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68화 (368/862)

18화. 하늘 날개 (6)

“이게 네놈들의 짓이 아니면 대체 누구 짓이라는 거냐?”

“말했지만, 우리는 아냐. 다른 놈들의 수작질이다.”

“여기에서 너희 말고 누가 그딴 짓을 해? 잔말 말고 카인인지 뭔지 하는 새끼 당장 여기로 데려 오라고!”

하데스의 권속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성역의 중심, 아고라.

그곳에서 아이테르와 칸이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뒤에 서 있던 빅토리아와 갈리어드, 크로이츠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둘의 언성이 높아지고, 여차하면 칼부림까지 할 정도로 살벌한 기세가 흘렀다.

그럴수록 주변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직 둘을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분명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구경꾼들 사이에도 패가 갈리는 중이었다.

오래전부터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디스 플루토의 신임을 받고 있던 파네스 일행이었기에. 군단 내에서 아이테르에 대한 사람들의 호의는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건 연우 일행도 마찬가지.

부족한 물자를 채워 주고, 병장기도 무상으로 수리해 준다. 특히 하데스의 신물, 퀴네에를 제작하여 그들의 주인에게 진상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 두 집단 간에 충돌이 벌어졌으니, 디스 플루토로서도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런 난리를 피워 대는 것인가?”

디스 플루토의 13군단장, 차날이 병력을 대거 끌고 나타나면서 그들을 중재하고자 했다.

원래대로라면 신격도 얻지 못한 한낱 플레이어들의 사건이라며 무시를 해 버렸을 테지만.

연우 일행과 파네스 일행은 모두 디스 플루토도 쉽게 이뤄 내지 못했던 ‘신살’을 해낸 중요한 동맹군이었다.

그로서는 한쪽의 편을 들어 주기도 힘든 입장. 일단 되도록 양측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볼 생각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자신의 눈길이 닿지 못한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우선 전반적인 사정이라도 알아야 어떻게 해결을 해 주든, 누구의 손을 들어 주든 할 것 아닌가.

하지만.

“13군단장께서 신경 쓰실 게 아니오.”

아이테르는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을 거부했다. 너와는 전혀 관계 없다는 듯이.

순간, 차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이테르도 그제야 순간 속으로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상대는 하데스가 자랑하는 13개 군단의 총수라 할 수 있는 자. 하데스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신격도 소지하고 있으니, 사실상 버림받은 신의 일족인 그가 절대 이렇게 무시할 수가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올림포스〉의 신, 포세이돈이 흥미 가득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헤스티아가 함께합니다.]

[데메테르가 함께합니다.]

[헤라가 함께합니다.]

자신에게 따라붙은 시선들을 느끼면서. 아이테르는 쪼그라들었던 심장을 다독이며 가슴을 다시 당당하게 펼 수 있었다.

‘젠장! 그래. 어차피 기호지세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게 최선이야. 올림포스의 대신들이 함께하는데 뭐가 무서울까.’

프로토게노이 족은 신혈을 갖고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오히려 영락한 신이라는 이유로 초월자들로부터 비웃음만 사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아이테르는 아르티야의 멤버로서 승승장구를 할 때에도, 이렇다 할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도중에 마군으로 전향하려고 했던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결국 천마의 관심은 끌지도 못하고, 되레 파네스에게 코를 꿰이긴 했지만.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인형극에 놓인 꼭두각시 인형처럼, 자유의사 없이 멋대로 각본에 놀아나니 그토록 바라던 신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아이테르는 그런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게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몇 번이고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모든 게 엿 같아서.

뜻대로 풀리는 것 하나 없이, 이렇게 조종만 당하는 스스로의 신세가 한탄스럽기만 했다.

이렇게 구차하게 사느니 자결을 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에게는 그럴 용기조차 없었다.

-개는 개답게 그저 짖기만 하세요. 시키는 대로.

파네스의 말마따나 그는 한낱 개에 불과했다. 짖으라고 할 때 짖고, 꼬리를 흔들라고 할 때에 꼬리를 흔들어야 하는 개.

-밤새, 다시 신탁이 내려왔어요. 디스 플루토 사이에 퍼지는 ‘카인’이라는 자의 영향력을 최소한으로 국한시킬 것.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가차 없이 죽일 것.

카인이라는 자가 뭘 꾸미든, 아이테르는 자신과 크게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전에 몇 번씩 접점이 있었어도, 그와는 이렇다 할 큰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섯 신성인지 뭔지 하는 소문도 파다하다지만, 그에게는 관심 밖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포세이돈 등이 신탁을 내리게 된 원흉.

-그가 바로 신벌을 받을, 적이에요. 아마 어둠 속의 어둠은 그를 가리키는 말일 테지요. 하지만 그와 일행들은 삿된 말로 디스 플루토의 이지를 흐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부터 차단해야겠어요.

그래서 파네스는 연우 일행에게 징벌을 내리기에 앞서, 우선 그들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연우 일행에 대해 확실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성향은 어떤지. 전력은 얼마만큼 되는지.

아주 냉정하게.

-그러니 당신이 나서 주셔야겠어요.

아이테르는 그것을 위한 미끼로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미끼를 바라보는 네 신들의 시선은 단단히 고정되어,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속속들이 엿보고 있었다.

특히 포세이돈의 시선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영락하고 나서도 여전히 옛 영광을 버리지 못한 못난 옛 신의 후손에 대한 경멸도 같이.

“그래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유를 설명하라. 그래야 이쪽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테니.”

차날은 짜증이 났던 마음을 최대한으로 가라앉히고, 그렇게 물었다. 다만,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한 번만 더 시건방지게 군다면 가차 없이 죽이겠다는 듯이.

아이테르도 그제야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칸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아이테르는 그가 개입할 여지를 절대 만들어 주지 않았다.

“하아! 보십시오. 이것을.”

“부러진 창이로군. 이게 왜?”

“이것이 이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창이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것도 파네스께서 신살을 해내실 때, 옆에서 메가에라의 발목을 잘랐던 성창(聖槍)입니다.”

차날의 눈이 살짝 커졌다. 티탄 아스트라이오스에 이은 메가에라의 죽음은 디스 플루토에게도 큰 사기 진작을 주었었으니까. 그런데 도움을 주었던 창이다?

“그때 창의 내구도에 문제가 생겨 어떻게 수리를 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던 차에, 이곳 성역으로 돌아와 우연찮게 카인 일행이 병장기 수리를 말끔하게 해 준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군이고, 같은 플레이어이니 믿을 수 있겠다 싶어 수리를 맡겼었는데…….”

“이렇게 되어 돌아왔다. 이것인가?”

“아닙니다. 분명히 수리가 다 되어 돌아왔었습니다.”

차날은 아이테르가 무슨 말장난을 하려는 건가 싶어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테르는 차날이 따지기 전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겉보기에만 멀쩡했다 이 말입니다. 창을 돌려받고, 오늘 아침에 수련을 하던 중에 너무 쉽게 터져 버렸습니다.”

차날도 그제야 아이테르의 말뜻을 알아채고 침음을 흘렸다. 만약 별다른 확인 없이 이 창을 들고 그대로 전투에 참전했다면? 큰 사달이 벌어졌을 것이다.

아이테르는 정말 억울하다는 투로 절실하게 연기했다.

“혹시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 저와 비슷하게 물건을 맡긴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확인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오히려 저희 일행의 무구들에만 이상이 벌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게다가 제 창은 전투로 많이 훼손되었어도 이렇게 쉽게 부러질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태를 두고,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아이테르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신경질적으로 바닥에다 집어 던졌다.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 따지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파티장이라는 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자기들은 전혀 죄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 대니 화가 안 나겠습니까?”

웅성웅성.

아이테르의 열변이 통한 것인지,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설마 그랬을까 하는 의견부터, 라이벌 그룹인 파네스 일행을 내쫓는 게 목적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그게 아니오!”

칸은 그게 아니라며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 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반쯤 저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이테르는 자신의 연기가 제법 잘 먹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씰룩거리려는 입술을 억지로 꾹 눌러야만 했다.

[포세이돈이 연기가 일품이라며 조롱을 던집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날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손으로 짚고 말았다. 생각보다 사안이 더 복잡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 디스 플루토 사이에 플레이어들의 영향력이 자꾸 커져 노파심이 생기던 차이기도 했었다.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무리가 지어지고, 파벌이 형성되기 마련이었으니.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차단하는 게 그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정리를 할 새도 없었다.

둘 모두 너무 큰 업적을 세우다 보니, 자신이 어떻게 제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버린 탓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위만 두고 봤을 때, 자신이 연우나 파네스를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수준이었다. 그는 하데스의 사도, 람도 꺾을 자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한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파네스 일행과 연우 일행을 부딪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협정이 결렬되어 언제 티탄과 기가스가 공격을 해 올지 모르는 마당에, 괜한 힘을 뺄 수 없었으니.

‘람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이럴 때는 플레이어 군단을 지휘하는 람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면 편할 텐데.

최근에 그녀는 하데스의 명령을 받아 여기저기를 바쁘게 뛰어다니는 판국이라, 도저히 개입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면, 이쪽에서도 무력으로 나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이테르의 엄숙한 말과 함께.

채채챙!

그의 뒤편에 시립해 있던 파티원들이 일제히 창칼을 뽑았다. 당장에라도 칸에게 달려들 태세였다.

칸 등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신경전을 벌인다고 해도, 정말 칼부림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빅토리아와 크로이츠, 갈리어드도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병장기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칸은 손을 뻗어 재빨리 그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뒤쪽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의 리더는 연우였다. 연우의 허락 없이 함부로 칼부림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신에.

화아아-

그는 여태 숨겨 두고 있던 기세를 단번에 풀어냈다. 짙은 피 냄새가 확 풍기면서 살이 따가울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흘렀다.

순간, 아이테르 등이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뭔 놈의 살기가……?’

아이테르의 한쪽 눈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철사자의 아들 정도로만 여겼던, 마군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놈이 이렇게까지 강한 힘을 풍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칼, 다시 넣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사실 피 냄새랑 쇠 냄새를 좀 싫어해서.”

칸은 아이테르를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물러날 아이테르가 아니었다. 그는 한쪽 입술 끝을 비틀면서 손을 활짝 펼쳤다. 손이 번쩍 하고 빛무리에 잠겼다.

〈백광(弟光)〉. 그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스킬이 터졌다.

“싫어하면, 뭐? 얼씨구나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 숙이고 물러설 줄 알았나?”

긴장감에 극에 달하며 디스 플루토의 분위기도 서서히 흉흉하게 변해 갔다.

둘을 지켜보고 있던 차날도 결국 참지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군단장인 자신 앞에서 무기를 꺼낸 것 자체가, 자신과 디스 플루토를 무시한 행위였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서려는데.

쾅!

갑자기 폭음이 울리더니, 아이테르가 뭔가에 거세게 충돌하며 뒤로 크게 튕겨 나고 말았다.

녀석은 한참 동안이나 바닥을 뒹굴어야만 했다.

칸 등도 크게 놀란 눈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켁, 켁……! 컥!”

아이테르는 피를 토하면서 고개를 들려고 했다. 대체 어떻게 자신이 튕겨 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공격.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보고 싶었지만.

그는 뒤통수를 짓누르는 발길질에 다시 얼굴을 바닥에다 처박아야만 했다.

“감히 하데스 님이 계시는 곳에서, 그분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칼을 빼 들어? 네놈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람은 아이테르가 일어날 수 없게 머리를 몇 번 더 지근지근 밟으면서 으르렁거렸다. 앙칼진 목소리만큼이나 날카로운 살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사위를 압도하고 말았다.

그녀는 거침없이 창을 휘둘러 백광으로 물든 아이테르의 오른손을 잘라 버리고, 파네스 파티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테르의 비명 따윈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녀석들은 기백에 압도되어 뒤로 주춤 물러섰지만. 여전히 꺼낸 병장기는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더더욱 람의 심기를 거슬렀다.

수화악-

람은 검은빛에 잠긴 창을 횡으로 길게 쭉 그었다. 그러자 녀석들의 오른손이 병장기와 함께 피분수를 일으키면서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크아악!”

“아악!”

그야말로 가차 없는 손속. 여태 아군을 몇 번이나 도와준 소중한 동맹군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투였다.

람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 하데스의 위신이었다.

모시는 신의 위명을 더럽히는 행위는 설사 같은 군단의 병사라고 해도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성역에서 날붙이를 꺼낸다는 것은 신을 모욕하는 짓. 당연히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아무리 주요 전력인 파네스가 빠졌다고 해도, 신살까지 해냈던 파티를 창질 한 번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속셈이지? 똑같이 무기를 꺼낼 테냐?”

람은 여전히 엉거주춤 서 있는 칸 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칸의 뒤에서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

“…….”

“…….”

조용히 병장기에서 손을 거뒀다.

대체 저런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나오는 건지.

칸은 식은땀으로 옷깃이 축축하게 젖는 것을 느껴야 했다.

* * *

“…….”

『…….』

도일과 함께 다급하게 위쪽으로 올라온 연우는 곧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진상을 피우고 있다던 아이테르가 원산폭격(?) 자세로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으니.

녀석이 설마 타르타로스에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던 그로서는 여차하면 목까지 베어 버릴 생각이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방해 아닌 방해를 받은 셈이었다.

회중시계와의 연결 고리가 너무 조용했다. 오랜만에 보게 된 아이테르를 보고, 생각이 아주 많아진 것일 테지.

연우는 그런 회중시계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걱정 마.’

『…….』

‘놈의 목은 반드시 네가 칠 수 있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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