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67화 (367/862)

17화. 하늘 날개 (5)

『이번에는 날개라. 늘그막에 괴상한 주인을 만나더니, 이제는 별걸 다 만들어 보는군.』

키클롭스 브론테스는 연우가 가져온 444개의 깃털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키클롭스 3형제는 최근 디스 플루토가 가져온 병장기를 수리하거나, 부서진 성역을 복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워낙에 오랫동안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처리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연우가 가지고 있는 재화는 아주 많았고, 필요할 때마다 외부에서 아트란을 통해 물자를 추가할 수도 있었으니.

디스 플루토는 마른 사막을 헤치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간만에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여태껏 짜증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부관과 병사들의 얼굴에도 조금씩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가능케 해 준 연우에 대한 신망도 나날이 커져 갔으니.

처음 연우가 하데스의 맹약을 깨뜨린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도, 이제는 이유가 있어 그랬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실제로 티탄과 기가스들도 아직 특별한 반응이 없었고, 파견한 척후병에게서도 이렇다 할 만큼 이상한 징조를 파악할 수 없다는 보고를 계속 받고 있었다.

휴전 협정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디스 플루토는 재정비를 빠른 속도로 해 갈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신망과 다르게, 연우는 여전히 디스 플루토 앞에 보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명분은 협약을 깨뜨린 것에 대한 벌을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권속들도 주인인 하데스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함부로 그를 석방해 달라고 요청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브론테스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연우가 투옥된 것을 빌미로 다른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가져온 깃털들은 그로서도 크게 놀랄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이것들, 대체 뭔가?』

날개를 만들어 달라기에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었었는데.

깃털들을 꼼꼼하게 살핀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깃털 하나하나가 엄청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영압이 실려 있었다.

단순히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영혼이었다면 공간을 누르는 무게감에 같이 휩쓸려 그대로 찢겨 나갔을 엄청난 양의 영압. 그리고 영력.

검은 깃털을 따라. 음험하고, 끈적끈적한 공허가 스멀스멀 피어 나고 있었다.

브론테스는 저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죽음.

이미 자신도 겪어 본 바가 있던. 운명을 가진 필멸자라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러 가지 형태를 띠고서.

어떤 것은 질병을, 어떤 것은 잠을, 또 어떤 것은 고통의 형상을 한 채 각각 죽음을 그려 내고 있었다.

특히 몇몇은 하데스도 함부로 하기 힘들 것 같은 대신격의 힘이 풍기기도 했다.

올림포스의 신들을 위해서 수많은 신물을 제작해 본 브론테스로서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것 들이었다.

이를테면.

그래. 초월자의 파편. 그런 단어가 어울릴 것 같았다.

그네들을 구성하고 있는 신화의 일부를 툭 잘라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둔 것 같은.

저것을 가공하면 신물이나 성역, 혹은 삼키는 여부에 따라서 권능이 탄생하는 것일 텐데.

어떻게 저런 걸 구한 걸까?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날개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스킬로 사용할 것이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유사시에 무기나 방어구로도 사용할 수 있게 물리적인 실체도 제대로 갖춰졌으면 합니다. 이왕이면, 새의 날개처럼 부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비행도 자유로웠으면 좋겠고요.”

연우는 며칠 동안 정우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완성한 도안을 보여 주었다.

왼쪽 날개의 설계도였다. 구조가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각 부위에 필요한 부품이나 재료, 마법적인 장치에 대해서도 빼곡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쉽게 형태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자세했다.

브론테스도 쉽게 머릿속으로 왼쪽 날개를 그려 보고, 고심에 잠겼다.

『복잡하군.』

이 정도면 신물의 격도 넘지 않을까.

깃털만 해도 놀라운데, 이것을 전부 수용하려는 왼쪽 날개의 공정 과정은 아주 복잡했다.

문제는. 도안대로 만들 수 있다면, 실용성도 무척 뛰어날 거란 점이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 날개는 내구성이 단단해서 몸에 두르면 갑주가 되고, 날개축과 끄트머리에는 날카로운 칼이 박혀 있어 육탄전으로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적은 그대로 쓸어 내기 좋은 형태였다.

정우의 하늘 날개가 가지고 있던 유용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불의 날개만이 가졌던 특성이나 장점도 덧붙였다. 마음먹을 때마다 날개를 따라 크게 퍼져 나가던 화력은 유사시에 큰 조커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평소 추가하고 싶었던 부분을 보충하여 갖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였다.

애당초 단순히 버프용 스킬로만 사용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날개라는 형태를 고집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우는 이것이 자신의 스킬이자 방어구이며, 때에 따라서는 수족이 될 수 있는 만능 형태의 병기가 되길 바랐다.

브론테스에게 보여 준 것도 전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 하나로 아예 제대로 뽕을 뽑으려 드는군. 웬만한 신물 따위는 아예 비교도 되지 않겠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정확한 건 해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몇 가지 충고를 해도 될까?』

브론테스는 3대 신물을 만든 장인답게 뛰어난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의견을 보태 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쪽 축의 부분에 너무 많은 마방진이 박혀 있어서 오히려 마력이 들어갔을 때 비효율적일 것 같네. 그러니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넓게 펼쳐서, 톱니바퀴의 형태로 작동을 시킨다면…….』

* * *

연우가 한창 브론테스와 함께 왼쪽 날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무렵.

『……보고도 믿을 수 없군.』

『오랜만이야. 미…… 아니, 네메시스. 옛날 모습이 하나도 안 남아서, 형이 말 안 했으면 끝까지 몰라봤을 것 같은데?』

정우는 네메시스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커다란 눈동자가 쉽 새 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미 연우의 시선을 통해 정우가 다시 나타난 것을 보고 있었지만.

그는 여태껏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두려웠다.

자신이 혹시 환영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 때문에.

혹은 또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아주 긴 시간 동안 공허 속을 떠돌던 때. 네메시스는 계속 꿈을 꿨다. 정우와 함께하던 시간들. 함께 층계를 공략하고, 구르고, 고생하다가 웃던 행복한 순간들을.

언제나 그는 정우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염원하던 정우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당연히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섣불리 손을 뻗었다가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허상이 되어 흩어지 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 억지로 지탱하고 있는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으니.

하지만.

『과묵한 건 여전하네.』

『……정말 너로군.』

네메시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게 진짜 정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직접 그를 마주하면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과 다르게.

네메시스는 평소보다 마음이 더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반가운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오래전에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처럼. 반갑지만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듯이.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정우는 네메시스를 한껏 끌어안으면서 제 몸통만 한 머리를 한참 동안 쓰다듬었다.

『그런데 난 그렇다 치고, 넌 어떻게 된 거야? 칼라투스가 널 공허로 보냈었다면서?』

정우는 여태 머릿속의 의문으로만 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대체 어떻게 칼라투스가 여태 살아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네메시스에게 드래곤 하트를, 자신에게 레어를 주고 난 뒤에 마나의 품으로 돌아간 것을 분명히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었으니까.

혹시 사념체를 남긴 건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칼라투스가 마나의 품으로 돌아간 뒤,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으니.

하지만 네메시스를 공허로 보내면서 기다리라고 했던 것은 고룡 칼라투스였다고 했다.

연우도 처음으로 용체 각성을 이룰 때, 분명히 칼라투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용의 신전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는 말까지 했다던가.

그렇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주인과 나는 전 주인, 그러니까 그대를 회중시계와 함께 지구로 보내 준 것도 칼라투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와, 회중시계를……?』

정우는 불현듯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쭈뼛 세웠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다. 자기도 모르고 있는.

『그래서 궁금한 것인데.』

네메시스의 두 눈이 깊어졌다.

『전 주인, 너는 회중시계가 지구로 온전하게 가리란 걸 어떻게 알았던 거지? 난 늘 그게 궁금했다. 그런 확신이 있었으니 일기장을 남긴 것이지 않나.』

『…….』

순간, 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정지되었다. 마치 이 이상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듯. 단단한 뭔가가 그의 사고 회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네메시스는 그런 정우의 반응을 보고 뭔가를 느낀 듯, 크게 눈을 떴다.

『너……?』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말게, 네메시스.』

네메시스의 머릿속으로 브라함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이어졌다. 씁쓸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아무 말도.』

네메시스는 그가 왜 그러는지를 깨닫고, 자신도 똑같이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 * *

“표정이 왜 그런 거냐?”

연우는 딱딱하게 굳은 정우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 나…….』

“……?”

『아냐. 아무것도.』

정우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우는 녀석이 왜 그러나 싶었지만, 정우는 연우가 자세하게 캐묻기 전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왼쪽 날개는? 완성됐어?』

“일단, 기초적인 부분은.”

연우는 방금 전에 부에게 부탁해서 등에다 새긴 문신에 마력을 부여했다.

[‘칠흑왕의 형틀’이 작동합니다.]

[최초 명령어, ‘영혼 수확자’가 가동되었습니다.]

[소울 컬렉션과 성공적으로 연동되었습니다.]

[망령이 움직입니다.]

[마력이 부여되었습니다.]

……

[오러가 가동됩니다.]

출력 메시지가 연달아 나타나더니.

등허리를 타고, 여러 줄기로 복잡하게 그려진 인장이 빛을 내면서 떠올랐다.

인장이 얼마나 밝은지, 입고 있는 옷을 뚫고 확연히 드러날 정도였다.

그리고.

[스킬, ‘하늘 날개(임시, 왼쪽)’가 발동되었습니다.]

화아악-

인장은 곧 검은 불길과 함께 확 하고 크게 치솟으면서 세 갈래로 나누어진 날개로 변했다.

시커먼 불길을 마구 쏟아 내는 날개는 주변 공기가 마구 들끓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불길 하나하나는 전부가 불의 파도를 극한으로 압축시킨 오러의 변형이었다.

성화, 마력, 보라색 기운이 극한으로 압축된 검은 오러, 흑염강. 언제나 비그리드에만 두르던 오러를 이제는 하늘 날개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아예 등에 매달게 된 것이다.

『……미쳤어, 정말.』

정우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불의 파도가 가지는 파괴력을 생각한다면, 수십 수백 개나 되는 폭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지만.

연우는 그런 것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정말 그는 여차하면 날개를 폭발시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패로도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키클롭스 3형제의 공정, 브라함과 부의 술식 연산 검토 덕분에 안정화가 많이 이뤄진 상태.

평상시에 폭발할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넘치는 게 마력이니.’

연우는 아트만 시스템을 이용, 현자의 돌에서 왼쪽 날개로 이어지는 직렬 회로를 구축해 둔 상태였다.

영혼석의 마력만 있다면, 날개를 1년 내내 발동시켜도 화력이 꺼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대신에 그 전에 육체가 과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겠지만.’

연우는 가볍게 혀를 차면서 왼쪽 날개에 새겨진 두 번째 옵션을 발동시켰다.

저 멀리, 하늘로 이어지는 채널링, 아니, 서버가 활짝 열렸다.

[666개의 권능이 차례대로 발동됩니다.]

검은 불의 날개를 바탕으로, 기존에 획득한 444개의 깃털 외에 추가로 얻은 222개의 깃털들이 일제히 붉은빛을 내면서.

연우를 따라, 공간 위로 수많은 마방진이 활짝 열렸다.

고운 이펙트를 뿌려 대는 666개의 권능은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모든 죽음의 신들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든 죽음의 악마들이 ‘그분’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았다면서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쉽니다.]

[다수의 신들이 경악합니다.]

[다수의 악마들이 굳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1, 올림포스)이 고요한 눈빛이 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2, 올림포스)가 두려운 마음을 갖습니다.]

……

[비마질다라가 당신의 수행에 크게 흡족해하면서 박수를 치며 감탄합니다.]

[비마질다라가 언젠가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아가레스가 당연한 게 아니냐며 코웃음을 칩니다.]

정우는 용마안으로 왼쪽 날개를 꼼꼼하게 살폈다.

혹시 스킬의 프로세스에 에러가 발생하지는 않았나, 채널링 간에 혼선이 벌어지지는 않았나, 에너지 효율에 문제가 있지는 않나, 당장에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다.

다행히 이렇다 할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자잘한 부분들이야 앞으로 천천히 보완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일단은 문제가 없는 것 같네. 칠흑왕? 그 아저씨가 사기이긴 진짜 사기인 것 같은데.』

“그렇겠지.”

연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칠흑왕의 권능이 코어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왼쪽 날개를 완성할 수 없었을 테니.

생각보다 죽음의 신과 악마들도 협조적으로 따라 주었다. 칠흑왕의 권능을 강화시킬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후계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라 여겼던 걸까.

어떤 목적이었든지 간에, 연우에게는 좋은 결과였다.

『왼쪽 날개에 넣을 다른 권능들도 차차 정리하면서 추가하면 될 테고. 그럼 이제 남은 오른쪽 날개가 문제인데…….』

오른쪽 날개는 칠흑왕처럼 키워드를 확 묶어 줄 핵심 소재가 없었다.

그래서 정우는 연우가 오른쪽 날개의 메인 코어로 삼을 게 무엇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연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물어도 엷게 웃기만 할 뿐, 속 시원하게 말해 주질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려는데.

“카인! 큰일 났어!”

갑자기 두 사람이 있는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다급하게 누군가가 뛰어들어 왔다.

연우는 어느새 얼굴에 가면을 쓰고, 정우는 조용히 회중시계로 들어가 사라지고 없었다.

“무슨 일이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도일이었다.

헉.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에는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형! 혹시 아이테르인가 하는 자, 아세요?”

가면 아래, 연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슬쩍 손에 쥔 회중시계를 보았다. 회중시계의 초침이 정지했다.

“그놈이, 왜?”

연우의 질문에. 도일이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놈이 형을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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