아니다. 아무것도.”
연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샤논은 별 싱거운 태도를 다 보겠다는 듯 연우의 뒷모습을 보다가, 곧 천천히 연우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연우는 가면 아래로 턱을 쓰다듬고 있었다.
‘내가…… 웃어?’
* * *
“네가, 그 인간이냐. 인간.”
둥지는 생각보다 훨씬 찾기 쉬웠다. 주변이 온통 설원으로만 가득해서 길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강한 기운의 파장을 따라 길을 찾으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녀석은 천여 마리의 괴물들 틈에 섞여 있었다. 저대로 있다가는 하늘에 닿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을 길게 뺀 채, 자신의 힘을 전혀 갈무리하는 것 없이 모두 개방하면서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했다.
아포피스의 허물.
마물이자 악마인 진짜 아포피스가 스테이지에 머물 수는 없으니, 시련을 위해 만들어진 개체였다.
하지만 가짜라고 해도, 녀석이 뿜어내는 기세는 절대 만만치 않았다.
웅장한 몸집으로부터 불어닥치는 살벌한 기세는 한파에 뒤섞여 더 따갑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겁을 먹은 게로구나, 인간. 그래.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 능히 칭찬을 받을 만하지. 하지만 분에 넘치는 만용은 죽음을 부를 뿐이로다.”
아포피스의 허물은 우두커니 서 있는 연우를 보면서 가볍게 실소했다. 기나긴 세월을 살면서, 간혹 괴물의 숲을 뚫고 여기까지 오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녀석들은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덤볐지만, 결국 자신 앞에 놓였을 때에는 반응이 똑같았다.
겁을 먹었다.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살벌한 기세에 눌리는 것도 있겠지만, 격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신이 남긴 껍데기인 그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중심이라 할 수 있기에, 일반 플레이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대범하고 기가 센 플레이어라고 해도, 그와 마주치면 눌리는 게 당연했다.
아포피스의 허물은 연우도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서 군단장 여섯을 베고, 툰드라까지 왔다기에 잔뜩 기대를 했건만. 결국 거기까지였던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기운이 너무 미미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녀석이 여기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너무 왜소하고, 볼품없었다.
허물은 코웃음을 치면서 새끼들에게 녀석을 잡아먹으라고 명령했다.
그는 언제나 새끼들을 잉태하였고, 그럴 때면 신체를 지켜 줄 보호막이 필요했다. 이들은 군단장에 못지않은 녀석들이니, 저깟 놈은 얼마든지 쉽게 물어뜯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연우는 짙은 그림자를 덮어오는 서리 괴물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실 그는 샤논이 아무렇지 않게 ‘즐거워 보인다’고 말했을 때부터 머리 한쪽이 복잡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겁을 먹었다고? 아냐, 이건.’
하지만 아포피스의 허물을 보고 나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것 같았다.
실망.
‘그렇군.’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크게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의념을 형성하고, 오러를 만들고, 불의 파도를 완성했어도. 아무리 많은 괴물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했어도, 연우는 아직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체력과 마력이 바닥났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그런 것일 뿐. 체력이야 조금만 호흡을 고르면 돌아왔고, 마력은 언제나 넘쳐 흘렀다. 무엇보다, 한계까지 육체를 몰아붙이는 건, 그의 특기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불의 파도를 오러로 만들고 난 뒤부터 그런 재미가 반감했다.
그래도 아포피스의 허물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실망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아포피스의 허물은 강했다. 위압감이나, 공포심이나. 그런 것들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여태껏 연우가 마주쳤던 허물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 미후왕의 허물이 그렇고, 대지모신의 허물이었던 비에라 듄도 그랬다. 녀석들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하지만 아포피스의 허물은 그렇지 못했다. 같은 허물이어도 차이가 있는 셈이었다.
격의 차이?
이것도 우스운 노릇이었다. 여름여왕의 영혼을 흡수해 이미 격이 오를 대로 오른 연우에게, 영혼의 크기로 압도하고자 해 봤자 코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서. 연우는 실망감을 꾹 누르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빨리 스테이지를 통과하자는 생각에 여태껏 일부러 개방하지 않았던 권능들을 일제히 활짝 열었다.
“영역 선포.”
[용체 각성(3단계)]
[여신의 성흔]
[흉신악살]
콰드드득-
피부 위로 비늘이 잔뜩 돋았다. 불의 날개가 용의 날개와 뒤섞이고, 그 위로 아테나의 가호가 떨어졌다.
폭발하듯이 분출되는 기백이 흉신악살의 마성과 뒤섞이면서 툰드라 일대를 뒤덮고 있던 아포피스 허물의 기세를 모두 깡그리 밀었다.
“안……!”
아포피스의 허물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콰콰쾅!
비그리드의 검은 오러는 이미 괴물들은 물론, 허물까지 밀어 버리면서 툰드라를 이루던 빙판과 빙산을 깔끔하게 지워 버렸다.
* * *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시겠습니까?]
[등록을 거부하셨습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아도 당신의 업적은 탑에 깊게 새겨져 원할 시에 언제든 등록 여부를 전환하실 수 있습니다.]
……
스테이지가 클리어되었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샤논이 소리를 질렀다.
「야! 주인! 히든 피스라던 독니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