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섬 (5)
연우가 첨탑을 빠져나온 것은 하루가 지난 뒤였다.
흡수한 신의 인자에 적응할 겸, 벤티케와의 싸움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연우는 밤새 시차 괴리를 발동해서 복기(復棋)를 거듭했다. 벤티케를 이길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난 싸움은…… 누가 보더라도, 명명백백하게 내가 진 싸움이었다.’
사실 누가 본다면 무승부라 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을 법했다. 그리고 실제로 네메시스와 니케 등 환수들은 그렇게 여기고 있었지만.
직접 싸워 봤던 연우는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승부 근처까지 간 것은 어디까지나 임기응변과 변칙을 사용했기 때문일 뿐. 기량 승부에서는 연우가 턱없이 밀리는 수준이었다.
연우는 그것이 싫었다.
‘최소한 벤티케만이라도…….’
연우는 네메시스에게 약속했다. 다음에는 흥분에 취해서 위기에 빠지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건 지금도 같은 생각이었다. 연우는 절대 자신이 가진 무기들을 아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단 한 가지 미련만큼은 남아 있었다.
벤티케와의 승부.
아직 끝내지 못했던 싸움을 제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
맹수와 맹수, 괴물과 괴물이 부딪치던 그때의 희열을 아직 잊지 못했기에.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날카로운 감각이 손끝에 찌릿 찌릿하게 남아 있는 것 같기에. 그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물론, 이번에는 정말 승부를 벌여 보고, 밀릴 것 같으면 가진 모든 수를 동원해서 벤티케를 사냥할 생각이긴 했다.
그가 보유한 신의 인자는 절실하게 탐났으니까.
그래도 그 과정에서만큼은. 다른 손길 없이, 자신의 기량만으로 끝을 보고 싶었다.
‘네메시스가 알면 또 소리를 지르겠지만.’
연우는 자신의 생각이 네메시스 등에게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연결 고리를 관리하면서, 복기에 계속 잠겼다.
그 과정에서 벤티케가 가진 허와 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강경 일변도.’
벤티케가 가진 장점도 단점도 딱 하나로 축약할 수 있다.
강(强).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 속에서 뭔가를 속이거나, 숨기거나, 막거나, 변화시키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밀어붙이고, 부수고, 파괴하는 것만 있었다. 왜 벤티케가 여태 패왕이라 불렸는지를 알 것 같았다.
녀석은 굽히는 것을 전혀 할 줄 몰랐다.
하지만 너무 단단하면 부서질 때도 크게 부서지는 법이다. 벤티케쯤 되는 고수가 그걸 모를 리 없으니, 아마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강해지자고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더 크게 부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해.’
연우는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여름 여왕을 흡수하면서 확장된 의식 세계 덕분에 연산이 손쉬워져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변수도 발견할 수 있었다.
‘퀘스트에 나왔던 포세이돈의 다른 사도들. 그들도 조심해야겠지.’
거리가 있어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벤티케를 지키면서 아르드바드 공작을 막아섰던 녀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그만한 실력을 지닌 플레이어가 두 명 더 있었다.
모두 신력을 한껏 품고 있던 자들이었다.
포세이돈의 자식들. 오리온, 안타이오스, 카리브디스의 사도들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들이 히든 퀘스트에 나왔던 포세이돈의 다른 사도‘들’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포세이돈과 혈연으로 이어지는 만큼, 녀석들도 분명히 강했다.
‘오리온은 거인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녔던 사냥꾼이었고. 안타이오스는 헤라클레스와도 비교되는 장사(壯士)였어. 카리브디스는 바다를 삼킨 괴물이었지.’
안타이오스와 카리브디스는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포세이돈과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다.
올림포스의 주신과 태초신이 결합해서 잉태한 신인만큼, 어떤 면에서는 포세이돈보다도 더 위험할지도 몰랐다.
‘바다와 관련된 괴물로 득실대는 곳이군.’
이건 그만큼 트리톤이 어떻게 단시간에 세력을 이토록 크게 일굴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넷이나 되는 사도들이 간부진으로 있는 곳이라면.
커지지 않으려야 커지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게다가 트리톤은 아직도 숨겨두고 있는 것이 많은 게 분명했다.
그런 곳과 홀로 부딪쳐야만 한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 *
「독식자! 네놈이, 네놈이 어떻게……!」
흑기를 가득 머금고 사귀로 거듭난 아르드바드 공작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이뤄진 일인 데다가, 상식적으로 거리도 한참이나 떨어진 연우가 자신을 어떻게 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애당초 도움을 준 은인에게 이런 위해를 끼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황제를 측근에서 수호하는 기사이며 명예로운 검사. 당연히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그로서는 연우의 이런 행동이 믿기지가 않았다.
또한, 그는 그동안 연우가 보였던 모습들이나, 벤티케와의 싸움에서 보였던 호승심에서 호감을 강하게 느끼던 중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우가 비웃음을 던지면서 가면을 벗는 순간.
「아, 아아!」
아르드바드 공작은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여대 연우의 얼굴을 본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는 충격에 단단히 빠진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 절대 이럴 수 없다면서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
「너! 너……!」
그리고 동시에 아르드바드 공작은 여태 자신들이 연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악마의 숲에서 라오 남작이 휩쓸렸던 것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발푸르기스의 밤이 어떻게 몰락했고, 여름여왕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서 혈국과 화이트 드래곤 간에 벌어질 갈등까지.
그런 과정들이 모두 한 사람이 흑막 속에서 저지른 짓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여태 그들이 죽였다고 생각했던 자가……!
아르드바드 공작은 쉽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삼켜.”
하지만 연우는 그런 아르드바드 공작의 반응을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는 듯, 옆에서 묵묵히 명령을 기다리던 한령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놔라! 그 불경한 손을 놓으란 말이다!」
아르드바드 공작은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림자들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하지만 그림자들은 촉수가 되어 녀석의 손발을 단단히 묶고, 그대로 존재를 해체시키면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놓……!」
콰드득, 콰득-
마치 괴물이 맛난 음식을 탐닉하듯. 그림자는 아르드바드 공작을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그리고 발생한 모든 에너지는 한령에게로 흡수되었다.
츠츠츠-
한령을 따라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검은 안개는 누에고치처럼 한령을 칭칭 감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한령(데스 나이트)의 격이 상승하여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변태(變態)가 시작됩니다.]
[경고! 변태가 끝날 때까지 주변에 아무런 방해가 없도록 하십시오. 변태가 실패할 시, 기존에 획득한 모든 격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한령은 이미 생전에 높은 격을 지니고 있었던 만큼, 육체만 만들어진다면 언제든지 강해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었다.
그래서 아르드바드 공작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임계점을 넘을 수 있었고, 드디어 데스 노블로의 진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늘 이런 호재가 가득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연우는 진화에 힘쓰는 한령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트리톤과 전쟁을 해야 하는 그로서는 한 명이라도 더 전력이 강해지는 게 좋았다.
물론, 간만에 그림자 밖으로 나온 샤논은 팔짱을 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욕심도 많군. 하지만 더 이상 이런 건 통하지 않겠지.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연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사실 모르고 떠는 소리는 아니었다.
아르드바드 공작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실력이 아니라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공작이 워낙에 오랫동안 싸우면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쳐 있었던 데다가, 왈츠의 원령신을 상대하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기습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때를 정확하게 노릴 줄 아는 한령의 눈썰미 덕분이기도 했다.
아무리 격이 떨어져도 도무신은 도무신. 절대 아르드바드 공작의 아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꼼수는 통하지 않을 터였다.
그림자를 통해 기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저들이 안 이상, 여기에 대한 대비책도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까.
연우는 못내 그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기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림자를 이용한 기습이야, 다른 방법을 또 생각하면 그만이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무렵.
화아악!
한령이 드디어 진화를 끝냈다. 고치 사이로 검은 빛무리가 번져 나왔다가 점차 안쪽으로 갈무리 되었다.
그곳에는 어둠을 몸에 두른 데스 노블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푹 눌러쓴 투구 아래 인페르노 사이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처척, 척-
한령은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연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주인께, 경애를…….」
자신에게 또 다른 삶을 주고, 이렇게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게 해 준 주인에 대한 충성 의식이었다.
* * *
연우가 모든 정리를 끝내고 다시 섬으로 나왔을 때, 하이디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한창 휴식을 즐기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바짝 긴장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밤, 다시 출항한다.”
“…….”
“…….”
하지만 모두 침묵에 잠긴 채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여기에 대해 섣불리 대답하질 못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때, 하이디가 조심스레 나섰다. 그녀는 이들을 이끌고, 의견을 대변하는 명실상부한 대표였다.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지금 나가게 되면…….”
“트리톤이나 봄의 여왕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우려된다면 여기에 남아 있어도 좋다. 어차피 선택은 자기 몫이니까.”
연우는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그로서는 이들을 끝까지 지켜 줄 의리도, 이유도 없었다. 원한다면 이 섬에 남겨 줄 생각이었다. 과연 그 뒤에도 계속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남으면 제한 시간에 걸려 시련이 종료되고 만다.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이번만큼은 독식자가 가는 길이 순탄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늙은 식인괴인의 다급한 손길에 따라 돛이 활짝 펼쳐졌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유령선은 섬을 떠났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개를 헤치고 나왔을 때 즈음.
쾅! 콰쾅!
콰콰콰-
갑자기 섬 쪽에서 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거친 불길이 일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검은 불길이 섬 전체에 번지면서 모든 것을 부숴 나가고 있었다.
마치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처럼 거대한 지진이 뒤따랐다.
갑판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선두 부분으로 향했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받은 연우는 그쪽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케토의 신물에 집중하면서 항로를 꼼꼼하게 살필 뿐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플레이어들은 다시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리고 하이디에게 감사했다.
사실 그들 중 몇몇은 이대로 섬에 잔류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모든 편의 시설이 갖춰진 곳인 만큼, 생존도 가능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말리고, 같이 가자고 밤새 설득한 사람이 하이디였다.
그런데 만약 그런 설득을 거부했었더라면?
섬과 함께 불길에 휩싸여 날아갔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직도 등골이 쩌릿쩌릿했다.
다행히 망자의 강을 건너는 동안, 이번에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당연히 따라붙을 거라고 생각했던 트리톤과 환상연대, 왈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심지어 망자의 강에 심심하면 나타난다는 해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편히 건너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선상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얼떨떨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도 혹시 있을지 모를 기습에 바짝 긴장하며 며칠이 흘렀을 무렵.
[모든 시련이 종료되었습니다.]
[이곳은 29층, ‘망자의 땅’의 관입니다.]
유령선은 드디어 28층을 지나 29층을 알리는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 도착했다!”
“29층이야! 29층이라고!”
드디어 힘든 선상 생활이 끝났다는 생각에 플레이어들은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기 바빴다.
연우는 배가 뭍에 정박하길 기다렸다가, 어느 정도 강변이 가까워졌을 무렵 아래로 가볍게 뛰어 내렸다.
하이디가 다급하게 난간으로 뛰어와 아래를 내려다봤다.
“가, 가시려는 건가요?”
연우는 잠깐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하이디가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연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들과의 계약은 28층을 통과할 때까지만 유효했었다. 이 이상은 저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하이디도 그것을 알기에 어떻게 연우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애당초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연우를 구해 줬다. 자신이 할 몫은 다 했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뭔가를 요구해도 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온갖 위험에 빠진 그와 거리를 두는 게 현명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하이디는 왠지 모르게 연우를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감이라고 해도 좋고, 이유 모를 요정의 본능적인 감각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해도 좋았다.
“나중에.”
그래서 연우가 아주 짧게 입을 열었을 때. 하이디는 언제 자신이 이런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귀를 활짝 열었다.
“생각이 있으면 찾아와라.”
‘생각이 있으면……?’
하이디에게는 연우의 말이 온통 수수께끼 같았다. 하지만 연우는 그 말이 끝이라는 듯, 홱 돌아서서 뭍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하이디는 한참 동안이나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짊어지고 있는 게 많지 않으면 한번 회유해 보고 싶지만.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어.’
연우는 29층의 스테이지를 밟으면서 피식 웃었다. 하이디는 그가 다시 층계를 오르면서 발견한 원석이었다. 스스로 반짝이기 시작하려는 원석.
마음 같아서는 단번에 날름 갖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의지하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 그러긴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는 차후를 기약했다.
원석이 조금 더 굴러서 보석이 될 때쯤 되면. 그때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아니면 저쪽이 찾아오도록 하거나.
그렇게.
연우는 유령선을 뒤로하고 발걸음에 집중했다. 활짝 열린 용마안을 따라 트리톤이 있는 위치가 보였다.
벤티케의 그림자 속에 숨겨 뒀던 괴이가 이쪽으로 오라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 * *
[모든 시련이 종료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시겠습니까?]
[등록을 거부하셨습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아도 당신의 업적은 탑에 깊게 새겨져 원할 시에 언제든 등록 여부를 전환하실 수 있습니다.]
……
[이곳은 30층, ‘망자의 터’의 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