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퀴네에 제작 (9)
연우가 미후왕의 허물을 삼키면서 터득한 제천류의 가장 큰 특징은 오행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오행이란 자연 본연의 힘.
더 이상 선술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의 힘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투여한 마력량이 크면 클수록 자연이 가진 힘도 덩달아 커진다는 뜻이 되었다.
자연재해를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존에 갖고 있던 여러 스킬과 권능에 접목시킬 수 있다면.
그때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 * *
검붉은 궤적이 길쭉하게 늘어나 허공을 가로질렀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녹색 머리칼의 여인인 아스트라이오스는 어떻게 미처 대응할 겨를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미처 읽지도 못했다. 어디서 무언가가 번쩍인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디스 플루토 소속의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있으나 마나 한 필멸자라고만 여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거력(巨力)을 읽은 순간, 뒤늦게 무시할 게 못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타르타로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어야 할 천계의 여러 신들의 신력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격을 터득한 초월자들이라면 누구나 증오할 만한 힘이 느껴졌다.
제천대성!
그 미친 작자의 힘이 왜 난데없이 여기서 나타난단 말인가!
하지만 아스트라이오스가 어떻게 대응해 보려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고.
파각-
검붉은 궤적은 정확하게 그의 신물, ‘데네브’를 꿰뚫고 지나갔다. 본래대로라면 웬만한 공격쯤은 가볍게 튕겨 낼 만한 결계가 둘러쳐져 있었지만, 신화를 둘러싸고 있던 여의봉은 그마저도 모조리 박살 내면서 저 높은 하늘에까지 다다랐다.
퍼어엉!
데네브가 폭발하면서 부서진 조각들이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 순간, 데네브의 소환 의식에 따라 강제로 어둠을 열고 태어났던 여러 마물들은 혼란에 잠겼다. 여태껏 녀석들을 끌어당기던 채널링 이 단절된 것이다.
크와앙!
크어? 크어어-
그리고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불의 파도-지글거리는 불씨]
[제천류-뇌벽세]
불의 파도는 한 번 폭발한다고 해서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방으로 흩어진 불씨들은 마력을 품고 있다가 2차, 3차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 주변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에 여기에 제천류의 강렬한 뇌기를 담을 수 있다면?
그때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콰르르릉-
우르르, 콰콰쾅!
수십 수백 개의 벼락을 잔뜩 응축시킨 강렬한 불벼락이, 연달아 쏟아지면서 성역 주변에 작렬했다.
분명 짙은 어둠과 잿빛 대기로 가득했던 타르타로스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불벼락이 내는 발광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뒤따라 이어지는 폭음과 어마어마한 열풍은 마물들을 깡그리 밀어냈다.
[검의 승화]
[악역-구축(驅逐)]
불벼락에는 비그리드의 옵션도 같이 섞여 있었다.
불벼락들은 절대 허튼 곳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연우가 시차 괴리를 사용하는 동안에 적수로 지정된 표적들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더불어 파사현정과 축귀구마에 뛰어난 성질답게, 마물들은 불벼락에 줄줄이 녹아내렸다.
데네브로 아스트라이오스의 가호를 여전히 받고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다면 ‘밥’이 될 수밖에 없는 신세였다.
콰르르-
[축복 전도]
거기다 표적이 죽고 나면 저주가 주변으로 다시 퍼져 나갔으니. 아스트라이오스의 명령에 따라 한데 뭉쳐 있던 마물들은 표적이 되지 않았어도 저주가 씌면서 대규모 디버프를 겪어야만 했다.
그 외에도 호구별성이나 투쟁 본능 같은 여러 권능들이 같이 적용되다 보니, 서로 연쇄 작용을 벌이면서 피해를 계속 확산시켜 나갔다.
마치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죽어 나가는 괴물들이 점점 불어났다.
[아가레스가 광소를 터뜨립니다.]
……
[비마질다라가 당신이 벌인 광경에 찬사를 보냅니다.]
[비마질다라가 당신에 대한 호감을 크게 드러내며, 이미 내렸던 권능을 회수하고 더 큰 권능을 하사합니다.]
[권능, ‘검은 구비타라’가 생성되었습니다.]
[검은 구비타라]
등급: 권능
숙련도: 0.3%
설명: ‘무소속’의 악마, 비마질다라가 선물한 권능.
비마질다라는 젊은 시절 오로지 투쟁만을 목적으로 살았던 아수라로서, 왕 중의 왕이 된 이후로는 그마저도 뛰어넘어 ‘황(皇)’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의욕이 조금씩 떨어져 휴식을 취하던 그는 우연히 하계를 내려다보던 중, 당신을 발견하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때문에 그는 절교라는 소속을 버리고, 왕 중 왕이라는 작위도 벗으면서 다시 야인(野人)의 삶으로 돌아갔다.
때문에 모든 신과 악마들은 그를 상대하기는커녕, 공포의 대상이 다시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두려움에 잠기고 말았다.
더불어 비마질다라는 초심을 되찾게 해 준 당신에게 감사의 선물로, 역대 사도들에게도 주지 않았던 주요 권능을 내리게 되었다.
* 혈화(血花)가 핀 자리
광역으로 적을 공격할 시, 35%의 확률로 피의 꽃을 심는다. 혈화는 대상의 영혼과 육체를 갉아 먹으면서 초당 30씩의 피해를 입힌다. 이때 입은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며, 혈화 하나당 시전자의 마력이 1% 씩 회복한다.
* 아수라의 왕
표적으로 설정된 대상에게 인위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대상은 공포에 젖어 기력이 깎이며, 적에게 공격을 가할 때마다 공격력이 계속 증가한다. 누적 15회에 걸쳐서 최대 열 배 이상의 파괴력을 선물한다.
* 현인(賢人)의 눈
권능이 발현되는 동안, 비마질다라의 눈을 가져온다. 억겁의 세월 동안 싸움을 계속 벌여 온 악마의 지식을 엿보아 전장에 적용시킬 수 있는 혜안을 터득한다.
비마질다라가 새롭게 선물한 검은 구비타라는 사실상 내용 면에서 비그리드의 옵션에 호응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적으로 지정된 대상에게 대규모 디버프를 걸고, 그만큼 비례해서 시전자에게 버프를 준다는 내용. 여기에 대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력의 회복 속도도 빨라지니 다른 연계도 가능했다.
더구나 연우는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신적인 존재와 어느 정도 겨룰 수 있는 힘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했으니.
이는 앞으로 신적인 존재들과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연우에게 아주 좋은 무기를 쥐여 준 격이었다.
더군다나 세 번째 옵션인 〈현인의 눈〉은 여러 공격 투로를 필요로 하는 연우에게 큰 지표가 될 수 있었다.
비마질다라가 일부러 연우를 위해서 이런 권능을 만들어 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크어어-
꾸우우웅!
결국 불벼락과 열풍이 휘몰아친 자리에 있던 괴물들은 하나하나가 붉은 혈화로 뒤덮여 고통 속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드래곤 킬러→화염륜→불의 파도→ 뇌벽세 → 축복 전도→검은 구비타라’로 이어지는 연쇄 공격.
연우는 한순간 체력과 마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곧 죽은 대상들에게서 끌어온 여러 힘들이 다시 체내를 가득 채워 주면서 가까스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더구나 공격은 거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죽은. 적에게. 축복을.」
허공 한가운데에서 인페르노 사이트가 열리면서, 부가 나타나 커다란 법전을 열고 있었다.
[혼돈이 축복을 내립니다.]
[권능, ‘무면목 법서’가 발동합니다. 에메랄드 타블렛의 힘이 더해집니다.]
[첫 장, ‘망석중이 다루기’가 열렸습니다.]
일전에 네크로폴리스 소속의 마법사 영혼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또다시 지식을 회복한 그는 이제 에메랄드 타블렛을 조금씩 되찾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혼돈이 내린 무면목 법서가 중심이긴 했지만, 이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었다.
촤라락-
법전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첫 장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츠츠츳-
지면을 따라 잿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그 속에는 칠흑왕의 절망 속에 담겨 있던 망령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망령들은 도처에 널려 있던 마물들의 사체에 들어갔다. 곧 사체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어. 나라.」
부의 명령에 따라, 사체들이 하나둘씩 꼭두각시 인형처럼 일어났다.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사지가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는 녀석들은 저마다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가장 근처에 있는 놈들에게로 와락 달려들었다.
크아앙-
가뜩이나 혈화로 뒤덮여 발목에 쇠사슬을 감고 있는 것처럼 괴로워하던 마물들은 계속 달라붙는 망석중이로 인해 결국 쓰러져야만 했다.
쿵, 쿠웅!
그렇게 성역을 금방이라도 침범할 것처럼 굴던 마물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죽은 영혼은 다시 칠흑왕의 절망으로 귀속되며 부에게 힘을 한껏 더해 주었으니.
하늘에는 어느새 본 드래곤까지 나타나 포이즌 브레스를 뿌려 대기까지 했다.
[케르눈노스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신령(神靈)이 깨어납니다.]
푸른 정령, 레베카는 서광을 한껏 드러내면서 삭풍이 되어 허공을 가로질렀고.
샤논과 한령은 저마다 시그니처 스킬을 터뜨리면서 여러 전쟁의 신들의 가호를 가져와 빠른 속도로 마물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비록 괴이들은 고치 속에 잠겨 있어 전력에 추가할 수 없었지만, 이미 이것만으로도 성역 주변은 어느새 연우의 힘으로 가득 덮여 있었다.
아니, 칠흑왕의 권능으로 뒤덮여 있었다.
모든 전쟁과 죽음이 그곳에 있었다.
[아레스가 당신이 벌인 성과에 크게 무릎을 칩니다.]
[네르갈이 수많은 죽음에 흡족한 미소를 띱니다.]
……
[전쟁의 신들이 크게 웃습니다.]
[전쟁의 악마들이 당신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입니다. 결과에 따라서 다양한 혜택과 가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죽음의 신들이 찬사를 터뜨립니다.]
[죽음의 악마들이 더 강한 권능이 없을까 고민합니다.]
[당신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결과에 따라서 격(格)의 수여 여부가 결정됩니다.]
연우는 자신이 빚어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면서, 아주 잠깐 언젠가 무왕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왕’들과 일반 플레이어들 사이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예.
당시 연우는 무왕의 말도 안 되는 힘을 어떻게 따라잡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 그렇게 물었었다.
물론, 거창한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
언제나 무왕은 이런 질문을 던질 때면 ‘잘’ 혹은 ‘알아서.’라고 대답을 하곤 했으니까. 그는 재능이 부족했던 연우가 따라잡기에 너무 먼 존재였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무왕은 진지한 고민에 잠기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재앙이 되면 된다.
재앙.
태풍이나 지진, 화산같이 인위적으로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재앙이군.’
연우는 자신이 지금 막 펼쳐 낸 광경이 무왕이 말한 ‘재앙’이라고 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비록 주먹을 가볍게 내지르는 것으로 도시의 절반을 날려 버리던 무왕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연우는 자신이 반쯤 재앙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홉 왕이나 다다랐다는 자리에, 드디어 한 발을 걸치게 된 것이다.
휘리릭, 착-
연우는 하늘 한가운데에 방점을 찍었다가 다시 되돌아온 여의봉을 한 손에 꽉 쥐었다.
우웅, 우우웅-
비그리드는 검은색으로, 여의봉은 황금색으로 젖어 잔뜩 울어 대고 있었다. 서로 상반된 두 색이 뒤섞이면서 공명하는 모습은 찬란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 순간, 연우는 저 머나먼 상공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던 하데스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시니컬한 모습만 보이던 하데스는 연우를 보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티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
공간이 울렁이는 듯한 착각과 함께 티탄 중 다섯이 단번에 튕겨 나 저만치 먼 곳에 있던 산자락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노오옴!”
신물인 데네브와 소환수들까지 몽땅 잃어버리게 생긴 아스트라이오스는 분노에 젖어 노호성을 터뜨렸다.
쐐애액-
녀석이 서릿발 같은 기세를 흘리면서 이쪽으로 쇄도했다.
다른 티탄들은 죽은 크로노스의 시정을 삼키면서 거신으로 화했다. 반면에 아스트라이오스는 그 짓이 머리와 몸이 아둔해지는 멍청한 짓이라고 여겨, 그동안 시정을 데네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다. 소환수들은 모두 크로노스의 시정에서 빚어낸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게 부서졌단 것은 모든 힘을 잃었다는 뜻. 다른 형제들에게 어떤 멸시를 받을지 모르기에, 화가 잔뜩 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연우의 모가지를 틀어쥘 심산이었다.
연우는 다시 마력을 끌어 올리면서 장창 형태로 결합된 비그리드와 여의봉을 움켜쥐었다. 신격이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도망칠 곳이 없는 이상, 정면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질 것 같지가 않아.’
이상하게 자신감이 너무 컸다.
자신이 벌인 저 재앙들 때문에 부쩍 고양된 걸까.
하지만.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았다.
[아가레스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흥! 지저 세계에나 박혀 버린 머저리들이 잘도 내 것에 손을 대려 하는구나.]
[아가레스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나를 받아들여라! 나를 깨워라! 그런다면 저 머저리의 낯짝을 후려칠 수 있게 도와주마. 어때? 너에게도 나쁘지 않을 텐데?]
그러고 보니 처음 타르타로스에 도착했을 때, 만났던 레이라는 하급 신격은 분명 자신이 디스 플루토의 부관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를 봤을 때 느꼈던 감상은 ‘의외로 약하다’였다.
신격은 무왕이나 여름여왕도 다다르지 못한 경지. 그러니 연우에게는 너무나 까마득하고 높게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신이라는 존재는 헤르메스나 아테나, 아가레스처럼 너무 지고하다고만 여기고 있었다. 아니, 처음 타르타로스에 떨어졌을 때 만났던 페르세스라는 티탄도 그만큼 강했다.
그러나 레이는 분명히 무왕에 비하면 절대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분명 아홉 왕과 비슷한 아우라를 풍기는 것은 맞으나, 무왕이나 여름여왕에 비하면 턱없이 뒤처지고 있었다.
이것을 두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신격이라고 다 같은 신격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필멸자보다 약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스트라이오스가 딱 그 정도로 보였다.
신물이 없어진 녀석은 레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강해 보였고.
지금의 연우에게는 채널링으로 연결된 900여 명의 신과 악마가 함께하고 있었다.
[흉신악살]
수많은 권능 중 아가레스의 것을 선택했다. 그러자 전의(戰意)가 단번에 끓어오르면서, 굶주린 야수 같은 본성이 돌출되었다.
[검은 구비타라 - 현인의 눈]
여기에 비마질다라의 혜안을 끌어왔다. 용마안과 화안금정이 그려 내던 세상은 온통 흑백의 명암으로 가득한 신세계로 변했다.
화아악-
연우는 그런 신세계로 한 발자국을 내디디면서.
콰르르릉!
손에 들고 있던 여의봉을 앞으로 거세게 내질렀다. 끝에 달린 비그리드가 검은 오러를 터뜨리면서 파편화된 검은 불길이 사방팔방으로 뻗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