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용의 신전 (1)
“연대장님이 나오셨다고?”
크로이츠는 환상연대 1연대의 부연대장, 릴이 가져온 소식에 화색을 폈다.
타르타로스에서 올라와 곧바로 환상연대로 돌아온 그는 연대장을 뵙고 싶다는 청을 올린 상태였다.
하지만 신청을 받은 릴은 연대장이 최근 들어 깨달음을 목전에 두고 있어, 간간이 소식을 전해 받던 자신들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지 오래되었으니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래도 크로이츠는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연우는 여전히 환상연대를 방문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자신이 필요하다면 알아서 찾아오라는 식이었다.
반면에 환상연대는 이제 슬슬 연우와의 확실한 노선을 정할 차례였다.
오랫동안 연우와 함께했던 크로이츠가 봤을 때, 향후 탑의 정세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군이 될 것이라면 아군이, 적군이 될 것이라면 확실하게 적이 되어야만 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위험하더라도 아군이 되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래서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최근 들어 50층에서 변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조금씩 마음이 조급해지던 차였다.
그러다 다행히 릴이 대답을 갖고 온 것이다.
반면에 릴은 영 못마땅하다는 투였다. 연대장이 지금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잘 아는 그녀로서는 크로이츠가 방해만 한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 네가 하도 성화를 부려서, 아주 잠깐 시간을 내어 수련장에서 나올 생각이시라고 한다. 그러니 이야기 잘 나눠야 할 거야. 지금 연대장님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는 네가 더 잘 알 테지?”
크로이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대장이 폐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그럼 따라와. 안내할 테니.”
크로이츠는 릴을 따라 수련장이 조성된 동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굴은 여러 보안 체계가 갖춰져 있어 복잡한 절차를 통과해야만 중심부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연대장님께 무례한 언사는 되도록 하지 마. 상당히 지치신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그러다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을 때, 릴은 경고를 던지면서 벽의 장치를 움직였다.
그그긍, 그긍-
동굴의 벽이 움직이면서 그 너머에 정좌를 한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마치 학자처럼 유약한 인상을 지니고 있지만,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사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안광이 어둠을 가르며 번쩍였다.
* * *
[모든 복원이 완료되었습니다.]
[바이러스로 판명된 ‘대지모신의 잔기’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스테이지를 다시 운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쿠쿠쿠-
잘게 떨리던 36층의 스테이지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두 거대 존재의 충돌로 엉망이 되다시피 했던 스테이지는 다시 원상복구가 된 상태였다.
“으으. 정말이지 하필 걸려도 그런 놈이 걸리니.”
관리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복원에 힘을 쓰는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바쁘게 뛰어 다녀야 했으니. 올포원의 본체가 강림하면서 남긴 영향력은 그만큼 컸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이 몇 번씩 더 반복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질린 얼굴들이었다.
칠흑왕의 권능을 착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연우. 그리고 그것을 경계하기 시작할 올포원. 이 둘의 갈등 관계가 향후 탑의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할 테니.
“그런데 이블케는 어디로 간 거야?”
“어디로 가긴. 수다 떨러 갔지.”
“으으. 정말 간도 크다.”
그런 다른 관리자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블케는 ‘오효오효’ 웃음소리를 내면서 어느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흐릿한 사람의 모양을 띤 그림자가 조용히 돌아갈 차비를 하고 있었다. 안개로 가려져 생김새를 알아보기도 힘든 존재.
“죽기를 갈망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당신은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어요.”
올포원은 느닷없이 이블케가 던진 말에 〈축지〉를 펼치려다 말고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주 잠깐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블케는 예리한 시선이 자신을 관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여전히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라 웃는 낯을 유지했다. 다만, 외눈 안경 너머의 눈은 곡선을 그리지 않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오효오효. 무슨 말이긴요.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찾아온 게 아니냐고 묻는 것이지요. 칠흑이라면. 괜찮지 않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올포원은 그 말만 남기고 표홀히 사라졌다. 77층의 벽이 약해진 틈을 타 창조신과 태초신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것을 감지한 탓이었다.
그런 올포원을 보면서.
피식-
이블케는 웃으며 외눈 안경을 고쳐 썼다. 그는 분명히 잘게 떨리던 올포원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있었다.
* * *
식탐황제와 대주교가 한창 충돌하는 동안.
그리고 연우가 에도라를 데리고 자리를 빠져나가는 동안, 뚜언띠엔 공작과 도모태자도 친위대를 이끌고 전장을 벗어났다.
‘일단은 계획대로 착착 돌아가고 있군.’
뚜언띠엔 공작은 머릿속으로 미리 세워 둔 계획을 되짚어 보면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투스의 무덤을 두고 연우와 함께 정립했던 계획은 이것으로 첫 단계를 무사히 통과했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사자 연맹과 엘로힘, 마군이 연우를 잡기 위해서 각기 움직였다지만, 혈국이 뛰어들면서 전황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으니까.
식탐황제가 50층에 등장하면서 그들과 전쟁 중인 화이트 드래곤도 이쪽으로 끌려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잠시 한발 물러난 블랙 드래곤도 이쪽을 보게 될 테니.
거기다 환상연대나 외뿔부족에서도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게 분명했다.
이렇게 많은 세력들이 모인 판국에 다른 세력들이라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한순간에 전황이 다각화된 것이다.
‘곳곳에서 불이 붙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칼라투스의 무덤’이라는 기름을 확 하고 끼얹는다면…….’
뚜언띠엔 공작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펑 하고 터질 테지.’
연우가 그들에게 제안했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최대한 많은 세력들을 50층으로 끌어와서 칼라투스의 무덤으로 밀어 넣을 것.
어차피 무덤의 소재지가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전에 혼전 양상을 만들어 놓자는 계책이었다.
‘흙탕물만큼 사리 분별하기 힘든 곳도 없을 테니까.’
취할 건 취하고, 때에 따라서는 어부지리로 적들 간의 내분을 끌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때마침 수세에 몰렸던 혈국으로서는 모든 판을 뒤집는 것으로도 모자라, 칼라투스의 유산이라는 보물까지 얻을 좋은 기회인 셈이었다.
뚜언띠엔 공작은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6할 이상으로 잡고 있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푸핫! 스승님, 보셨습니까? 저런 사람이 있을 줄이야! 40층대를 하루 만에 주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저 많은 세력들을 혼자서 갖고 놀지를 않나! 정말이지 아바마마의 혜안은 대단하셨습니다!”
도모태자는 하루 사이에 연우에 대한 경멸론자에서 찬양론자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연우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제 또래로 보았던 이가 저토록 뛰어난 위용을 보이니, 질투는커녕 오히려 이전에 가졌던 반감이 선망에 가까운 감정으로 변질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조금 경계를 해야만 했다.
‘태자님은 앞으로 혈국을 이끌어 나갈 지존이 될 분이시다. 타인으로부터 우러름을 받으셔야 할 분이, 오히려 우러르고 있다는 것은…….’
더구나 뚜언띠엔 공작은 연우를 혈국의 신하로 끌어들이든가, 그게 불가능하면 언젠가 내쳐야 할 존재로 여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은 약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벗’으로 두기엔 앞으로가 위험했으니.
‘단물만 빼야 해. 단물만.’
뚜언띠엔 공작은 도모태자에게 한번 쓴소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위로.
휘이이-
바람이 옅게 불면서 아주 잠깐 레베카의 형상을 띠다가, 다시 조용히 흐려져 사라졌다.
* * *
“오라버니…….”
에도라는 연우를 한껏 끌어안았다.
평상시의 그녀였다면 최대한 감정을 다스리면서 반갑게 웃었을 테지만.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은 그녀의 평정심을 흐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자 연맹 등이 자신을 쫓는 이유를 왜 몰랐을까. 자신이 다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칫 연우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연우는 아무 말 없이 담담히 그녀를 마주 안으며 다독여 주었다. 괜찮다고. 이제 자신이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그동안 연우도 에도라와 판트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자신의 날개가 되어 달라는 말에 일체의 반발도 없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해 주었던 고마운 동생들.
이렇게 간만에 만나게 되니 너무 고마웠고, 자신 때문에 모진 일을 겪은 것 같아 미안했다.
「근데 사실 따지자면 우리 어여쁜 에도라 아씨가 위험할 뻔한 것도, 우리 인성왕 때문이었잖아? 역시 어디에 있어도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갑…….」
샤논이 깐족대는 사이.
마희성의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놀란 얼굴이 되어 있었다.
언제나 차가운 표정만 짓던 에도라를 보아 온 그들로서는. 그녀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에도라의 별칭, 마희는 적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절대 사정을 두지 않고, 절벽에 달린 꽃처럼 언제나 고고한 모습만 보였기에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에도라의 모습은 순전히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이었으니, 낯설 수밖에.
“마희성이라고 했나?”
그렇게 잠시 멍하게 있는 동안, 연우가 부르는 목소리에 그들은 모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그, 그렇소.”
차투라가 대표로 나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바짝 긴장했다. 연우가 전장에 난입했을 때의 모습이 언뜻 떠올랐다.
탑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마군의 주교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권속을 이용해 악명 높은 엘 로힘의 7인대를 밀어붙이던 모습이.
독식자가 마희와 함께 신성(新星)으로 꼽혔다지만, 그들이 보기에 독식자는 이미 신성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하이 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었다.
그들도 대개 랭커 급의 인사들이었지만. 하이 랭커와 비빌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동안 에도라를 도와줘서 고맙다.”
“해야 할 일을 했을…….”
“그러니 이만 돌아가.”
차투라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무슨…….”
“이제부터 에도라는 내가 지키겠으니 너희들의 도움은 필요 없단 뜻이다.”
차투라를 비롯한 마희성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거요! 우리가 그동안 마희께 충……!”
“애당초 듣기로 에도라는 너희들에게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희끼리 추종하고, 너희끼리 조직을 만들고. 너희 편의대로 그런 것 아니었나?”
“……!”
“이제부터는 내가 에도라와 함께할 테니 돌아가란 뜻이다.”
“…….”
차투라는 이를 악물었다. 한마디로 쓸모없으니 꺼지란 뜻.
문제는 그의 말마따나 마희성은 에도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조직이란 점이었다.
거기다 사자 연맹에 기습을 당하면서 지휘부도 박살이 난 상태. 조직을 재건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태였다.
그러니 자신들에게는 남은 가치가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지만.
차투라는 여기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동료들이 그동안 에도라를 따라다닌 이유는 제각기 달랐지만, 그래도 언제부턴가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은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에도라를 잠시 보았다. 에도라의 눈빛은 다시 깊게 가라앉아 속을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들에게 향하던 눈동자. 저 속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마희께서 사라지라고 하신다면 사라지겠습니다. 마희께서는 허락지 않으셨어도, 저희는 마희를 따랐던 이들이니. 하지만.”
차투라는 말허리를 잠시 끊고, 다시 연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리 당신이라 하여도, 마희를 지키려 했던 우리의 의지와 선택까지 함부로 폄하하지는 마시오. 목숨을 던지며 여기까지 온 만큼, 우리에게 그만한 자격은 있다 생각하오.”
차투라는 에도라의 명령에만 따르겠다고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다른 동료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굳은 표정으로 연우를 노려보았다. 새카만 가면 아래, 연우의 눈동자가 매섭게 번들거렸지만, 그들은 꿈쩍도 않았다.
그러길 한참.
피식-
갑자기 연우의 눈동자가 살짝 굽어진다 싶더니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
“……?”
차투라와 그들이 영문을 몰라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데.
“샤논.”
연우의 부름에 따라, 마희성의 옆으로 검은 그림자가 불쑥 올라왔다.
그들은 무기 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잔뜩 경계했다. 자신들을 무력으로 내쫓으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우는 샤논을 보며 말했다.
“저놈들을 따라갔다 와.”
차투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거요, 대체?”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뭔……!”
“저놈을 데리고 흩어진 수하들을 규합하고 와. 너희들에 대한 평가는 그때 다시 하도록 하지.”
“……!”
차투라는 뒤늦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추종 집단에 불과했던 마희성을 재편해서 제대로 다듬겠다는 뜻이었다.
“알겠…… 소.”
그들의 얼굴이 의지로 불타오르는 가운데.
「근데 왜 내가 가야 해? 한령도 있고 부도 있는데 왜 내가……!」
샤논이 투덜거리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아까 깐족댄 벌. 내가 인성왕이라며? 그 말대로 해 줘야지.”
「젠장. 이것들아, 뭐 해? 빨리 빨리 안 움직이고. 굼벵이처럼 느려 터져서는!」
샤논은 본전도 찾지 못하자 괜히 애꿎은 마희성에게 분풀이를 하면서 다른 곳에 고립되어 있을 생존자들을 찾아 움직였다.
연우는 그들을 보면서 머리를 가볍게 쓸어 올렸다.
‘이걸로 판은 새로 깔렸고. 그놈들만 오면 포석도 완료인데.’
바로 그때, 바람이 불면서 레베카가 다가와 조용히 뭐라고 웅얼거렸다. 이제 완전한 신령으로 거듭나고 있는 그녀는 의사만 전달할 뿐, 말은 잘 하지 않는 중이었다.
연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녀가 가져온 소식은 아주 간단했다.
-봄의 여왕이 나타났어.
화이트 드래곤과 왈츠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이 50층에.
모든 포석이 끝난 순간이었다.
그때.
“오라버니.”
“왜 그러지?”
“혹시 칼라투스라는 이름, 아시나요?”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에도라의 입에서 나오자, 연우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 이름을 네가 어떻……?”
에도라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연우는 그 안에 깊게 잠재되어 있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태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채널링이 강화되면서 단숨에 연우의 의식을 뒤덮었다.
화아악!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연우 앞에는 수백여 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몸집을 지닌 용의 그림자가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반갑구나. 연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