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72화 (272/862)

22화. 독식자 (12)

“승차를 하고 싶다고?”

연우는 자신을 찾아온 하이디를 보면서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때문일까. 하이디는 연우가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 잔뜩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어깨만 살짝 흔들렸을 뿐. 그녀는 연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는 하이디의 그런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대화를 하거나, 어떤 요구를 할 때. 상대의 눈을 마주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는 아주 크다.

반면에.

‘저것들은 글렀군.’

하이디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저 멀리 떨어져 애타는 시선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놈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27층까지 온 플레이어들인데, 그것치고는 너무 약했다. 저래서야 망자의 강을 건너기도 전에 강 아래에 있을 마물들에게 잡아먹힐 것 같았다. 아니면 해적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저렇게 위축될 정도로 내가 그만큼 저들에게 달라 보이는 건가?’

연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가만히 하이디를 응시했다.

식인괴인들을 시켜서 건조 중인 배는 빠른 속도로 모양을 갖춰 나가는 중이었다. 식인괴인은 닷새라고 이야기했지만, 이 속도라면 사흘이면 충분했다. 역시, 쥐어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법이었다.

그러던 중에 하이디가 찾아왔다. 섬에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자신들을 도와줬으면 한다는 말을 하면서.

“예. 물론 선의로 도와달라는 헛소리는 하지 않을게요. 저희가 가진 공적치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배에 올라타 있는 동안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따르겠습니다. 잡일이든, 무엇이든.”

“무엇이든?”

“예. 무엇이……!”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하이디는 연우의 반문에 뭐라고 답변을 하려다 말고 잠시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

여태껏 무덤덤하던 눈빛이 간교하게 빛났다. 그리고 위아래로 훑는 동공. 하이디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뱀 앞에 놓인 쥐가 된 느낌이었다. 몸이 낱낱이 해체되어 통째로 보이는 느낌. 숨이 막혀 왔다.

갖가지 감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공포감이나, 수치심도 들었다. ‘무엇이든’이라는 말이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옥죄었다. 네 몸에 함부로 손을 대면 어찌할 거냐. 그렇게도 들렸다.

하지만 하이디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책…… 임지겠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내뱉은 말에.

프스스-

마치 거짓말처럼 하이디를 압박하던 모든 것들이 확 하고 흩어져 사라졌다. 하이디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16층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군.”

연우가 툭 하고 내뱉은 말.

하이디는 깜짝 놀랐다. 그가 설마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청화도와의 전쟁은 그녀에게 아주 큰 사건이었지만, 독식자에겐 그를 장식하는 여러 커리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자신을 알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하이디가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상관없다는 듯.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타인의 기대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앞으로는 지금처럼 너무 그렇게 휘둘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일방적인 신뢰와 기대는 어떻게 해서든 실망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그게 무슨 말씀…….”

하이디는 연우의 말투에서 어쩐지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과거를 되짚는 듯한 느낌. 그래서 정확하게 물어보려 했지만, 연우는 단호하게 말허리를 잘랐다.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될 테니 됐고. 배에 올라타겠다면. 좋아. 받아 주지.”

하이디의 안색이 밝아졌다.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하이디는 다시 긴장 어린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첫째. 승선료는 공적치의 9할. 에누리는 없다. 카론 앞에서 증명할 테니 숨기는 것도 안 돼.”

너무 강한 조건이었지만. 하이디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은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을 모두 내놓으라고 해도 전부 들어 줘야 할 판이었다.

“다른 건요?”

“둘째는 내 말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 듣지 않을 시에는 바로 강물에다 던져 버릴 테니 알아서 하고.”

“알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 뭘 하더라도 절대 관심 두지 말 것. 내가 정해 둔 곳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역시 지키지 않으면 강물로 던져 주지.”

하이디의 안색이 그제야 다시 밝아졌다. 혹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전부 상정해 두거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따르겠노라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노예 2호기들이군.」

그때. 갑자기 샤논이 이상한 말을 툭 던졌다.

“2호기?”

「1호기들은 저기 있잖아?」

샤논은 식인괴인들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연우에게 복속된 사람들을 순서대로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연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다면 순서가 하나씩 더 밀려야지. 2호기, 3호기로.’

「응? 왜?」

‘1호기는 거기 있잖아.’

「야이……!」

샤논은 1호기가 자신과 괴이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고 방방 날뛰었지만, 연우는 귓등으로 홀리면서 동료들에게로 돌아가는 하이디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사실 그냥 거절해도 될 부탁이었지만 받아들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차피 건조될 배가 아주 커서, 잡일꾼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편한 탓이었고.

둘은.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조금만 더 굴리면 쓸 만할 것 같은데.’

층계에 오르고 난 뒤로 처음으로 괜찮은 인재다 싶은 사람을 봐서였다. 책임감 있고, 리더십이 있다. 부족한 실력이야 키워 주면 그만.

다만, 조금 흠이 있다면, 타인들의 기대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는 점인데. 이건 뜯어고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머지않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어.’

연우는 환희에 젖은 하이디와 생존자들을 보다가, 몸을 반대로 홱 돌렸다.

그곳에. 식인괴인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 * *

그 시각.

환상연대가 위치한 클랜 하우스, 서방환상향.

플레이어 카딘은 아래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들고서 헐레벌떡 뛰고 있었다. 신전처럼 생긴 웅장한 건물로 들어선 순간, 대리석 벽을 따라 쇳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왔다.

채채챙!

그곳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갑주를 입은 한 사람이 여러 검사들과 함께 검을 주고받고 있었다.

마치 신화 속의 영웅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태도는 검을 매섭게 휘두를 때에도 ‘신비롭다’는 느낌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만큼이나 그는 정말 아름다운 검 솜씨를 뽐냈다.

그를 상대하는 검사들 모두가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달인이나 명인 급의 인사들인데도 불구하고.

사내는 그들을 아주 여유롭게 상대하면서 약점을 찔러 나갔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건 카딘도 마찬가지였다. 한시가 급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넋을 잃고 대련을 지켜봐야만 했다.

챙!

그러다 마지막 검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을 때. 모두 참았던 숨을 동시에 내뱉었다. 팽팽했던 긴장감 때문에 여태 숨조차 제대로 못 쉬었던 것이다.

“아. 역시 단장님은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거의 다 따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검을 내리칠 때마다 왼쪽 어깨가 많이 비던데. 거기만 보완하면 될 거다. 실력이 꽤 많이 늘었어. 다음번에는 내가 질지도 모르겠군.”

“그거 기만이란 거 아십니까? 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그런가? 하하.”

사내는 가볍게 웃으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땀에 흠뻑 젖은 금발이 한껏 드러났다. 마치 조각을 한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 농염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뛰어난 외모였다.

하지만 굵은 목소리와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그가 단지 외모만 아름다운 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줬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이 다급하게 다가와 수건으로 그의 머리를 털어 주는 사이, 사내는 손을 뻗어 물통을 잡았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더니 목이 말랐다.

그를 둘러싼 모두가 정갈한 태도와 엄숙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그들이 갖춰 입은 새하얀 갑주 중앙에는 십(十)자 마크가 새겨져 있어 고귀한 신성을 자아냈다.

환상연대의 2단, 환영기사단.

1단이 사실상 연대장의 개인 추종 집단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사실상 환상연대를 이끄는 주축이었다.

특히 단장 크로이츠는 ‘환영기사’라는 별칭을 자랑할 정도로 뛰어난 검술 실력을 자랑했으며, 중요 업무나 외부 행사에 얼굴을 자주 내비쳐 환상연대의 얼굴이라 할 수도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고귀한 성품, 그리고 수하들을 각별히 아끼는 태도는 기사도에서 말하는 기사의 모습 그대로여서, 많은 이들이 그를 추종하는 편이었다.

“단장님.”

“오, 이게 누군가. 카딘이 아닌가. 여긴 무슨 일로 오셨는가? 대장이 밖으로 나왔단 말은 아직 듣지 못했는데.”

“급히 알려 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알려 줄 것?”

크로이츠는 폐관 수련에 들어간 연대장의 심복이 자신에게 대신 알려 줄 게 뭔가 싶어, 손을 뻗어서 그가 내미는 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내용을 읽는 순간. 크로 이츠의 고운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그를 시중들던 시종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른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다른 기사들도 일정 간격 이상으로 물러나면서 주변을 경계했다.

“독식자가 2,311번 섬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92단이 전멸하고 말았고.”

“예.”

크로이츠는 마력을 일으켜 보고서를 태워 버린 다음,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92단이면 트리 이미지였던가? 헥토르가 있던?”

“예.”

“그 친구, 부족한 실력에 어울리지 않게 오만한 성정이 걸리긴 했었는데. 결국 사달을 내고 말았군. 그래도 투 페이스가 옆을 지키고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더니.”

“독식자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빨을 드러내면 절대 봐주지 않으니까요.”

크로이츠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검지와 엄지로 콧잔등을 강하게 주물렀다.

“연대장께서 아신다면 단단히 역정을 내시겠군.”

“예.”

“하아. 이대로는 접촉을 시도해도 독식자가 거부를 할 텐데.”

“의심이 아주 많은 자이니까요.”

“이래서 절대 그와 충돌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던 것인데.”

크로이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즉에 기사단을 26층이나 27층으로 보낼 것을.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연우가 언제 26층에 등장할지 아무도 몰랐고, 27층은 섬이 너무 많아서 한곳을 특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쪽 지역에 머물고 있을 다른 연대들에게 부탁했던 것인데. 결국 어느 생각 없는 자가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크로이츠는 정말이지 답답한 속을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사달을 일으킨 작자들은 몰살을 당해 버렸다는데.

‘이제 슬슬 조직을 정비할 때가 되었나?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한계가 있어.’

사실 크로이츠는 지금 환상연대의 구조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연대는 처음 ‘대장’과 의형제의 연을 맺은 12인이 모여서 만들어진 사조직이었다. 그러다 청화도가 몰락하고, 레드 드래곤이 해체 되면서. 조직을 수면 위로 내세우고,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연대의 형식을 띠게 되었다.

덕분에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하면서 저층 구간의 대부분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은 그만큼 곳곳에 잡음도 낳기 마련이었다.

느슨한 결속력 때문인지 연대 내의 몇몇 단들이 말썽을 일으켰던 것이다.

더구나 쉬운 가입 조건을 이용해 어중이떠중이들도 들어와 ‘동일한 관계’라는 명목하에 말도 안 되는 권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은 충성과 신뢰를 가장 큰 동기로 삼는 크로이츠의 입장에서,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다.

어떻게 제어를 하려 해도 쉽게 말을 듣지 않는 데다가, 무력이라도 동원하려 하면 반발이 따라왔다.

게다가 8대 클랜과의 관계도 문제였다.

뭣도 모르는 대중들은 비대하게 커진 환상연대의 크기만 보고, 그들을 8대 클랜과 비교하곤 했다.

하지만 크로이츠의 생각은 달랐다.

규모 면에서는 그들과 비슷할지 몰라도, 내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점이 달렸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느슨한 결속력, 방만한 운영 체계, 부족한 랭커의 숫자.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8대 클랜은 자신들의 아성을 위협할 것 같은 환상연대를 고깝게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끼리의 알력 다툼 때문에 아래에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일 뿐, 언제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을 물어뜯으려 할지 몰랐다.

게다가 혼란한 시기는 환상연대만 키운 게 아니었다. 그들과 비슷한 크기나 실력을 지닌 신생 거대 클랜은 몇 곳이 더 있었다. 그들과의 경쟁에서도 어떻게든 이겨야만 했다.

결국.

환상연대가 지금보다 더 높이 성장하려면. 안팎으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조직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장이 필요할 테지만. 도무지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않고 계시니.’

크로이츠는 폐관 수련에서 도저히 나올 생각을 않는 연대장을 떠올리자니 다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연대장이 얼마나 연우를 각별히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그와 어떤 인연을 맺고 있는지 익히 들어 알고 있기에.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연우는 반드시 아군으로 포섭해야 할 사람이었지, 절대 적으로 마주쳐서는 안 되었다.

“그럼 지금 독식자는? 어디에 있나?”

“이미 망자의 강으로 배를 띄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뒤부터는 찾기 수월해지겠군. 일단 그럼 망자의 강에 있을 연단에게 소식을 내려라. 어떻게든 오해를 풀…… 아니다. 이번에는 내가 나서야겠어.”

“2단장님께서 직접이요?”

카딘이 놀란 얼굴이 되었지만, 크로이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오해를 풀려면 직접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밖에 없는데.”

크로이츠의 말에 카딘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크로이츠는 그가 뭔가 하지 않은 말이 많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저, 그것이……. 직접 가는 방법은 추천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

“트리톤이 현재 28층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뭣이?”

트리톤은 환상연대와 더불어 신흥 4대 클랜으로 손꼽히는 곳.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배후를 맡고 있기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하나같이 성정이 난폭하고, 야만적인 자들. 그래서 크로이츠도 가장 경멸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난데없이 나타났다고? 크로이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카딘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면서 말을 이었다.

“독식자의 등장 소식에 혈국과 화이트 드래곤도 사람을 보냈다는 첩자들의 보고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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