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98화 (298/862)

23화. 포세이돈 (10)

연우는 아주 잠깐 아가레스까지 강신을 이룰지 말지를 고민했다. 동생에 대한 집착을 아직도 숨기지 않는 녀석이니, 자칫 여기 불러들였다가 다른 이들에게 행패를 부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곧 녀석을 불러도 괜찮으리란 판단을 내렸다. 아가레스는 자신을 남에게 빼앗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니 포세이돈에 대해서도 알아서 분개하리라 여겼다.

무엇보다. 아가레스는 이미 한 차례 헤르메스와 아테나에게 크게 뜯기면서 힘을 상당수 유실한 상태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르 인페르날 내에서도 꽤 많이 도전을 받았을 것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서열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만약 녀석이 허튼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신과 악마들을 거스를 수는 없으리라 여겼다.

그래도 아가레스는 동부의 대공이라 불릴 정도로 대영토를 다스리는 최고 서열의 악마.

그런 녀석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다면, 이 거머리같이 느껴지는 포세이돈을 알아서 떼어 내 주리라.

그래서.

연우는 마의 인자 중 일부를 개방해 아가레스가 내려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활짝 열린 채널링을 통해 아가레스의 거대 의식이 내려앉았다.

연우는 아주 잠깐 정신이 멍해지는 충격을 받았지만,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가레스는 다쳤어도, 여전히 너무나 큰 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내 것에, 손대지 말란 말이다! 미친 영감탱이야!』

폭풍우가 불어닥치던 세계의 한 쪽 지점에 검은 점이 맺히더니, 곧 먹물처럼 한가득 번지면서 무저갱과 같은 어둠을 훤히 드러냈다.

그 사이로, 검은 날개 수십 쌍을 두른 아가레스가 나타나 송곳니를 훤히 드러냈다.

붉은 눈동자는 다른 신과 악마 따위는 담지 않았다. 오로지 포세이돈만 담았다.

예전에 자신에게 치욕을 줬던 아테나와 헤르메스는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투였다. 원한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악마로서의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포세이돈의 얼굴은 다시 무참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등장한 놈들만 하더라도 그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격으로 치면 자신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대악마가 나타나고 말았으니!

『아가레스, 이 미친 작자가!』

『닥쳐라!』

아가레스는 단번에 허공을 박차면서 포세이돈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신과 악마들이 연우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과 다르게, 그는 직접적으로 포세이돈을 공격할 요량이었다.

포세이돈은 화들짝 놀라 뒤로 흠칫 물러서려 했지만, 그에게 단단히 달라붙은 바토리의 흡혈검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쾅!

아가레스는 단번에 포세이돈의 목을 움켜쥐었다.

콰드득-

포세이돈의 목뼈가 분질러지기 시작했다. 마기가 신력을 짓눌렀다. 포세이돈은 입을 쩍 벌리면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아가레스를 떨쳐 내고 싶었지만, 이미 그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말했을 것이다. 저것은 내 것이라고. 그런데도 감히,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아가레스는 광기가 잔뜩 맺힌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포세이돈의 모가지를 뽑아 버리겠다는 듯이. 악다문 입술 사이로 송곳니가 훤하게 빛났다.

『너희 올림포스가 무슨 지랄 염병을 떨어도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콩가루처럼 뒤엉켜 뭐라고 다툰다 한들,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야! 하지만. 하지만!』

아가레스는 왼손을 쭉 뻗어 연우를 가리켰다.

『저것은 내 것이다. 내 것이라고!』

아가레스는 광기를 줄줄 흘려대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핏대가 잔뜩 오른 포세이돈의 입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미친놈……!

푸화악-

포세이돈의 머리는 결국 아가레스의 악력을 버텨 내지 못하고, 척추 채로 뽑혀 허공으로 튀었다. 채널링도 강제로 끊어지면서 스테이지를 가득 물들이던 신력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머리는 다시 벤티케로 돌아왔다.

바토리의 흡혈검은 영체를 모조리 흡수했다. 신의 입자가 빠른 속도로 체내에서 맞춰졌다.

[현재 각성 확률: 91%]

마신룡체로의 완전한 각성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만 하더라도 신체에 큰 변화를 주기 충분했다.

연우는 영혼 안쪽에서부터 재조립되기 시작하는 육체에 입을 악물었다. 용, 마, 신. 세 개의 인자들이 맹렬하게 회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파하하하!』

아가레스가 사라지는 벤티케의 시체를 보면서 광소를 터뜨렸다. 그는 여전히 번들거리는 눈을 하면서 홱 하고 뒤쪽을 돌아봤다.

『그래. 미쳤지. 미쳤고말고! 내가! 저것을 갖기 위해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너희들이 알기나 하는가?』

아가레스는 파멸과 광기를 주관하는 대악마답게,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모든 신과 악마들을 쓱 훑어보았다.

『여기에 있는 너희들도 똑똑히 들어라. 저것은 내 것이다. 그러니 추호도 눈독 들이지 마라.』

아가레스는 특히 연우의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헤르메스와 아테나, 그리고 저 하늘 위에서 여러 죽음의 신과 악마들을 대동한 채 이곳을 굽어다 보고 있는 아즈라엘을 노려봤다.

그것은 경고였다. 절대 손을 대지 말라는.

물론, 그 시선을 받은 신들은 전부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지만.

그러다 아가레스는 다시 시선을 내려 바로 코앞에 있는 연우를 마주했다.

『특히, 너.』

연우는 엄청난 압박감에 눈을 크게 떴다. 워낙 많은 신과 악마들의 강신을 이룬 까닭에, 그는 한창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냉혈 특성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무너졌으리라.

『너는 절대 죽어서는 안 된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너는 내 것이니 절대 무너져서도,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 죽는다면. 저승을 침범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영혼을 가져와 씹어 삼킬 터이니. 알겠느냐?』

연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그 말과 함께 아가레스와의 채널링을 강제로 종료시켰다. 녀석에게 할당했던 마의 인자를 도로 회수한 것이다.

아가레스는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확 하고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하늘로 이어지던 채널링이 순서대로 닫혔다.

[타나토스와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태산부군과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네르갈과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

수많은 죽음의 신과 악마들의 존재감이 옅어지면서 이제 다시 요란한 시선으로만 남았다.

연우는 고개를 돌렸다.

권능으로 이어진 신과 악마는 채널링 종료의 순번이 비교적 늦었다.

[혼돈과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혼돈은 여태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의사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참, 언제 봐도 말이 없는 친구란 말이지.』

헤르메스는 그런 혼돈을 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손을 뻗어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수고 많았다.』

“감사합니다.”

『무엇을.』

헤르메스는 다시 희뿌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헤르메스와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연우는 다시 시선을 돌려 아테나를 바라봤다. 사실 여태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이렇게 실물로 만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혀 알 수 없는 이유로, 여태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면서 옆에서 도와주던 여신.

연우는 이따금 처음 그가 초심자 구간의 포인트를 모아 얻었던 보상이 아이기스였던 것이, 사실은 아테나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고 여기고 있었다.

당시에는 에픽 아티팩트를 얻었다는 사실에 기뻐서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도저히 말도 안 될 정도로 큰 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그녀가 자신을 이토록 돌봐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실제로 만난 아테나는 올림포스의 성화나 포세이돈의 신전에서 봤었던 것처럼 살벌한 인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자애. 연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그런 단어가 떠올랐다.

『정진하고, 또 정진해라.』

아테나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다면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니. 우리가 언제나 너의 뒤에 함께할 것이다.』

“여태 저를 도와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아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엷은 미소만 입가에 띠울 뿐. 어딘지 모르게 슬픈 기색이 어린 미소였다.

“칠흑왕이라는 자 때문입니까?”

『…….』

아테나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연우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칠흑왕은 올림포스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가 대체 누굽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아테나는 연우의 말허리를 끊으면서 말했다.

『정진하고, 또 정진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오너라. 그런다면 그때, 모든 것을 말해 줄 터이니.』

아테나는 그 말을 끝으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아테나와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연우는 아테나의 신전이 있는 곳을 떠올렸다. 49층. 올림포스 신들의 신전이 대거 위치한 곳. 그곳에서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것일까.

칠흑왕의 정체에 대해서 말해 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지켜 주는 이유를 말해 주겠다는 건지. 도저히 정확한 속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네가 틀렸다.』

위에서 목소리가 울리며 연우의 상념을 깨뜨렸다.

연우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아즈라엘이 하늘에서 날개를 한껏 펼치면서 단번에 연우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2미터도 훨씬 넘는 것 같았다.

『그분은 그렇게 어떻게 딱 규정지어서 말을 할 수 있는 분이 아님이니. 올림포스? 말라흐? 에아? 허튼소리. 그딴 말도 안 되는 규율 따위로 어찌 엮을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보다 근원적이고, 보다 개념적인 분을 두고, 어찌 그런 망측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즈라엘의 눈빛이 고요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우웅, 웅-

그리고 그의 존재감이 연우에게 더 확연하게 다가설수록. 칠흑왕의 절망과 비탄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분의 뜻을 곡해하지 말지어다. 그분의 뜻을 잇게 된 너의 운명을 헛되게 날려 버리지 말지어다. 그것은 절대 거스를 수도, 피할 수도, 필멸자에 불과한 네가 관측할 수도 없는, 그런 아주 깊은 것이니.』

아즈라엘은 손을 뻗어 연우의 턱을 쓰다듬었다. 입술이 선혈처럼 유달리 붉었다.

『그러니 고스란히 받아들여라. 그분은 죽음이오니, 너는 그분의 사자(使者)로서, 그 명분과 직함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아즈라엘은 말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칠흑왕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니, 받아들여라. 그분의 사자야. 나의 사도가 되어, 그분의 뜻을 따라라. 그것이 너의 운명이요, 필연이노라.』

연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거절하지.”

수많은 신과 악마들이 사도의 좌를 제안해도 거절했던 그다. 아무리 칠흑왕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어도,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어쩌면 짜증 나게 하기로만 따진다면, 아가레스보다 더 심한 악질인지도 몰랐다.

『아쉽, 군…….』

아즈라엘은 피식 웃으면서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즈라엘과의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채널링이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신과 악마들의 강신이 끝나자, 격랑에 몸부림치던 스테이지도 다시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연우의 몸도 힘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팟-

그때, 그림자에서 샤논과 한령이 튀어나오면서 연우를 조심히 안았다.

『그것참, 고생 많이 하는 주인이란 말이지.』

샤논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림자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그로서는 여태 벌어진 일들이 놀랍기만 했다.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어째 자신들의 주인만큼 신기하게 사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한령도 동의한다는 듯이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콰드득, 콰득-

그런 두 권속들의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히 눈을 감은 연우의 신체에서는 여전히 형질의 변화가 계속되는 중이었다.

* * *

샤논과 한령은 연우를 데리고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워낙에 소란이 컸기에 빠르게 자리를 이탈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30층은 스테이지가 넓은 만큼, 조용히 모습을 감추기에 최적화된 장소가 많았다.

그래도 누군가가 뒤쫓아올 수 있기에, 샤논과 한령은 주변을 단단히 경계했다. 부도 어느새 나타나 연우가 있는 동굴을 따라 결계를 둘러쳤다.

그렇게 연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스테이지의 시간이 정지되었다. 하늘을 따라 흐르던 구름도, 바람에 살랑이던 풀잎도 거짓말처럼 모두 멈췄다. 고요한 적막만이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때.

츠츠츠-

벽에 등을 기댄 채 휴식을 취하던 연우의 머리 위로, 잿빛 아지랑이가 풀풀 날리면서 아즈라엘의 형상을 갖췄다.

아즈라엘은 한쪽 입술을 비틀면서 연우를 굽어다 보았다.

『자신이 지닌 가치를 전혀 모르는 필멸자로다.』

연우가 파악했던 것과 달리, 아즈라엘의 채널링은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었다. 사라지는 척하면서 의식의 일부를 검은 팔찌에다가 묻혀 놨던 것이다.

평소의 연우였다면 그것을 절대 놓치지 않았겠지만. 워낙에 많은 신과 악마들의 강신을 버텨야 했던 까닭에 정신이 극한까지 내몰려 미처 파악할 새가 없었다.

『어찌, 그분의 사자가 되어야 할 운명을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구나.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어. 아니, 오히려 그것이 필멸자로서 가질 수밖에 한계인가.』

그렇게 말하는 내내. 아즈라엘의 눈가에는 갖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부러움, 질투, 환희, 짜증……. 자신이 그토록 가지길 간절히 바랐으나, 도저히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여러 감정들이었다.

『그러니. 그분의 하인인 내가, 너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니라.』

아즈라엘은 다시 강신을 이룬 참에, 연우를 강제로 자신의 사도로 임명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부럽다고 한들, 하인인 그는 그분의 사자가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인도할 의무가 있었다.

노여움이 담긴 다른 신과 악마들의 시선이 따라붙었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무시하고, 천천히 연우의 정수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활짝 펼친 세 쌍의 날개가 잿빛으로 빛났다.

그 순간.

인형처럼 멈춰 있던 연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즈라엘은 흠칫 놀랐다. 분명히 스테이지의 시간을 정지시켰을 텐데? 거기에 따른 인과율의 반발과 관리국의 항의는 모두 각오를 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신의 의지를 거슬러, 필멸자가 고개를 들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연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즈라엘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지금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연우가 아니었다. 연우의 탈을 쓰고 있되, 연우가 아닌 존재였다. 눈동자를 따라 잿빛 안광이 감돌고 있었다.

마성이, 깨어난 것이다.

“나의 여흥을 깨울 참이냐?”

가래가 잔뜩 끓는 목소리. 맹수, 아니, 괴물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위 신인 아즈라엘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괴기했다.

『다, 다, 다, 당신은……!』

아즈라엘은 연우의 탈을 쓴 괴물이 무엇인지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어떤 무례를 저질렀는지 뒤늦게 주제 파악을 한 것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사라져라, 잡것.”

마성은 손을 뻗어 아즈라엘을 툭 쳤다. 그러자 아즈라엘을 이루고 있던 인자가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의 강신을 이루던 신력뿐만 아니라, 98층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영혼까지 낱낱이 분해되고 말았다. 죽음의 치천사, 아즈라엘은 그렇게 갑작스레 죽음을 맞고 말았다.

그리고.

파아아-

흩어진 아즈라엘의 인자들이 소용돌이를 그리다가, 천천히 왼쪽 발목에 감긴 칠흑왕의 비탄으로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칠흑왕의 비탄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우웅, 웅-

마성은 잘게 떨리는 족쇄를 보면서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흥. 그래도 마지막은 쓸만하구나.”

그 말을 끝으로. 마성은 다시 눈을 감으며 조용히 잠에 빠졌다.

정지되었던 시간이 다시 흘렀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연우의 주변은 온통 고요하기만 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