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65화 (365/862)

15화. 하늘 날개 (3)

『그냥 갑자기 불현듯 든 생각인데.』

“……?”

연우는 정우가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빤히 쳐다보았다.

『하늘 날개 만들겠답시고, 바토리의 흡혈검으로 나 흡수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지?』

순간, 연우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었나?”

『…….』

정우는 슬쩍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연우가 말하니 진심처럼 느껴졌다.

* * *

『하늘 날개를 구성하는 가장 중심이 되는 축은 총 두 개였어. 만통. 그리고 칼라투스와의 링크.』

정우는 스킬 제작에 앞서서 하늘 날개의 구성 요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둘 다 너의 고유 특성인데?”

『어. 아마 스킬을 만들려면 이게 가장 걸림돌일 거야.』

만통은 정우가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특성이었다.

모든 마나로부터 축복을 받고, 아무런 부담 없이 수용하여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지녀 마법 분야에 있어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고룡 칼라투스와의 링크는 마력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연산 과정을 대체하는 역할을 했으니.

이 둘만 적절하게 이용해도, 큰 발전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링크는 용의 인자가 품은 가능성을 극대화시켜 주고, 만통은 여기서 뻗어 나가는 가지 역할을 해서 여러 스킬과 마법들을 한데 얽히게 만들었거든. 그러니 간단히 스킬을 발동하기만 하면, 다른 부가 효과들이 저절로 따라왔던 거고.』

“그렇다면 이 두 가지의 대체재를 찾아야겠는데.”

연우는 잠깐 고민에 잠기다가, 자신이 가진 고유 특성이 무엇인지 떠올려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냉혈.

어떤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냉정함을 찾게 해 주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는 특성이라면?

간혹 정말 흥분할 때면 특성이 먹히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연우는 냉혈의 도움을 톡톡히 보곤 했었다.

초창기에는 여러 내성이나 면역력을 얻어 내기도 하고, 가장 요긴하게 쓰는 스킬인 시차 괴리도 여기서 파생되었었다.

‘여러 권능이나 스킬, 마법, 버프 따위가 발동하면 육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 정신도 이때 많이 흐트러졌었고. 이것을 제대로 딱 고정시켜 줄 수 있다면.’

비록 여러 스킬과 권능을 어우러지게 하는 만통만큼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고정 역할을 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렇다면.

고룡 칼라투스와의 링크를 대체할 만한 건 무엇이 있을까?

다행히 여기에 대해서도 금세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현자의 돌.’

정확하게는 영혼석을 삼킨 현자의 돌이었다.

연우가 엿보았던 보라색 기운은 다양한 형태의 마력으로 보일 정도로 성질이 다양했다. 이것을 끌어올 수 있다면 여러 권능들을 전부 수용하고, 하나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연우는 이런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괜찮은데?』

정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스킬의 프로세스는 특성 작용을 시작으로, 인자 발동, 육체 각성, 권능 접촉, 효과 작동의 순인가?』

정확하게는 ‘시동어→냉혈→ 현자의 돌→용, 마, 신의 인자 발동→가능성 극대화→3차 용체 각성→ 마법 무장→권능 접촉→제어→효과 발현’의 순서였다.

『더럽게 복잡하네.』

정우는 머릿속으로 프로세스도 안을 쭉 그려 보고 가볍게 혀를 찼다. 워낙에 연우가 가진 것이 많다 보니, 공정 과정도 너무 복잡했던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복잡할 게 없었는데.

연우는 여러모로 달랐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각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연산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소모될 에너지도 막대할 거란 점이었다.

온통 비효율적인 것투성이였다.

문제는 이 중에서 버릴 만한 게 없다는 점이었다.

『우선은 이 과정들을 효율적으로 이뤄 낼 패턴을 여러 개 확보하고,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게 가장 급선무일 것 같아.』

“그러려면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겠는데.”

『표본과 자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때부터 연우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마력 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부좌를 틀고, 모든 의념을 현자의 돌 쪽으로 집중시켰다.

부르르-

현자의 돌이 잘게 꿈틀거렸다. 보라색 기운을 가득 삼키고도 겉보기엔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던 돌은 의념을 받아들이기 무섭게 마력을 줄줄이 토해 냈다.

아니, 이제는 마력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싶은 힘. 용, 마, 신의 세 초월종 인자들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영혼석까지 깃든 힘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연우는 360개의 코어를 한꺼번에 돌리면서 천익기공을 따라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위이이잉-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빨라. 너무.’

여태껏 연우는 용체 각성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을 때도, 새로운 인자를 계속 수용하고 권능들을 여러 개 추가했을 때도, 육체에는 무리가 갔을지언정 마력 운용에 이상이 생긴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체질이 바뀔 때마다 천익기공도 좀 더 효율적인 루트를 찾아 조금씩 변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드웨어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소프트웨어도 몇 배로 추가되면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지만 엔진 기능을 하는 현자의 돌이 일으키는 변화는 그런 것들과 차원이 달랐다. 가뜩이나 빠르던 스포츠카가 이젠 항공기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급이 달랐다.

당연히 기존 루틴을 따라서는 컨트롤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마신룡체라는 육체가 버거워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마력의 운용 속도는, 연우가 어떻게 제어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래서는 패턴을 뽑아내기 전에 육체부터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우선 천익기공부터 다 뜯어고쳐야겠어.’

마력 운용은 프로세스 패턴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이자 필수가 되는 부분이다.

여기서부터 삐끗거리게 되면 모든 게 엉망이 된다.

어차피 새 그릇에는 새 내용물을 담을 필요도 있었으니, 이참에 잘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천익기공을 개조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을 듯했다.

그동안 명인 급의 반열에 오르면서 내력 운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되기도 했고, 실전을 거듭하며 쌓인 경험, 제천류를 터 득하면서 얻은 미후왕의 묘리, 여름여왕을 흡수하면서 추가된 용의 지식과 포세이돈의 인자를 강탈하면서 얻은 세계관의 이해도도 있었다.

이외에도 정우가 특전을 수없이 거치면서 얻은 데이터들, 용신안으로 연결된 비마질다라의 지식도 일부 가져올 수 있었으니.

참고할 만한 것들은 아주 많았다.

연우가 가진 지식들도 절대 적지 않았다. 현자의 돌과 퀴네에를 만드는 등, 아홉 왕들조차도 해내지 못한 이벤트들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터득한 안목과 지식은 무공에도 충분히 접목시킬 수 있었다.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응용하는 건 크게 어려운 작업이 절대 아니었다.

[시차 괴리]

‘죄다 뜯어고칠 것투성이로군.’

애당초 시스템 메시지도 그렇게 말했었다.

마신룡체는 탑의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이벤트라고. 그렇다면 거기에 필요한 것들도 다 새롭게 짜 맞춰야 하는 것일 테지.

실제로 많은 부분들이 강제로 뜯겨져 나갔다.

단번에 출력할 수 있는 양의 한도가 몇 곱절로 늘어나고, 이것이 원활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회로가 개통되고 강화되었다. 필요할 때는 근골의 위치를 일부 바꾸기도 할 정도였다.

우드득, 두득-

낡은 부품을 교체하듯이.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쪽은 코어가 비정상적으로 회전이 빨라. 기능을 낮추고, 이 부근에다가 냉각 기능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 두면 좋을 것 같아.』

정우는 용마안을 열어 연우의 신체를 살피면서 개조에 필요한 부분들을 지적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연결 고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연우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무슨 사고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도움은 훨씬 순조로웠다.

특히 정우는 회중시계를 만들었을 정도로 영혼석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깊은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연우에게 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4개의 영혼석은 저마다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고, 각자 특징이 다 달라. 그러니 뭔가를 만들려면 여기에 중점을 둬야만 해.』

정우는 끝이 아주 뾰족한 송곳을 가져와, 가부좌를 튼 연우 옆에 조용히 앉아 그의 몸을 찌르기 시작했다.

탄력 있는 살갗이 송곳을 밀어 내면서 작은 멍 자국도 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정우는 영력을 실어 송곳을 세게 밀었다.

살갗이 살짝 찢어지면서 핏물이 맺혔다.

그런 식으로 정우는 연우의 몸에다가 일일이 핏자국을 냈다.

『‘오만’이 가지는 특징은 모든 것을 압도하려는 성질이야. 보이는 건 전부 짓눌러서 자신의 아래에 두려고 하지.』

핏자국은 모이고 모여 서서히 문신 형태가 되어 갔다. 문신이 오른팔을 거의 채웠을 무렵, 갑자기 살갖 표면을 타고 문양이 기이한 빛을 내면서 나타났다.

오래전부터 연우가 부를 시켜서 용골에다 새겼던 마법 무장의 룬 문자들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인 점은, 전부 아래로 두기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위계질서에 있어서는 평등을 추구한다는 것.』

정우는 그런 문신과 문자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도식(圖式)을 이끌어 냈다.

여태껏 세간에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마방진.

‘법화술식 마방진’이었다.

그가 아주 오래전부터 고룡 칼라투스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구상해서 만들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해 일기장에는 녹이지 못했던 도안.

하지만 연우의 마룡신체를 본 순간, 번뜩이는 영감이 일었고, 뭔가에 취한 것처럼 곧장 그것을 새길 수 있었다.

『그러니 전부 평등하게 다룰 수 있을 거야. 형의 마력을 순조롭게 흐르게 하도록 전부 ‘보조’하는 역할로 가는 거지.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마력회로와 육체적 기능, 권능, 마법, 스킬, 특성, 심지어 정신적 사고까지 전부 동등한 선에 두어 돌아가게 해.』

법화술식 마방진은 부분 부분이 완성되는 족족 시퍼런 빛을 내면서 다시 살갖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마력회로와 호응하면서,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착착 빠르게 재구성되었다.

[‘천익기공’과 ‘마력회로’가 호응하면서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천익기공: 71, 72, 73 91%…….]

[마력회로: 80, 81, 82…… 95%…….]

[축하합니다! ‘천익기공’과 ‘마력회로’의 스킬 숙련도를 Max치까지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킬과 관련된 모든 능력치가 향상됩니다.]

[힘이 20만큼 상승합니다.]

[민첩이 15만큼 상승합니다.]

……

[스킬과 관련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두 개의 스킬이 연동되어 새로운 스킬로 통합됩니다.]

[상위 스킬 ‘마나 오퍼레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마나 오퍼레이트’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여 빠르게 Max 치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산정하여 새로운 스킬을 탐색합니다.]

[상위 스킬 ‘차크라 마스터리’를 오픈합니다.]

……

[‘차크라 마스터리’의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여…….]

……

[외부에 새겨진 ‘법화술식 마방진’의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신살’ 이벤트를 통해 획득한 ‘초월성’이 일부 적용되어, 새로운 스킬을 탐색합니다.]

띠링-

[상위 스킬 ‘아트만 시스템’이 생성되었습니다.]

[아트만 시스템]

넘버링 ???(측정 중)

숙련도: 0.0%

설명: 호흡(息)은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행위로, 외부인 자연과 내부인 나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유동되는 공기는 마력을 함유하여 ‘나’를 우주와 자연으로 인도하며, 일정한 한계를 뛰어넘을 시에 초월적인 자아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

* 삼사라 오퍼레이팅

상호 작용한 정신적 힘과 육체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내분비계를 따라 에너지를 회전시킨다. 6개의 큰 집합소와 8만 8천개의 작은 집합소를 따라 자유롭게 운용되며, 연동된 각종 신경계를 따라 육체 및 마력적 변화를 꾀한다.

* 무크티 리드

가공된 에너지를 체외로 배출하여 뛰어난 효과를 드러낸다. 정신적 작용과 체외 발현에는 큰 시차가 나지 않으며, 이때 나타나는 효과는 에너지의 종류와 이해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스킬은 ‘유니크’입니다. 탑에서도 오로지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타인에게 전수하는 데 성공할 시에 유니크 항목은 사라지고, 대신에 창조자에게 주어진 부가 혜택 옵션이 제공됩니다.

**아직 미완성인 스킬입니다. 하지만 잠재 가치가 높으니 ‘완성’을 이루어 높은 등급 혹은 넘버링을 획득하세요.

용종만이 가진다는 마력회로와 연우가 창안했던 천익기공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마력 운용법.

당연히 여태 탑에서 사용되어 오던 기존 체계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가 당신을 보며 탄성을 터뜨립니다.]

[신의 사회, 〈천교〉가 당신이 창안한 마력 운용법에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신의 사회, 〈데바〉가 가졌던 악의적인 감정이 호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다시 한 번 더 당신의 격에 대한 논의 및 안건을 미룹니다.]

[다수의 신이 고심에 잠깁니다.]

[여태 흥미 수준에만 그쳤던 다수의 악마가 당신을 진지하게 고찰합니다. 사도로 맞고자 하는 탐욕을 숨기지 않습니다.]

[소수의 신이 영혼석(오만의 돌)의 사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합니다.]

[소수의 악마가 당신에 대한 처리를 고심합니다.]

연우는 서로 따로 놀던 육체와 마력이 맞물리듯이 아귀가 딱 들어맞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육체에 맞는 마력 운용을 찾았으면, 이제 패턴 데이터를 뽑는 방향으로.’

활발하게 돌아가는 마력을 한껏 느끼면서.

연우는 여태 잠들어 있던 초월종의 인자들을 한껏 깨웠다.

자동적으로 용체 각성이 이뤄지면서 권능들이 활발하게 날뛰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띠링, 띠링-

[〈데바〉의 신, 아그니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절교〉의 악마, 바치가 당신에게 깊은 흥미를 보입니다.]

[현재 가능한 권능 수: 692개]

권능의 수는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 * *

아트만 시스템의 확립 이후, 연우는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뽑아 낼 수 있었다.

세 인자들을 차례로 개방해서 신진대사의 변화를 체크하고.

용체 각성 뒤에 이뤄지는 신체 변화에도, 아트만 시스템이 잠시 간의 쿨타임도 없이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능을 조금씩 개선해 나갔다.

여태껏 사용하지 않았던 루트로 마력을 운용했다가 근골이 돌아가기도 하고, 코어가 망가지면서 마력이 역류를 일으키거나, 심지어 사지를 잘라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연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재생 스킬로 몸을 복원시켰다.

그리고 정우와 함께 신체적 변화를 빠짐없이 기록해 나갔다.

이때만큼은 정말 아무 감정도 없이 오직 연구에만 집중하는 눈을 하고 있어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까지 질릴 정도였다.

자신의 몸을 저렇게 마루타로 쓰는 사람도 찾아볼 수가 없을 테니까.

마치 시험대에 올라온 표본을 무미건조한 손길로 만지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런 여러 번의 관찰 덕분에 연우는 마신룡체에 대한 비밀을 빠른 속도로 파악해 나갈 수가 있었다.

여기에 정우의 아이디어까지 더해지면서, 아트만 시스템의 숙련도도 빠른 속도로 올랐다. 이제 마력 운용은 ‘만통’ 특성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손쉽게 이뤄질 정도였다.

그렇게 육체에 대한 필요한 데이터는 모두 뽑았다 싶을 때 즈음.

연우는 신체에만 국한시켰던 의념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둘러싼 시선은 어느새 5천 개를 훌쩍 넘고 있었다. 계속 추가되는 예비 권능들을 속속들이 받아들인 결과. 다행히 이제는 아무리 많은 채널링이 연결되어도 신체에 전혀 부담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이걸 전부 통제에 두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

저 너머에 있을 여러 초월자들은 연우가 뭘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이었다. 몇몇은 냉소적이면서도, 연우가 어떻게 해낼지 궁금증을 보이기도 했다.

쉽지는 않을 테지만.

연우는 이 권능들을 전부 삼켜 버릴 생각이었다.

하늘 날개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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