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75화 (275/862)

25화. 독식자 (15)

연우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정우의 목걸이가…… 맞아.’

연우는 라나라고 생각되는 해골 사체로 다가가 목걸이를 살폈다. 붉은색 루비를 꿰어 만든 목걸이. 부식이 심했지만, 모양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동생이 야금술 실력도 기를 겸, 라나에게 줄 선물도 만들 겸 해서 만들었던 목걸이었다.

비록 성능이 다해 아티팩트로서의 가치는 잃었지만. 그래도 사체는 소중한 보물을 간수하려는 것처럼 죽고 나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라나는 동생이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뛰어난 강자였다. 게다가 이곳은 8대 클랜도 찾아내지 못했던 수정궁. 그런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살해가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문제는 사체가 방치된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점이었다.

과연 사념이 남아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 어떻게든 사건의 진상을 알아야만 했다.

연우는 흑기를 뽑아 사체에다 불어 넣었다.

망자의 강에 너무 많이 부식되어서 그런지, 흑기는 좀처럼 스며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강제로 덧씌운다면?’

연우는 제3천의 영을 극한대로 발동시켰다. 아즈라엘의 계속된 축복으로 권능의 권한과 성능이 대폭 늘어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제대로 실험을 해 보지 않았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흑기는 죽음으로 이뤄지는 기운. 어쩌면 죽은 지 한참 시간이 지난 사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번번이 튕겨 나던 흑기가 조금씩 해골로 스며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체의 모습 그대로 희뿌연 사람의 잔상 같은 것이 일어났다.

푸른 머리칼과 까맣게 그을린 피부.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분명 일기장 속에 있는 라나의 모습 그대로였다.

『라나, 정신이 듭니까?』

연우는 의념을 실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라나는 머리를 푹 숙인 채 일말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동자는 생기 없이 까맣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냥 사념 덩어리만 일어난 거야. 역시 의식까지 되돌릴 수는 없나.’

지금 형체를 갖춘 사념체는 사체에 아주 조금 남은 사념 조각들을 모은 것일 뿐. 기억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의식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확실하게 사건을 파악할 수 있을 텐데.

연우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라나의 사념체에다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사념체가 확 하고 흩어지면서 그 속에 있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라나가 마지막으로 품고 있던 절실한 감정까지, 전부.

화아악!

-벤티케! 네가 어떻게 이런 짓을……!

기억 속에서. 라나는 누군가를 보면서 크게 울부짖고 있었다. 한 때 망자의 강을 다스리면서 28층의 지배자라고까지 거론되던 그녀였지만. 휘하 세력을 모두 합친다면 8대 클랜의 아래를 자처해도 될 것이라던 그녀였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었다.

8대 클랜의 계속된 추적으로 부서진 세력을 어떻게든 되살려 보고자 애썼다.

그동안 악착같이 끌어모았던 보물을 전부 팔아 세력들을 모으고, 8대 클랜과 척을 진 타 세력들과의 연대를 꾀했다.

처음에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보고했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진척이 빨리 이뤄졌다.

이대로라면 단 몇 년 만에 옛 세력을 복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더 크게 일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다시 전쟁을 시작하리라.

소중한 제자를 망가뜨린 녀석들을 망자의 강에 처박아 영원토록 구천을 맴돌게 할 것이고, 8대 클랜도 부숴서 제자의 넋을 위로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건이 지난날 동안 절치부심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라나가 가장 각별하게 생각했던 수하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워낙에 성정이 호탕하던 녀석이라 휘하에는 따르는 자들이 꽤 많았고,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진 쿠데타는 라나의 친위대를 몰살시키고 궁내 경비병들의 창을 무참히 꺾어 놓았다.

박살 나기 시작한 배리어와 쏟아지는 강물,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속수무책 당하는 수하들의 모습이 보였다.

라나는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녀석을 보며 악다구니를 질렀다.

언제나 웃음이 많던 그녀는 제자가 비명횡사한 이후 처음으로 분노를 잔뜩 드러냈다.

그러나. 녀석은 무덤덤하게 사체로 잔뜩 엉망이 된 홀을 지나왔다.

얼마 전까지 같이 술을 마시고 즐기던 동료들의 목을 제 손으로 꺾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었다. 슬퍼하는 기색도, 즐거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 호탕하던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싸늘하고, 무덤덤한 눈빛이었다.

-나의 왕, 라나. 나의 소중한 피앙새. 당신은 모르겠지. 이 일이 전부 당신이 불러온 결과라는 것을.

-그게 무슨 개소리냐!

벤티케. 라나의 오른팔로서 푸른 장미를 상징하던 자. 또한, 그녀의 연인이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정우와도 친분이 깊어서 자주 술 자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동료나 친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인이라고 할 정도는 되었다.

또한, 그는 해신 포세이돈의 사도이기도 했다.

신의 사회, 올림포스를 상징하는 12주신. 그중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하는 대신의 사도라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상위 층계에서는 오히려 라나보다 벤티케가 더 유명할 정도였으니.

푸른 장미가 28층을 석권하면서 대세력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도움이 컸다.

그랬던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최측근이 저지른 것이기에 라나는 별다른 수도 쓰지 못했다. 아니, 애당초 벤티케가 이런 짓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호색하다는 단점이 있어 버젓이 연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술과 여자를 끼고 살아서 이따금 말썽을 부리긴 했어도.

라나도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어 그런 것을 터치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죽이 잘 맞곤 했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그것 보아라.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여전히 모르고 있지.

벤티케는 언제나 이부자리에서 연인에게 따스하게 지어 주던 표정이 아닌, 일말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모습을 하면서. 사자처럼 끓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매번 차정우, 차정우, 차정우! 그 이름만 불러 대다가 수하들이 지쳐 하는 것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은, 전혀 보지도 않지. 너는 우리를 모두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어.

-무슨……!

-모른다면 모르는 대로 지내라. 그게 편하다면 편한 대로 생각해.

벤티케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 생각하기조차 힘들다면. 이렇게 받아들여라. 네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지. ‘강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지금 난 강자고, 넌 약자다. 내가 약자인 네 것을 차지하겠다면. 어쩌겠나?

-벤티케에에!

결국 라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벤티케에게 와락 달려들고 말았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나 역시 바다의 신인 케토의 사도. 벤티케에 못지않은 힘을 자랑하는 편이었다.

쾅!

거친 폭발과 함께 수왕궐의 태반이 날아갔다.

그리고.

사념이 일부 끊긴 듯, 장면은 다시 한 번 더 반전되어 새로운 광경이 드러났다.

싸움이 끝나 모든 것이 폐허가 되어 버린 곳에서.

라나는 옥좌에 홀로 쓸쓸히 남아 앉아 있었다. 강물이 어느새 턱 밑까지 차오르면서 육체가 강한 산성에 녹았다. 이미 벤티케와의 싸움으로 모든 마력을 소진해 막아 낼 힘도 없었다. 끔찍한 고통이 따랐지만,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들이 망가진 뒤에도 홀로 남아 자신을 지켜 주는 목걸이를 조용히 꺼내 손에 쥐고 있을 뿐.

-……정우야. 미안하구나.

라나는 그런 말을 계속 중얼거리다, 결국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곧 힘을 잃은 육체가 차오르는 강물에 완전히 잠겼다.

* * *

연우는 튕겨 나듯이 정신을 차렸다. 사념에 맺힌 감정까지 동화 되어 버린 탓에 아주 잠깐 자신이 연우인지 아니면 라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벤티케의 배신…… 포세이돈이 날 고깝게 여겼던 게 이런 이유도 있었던 건가?’

처음에는 신살을 이야기하고, 한낱 필멸자가 신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 때문에 포세이돈이 자신을 증오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계를 관조하며 전지(全知)에 가깝다는 신이 동생과 라나의 관계를 모를 리가 없고, 그로 인해 생길 자신과 벤티케 간의 원한 관계를 모를 리도 없었다.

결국 그럴듯한 명분만 갖다 붙였을 뿐.

포세이돈은 언젠가 자신과 적이 될 사이였던 것이다. 그도 연우가 원한을 사르는 대상에 신과 악마도 예외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귀찮아지기 전에 미리 치워 두려 했던 것이고.

‘어이가 없군.’

연우는 라나가 겪은 일을 보고 나니 흥분되기는커녕 도리어 가슴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잡아먹고 먹히는 것이 일상인 세상. 이런 일은 숱하게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 중에 하나였다.

다만, 연우를 자극하는 것은 라나가 마지막까지 동생과의 정을 잊지 않아 주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 그 원한을 대신 갚아 줘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비록 사념 군데군데에 구멍이 많아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벤티케의 말투로 보아서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비치긴 했다.

‘그런 것 따위야 내가 신경 쓸 바 아니지.’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연우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적이 되었다면 그저 적일 뿐이었다.

[아가레스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가레스가 더 큰 힘을 제안합니다. 복수를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할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아즈라엘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테나가 슬픈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헤르메스가 침묵에 잠깁니다.]

[신의 사회, ‘올림포스’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포세이돈이 날카로운 눈으로 당신을 직시합니다.]

그리고.

파스스-

라나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모두 끝났다는 듯. 남아 있던 사체도 모두 잘게 바스러져 사라졌다.

목걸이만이 힘을 잃고 아래로 천천히 떨어졌다. 연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얼른 손을 뻗어 목걸이를 잡아챘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서든 퀘스트 / 케토의 한]

내용: 옛 바다의 신, 케토는 자신의 사도를 죽인 포세이돈과 그의 사도, 벤티케에게 강한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케토는 힘의 상실이 큰 나머지 포세이돈에 항거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케토의 의지에 따라 지금부터 포세이돈의 사도들을 척살하십시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케토는 당신에게 사도에 버금가는 축복과 가호를 내릴 것입니다.

제한 시간: 무제한

보상:

1. 케토의 신물

2. 케토의 가호

3. 케토의 권능

퀘스트창과 함께 다른 메시지도 줄지어 떠올랐다.

[퀘스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첫 번째 보상이 미리 주어집니다.]

[케토의 신물, ‘해수 부적’을 획득했습니다.]

화아악! 연우가 쥐고 있던 목걸이가 갑자기 환한 빛을 발하더니, 부식되었던 부분이 복구되면서 잃어버렸던 광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케토가 목걸이를 신물로 지정하면서 생긴 변화인 것 같았다.

연우는 용마안을 활짝 열어 목걸이를 살폈다.

[해수 부적]

분류: 목걸이

등급: 신물

설명: 옛 바다의 신, 케토가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신력을 모아 부여한 신물이다.

케토는 여러 괴물들의 시조(始祖)로서, 이 신물을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여러 해왕류와 해수류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바다의 기억을 읽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단, 부여된 신력에 한계가 있어 신력이 바닥 날 경우 신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완전한 신물이 되려면, 주어진 퀘스트(라나의 한)을 완수해야만 한다.

* 바다의 왕

해왕류와 해수류에 마인드 컨트롤을 걸어 뜻대로 조종한다. 단, 이때 대상의 체급과 등급에 따라 소모되는 마력량과 성공 확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 바다의 노래

바닷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떠돌아다닌다. 그중 특정 대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다 위에 있다면, 특정 물건에 대한 추적이 손쉬워진다.

‘이 신물, 라나를 28층의 지배자로 만들어 줬던 물건이야.’

동생도 탐내 했을 정도로 뛰어난 물건이었는데. 해왕류와 해수류를 다루는 것만 하더라도, 망자의 강에서는 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물론, 사용에 한계도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연우에게는 이런 것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그만큼 포세이돈에 대한 케토의 원한이 하늘을 찌른단 뜻이겠지.

연우도 더 이상 포세이돈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쪽이 먼저 선수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연우는 목에다 해수 부적을 걸었다. 목걸이에 박힌 루비는 검은 마장과 어울려 붉은빛으로 요사스럽게 반짝였다. 신물에 어려 있던 신력이 체내로 일부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신력이 숨겨져 있던 신의 인자와 반응합니다.]

[신력이 강화됩니다.]

연우는 한껏 차오르는 힘을 갈무리하면서 고개를 위로 들었다. 케토 신이 준 힘은 잘 애용할 참이었다. 다만, 퀘스트를 재확인하던 중에 조금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뜻일까? 사도‘들’이라고?’

분명 연우가 알기로 신이나 악마가 점지할 수 있는 사도는 한 명밖에 없었다.

신의 뜻을 받드는 신관이나 사제는 여럿이 될 수 있을지언정, 뜻을 대변하는 집행자는 한 명밖에 두지 못한다. 사도는 곧 신과 악마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부딪쳐 보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연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신물에 걸려 있던 옵션을 작동시켰다. 먼저 벤티케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할 참이었다.

우우웅-

연우는 시야가 두둥실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망자의 강을 둘러싼 잿빛 정경이 한눈에 들어 왔다. 마치 신이 하계를 굽어보듯이. 드넓은 망자의 강을 따라 펼쳐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속속들이 눈에 박혔다.

그중 하나가 포착되었다.

물살을 가르는 백여 척에 가까운 거선들. 녀석들의 돛에는 하나 같이 포세이돈을 상징하는 삼지창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벤티케가 이끈다는 클랜, 트리톤이었다.

그런데 녀석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방향이 어딘지 모르게 연우에게 낯이 너무 익었다.

녀석들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연우가 타고 있던 유령선이 보였다.

‘설마?’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벤티케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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