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50층으로 (9)
까앙!
녹색으로 물든 킨드레드의 오른손이 갈고리처럼 휘며 연우의 머리를 찍어 왔다.
작은 체구만큼이나 날렵한 이동. 특히 녀석의 두 눈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화안금정이 발동 중이란 뜻이었다.
연우는 비그리드를 위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순백색으로 빛나는 날 위로 검은색 오러가 실타래 풀리듯 흘러나와 고치처럼 크게 휘감았다.
녀석의 손과 날이 부딪치는 순간, 검은 오러가 잘게 떨리면서 사방으로 폭발했다.
콰콰콰-
단순한 충돌인데도 불구하고, 충돌의 파장이 파문을 그리면서 퍼져 나갔다.
가뜩이나 교룡의 등장으로 잘게 부서졌던 지면이 더 강하게 짓눌리면서 모래 기둥이 높게 치솟았다.
파바박-
하지만 두 사람은 거기서 그치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다시 맞붙었다.
“오늘에야말로, 네놈을 찢어 죽여 주마.”
“그보다 먼저 네가 그토록 찾는 천마의 곁으로 고이 보내 주지. 아, 천마에게도 버림받았으니 찾아가도 안 받아 주려나?”
“네놈이, 뚫린 입이라고……!”
킨드레드는 현재 마군의 약점이나 다름없는 지점을 지적당하자,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공세에 힘을 더 강하게 실었다.
화르륵-
녀석의 손을 따라 불길이 피어 나면서 단번에 대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캬! 우리 인성왕, 이제는 말빨도 살아 있는 거 보소.」
연우는 샤논의 감탄사를 귓등으로 흘리면서 불길 속으로 비그리드를 찔러 넣었다.
[‘비그리드-???’가 숨겨진 진명, ‘듀렌달’을 개방합니다.]
[전승: 일진광풍]
쾅!
비그리드에서 풀려나온 막대한 광풍이 불길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그리고 단숨에 그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팔극검이 잔뜩 풀리면서 킨드레드의 움직임을 조금씩 압박해 나갔다.
위이잉-
연우는 마력을 최대로 돌리면서 킨드레드를 휘몰아쳤다. 제천류까지 가세하니 연우를 따라 마력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콰콰콰-
[화안금정]
[용신안]
[검은 구비타라 - 현인의 눈]
여기에 더해 킨드레드의 날렵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도록, 안력에 힘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 겹이나 덧씌워진 눈은 어떻게든 광풍을 빠져나가려는 킨드레드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추적하면서 발목을 잘라 나갔다.
하지만 여기서 연우는 하늘 날개만은 절대 펼치지 않았다.
‘날개는 최대한 숨겨야 해. 비장의 한 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본격적으로 복수를 시작하려는 데에 있어 숨겨 둔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식탐황제와 대주교부터 상대하려는 그로서는 전력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늘 날개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연우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는 이미 타르타로스에서 아트만 시스템을 만들면서 육체를 재정비한 적이 있었고, 하데스로부터 명계의 왕좌까지 계승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까지 이룬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신살의 업적을 이루었을 정도로 뛰어난 성취였기에. 이미 그는 하늘 날개를 펼치지 않아도 아홉 왕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 전력을 자랑했다.
콰르르릉!
비그리드를 거세게 아래로 내려치자, 불벼락이 떨어지면서 킨드레드가 뒤로 튕겨 났다.
킨드레드는 새카맣게 타 버린 상처를 부여잡으면서 충격에 젖은 얼굴이 되고 말았다.
“어…… 떻게?”
연우가 제천대성의 허물을 흡수하면서 대주교의 링크를 끊어 버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자신에게 큰 엿을 먹였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킨드레드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연우는 20층, 고행의 산에서 다른 사두들과 마찬가지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던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잠깐이나마 손속을 섞는 동안, 자신을 이렇게 몰아쳤으니 충격적일 수밖에.
단 몇 년 사이에 연우가 이룬 성장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가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연우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듯, 불의 날개를 한껏 펼치면서 다시 녀석에게로 쇄도했다.
쐐애액-
킨드레드의 어린 얼굴 위로 핏대가 잔뜩 섰다. 여기서 저가 애송이에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했다.
애당초 그가 에도라를 노리려고 했던 것도 전부 연우를 끌어내기 위한 수작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여기서 승부를 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화아악!
킨드레드의 두 눈에 맺힌 화안금정이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이 짙어지면서 그를 따라 검은 마기와 금색 광채가 동시에 치솟았다.
〈화안금정 려(黎)〉
〈마령〉
〈접신-미후왕〉
검은 마기와 금색 광채가 뒤섞이면서 불길처럼 거칠게 활활 타올랐다.
마군의 신화 속에서 천마는 최초로 불을 잉태한 ‘효마’라는 존재에서 비롯되었으니. 그를 따라 감도는 힘은 그런 효마가 사용했다던 불꽃, 화정(火正)이었다.
화르륵-
킨드레드가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몸을 타고 흐르던 화정이 손끝에 맺히면서 길쭉한 곤봉의 형태를 갖췄다. 오행산에서 연우에게 여의봉의 조각을 모두 뺏긴 뒤, 그 대용으로 저런 형태를 구축한 듯했다.
화정과 비그리드가 충돌하면서 다시 한 번 충격파가 사방팔방으로 뻗쳐 나가고.
가가각-
두 무기가 서로를 긁으면서 스치려는 순간, 갑자기 연우 주변으로 화정이 도깨비불처럼 두둥실 나타나 새로운 형상을 갖추면서 와락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킨드레드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미후왕이 즐겨 사용했다던 분신술. 수십 명에 달하는 킨드레드가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죽여.”
“죽여.”
“주마.”
“주마.”
수십 개의 화정이 날카롭게 벼려져 연우를 단번에 꿰뚫었다. 일순 연우가 마치 고슴도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지금!”
바로 그때, 연우와 킨드레드의 충돌을 보면서 뒤로 빠져 있던 엘로힘의 7인대가 움직였다.
독식자와 마군의 충돌에 전혀 끼어들 이유가 없는 그들로서는 사태를 관망하다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움직이는 게 당연했다.
그들도 주목적은 연우의 죽음이었지만, 이참에 눈엣가시였던 마희성도 지워 버릴 참이었다. 에도라 쪽으로 7개의 궤적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하지만 녀석들의 노림수는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도중에 가로막혀야만 했다.
갑자기 그들이 딛고 있던 그림자가 엿가락처럼 길쭉하게 늘어나더니 위로 솟아 장벽이 된 것이다.
차앙!
「얘들아, 대가리가 텅텅 빈 게 아니면 생각을 해 봐라. 설마 우리 인성왕께서 너희들이 올 걸 생각 못 하고 있었겠냐? 으이그.」
그림자에서 샤논이 튀어나오면서 소드 브레이커를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가벼운 어투와 함께 나타난 등장이었지만, 그의 손속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큽!”
우로스가 가까스로 검격을 막아 냈지만, 〈볼케이노〉가 터지면서 소드 브레이커에서 불길이 튀어 나와 단번에 그를 휘감았다. 어마어마한 화력이었다.
거기다 먹물처럼 지면을 타고 흘러나온 어둠은 촉수처럼 곳곳으로 뿌려지면서 후방을 휩쓸었다.
“크악!”
“이게 대체……!”
1 7인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다른 그림자가 불쑥 치솟으면서 한령이 나타났다.
한령은 허공으로 아홉 자루의 칼을 뿌리면서 빠르게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설마, 도무신?”
지금은 죽었다고 알려진 도무신의 〈아홉 칼의 무덤〉을 알아본 이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7인대는 엘로힘이 보유하고 있는 특전 부대. 당연히 청화도가 있을 시절, 싸움 귀신이나 다름없던 도무신의 미친 칼춤을 몇 번이고 봤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7인대는 자신들의 위명을 지키려는 듯, 착실하게 자세를 갖추면서 한령에 맞서려 했다. 그러던 놈들의 머리 위로 레베카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콰르르릉-
[영괴, ‘찍’이 플레이어 ‘연참’을 처치하였습니다.]
[영괴, ‘혼’이 플레이어 ‘아르센’을 처치하였습니다.]
……
사자 연맹은 교룡을, 엘로힘의 7인대는 권속들을 상대하는 사이.
분명히 수십 개의 화정에 꿰뚫렸던 연우가 잔상이 되어 스르르 사라졌다.
수십 명의 킨드레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주변을 빠르게 살피기 시작했다.
화안금정은 진실을 좇는다. 블링크와 같은 빠른 이동은 마력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니 금세 찾을 수 있을……!
퍽!
그때, 킨드레드의 생각이 미처 마무리되기도 전에 가장 외곽에 있던 분신의 머리통이 그대로 날아갔다.
“거기더냐!”
“거기더냐!”
다른 킨드레드들이 일제히 반응하면서 그쪽으로 화정을 뻗었다. 마치 전설 속의 여의봉처럼 길쭉하게 늘어나면서 연우가 있던 자리를 그대로 꿰뚫었지만.
팟-
연우는 다시 스텝을 밟으면서 블링크를 발동, 이번에는 가장 안쪽에 있던 킨드레드 앞에 나타나 몸을 가르고, 다시 자취를 감췄다.
“쥐새끼 같은 놈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감히!”
퍼퍼퍼펑!
킨드레드와 분신체는 전부 어떻게든 연우를 잡고자 애썼지만, 그럴 때마다 연우는 귀신처럼 종적을 감췄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분신을 착실하게 제거해 나갔다.
〈바람길〉과 〈블링크〉를 이용한 이동은 킨드레드가 어떻게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면서 복잡했던 것이다.
그러자 정작 울화통이 터진 쪽은 킨드레드였다.
화정과 마령을 끄집어냈어도, 어떻게든 손뼉이 마주치기라도 해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그러지도 못하고 번번이 놓치고 있으니 속이 끓을 수밖에.
[케르눈노스가 가만히 당신을 주시합니다.]
[비마질다라가 아수라장이 되어 가는 전장을 아주 흡족하게 바라봅니다.]
거기다 어느새 전장에는 혈국 놈들까지 나타났으니.
“적이 바로 저곳에 있군. 모두 카인을 도와 놈들을 전부 밀어내라!”
“태자 전하를 따라라!”
“태자 전하를 보호하라!”
뚜언피엔 공작은 물론, 도모태자를 비롯한 친위대까지 가세하면서 외곽에서부터 마군 등을 들이치기 시작했다.
특히 뚜언띠엔 공작은 여태껏 점잖았던 인상과 다르게 자신이 왜 혈국의 이인자라 불리는지를 보여 주겠다는 듯 맹렬했다. 그가 손을 젖히는 족족 공간이 찢어지면서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도모태자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선봉에 서서 연거푸 ‘카인을 도와라!’, ‘카인을 내 몸처럼 지켜라!’라고 소리를 치면서 전장을 지휘했다.
킨드레드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혈국이 연우와 각별한 사이라는 건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화이트 드래곤과도 힘겹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녀석들이 마군과 엘로힘까지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특히 본능이 앞서 어리석다고 판단되는 식탐황제와 다르게, 혈국의 두뇌라고 불리는 뚜언띠엔 공작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혈국은 도무지 그런 것을 신경 쓰지도 않는 기색이었고.
그사이 연우는 더 빠르게 킨드레드를 휘몰아치면서 검은 불길을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콰콰콰-
[바람길-광풍]
[불의 파도]
[제천류-뇌벽세]
비그리드에 붙은 가속도는 이제 킨드레드가 내지른 화정을 잘라 내고, 깊숙하게 찔러 들어가 킨드레드의 심장에 박히는 수준까지 발달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안 되긴 뭘 안 돼?”
경악에 찬 킨드레드를 보면서. 연우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돼.”
결국 연우를 압박할 것처럼 굴던 분신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다.
촤악-
“제길…… 큭!”
스격!
“어째……!”
“서……!”
“이딴……!”
“일이…… 커헉!”
퍼퍼퍽-
목을 베려 가해지는 공격은 허리를 뒤로 접어서 흘리고, 머리를 내려치는 공격은 블링크를 밟아 피했다. 그리고 사각지대를 노려 오는 공격은 몸을 반대로 돌리면서 비그리드를 휘둘러 화정과 함께 녀석을 베었다.
연우는 킨드레드의 공격을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전부 피하면서, 녀석들의 목을 베고, 찌르고, 부쉈다. 분신들이 줄줄이 나자빠지는 통에, 킨드레드는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젠자아앙!”
그렇게 격노를 터뜨리던 분신도 미간이 그대로 꿰뚫려서 사라지고 말았다.
팔극검, 비기 연류(秘技連類).
연우는 타르타로스에서 계속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팔극검의 팔대 비기를 조합해 여러 응용식을 만들어 뒀고, 여기에 제천류까지 섞으면서 질적인 향상까지 이뤄 냈다.
덕분에. 연우는 한령으로부터 이미 검술 실력에 있어서 명인 급의 상위 단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여태 스킬의 화력에만 집중하던 킨드레드는 연우의 움직임을 도저히 좇을 수가 없었다.
결국 킨드레드의 분신은 빠르게 줄어 끝내 한 명만 남게 되었고.
그마저도 오른쪽 가슴팍에 비그리드가 깊숙하게 박혔다.
퍽!
“컥!”
킨드레드는 비그리드에 찔린 채로 뒤로 쭉 밀려났다. 그러다 단단한 벽 같은 것에 부딪혀 멈췄다.
동시에 콰직 하고 뜨거운 고통이 오른쪽 어깨에서 느껴졌다. 교룡이 흉악하게 그의 팔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가 부딪쳤던 벽은 교룡의 몸뚱이였던 것이다.
크르릉!
“제기라아아알!”
킨드레드는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손을 뻗어 교룡의 턱을 잡고 그대로 우악스럽게 찢어 버렸다.
촤아악-
마구 뜯긴 피와 살점이 허공으로 튀었다가, 불길과 함께 까만 재가 되어 사라졌다.
“죽여 버리겠어……!”
킨드레드는 그런 연우를 노려보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화정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며 상처를 복구시켰지만,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는 도무지 사라지질 않았다.
고행의 산에서도, 세샤의 일에서도, 발푸르기스의 밤에서도, 그리고 이번에도. 번번이 연우만 만났다 하면 치욕을 겪어야 했기에 이번에는 드디어 설욕을 할 수 있나 싶었지만.
이제는 아예 상대도 안 된다는 사실이 그의 속을 끓게 만들었다.
“죽이고 말겠……!”
하지만 킨드레드의 분노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퍽-
낯선 손이 갑자기 그의 왼쪽 가슴을 뚫고, 연우에게 다다른 것이다. 기포처럼 펄펄 끓는 마기가 가득한 손길이었다.
연우는 흠칫 놀라 몸을 뒤로 뺐다. 불의 날개가 홰를 치며 재빨리 간격을 벌렸다.
그사이.
『아무래도 이후부터는 내가 나서야겠구나. 잠시 쉬고 있으려무나.』
나지막한 목소리가 허공을 따라 웅웅 울리더니, 킨드레드의 왼쪽 가슴에서 시작된 어둠이 끝내 녀석의 몸체를 전부 집어삼켰다.
그리고 서서히 다른 형체를 갖췄다.
뒷짐을 쥔 어느 한 노인의 모습.
연우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어둠을 따라 줄줄 흘러나오는 마기가 도무지 범상치 않았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지?”
노인이 연우를 보면서 푸근하게 웃었다. 하지만 두 눈은 호선을 그리지 않고 예리하게 빛나는 것을, 연우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낯선 존재였지만. 연우는 녀석이 단번에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저 눈빛만큼은 절대 잊을 수 없으니까.
본능적으로 하늘 날개가 펼쳐질 뻔한 것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을 정도였다.
“……대주교.”
노인이 응답하듯 빙긋 웃었다.
마군의 수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