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25화 (325/862)

25화. 붕우 안서 (10)

연우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사라졌다고? 빅토리아가?’

대체 왜?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분명 방금 전에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반가워하고 있었고, 뭔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 않았던가.

“대답해!”

『대답해!』

하지만 상념은 금세 깨졌다. 아나스타샤와 겹쳐진 구미호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잡아 먹을 듯한 태도였다.

순간, 연우는 짜증이 확 치밀었다. 가뜩이나 아다만틴 노바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이 끓고 있던 차에 의심까지 받고 말았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그때. 갑자기 가슴에서부터 울컥 하는 느낌과 함께 뭔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마성 중 일부였다.

“놔. 이거.”

마치 짐승이 경고하듯 낮게 울리는 목소리. 연우를 둘러싼 공기도 대번에 바뀌었다.

아나스타샤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눈살을 좁혔다.

“너……!”

『너……!』

“놓으라고, 했을 텐데?”

쿠쿠쿠-

연우가 일그러진 눈빛으로 아나스타샤의 팔을 붙잡더니 목에서부터 떼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미호의 요력과 마성의 마력이 충돌하면서 대기가 위아래로 크게 들썩였다.

아나스타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태 별것 아닌 인간으로 치부했던 놈이 갑자기 돌변했다. 홍등가에서 무작정 싸움을 걸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런 힘이 있으면서 왜 그땐 당했던 거지?

하지만 의문은 잠시.

아나스타샤의 눈가로 살의가 깃들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자신에게 반항을 한다. 그것이 불쾌했다.

게다가 방금 전부터 미친 듯이 떨리면서 일렁이는 연우의 그림자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속에 있는 여러 괴이들이며 데스 로드, 리치들까지. 하나같이 거슬리기만 했다.

차라리 찢어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손톱의 날을 바짝 세우면서 그대로 연우의 가면을 내려찍으려는데.

오싹!

아나스타샤는 순간 자신도 모르 게 등골을 타고 오한이 들었다. 가면 너머, 연우의 눈동자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끈적끈적하고, 너무나 깊어서 한 번 잠기면 영혼이 잡아먹힐 것처럼 깊은 심연. 그리고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어떤 것.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나스타샤는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공포를 느끼고 말았다.

천 년을 묵으면서 ‘탈각’을 바라보고 있는 구미호쯤은 먹잇감으로 여기는 거대한 존재였다.

『까불지 마라. 레아의 애완동물 따위가. 재롱도 거기까지다.』

“……!”

『……!』

불현듯 머릿속에 꽂히는 목소리에, 아나스타샤는 완전히 빳빳하게 굳어 버리고 말았다.

그때, 연우가 아나스타샤의 팔을 옆으로 치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헛짓하지 마십시오. 빅토리아가 사라진 건 저와 관계없으니까.”

방금 전에 울린 말과는 전혀 다른 어투.

아나스타샤는 잠시 연우를 멍하니 쳐다봤다. 연우는 갑자기 그녀가 왜 그러나 싶어 눈살을 좁혔다.

하지만 정작 그런 눈으로 쳐다보고 싶은 건 그녀였다. 연우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는 거지?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곧 머리를 털었다. 연우의 눈동자 속에 도사리던 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위험한 것만은 확실했다. 특히나 ‘그것’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레아의 애완동물이라고.

그건 남들에게, 특히 프레지아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던 비밀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자신이 누군지 알아봤다는 뜻이었다.

결국 아나스타샤는 한 발자국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고쳤다.

“정말, 관계가 없는 것이냐?”

그래도. 빅토리아는 그녀에게 소중한 제자였기에,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다.

연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나스타샤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대체…….”

이 못난 제자는 어디로 간 거지? 아나스타샤의 짜증 섞인 얼굴에 그림자가 살짝 졌다.

* * *

“현재 만병천고는 저 꼴이다.”

연우는 아나스타샤를 따라 다시 그녀의 거처로 돌아왔다.

장원은 좀 전과 상태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잿빛 안개가 자욱하게 일어나 마당과 건물을 절반쯤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 위로 간간이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올라왔다.

장원 전체에 깔린 결계가 검은 연기를 단단히 속박해 두고 있었지만, 언제 거센 충돌이 벌어질지 몰랐다.

아니, 이미 잿빛 안개 사이에는 여러 요괴와 마물들이 서로 뒤엉켜서 한창 물어뜯고 있는 중이었다.

귀물과 요병에서 새어 나온 악의와 아나스타샤의 권속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다만틴 노바가 사라지면서 생긴 결과였다.

「몇 마리는 제법 강해 보이는데. 나와 견줘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고. 더 강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샤논의 말대로 귀물과 요병의 악의는 절대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저것들을 묶어 두는 거야 어렵지 않다. 그냥 결계 속에 가두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에게 자유 따위는 없지. 실수로 한두 개쯤 몰래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거고.”

아나스타샤는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주둥이 부분에 앞니 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정도였다.

“그러니 떠오르는 게 있으면 뭐라도 알려 줘. 게다가 빅토리아는 아직 정상이 아냐. 그런 상태로 아다만틴 노바를 다룬다면…… 위험해.”

마지막 목소리에는 그녀답지 않게 제자에 대한 걱정도 잔뜩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연우로서도 빅토리아가 어디로 갔을지 도무지 짚이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닿았다.

빅토리아가 했던 말.

-이따 마저 이야기하자. 마침 물어볼 게 있었어.

그리고 그 뒤에 아주 작게 덧붙였던 말이 있었다.

-너, 편지 받았었지?

그때는 미처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거기에 어떤 비밀이 있다면.

“혹시 빅토리아가 편지를 받지는 않았습니까?”

“편지?”

아나스타샤는 그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연우가 아닌가 싶어 하는데.

“철사자 아드님의 편지라면 빅토리아에게도 전달했었어요.”

아나스타샤가 프레지아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카인과 빅토리아에게 혈검이 편지를 보냈었어.”

“그놈이, 멀쩡하게 살아 있어?”

제자가 그렇게 망가진 이유가 칸에 대한 죄책감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아나스타샤는 인상을 더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 편지, 나도 볼 수 있을까?”

연우는 칸의 편지를 아나스타샤에게 넘겼다.

아나스타샤는 곰방대를 물며 편지를 이모저모 살폈다.

“내용은 평범한 안부 인사. 편지지에 별다른 마법적 장치나 주술적 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데.”

프레지아가 다가와 고운 금가루를 편지지에다 뿌렸다. 어떤 이상 현상이 숨겨져 있을 경우에 찾아 내는 비술이었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평범한 편지지야.”

“그럼 이것만 보고 간 게 아닌가? 단순히 철사자의 아들을 찾으러 갔다 하더라도, 아다만틴 노바를 들고 갈 이유는 없어.”

뭔가 다급한 일이 생겼으니 제 스승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다만틴 노바를 들고 간 것이겠지.

연우는 분통을 터뜨리는 아나스타샤에게서 편지를 다시 돌려받고, 가만히 용마안을 열어 살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와 프레지아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그라고 해서 찾아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분명 있어. 뭔가가.’

연우는 직감적으로 편지에 어떤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빅토리아가 조급하게 움직일 리가 없었다. 분명 편지에서 무엇을 발견한 것이다.

‘혹시?’

그러다 문득 연우는 혹여나 하는 생각에 성화를 일으켜 편지지를 홀라당 태웠다.

“너, 무슨 짓을!”

아나스타샤가 놀라 소리를 치는데. 갑자기 새카맣게 탄 편지지의 재가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땅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것은 글자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도와줘.

편지에 담겨 있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

그것이면 충분했다.

“여율령!”

아나스타샤는 손에 쥐고 있던 곰방대를 거칠게 휘둘렀다. 그러자 연기가 확 뿌려지면서 검은 재가 만들어 낸 글자 위에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갖가지 정보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재가 가진 정보와 사념 따위들이. 그리고 출원지가 어디인지도.

“따라와.”

이어서 아나스타샤는 두루마기를 크게 젖혀 몸을 둘렀다. 그러자 그녀가 있던 자리에 인간 대신 거대한 구미호가 나타나 우뚝 섰다. 붉은색 요마안이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타닥-

구미호는 연우와 프레지아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어디론가 냅다 뛰기 시작했다.

“백랑!”

프레지아는 재빨리 백랑을 소환해 올라타고, 연우도 불의 날개를 펼치면서 구미호의 뒤를 쫓았다.

* * *

구미호는 거대한 몸체와 다르게 달리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공간이 접히면서 더 빠른 속도를 냈다. 올포원이 가졌다는 3대 시그니처 스킬 중 하나인 축지를 보는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절대 쫓을 수 없을 것 같은 속도였지만.

백랑은 그런 구미호의 뒤를 착실하게 쫓고 있었다. 연우도 어느새 프레지아와 함께 백랑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내신 거죠?”

편지지에 숨겨진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아나스타샤의 주술도, 프레지아의 아티팩트도 알아내지 못한 비밀을 어떻게 연우는 그토록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던 걸까.

“선술입니다.”

“선술이라면, 신선들의 ……?”

프레지아는 연우가 어떻게 그것을 익히고 있는지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그것도 하나의 정보로 책정될 일이었으니까. 어떤 셈을 치러야 할지 계산이 서질 않았다.

반면에. 연우의 두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도와 달라고?

잘 지내고 있다던 편지의 내용은 눈가림용이었다. 칸을 구속하고 있는 녀석들의 눈을 피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와달라는 내용이 진짜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으로부터 도와달라는 것일까?

‘마군?’

당장 그것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도일과 관련된 걸까……?’

오래전부터 도무지 행방을 찾을 수 없던 도일과 관련이 있는 건지도 몰랐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연우는 프레지아를 홱 돌아봤다.

“프레지아, 편지의 발신지가 어디입니까?”

프레지아는 고개를 담담하게 가로저었다.

“말씀드릴 수 없어요.”

“대가라면…….”

“셈을 치르겠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 내용은 카인 님이 어떤 조건을 내건다 하셔도, 절대 저울추를 맞출 수 없을 테니까요.”

프레지아의 대답은 아주 단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발설할 수 없다. 아나스타샤의 신원을 밝혔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연우는 그런 태도를, 프레지아가 암묵적으로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그럼 거래 내용을 바꾸겠습니다. Yes or No. 두 가지 중 하나만 말씀해 주십시오.”

프레지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발신지는 마군입니까?”

“밝힐 수 없어요.”

“칸은 그곳에 가담해 있습니까?”

“밝힐 수 없어요.”

“바이 더 테이블은 마군과도 거래를 하고 있습니까?”

“밝힐 수 없어요.”

“감사합니다.”

밝힐 수 없다. 거래를 한다는 뜻.

하지만 그것으로 연우는 더 큰 확신을 느꼈다.

‘맞아. 마군이야.’

아니라면 아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 정도 거래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밝히지 않은 것은 무언의 긍정을 나타내는 셈이었다.

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군과는 여태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 왔다. 오행산에서 킨드레드와 충돌했을 때부터, 세샤 때에도, 발푸르기스 밤의 공방전 때에도 계속 마주쳤고, 때로는 칼을 겨루기까지 했다.

그런 여러 과정 속에서도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은 ‘왜? 마군이 여기에 개입한 걸까?’였다.

그들이 벌이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고, 여러 사건들 사이에 통일성도 없었다.

심지어 그런 굴욕을 겪었으면 따로 보복을 가하거나, 다른 기회를 모색하려 할 텐데 그런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또 녀석들이 불쑥 나타났다. 무엇을 꾸미려는 건지 도무지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칸은. 연우에게 친구였다.

그런 녀석의 위기를 못 본 체할 수가 없었다.

설사 퀴네에 제작이 조금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쐐애액-

그들은 한참 동안 달렸다. 그런 와중에 몇 개의 결계들이 나타나며 앞길을 막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구미호의 주술에 가볍게 부서져 나갔다.

그러다.

탁!

저만치 앞서 달리던 구미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머리가 산 중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우와 프레지아의 시선도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 산허리에 자그마한 사당이 하나 놓여 있었다. 숲에 둘러싸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방문객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곳.

구미호와 백랑은 몇 번 더 발을 놀리면서 단숨에 사당의 경내로 들어섰다.

정문에서부터 절까지 닦인 중앙 도로의 좌우로 깔린 7개의 석상이 차례대로 그들을 맞았다.

전부 구미호나 백랑보다도 훨씬 큰 크기였다. 작은 사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

의인화된 교룡, 대붕, 사자의 상이 각각 위엄 가득한 기세와 표정을 지으며 두 발로 서 있었고, 그 아래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개의 원숭이 상들이 눈을 부라리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위쪽에는 소의 석상이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며 우뚝 서서 그들을 굽어다 보고 있었으니. 누가 보아도 이곳의 사당이 누구를 기리는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설마?’

연우는 순간 드는 불안감에 자기도 모르게 소의 석상 반대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도 거대한 원숭이 상이 하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당으로 들어오는 방문객처럼 보이기도, 달리 보면 다른 석상들의 친구로, 혹은 왕인 소의 석상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석상의 생김새는 연우에게도 아주 낯이 익었다. 오행산. 미후왕의 궁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습. 미후왕의 석상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연우는 다른 석상들이 무엇을 조각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두 원숭이 상은 우융왕과 미후왕(彌候王, 손오공과 음만 같음)을.

교룡은 교마왕을, 대붕은 붕마왕, 사자는 사타왕을 조각한 석상이었다.

그리고 가장 위에 선상은 이곳에 있는 의형제들의 맏이인 우마왕이었으니.

칠대성(七大聖).

혹은 동주칠마왕이라고도 불리면서, 한때 미후왕과 함께 파란을 일으켰던 일곱 신격들.

그들과 관련된 천교와 절교는 물론, 천계의 여러 신들도 가까이 하기를 꺼려 한다는 위대한 존재들을 기리는 사당, 아니, 신전의 한가운데에.

연우가 서 있었다.

그리고.

우웅, 웅-

연우의 가슴팍에 있던 여의봉의 조각들이 일제히 떨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신전의 기둥들도 함께 울렸다.

우우우웅-

마치 연우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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