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붕우 안서 (5)
“파하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보는 짐이 다 배가 다 불러지는군.”
식탐황제는 차려 놓은 접시를 거의 다 비운 연우를 보며 자신의 배를 두들겼다. 식사를 초대한 입장에서 상대방이 맛있게 먹어 준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물론, 연우는 여기다 대고.
‘거짓말하기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솔직히 그 많던 만찬은 거의 다 식탐황제가 먹어 치우다시피 했다. 두 배는 더 부푼 배가 그 증거였다.
물론, 연우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먹긴 했다.
제아무리 식탐황제가 언젠가는 죽여야 할 원수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굳이 좋은 걸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덕분에 연우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영약을 잔뜩 맛볼 수가 있었다.
전설상의 영물인 봉황을 잡아다 끓였다는 탕이며, 한 입 베어 무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늘어난다는 황금사과, 체질을 변화시킨다는 인어육, 귀신을 물리친다는 항마력이 가득한 신편귀독주 등등.
덕분에 연우는 한꺼번에 대폭 오른 스탯창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것도 마셔 보게. 아주 감미로워서 즐거운 입을 헹구는데 제격일 테니.”
마지막으로 시종들이 가져온 것은 조그마한 잔에 담긴 황금색 술이었다. 아름답게 출렁이는 모습이 꼭 아침 햇살을 머금은 바닷물을 보는 것 같았다.
단순히 식탁에 놓이는 것만으로도 감미로운 향이 홀을 가득 채웠다.
여태 즐겼던 음식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해,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용마안으로 음식을 살폈다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이건……?”
식탐황제가 빙긋 실웃음을 흘려 댔다.
“으흐흐. 역시 바로 알아보는구만. 맞네. 이것은.”
‘잠시드의 잔술!’
“가혹하기로는 흡혈군주와 동격이었다는 군주, 만인황이 담근 술이라네. 나도 귀한 손님이 올 때에만 즐기는 것이지.”
“…….”
연우는 이제 별달리 할 말도 없었다. 잠시드의 잔술을 입가심용으로 내어놓는다고? 물론, 그의 말마따나 자신을 그만큼 귀한 손님이라고 여겼기에 내놓는 것이겠지만. 이것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연우로서는 허탈해질 정도였다.
“뭐 하는가? 어서 들지 않고. 크! 좋군.”
식탐황제는 잔을 입으로 넘기더니 행복한 미소를 폈다. 몇 겹이나 되는 턱살이 파르르 떨렸다.
연우는 술잔을 가만히 보다가 곧 입에다 털어 넣었다. 몸에 활력이 돌면서 여러 인자들이 맹렬하게 회전하려는 게 느껴졌다.
‘부’
「명을. 따르겠. 습니다.」
하지만 연우는 잠시드의 잔술이 체내에 흡수되기 전에 부에게 일러 따로 빼 두도록 지시했다.
[‘잠시드의 잔술’을 1개 획득했습니다.]
[현재 보유량: 3/5]
다행히 잠시드의 잔술은 따로 분리되어 아공간에 보관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연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조금 가라앉은 시선으로 식탐황제를 바라봤다. 녀석은 여전히 잠시드의 잔술이 주는 여운에 한껏 취해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마치 마약 중독환자가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연우는 아주 잠깐 녀석과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활짝 열린 용마안 사이로 곳곳에 빈틈이 보였다. 결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었다. 허점투성이었다.
만약 여기서 비그리드를 뽑아 기습적으로 달려든다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허점이 가득한 데다가, 자신에게 이런 영약도 한가득 내어줄 정도이니 방심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한 수 정도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식탐황제의 용의 고기에 대한 집착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동생에 대한 억압을 시작한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세샤를 노리기 위해 라오 남작을 보냈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
여름여왕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잡아야 할 자였다. 그러니 저런 태도를 보일 때 그런 충동감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
연우는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다.
식탐황제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할 인사도 아닐뿐더러, 어떻게 제거한다고 해도 그 뒤가 문제였다.
밖에는 아직 두 공작과 36후작, 108백작을 비롯해 여러 귀족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수만에 달하는 병력들도 주둔 중이었다.
그들을 모두 뿌리치고 달아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식탐황제는 천천히 눈을 떴다. 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그로서는 행복에 겨운 눈으로 씩 웃었다.
“이렇게 즐거운 식사를 친애하는 벗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즐거우이.”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폐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연우는 상자를 꺼내 옆에 있던 시종에게 전달했다.
식탐황제는 두툼한 손을 마구 비비면서 입맛을 다셨다.
“아이고. 어떻게 이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 없지만, 그래도 굳이 준다는데 거절하지는 않지.”
과연 연우가 가져온 게 무엇일까. 식탐황제는 기대에 찬 얼굴로 상자를 활짝 열었다. 곧 그의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다. 턱살이 부르르 떨렸다.
“이, 이건……?”
“용육과 용혈입니다. 보시다시피, 여름여왕의 것입니다.”
“우오오!”
쾅!
식탐황제는 탁상을 박차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껏 상기된 그의 뺨은 기대로 가득해져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용육과 용혈이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최후의 용, 여름여왕의 것이라니!
“뚜언띠엔! 어서! 어서!”
쾅! 쾅!
식탐황제의 계속된 재촉에, 뚜언띠엔 공작은 바쁘게 뛰기 시작했다.
* * *
“하하하. 오늘은 정말이지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이로다. 이런 날을 언제 또 겪을 수 있을 텐가.”
식탐황제는 혓바닥으로 소스까지 삭삭 긁어 먹은 접시를 식탁에다 내려놓으며, 고양감에 젖어 몸을 파르르 떨었다. 뒤룩뒤룩 찐 살들은 행복에 겨워 잔뜩 부푼 상태였다.
연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녀석이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은 것도 있지만, 녀석이 섭취한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용육은 갈비뼈에 붙어 있는 것들을 긁어낸 잔여분에 지나지 않았고, 용혈도 혈청을 거의 다 빼 내고 남은 찌꺼기였다.
음식물 쓰레기나 다름없는 것들을 먹고 저렇게 만족해하니. 우습기 짝이 없던 것이다.
하물며 평소 영혼상어 캐비어나 봉황계의 탕 같은 귀한 음식들을 배불리 먹는 녀석이었으니. 그가 브라함에게 했던 말마따나 가치란 상대적이라지만, 그래도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식탐황제의 눈가를 따라 불그스름한 광채가 언뜻 맺혔다가 사라졌다. 거대한 배가 징그럽게 꿀렁거렸다. 마치 뱀이 통째로 삼킨 먹이를 소화시키려는 것처럼.
그리고.
우우웅-
‘뭐지?’
회중시계가 잘게 떨렸다.
연우는 슬쩍 가슴 속으로 손을 찔러 넣어 회중시계를 살폈다.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종류의 진동이었다.
‘마치 칠흑왕의 절망이 비탄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듯한…….’
공명(共鳴)이었다, 이것은.
그렇다면.
‘식탐황제에게 회중시계와 비슷한 뭔가가 있나?’
그때, 연우의 머릿속으로 여태 소울 컬렉션 속에서 점잖게 있던 두 키클롭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주인, 저것은.』
『영혼석이로군. 하! 이게 이렇게 흔한 것이었나?』
‘뭐?’
연우는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왜 여기서 영혼석이 나오는 걸까? 그 순간, 연우는 두 키클롭스와 동화를 이루어 그들의 시야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한껏 나른함에 젖어 있는 식탐황제의 가슴팍을 따라 뭔가가 잔뜩 뭉쳐져 있었다.
식탐황제가 삼킨 용육은 낱낱이 분해되어 가슴팍에 한껏 흡수되었다가, 천천히 신체 곳곳으로 뿌려지는 중이었다.
『종류로 보아하니, ‘식탐(Gula)’인 듯한데.』
『하지만 영혼석이 가진 한계의 5%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군. 겨우 루시엘의 권능만 빼다 쓰는 정도인가? 흥! 저래서야 말 그대로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가 따로 없지 않나!』
키클롭스 브론테스와 스테로페스는 식탐황제에 대한 힐난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는 그들의 대화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식탐황제와 부딪치다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삼키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권능, 포식. 그 연원을 추적하기가 도무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어딘가에서 힘을 빌려온 것이라면.
식탐황제를 거꾸러뜨릴 방법도 생기지 않을까?
식탐황제는 삼킨 것의 인자를 낱낱이 분해해 자신의 힘으로 일부 변화시키는 권능을 지니고 있다. 괜히 그동안 용의 고기 타령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물론, 연우는 식탐황제에게 큰 힘을 건네줄 생각이 없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위들만 주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식탐황제가 가진 권능은 골치가 아픈 편이었다.
그래서 무왕처럼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면, 누구나 그를 상대하는 것을 꺼려 했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그것이 혈국의 수장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권능이나 혈계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식탐황제만이 가진 힘이란 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식탐황제는 선대의 여러 후계들 중에서도 가장 덜떨어지고 아둔한 자로 취급 받았다고 했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급부상을 하였었고.’
모든 제국이 그러하듯, 혈국의 후계 경쟁 구도도 아주 치열했다. 피비린내가 자욱한 암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가 식탐황제였다. 만약 두 키클롭스의 말대로 루시엘의 영혼석에게서 힘을 빌렸던 것이라면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도하기에 따라서 식탐황제를 거꾸러뜨릴 수 있는 파훼법이 생길 수도 있었다.
연우는 날카로운 눈빛을 숨겼다. 적의 약점은 숙지해 둘수록 좋다. 그것이 하물며 우연찮게 알아낸 것이라면, 더더욱.
‘식탐황제. 이자를 쓰러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우는 어느덧 여름여왕의 다음 타자로 식탐황제를 점찍어 두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빈틈이 생겨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탐황제는 영혼석을 이용한 ‘소화’를 모두 끝내고, 다시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그리고 짐짓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짐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앞으로 카인, 그대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기탄없이 말하라. 그대는 짐과 제국의 영원한 벗으로 남을 터이니. 그대가 가는 길에는 언제나 짐과 제국이 함께 할 것이야.”
‘약에 잔뜩 취한 사람 같군.’
연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분위기가 좋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례를 앞세워 폐하께 한 가지 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기탄없이 말하라. 짐은 그대의 친구라 하지 않았는가.”
녀석은 알까. 지금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혹시 잠시드의 잔술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음? 잔술을? 그리도 마음에 들었는가?”
“사실 사적으로 써야 할 곳이 있습니다.”
연우는 개인적으로 필요한 무구 제작에 잠시드의 잔술을 필요로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 무구가 없으면 앞으로 층계를 오르기 곤혹스러워진다는 말도 함께.
“양이…… 얼마나 필요한 건가?”
“족히 두 동이는 있어야 합니다.
“…….”
정확하게는 두 잔이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식탐황제가 가진 양을 거의 다 뜯어낼 생각이었다.
순간, 식탐황제는 아무 말도 없이 살점만 가득한 두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호기롭게 뭐든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잠시드의 잔술을 내어 주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잔술을 구하기 위해서 그도 상당히 고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식탐황제도 잠시드의 잔술을 마실 때면 아까워서 두 손을 파르르 떨 정도였는데, 그걸 전부 내어 달라고 하니 속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만약 그것이 없으면 어떻게 되지?”
연우는 살짝 수척해진 눈빛으로 대답했다.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층계를 오르기가 더뎌져서 폐하를 도와드리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지요. 물론, 어디까지나 요청일 뿐, 부담스러우시다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부탁하는 입장에 어떻게 더 강요를 할까요?”
연우는 거절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황제로서의 체면이 있지, 어떻게 뱉은 말을 도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이곳 만찬회장에는 자신을 쳐다보는 신하들의 시선이 많았다. 자신들이 모시는 군주라면 당연히 내어 줄 것이라 굳게 믿는 충성심 가득한 시선들.
식탐황제가 아무리 충동적인 성격이라고 해도, 수하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머저리는 아니었다.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이 깊어질수록. 식탐황제의 짧은 목도 더 깊게 들어가면서 턱이 몇 겹이나 심하게 접혔다.
“폐하.”
그때, 지낭인 뚜언띠엔 공작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식탐황제의 귓가에다 뭐라고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짧아졌던 식탐황제의 머리통이 살 더미에서 쏙 하고 빠져 나왔다. 연우의 눈동자도 살짝 빛났다. 뭐라고 역제안을 할지 궁금해졌다.
“험험! 잠시드의 잔술이 필요하다고 했지?”
식탐황제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눈을 가늘게 좁혔다.
“하지만 사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에게도 잠시드의 물건은 아주 귀한 보물이라, 짐도 내각의 동의 없이 선뜻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네.”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거래를 하세.”
“거래라 하시면?”
27층인가, 28층이었던가, 하여간 망자의 강에서 자네도 봄의 여왕, 그 찢어 죽일 년에게 호되게 당했었지?”
연우는 식탐황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짐작하고, 조용히 눈을 빛냈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손을 잡으세. 우리 역시 그년에게 당한 아르드바드 공작의 복수를 하려던 차에 이번에 블랙 드래곤과 손을 잡게 되었어. 거기에 가담하게.”
“……!”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블랙 드래곤과 손을 잡아? 화이트 드래곤을 잡기 위해서?’
연우는 말꼬리를 흐렸다.
“저 혼자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 사이에 그렇게 말하지 말게. 홀로 패왕을 잡고, 트리톤을 해체시킨 것을 모를 줄 아는가. 그리고 자네가 데리고 있는 비밀스러운 친구들도 있잖나.”
‘샤논 등을 알고 있다.’
식탐황제는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연우는 그가 주는 말의 뉘앙스를 놓치지 않았다. 사실 여태껏 권속들을 들키지 않았던 게 대단했던 거였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 이상, 그가 가진 전력도 조금씩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혈국에서도 자체적으로 연우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일 것이고.
“환상연대도 있을 테고.”
식탐황제는 슬쩍 크로이츠 쪽을 곁눈질했다가, 다시 연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왕이면.”
지금 이 순간, 그는 탐욕스럽고 변덕스러운 졸부가 아닌, 한 나라를 다스리는 제왕이 되어 있었다.
“자네 스승이 있는, 외뿔부족과 함께!”
순간, 살벌한 기세가 휘몰아치면서 홀을 가득 장악했다.
고오오-
* * *
그리고.
‘이렇게 쉽게 얻어걸리기도 하는군.’
가면 아래에서, 연우는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게 웃고 있었다.
원수인 녀석들끼리 알아서 치고 받으면서 싸운다 하지 않는가. 거기에 숟가락을 얻는 것만으로도 잠시드의 잔술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남는 장사였다.
외뿔부족의 참전 조건이 걸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무왕이 알아서 걸러 들을 것이니 적당히 핑계를 대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혼전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기도 하고.’
영혼석을 다루는 방법이야, 퀴네에를 제작하면서 키클롭스 3형제들로부터 배우지 않겠는가. 그때는 식탐황제의 약점을 캐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우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그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어떻게 해야 식탐황제의 목을 노릴 수 있을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샤논은 그런 연우를 보면서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뒤통수~ 뒤통수~ 신나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