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27화 (327/862)

2화. 미후왕의 후예들 (2)

시각과 청각이 제한되는 두 번째 산.

『붉은 신목. 이제 여기서 그만 두는 것이 어떠오? 그만하면 혈검과의 의리도 충분히 지켰다고 생각이 드오만.』

빅토리아를 둘러싼 플레이어들은 의념을 잔뜩 세우면서 소리쳤다.

이곳은 감각이 순서대로 닫히는 스테이지. 제대로 된 실력을 펼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의념을 다룰 수 있는 실력자들밖에 없었다.

그래서 숫자는 적었지만. 하나하나가 뛰어난 자들이었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그들을 보면서 냉소를 흘릴 뿐이었다.

『의리를 지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소리는 단 하나밖에 없어.』

그녀의 기세가 번뜩였다.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물러날래?』

파직, 파지직-

빅토리아를 따라서 강렬한 마력 파장이 스파크처럼 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녀의 손바닥 위로 떠오른 것이 팽이처럼 뱅그르르 돌 때마다 마력 파장도 점차 강렬해졌다.

『아다만틴 노바…….』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것이 문제였다. 여태껏 그들의 발목을 묶은 원흉.

아다만틴 노바는 그 자체로 중요한 마력핵이 되기도 하지만, 증폭 기관이 되기도 한다. 아다만틴 노바의 원재료인 아다만티움이 가진 단단한 내구력에, 극한까지 압축되면서 분자 단위로 새겨진 특성까지.

요괴의 손에 들리면 대요력을 지니게 하고, 마법사의 손에 들리면 대마력을 선물해 준다.

그리고 빅토리아는 붉은 신목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였고, 명장의 반열에 든 제작자이기도 했다. 그런 실력자인 그녀의 손에 아다만틴 노바가 들렸다면?

콰콰콰-

『젠장! 다시 마력 폭풍이다!』

『숙여!』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스파크가 사방으로 뻗치더니, 마력이 잔뜩 응집된 자기장이 파문을 그리면서 잔뜩 퍼져 나갔다.

조금씩 포위망을 갖추면서 빅토리아를 압박하려던 플레이어들은 시도가 무색하게 재빨리 결계 영창을 외치면서 몸을 숙이거나, 스크롤을 찢어 자리에서 물러섰다.

마력 폭풍은 모든 것을 깡그리 밀어 버렸다.

주변에 있던 나무나 잡풀은 물론, 미처 피하지 못한 플레이어들까지도.

『미쳤……!』

『말도 안 돼!』

그런 광경을 보면서 모두가 침음을 삼켰다. 그들도 전부 각자가 활약하는 곳에서는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지만, 빅토리아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는 너무 보잘것 없이 초라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과 다르게, 이때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팟-

대규모 마력 폭풍을 일으킨 뒤에는 들끓는 마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정한 쿨타임을 필요로 한다.

이때가 빅토리아를 잡을 수 있는 적기라 판단, 바로 반격을 꾀한 것이다.

『흥!』

하지만 빅토리아는 그들을 보면서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다시 아다만틴 노바에다가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갑자기 빅토리아의 머리 위로 룬 문자가 떠올랐다가 흩어졌다. 문자열이 사라진 자리에서 갖가지 마법들이 대거 쏟아졌다.

마력 영구기관(永久機關).

그동안 빅토리아는 룬 마법을 원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다루고, 마력도 즉각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에 영감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아다만틴 노바였다.

극한까지 압축되어 무한대에 가까운 열에너지를 뿜어내는 도구. 이 에너지를 마력으로 치환시킬 수만 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괜히 그동안 스승이었던 아나스타샤가 귀물과 요병을 가두는 결계의 핵으로 사용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콰콰쾅-

플레이어들이 압도적인 화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가는 가운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재미난 도구를 쓰는군.』

매캐한 연기를 헤집으면서 한 사람이 불쑥 나타났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장년인. 사람 좋은 미소를 하고 있지만, 기세가 날카로웠다.

그의 주변에서는 빅토리아의 마법과 정반대되는 냉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빙왕. 오랫동안 했던 은거를 최근에 깨뜨리고 세상에 나와 다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용병왕.

그는 박수를 세게 치면서 몸을 팽이처럼 돌렸다. 그러자 땅거죽 이 뒤집어지면서 얼음 가시가 잔뜩 돋아나 빅토리아를 마구잡이로 찔렀다.

화염으로 둘러싸인 배리어가 자동적으로 생성되면서 얼음 가시를 막았다.

가시가 하나씩 부서질 때마다 배리어도 하나씩 파훼되었고, 그 사이 빙왕은 단숨에 빅토리아에게 다다를 수 있었다.

『이보게.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여기서 그치는 것이 어떻겠나? 자네도, 자네를 쫓고 있는 우리도 다 피곤하지 않은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싸울 이유도 전혀 없는 것이고.』

빙왕은 빅토리아의 마법을 잇달아 옆으로 쳐 내면서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의뢰를 받고 온 입장에서, 빅토리아와 이렇게 드잡이질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렇게 소모하는 심력과 시간이 전부 그에게는 막심한 손해였으니까.

빅토리아를 빨리 정리하고, 칸의 행방을 뒤쫓는 것이 계산적으로 맞는 일이었다.

아니, 그런 계산적인 면을 떠나서라도. 사실 빙왕은 내심 빅토리아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 편이었다.

군침을 질질 흘려 대는 승냥이 떼로부터 소중한 동료를 지키는 것.

자신이 그런 입장이 되었어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테니까.

이전에 칸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하지만 문제는.’

빙왕의 양손이 시퍼런 광채를 토해 냈다.

‘지금은 내가 악당의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지만.’

빅토리아는 아무런 대답을 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손등 위로 룬 문자가 살짝 떠올랐다가 흩어지면서 새하얀 빛무리가 감각 영역을 가득 물들이고, 거친 화염이 확 하고 일어나 붉은 혀를 날름거렸다.

〈플로어 익스플로전〉. 태양의 고열을 강제로 끌어와 폭발시키는 고위급의 마법. 그런 것이 갑자기 터졌으니 눈이 멀고 살이 단숨에 익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빙왕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빅토리아를 제압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혀를 차면서 합장한 손을 풀어 앞으로 내질렀다.

지면에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시퍼런 얼음 기둥이 솟구쳤다. 아니, 기둥으로 보일 정도로 컸지만, 사실 그건 장풍이었다.

〈빙백신장(氷塊神掌)〉. 손바닥이 작렬하는 곳마다 높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얼음 해일을 일으킨다는 빙왕의 시그니처 스킬.

빙왕이 오른손을 휘두른 자리에서 솟구친 얼음 기둥은 플로어 익스플로전과 함께 부서졌고.

잘게 흩날린 얼음 입자들 사이로, 왼손이 작렬하면서 새로운 얼음 해일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곧바로 오른손이 뒤따라 작렬했다.

퍼퍼퍼펑-

얼음 해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빅토리아의 주변은 온통 얼음 감옥이 되고 말았다. 강제로 그녀를 붙잡기 위한 빙왕의 술책이었다.

하지만.

『이런.』

얼음 폭풍은 빅토리아에게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못했다.

『이러면 닭 쫓던 개가 되는 셈인데.』

어느새 아다만틴 노바를 사용, 블링크를 잇달아 사용하면서 저만치 높은 상공으로 달아나 버린 것이다.

하지만 말투와 다르게. 빙왕은 입가에 걱정 가득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에 순순히 붙잡히지 그랬나. 그랬다면 최소한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아래 쪽에서 여러 줄기의 빛이 강선처럼 쏘아졌다.

‘은의 사수’, 스트리지. 현상금 사냥꾼으로 유명한 플레이어가 미리 투로를 예측하고 시위를 당긴 것이다.

〈월광의 은탄〉. 공간과 함께 적으로 지정된 대상을 단번에 갈라 버린다는 스킬이었다.

파밧!

그리고 빅토리아의 뒤편에서 얼굴에 복면을 쓴 어쌔신이 공간을 열면서 나타났다. 본명 대신에 ‘문 워커’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랭커였다.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대규모 배리어를 형성했다. 아니, 형성하려 했다.

마력 입자가 모이기 직전에 스트리지가 쏜 월광의 은탄이 마법진을 모조리 파훼했다.

때문에 반발력으로 아다만틴 노바가 잠시 기능을 정지했고, 그때를 틈타 문 워커가 빅토리아의 목을 친 것이다.

쾅!

문 워커가 휘두른 검이 아슬아슬하게 빅토리아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작동하면서 새로운 결계를 민들어 비껴 낸 것이다.

하지만 충격을 완전히 상쇄할 수 없어 팔찌는 그대로 부서져 파편이 아래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 워커 등이 바라던 노림수였다.

부서진 팔찌가 빅토리아와 아다만틴 노바를 연결시켜 주는 단말이었던 셈이었다. 그런 것이 부서졌으니, 아다만틴 노바도 더 이상 마력을 공급받지 못해 기능이 정지하고 말았다.

빅토리아는 아차 싶은 마음에 아다만틴 노바 쪽으로 손을 뻗었지만.

『잡아.』

저 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지휘관이 턱짓을 했다. 최고의 용병 집단으로 분류된다는 철사자단답게, 십여 명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일제히 어깨에 두르고 있던 철궁을 풀어, 시위에다 강전을 실으며 빅토리아가 있는 곳으로 일제히 겨누어 쏘았다.

콰콰콰쾅-

퍼퍼펑!

또 다른 5대 명장, 마프가 제자 도공들에게 시켜 제작했다는 특산품, ‘마술강화전(魔術鋼火箭)’이 쏘아질 때마다 허공에서 잇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검은 매연이 잔뜩 퍼져 가는 가운데, 빅토리아가 새카맣게 그을린 채로 추락했다.

『안…… 돼……!』

빅토리아는 자신보다 먼저 아래로 떨어지는 아다만틴 노바를 억지로라도 붙잡고자 했다.

-누이. 부탁해.

저것이 있어야만 한다. 추격자들은 지금도 칸의 행방을 뒤쫓으려 하는 중이다. 칸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나, 구하고 싶은 녀석이 있어. 누이를 이렇게 희생시키는 것, 너무 몰염치하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탁할게.

칸을 직접 만난 것은 단 몇 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칸은 애타는 시선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도와줘, 제발.

시간을 벌어 달라는 부탁. 자신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대체 무엇 때문에 움직이고 있는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칸은 언제나 그런 녀석이었다.

오행산에 있을 시절에도, 평소에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이따금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한 시선. 하지만 그 시선은 빅토리아를 향해 있지 않았고, 이유를 물어볼 때면 늘 쓰게 웃는 게 전부였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속을 전혀 보여 주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했던 그녀로서는. 칸에게 정이 떨어질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에 자꾸 이끌렸다. 할망구라고 매번 놀려도. 칸은 그녀에게 소중한 동생이었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동생’이 아니라, ‘이성’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도와주고 싶었고. 어떻게든 시간을 더 벌어 주고 싶었다. 자신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냥.

그냥 그러고 싶었다.

지금쯤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자신을 찾고 계실 스승님의 모습이 언뜻 떠올랐지만.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전달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 같지만.

그때.

스걱-

손끝이 가까스로 아다만틴 노바에 닿으려는데, 문 워커가 불쑥 나타나 다시 칼을 휘둘렀다.

『아.』

아주 잠깐. 빅토리아는 그런 말만 내뱉었다. 피분수와 함께 손목이 분리되어 허공으로 튀고 있었다. 아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저 드는 생각은 하나. 아다만틴 노바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 저것을 붙잡아야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그게 전부였다.

쿵-

빅토리아가 그대로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진 까닭에, 몸이 그대로 으스러진 상태였다. 척추마저 아작 났지만, 미미하게 남아 있는 마력이 그녀의 숨을 겨우 붙잡았다.

철사자단을 비롯한 여러 플레이어들이 그런 빅토리아를 덮쳤다. 마지막 숨을 내뱉기 전에, 그녀가 숨긴 칸의 행방을 심문하기 위해서였다.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분명 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혈검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작자이니. 게다가 또 다른 뭔가를 숨기고 있을지 모르니 주의해!』

철사자단의 4단장, 토르카의 감독하에. 용병들은 혹여 빅토리아가 마법을 전개할까 싶어 디스펠 스크롤을 찢는 한편, 마력 구속구를 가져와 손발을 채웠다.

철컥, 철컥-

토르카는 엄중한 기색으로 빅토리아를 면밀히 살폈다. 그런 그의 옆으로 빙왕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너무 심하게 해치지는 마시게.』

『아직도 그런 말씀이십니까?』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자네들의 작은 주인을 보호하려는 것이기도 하고. 참작은 해 주게.』

작은 주인. 그런 말에 토르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많이 무뎌지셨습니다.』

『그런가.』

『예. 이전에는 그런 말씀을 하는 분이 아니셨잖습니까?』

토르카의 기억 속에서, 빙왕은 언제나 효율적인 목적 달성에만 집중하던 사람이었다. 그 과정에서 몇이나 희생이 되든 상관하지 않는 냉혈한.

『나도 나이를 든 게지. 그리고.』

빙왕이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렸다.

『그 친구와 척을 지고 싶지 않거든.』

토르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그 이야기이십니까?』

『하핫. 자네도 그 친구를 보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걸세.』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토르카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독식자. 이름은 몇 번씩이나 들어 봤다. 언제나 큰 사건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으니까. 칸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는 말을 얼핏 듣긴 했지만. 그래도 토르카는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말한다. 그가 홀로 패왕 벤티케와 트리톤을 무찔렀노라고. 어쩌면 아홉 왕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토르카는 그것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신흥 클랜? 남들은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칭송할지 모르지만, 결국 상승세를 탄 풋내기들일 뿐이었다. 단 한 명을 거꾸러뜨리지 못하고 스러진 트리톤이 그것을 증명했다.

반면에. 철사자단은 달랐다.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고, 가진 전력만 따진다면 거대 클랜에 못지않았다.

독식자가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홀로 상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뜻이었다.

빙왕의 경고?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빙왕은 늙었다. 나이를 먹으면 애가 되고, 잔걱정이 많아지는 법.

‘이번 일이 끝나면, 위에 전달해서 빙왕과의 거래도 모두 끊어야겠어. 실력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지만, 괜한 판단으로 전의만 상실케 할 수 있으니.’

그런 생각과 함께.

빅토리아에 대한 구속이 끝났다. 아다만틴 노바를 수거하기 위한 작업도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 모두 본단으로 되돌아 간……!』

토르카가 철수 명령을 내리려던 그때.

콰아아앙!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운석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엄청난 진동이 전해져 왔고.

수십 명에 달하는 용병들이 일제히 잘게 부서진 육편이 되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 중심에.

연우가 불의 날개를 한껏 펼치면서 빅토리아를 안은 채로 서 있었다.

그리고.

『이런.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인데.』

빙왕은 난감하다는 듯이 검지로 관자놀이를 긁적이면서, 토르카를 향해 어색하게 말했다.

『이번 판, 혹시 나는 빠지면 안 될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