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84화 (384/862)

9화. 기간토마키아 (9)

“지금 그딴 걸 말이라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포세이돈이었다.

포세이돈은 이제 분노로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여태껏 하데스의 영지였기에 자제를 하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이제는 겨우 남은 인내심의 한계치도 넘어서고 있었다.

물론, 그런 것에 눈치를 볼 하데스가 전혀 아니었다.

“소리 지르지 마라, 포세이돈.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귀를 먹지 않았으니까.”

하데스의 조소가 더 짙어졌다.

“한낱 필멸자라고 했나? 우습군. 그럼 그 필멸자에게 몇 번이나 우롱당한 넌 뭐가 되는 거지? 머저리? 천치? 뭐, 그런 게 되는 건가?”

“나를 모욕하지 마라!”

“모욕? 사실을 거론하는 것이 모욕이라면 얼마든지 해 주지.”

하데스는 턱을 괴고 있던 오른손을 풀면서 허리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하데스는 좌중을 훑어봤다. 포세이돈의 뒤에 있던 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 그리고 그들의 파벌에 가담한 제신들.

칠흑이라는 이름을 두고 내분이 일어난 올림포스의 현 모습이, 그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이미 한참 동안 흘러 버린 세월이다. 거기에 얽매이는 너희는 대체 뭘 하는 머저리들인 거지?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그냥 흘려라. 왜 그리도 집착을 하나?”

“그건 단순한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지.”

헤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항변했다. 제우스의 아내이며 올림포스의 왕비이기도 한 그녀는 외부 통치에 관심 많은 제우스 3형제를 대신해 올림포스의 내정을 다스리면서 그들에 못지않은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

“그럼?”

“우리의 정체성이었어. 한낱 목자(牧子)에 불과하던 우리들이, 올림포스의 권좌에 앉을 수 있었던.”

크로노스를 끄집어 내리면서 칠흑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나락 속에 갇혔다.

그들은 그래서 올림포스라는 견고한 권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칠흑이 일어난다?

그건 과거에 분명히 없앴다고 생각했던 불씨가 다시 일어나 그들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재앙의 근원이 있다면. 자라기도 전에 싹을 밟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하데스는 가당치도 않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쳤다.

“우리는 전쟁을 치르던 그때보다도 더 강한 힘과 지고한 신위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권좌에 앉았다. 영향력도 더 커졌고. 설사 칠흑이 돌아온다고 한들, 그래서 크로노스가 부활을 이룬다고 해서 어디 그때에 비할까. 오히려 그때의 그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가 쌓은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을 텐데?”

헤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데스의 말이 맞았으니까.

그들이 칠흑을 잡아 내리던 시절은 아직 탑의 시스템이 견고한 체계를 갖추기 전이었다.

수많은 투쟁과 항쟁이 있었고, 그 와중에 많은 격동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권좌에 앉은 이들의 면면이 달라지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엘로힘이 보유하고 있는 옛 신족들, 프로토게노이나 바니르 족 등은 그런 혼란기에 격을 잃고 떨어진 자들이었다. 그 와중에 생성된 피해자들이 하이 엘프나, 타천 혹은 반마 같은 이들이었고.

그러다 격한 혼돈기가 서서히 끝나고 여러 개의 신과 악마의 사회가 출현해 천계가 안정화되어 가면서.

시스템이 확립되고, 숱한 세월이 흐르면서. 천계는 그렇게 견고한 체재를 굳혀 나갔다.

그리고 신과 악마들은 시스템의 일부로 남아, 나날이 탑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해 갔으니.

탑은 나날이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받아들이면서 규모를 키워 나갔다. 그리고 신과 악마들도 그만큼 무럭무럭 자라났다.

칠흑?

과거에는 분명히 위대한 존재였다. 어둠과 죽음, 혼돈을 다루는 그는 우주의 시원(始元) 때부터 존재했기에 분명히 올림포스 신들에게도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우주의 질서가 잡힌 이때. 올림포스가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하데스의 생각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칠흑을 가져와 저 비열한 가이아를 노릴 아군으로 삼을 수도 있을 테고.”

하데스의 말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등의 눈동자가 묘한 빛을 발했다. 전부 헤르메스, 아테나와 함께하는 젊은 세대들.

역시 고루해진 동 세대와 다르게, 젊은 세대들은 칠흑이 필요하다 여기고 그를 추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도 올림포스에 머저리들만 있는 건 아니었군. 하데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힐난에 잔뜩 얼어붙은 포세이돈 등에게 재차 물었다.

“아니면. 너희들은 지금 너희가 앉은 권좌를 지킬 자신감조차 없나? 그토록 비루한 자리던가?”

“이……!”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너희들이 생각을 바꿀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신이란 작자들은 그런 자들이니까. 자신이 옳다고 여긴 길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애쓰지. 독선적이고, 편협한 자들.

여태 하데스가 줄곧 보았던 신과 악마들은 다 그랬다. 그 모습이 싫어 크로노스를 끄집어 내렸으면서. 어느새 자신들이 크로노스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저들은 알고 있을까?

사실 하데스가 과거에 타르타로스에 오겠다고 자임한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저런 머저리들과 더 이상 얽히기가 싫어서.

“그러니 나 역시 내가 내린 결정을 그대로 집행할 것이다. 그 아이가 칠흑을 깨닫고, 탈각을 이뤘을 때. 이 자리를 선양할 것이니 더 이상 잔말 마라.”

사실 따지고 보면, 하데스가 앉아 있는 자리는 원래 칠흑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원주인에게 돌려준다는 표현이 옳았다.

포세이돈은 더 이상 하데스를 설득할 수 없다고 여겼는지, 이글 대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놈이 신격을 얻을 거라고 확신을 하나?”

“그럼?”

하데스는 전투 내내 연우가 펼치던 날개를 떠올렸다. 죽음과 투쟁. 그중 죽음은 칠흑에서 비롯되었다지만, 투쟁은 달랐다. 오롯이 그 아이의 것이었다.

업적은 새겨지고 있었고, 계기가 주어진다면 신화로 거듭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수천수만 년간, 탑이 세워진 이래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일이다. 올포원조차도 신격을 이루지 못했어. 그런데 그놈이 신격을 이뤄? 가당치도 않는 소리!”

“말은 똑바로 해야지. 올포원이야 자의로 이루지 않고 있을 뿐이고. 포세이돈, 너 같은 놈 수십이 덤벼도 못 당해 내는 게 올포원이야.”

포세이돈은 다시 한 번 더 형제에게 받은 모욕에 주먹을 꽉 쥐었다. 혈관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있었다.

하지만 하데스는 성을 내려면 내 보라는 듯, 계속 그의 심기를 살살 긁어 대고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 너, 하계를 제대로 본 적이라도 있나? 그 안에는 이미 신격을 터득할, 탈각을 이룰 준비가 끝난 플레이어가 열도 넘어. 그중 두셋 정도는 대신격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못해 철철 흘러 넘치는 중이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루지 못하는 중이야. 왜 그런지 아나?”

연우가 언젠가 계속 던졌던 질문. 디스 플루토의 부관들은 이미 신격이면서도 어째서 아홉 왕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낮은 걸까? 그리고 어째서 아스트라이오 스는 결국 신살을 당한 걸까?

그 질문의 대답은 간단했다.

“네가 말한 그 빌어먹을 올포원 놈이 절지천통(絶地天通)으로 천계와 하계를 완전히 갈라 버렸기 때문이지. 시스템의 기능을 정지시켰는데, 거기에 종속된 플레이어가 가능할 리가?”

“…….”

“…….”

“……그 말은 즉. 너는 ###, 그 아이가 올포원의 압제를 피해 충분히 신격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건가?”

다른 신들이 모두 침묵하는 가운데, 데메테르만이 고요한 눈빛으로 하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섯 남매들 중에서도 유달리 차분한 성정을 지녔던 아이였다. 개인적으로는 하데스의 장모이기도 한 존재.

하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는 해방이지.”

“……!”

“그게 아니더라도, 그 아이는 언제고 간에 신격을 얻을 것이다.”

포세이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올포원이 납득할 리가 없……!”

하데스는 그의 말허리를 단숨에 잘랐다.

“아니. 나는 놈을 믿는다. 놈은 해낼 자니까.”

하데스의 목소리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포세이돈 등은 입을 꾹 다물며 침묵을 지켰고, 한발 떨어져 있던 아폴론 등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사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디오니소스 등은 아직 연우에 대한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확신을 가지는 아테나나 헤르메스, 그에 대한 호의가 가득한 아레스와는 다르게.

그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포세이돈처럼 한낱 필멸자가 과연 칠흑을 제대로 계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들 중 한 명이 연우를 사도로 삼아, 칠흑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인도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으니.

차마 그런 시도를 못 하고 있었던 건, 아즈라엘이 칠흑왕의 형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하데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굳이 더 이상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이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던 명계의 왕좌도 같이 떠넘길 때인 것이지. 나로서는 몇 년 묵은 체증이 확 달아나는 셈이니. 속 시원해지는 거고.”

하데스는 여러 생각으로 복잡한 올림포스 신들을 보면서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하데스를 제외하고,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아니.”

포세이돈만이 여전히 아집 가득한 눈빛을 흉흉하게 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뱁새는 제 날갯짓만 해야 하는 법이다. 한낱 필멸자가 격을 터득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에 대한 모독이다.”

“필멸자, 필멸자. 그 말, 지겹지도 않나? 우리 스스로 불멸자라고 이름을 붙인다지만, 진짜 불멸도 아닐 텐데?”

“그렇다 하여도! 거스를 수 없는 태생이란 게 있는 것이다. 그건 순리를 거스르는 일.”

포세이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 순리를, 내가 바로 잡을 것이다.”

“날 방해하겠다는 건가?”

“마음대로 받아들여라. 지금은 공통된 적이 있어 손을 잡을 뿐이지만, 난 놈을 어떻게든 죽여서 칠흑을 도로 땅에다 묻어야겠으니까.”

하데스의 비틀린 입술 사이로 송곳니가 훤히 드러났다.

“그건 곧 나와 대적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못할 것 같나?”

우르르-

하데스와 포세이돈의 신력이 다시 한번 더 충돌하면서 위아래로 크게 요동쳤다.

이제는 정말 크게 싸움이라도 벌이려는 건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명왕의 신전이 위아래로 떨리면서 천장에서부터 먼지와 돌조각이 부스스 떨어졌다.

그때.

“그만 하세요. 둘 다 올림포스의 어른이 되어 이게 무슨 짓인가요?”

신전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짙은 녹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고아한 자태의 여신. 하지만 그녀가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퍼져 나가는 강렬한 파장이 하데스와 포세이돈의 신력을 한껏 밀어 내고 있었다.

자리에 있던 다른 올림포스 신들은 모두 놀란 눈치였다.

지아비를 기다리겠다며 오랫동안 천계로 복귀하지 않아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무도 모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올림포스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신력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남편인 하데스와 동등하거나, 아니면 그를 넘어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순히 등장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신전의 분위기는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페르세포네.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이자, 명계의 왕, 하데스의 아내이기에. ‘따스한 봄’과 ‘추운 겨울’이라는 두 개의 신위를 쟁취할 수 있었던 여신이 걸음을 멈추며 하데스와 포세이돈을 번갈아 보았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의도적으로 실종된 척, 타르타로스의 일에 매진하는 척하면서 피해 다녔던 아내가 돌아왔다. 봉선 의식을 거행했을 때부터 그녀를 만나게 될 거란 건 각오하고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가슴이 뛰었다.

마치 얼어붙은 시냇물이 따스한 봄 햇살을 만나면서 녹는 것처럼.

언제나 차갑게만 굴던 명계의 왕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첫사랑의 감정을 품던 예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바라보는 페르세포네의 시선에는 따스함이나 애틋함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으니까.

그저 무겁기만 했다.

‘나는 그대를 그토록 보고 싶어 했고, 하루도 잊은 날이 없었는데. 그대는 그게 아니었나 보오. 기나긴 시간 동안 당신을 피해 다니면 이 마음이 조금은 식을까도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 세월이면 그대도 날 용서할까 싶었지만, 여전히 그대의 눈에는 나는 천인공노할 놈인가 보오. 그대에게 나는, 그저, 예를 다할 정략혼의 대상이자, 명계의 왕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하데스는 목 언저리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억눌러야만 했다.

반면에. 포세이돈은 자신의 신력을 흩뜨린 게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어디 주신들이 이야기하는 곳에, 함부로 끼어드는 것이냐? 네 남편을 믿고 까부는 건가?”

포세이돈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를 번갈아 보면서 비웃음을 던졌다. 하데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는데.

“추하시군요.”

페르세포네는 오히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포세이돈의 표정이 굳었다.

“뭣이?”

“남편은 남편이고, 저는 저일 뿐. 그렇게 단순히 편 가르기를 하신다면. 그래요. 그게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당신의 지금 추한 모습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네년이……!”

하데스에 이어 그 처라는 작자까지. 포세이돈은 더 이상 모욕을 참지 못하고 삼지창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데스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쾅!

“컥!”

포세이돈은 갑자기 자신의 그림자에서 갈라져 나온 촉수에 손발이 묶이며,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졸지에 패대기쳐진 개구리 꼴이 되고 만 포세이돈은 어떻게든 그림자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했지만.

그럴수록 그림자 촉수는 더더욱 바짝 조여지면서 그를 꽁꽁 묶었다.

그리고.

활짝-

그림자 사이로 수없이 많은 실선이 그어지더니 위아래로 열리면서 그 속에 숨겨진 눈동자들이 훤히 드러났다.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눈동자가 일제히 깜빡거리면서 포세이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포세이돈은 자기도 모르게 등골을 따라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의 심장을 가득 물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고개를 들어 페르세포네를 본 순간.

그녀는 고요한 눈빛으로 이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눈빛을 하고서.

그 모습이, 포세이돈에게는 더 두렵게 다가왔다.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올림포스를 비롯한 모든 신들의 영원한 천적이며.

티탄과 기가스를 비롯한 세상 모든 여러 마물과 괴귀들을 잉태한 근원이자, 모체(母體)인.

대지모신, 가이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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