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아르티야 (5)
내가 지금 여기서 거론하는 것들이 단순한 변명에 지나지 않고,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당신에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으며, 저 하늘에서 보고 있을 정우에게 어떤 사죄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꼭 이 말만큼은 하고 싶었다.
미안해, 정우야.
편지는 그렇게 서두를 시작하고 있었다.
* * *
모든 시작은 베이럭의 한마디에서부터였다.
“베이럭?”
전혀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이름.
그 순간.
지이이잉!
회중시계도 거칠게 떨렸다.
연우는 회중시계를 달래기 위해 손으로 꽉 쥐어야만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베이럭은 아르티야의 몰락과 동생의 죽음에 있어 비에라 듄과 함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녀석이었다.
동생이 끝내 치유하지 못했던 독, 〈홍련(紅蓮)의 눈〉을 비밀리에 먹였던 녀석.
중독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너무나 잔혹하고 치밀했었다.
베이럭은 동생이 절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공을 들였고.
때문에 동생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중독되어 가다가 끝내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땐, 이미 독이 골수까지 침범하면서 해독이 불가능해진 뒤였다.
동생의 컨디션이 하락하고, 신경이 급속도로 날카로워진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아르티야의 해체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원흉인 셈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뒤로 녀석의 행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는 거야.’
베이럭은 동생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리고 그 뒤로 녀석이 대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행방도 묘연해져 도저히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랬던 녀석의 이름이 발데비히에게서 거론된다고?
“너, 가족들을 찾고 싶지 않아?”
베이럭은 정말 아무런 징조도 없이 그 말을 꺼냈다. 클랜 연합과의 전쟁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날의 아침이었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하루였지만. 나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된 순간이었다.
가족.
평생 ‘나’가 누군지 모르고 살아 왔던 나로서는 반드시 붙잡고 싶었던, 간절한 단어였으니까.
그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며 캐물었고.
베이럭은 언제나 그렇듯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묘하게 웃으면서 딱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거인족의 유적지를 찾았어.”
그 말이면 충분했다.
내 눈이 뒤집히기에는.
발데비히는 언제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혼란을 겪곤 했었다.
반거인(半巨人).
거인족도, 인간도 아닌 애매한 혼혈.
물론, 수많은 행성 출신과 종족들이 살아가는 만큼, 혼혈이라는 특성이 특별할 게 없을 정도인 곳이 바로 탑의 세계였지만.
그래도 발데비히가 겪는 갈등은 그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인간만큼 영리하지도 못했고, 거인족만큼 뛰어난 투지를 지닌 것도 아니었다. 필멸자도, 불멸자도 아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어정쩡한 위치.
그러면서도 이미 멸망한 지 오래라고 알려진 거인족의 후예였기 때문에, 그는 등장했을 때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야만 했다.
발데비히는 언제나 그것이 고민거리였고, 트라우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데비히는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넓은 정원이 딸린 집, 같이 장난을 치던 형제와 친구들, 그리고 자신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고 웃어 주던 부모님.
하지만 당시를 떠올리려 하면, 부모님의 얼굴은 그림자가 진 것처럼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어떤 추억이 있는지도 뿌연 안개처럼 가려져 있었다.
그나마 구체적인 기억이 남아 있는 건 대략 5살 무렵부터였다.
스스로를 ‘집사’라고 밝힌 할아버지로부터 기초적인 거인족의 체술(體術)과 투기(鬪技, 싸우는 기술)를 강제로 익히던 시절.
할아버지는 애틋한 정이 느껴지던 부모님들과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언제나 발데비히를 ‘모지리’니 ‘병신’이니 ‘자격이 없다’느니, 혹은 ‘거인족의 수치’니 하는 갖가지 경멸 어린 말투로 핍박하면서 훈육했었고.
때문에 발데비히는 자신감 없는 아이로 자라면서, 스스로가 정말 부질없고 하찮은 존재라고 여기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런 트라우마는 검야차라는 별칭을 얻고 난 뒤에도, 탑에서 돌풍을 한창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발데비히는 더더욱 ‘가족’이라는 단어에 집착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은 대체 어떤 태생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토록 자신을 사랑하던 가족들과는 왜 떨어지게 된 걸까? 가족들은 자신을 버린 걸까? 아니라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자신이 이상한 할아버지의 손에 길러지지 않고, 가족들의 품에서 계속 자랐더라면. 그렇다면 평범한 아이처럼 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발데비히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럴 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용종은 최후의 개체인 여름여왕이라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거인족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멸망하면서 유산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반거인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어딘가에서 거인족이 계속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지, 발데비히가 혹시 반거인이 아닌 단순한 기형인 건 아닌지 하는 논란이 따를 정도였다.
발데비히도 자신이 이런 꼴이 된 게 ‘반거인’이라는 특이한 태생 때문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발데비히에게, 베이럭은 가족을 찾고 싶지 않냐면서 달콤한 사탕을 던졌고.
발데비히는 그게 독이 든 사탕인지도 모르고 덜컥 물어 버리고 말았다.
이후.
발데비히는 베이럭이 가르쳐 준 대로, 거인족의 유적지를 찾아 움직였다.
다만, 정우와 다른 동료들에게는 따로 말하지 못했다.
한창 모두가 전쟁 준비를 하는 와중에 홀로 빠지겠다고 하기가 힘들었던 데다가, 이렇게 몇 번씩 설레발을 치면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가 실패했던 전적이 숱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트라우마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였고. 베이럭이 말해 준 장소도 크게 멀지 않았기 때문에 금세 다녀올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조용히 확인만 하고 오면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애당초 그게 녀석의 낚시였던 셈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베이럭은 그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말해 준 장소에는 정말 거인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간간이 발견되었던 몇 안 되는 유적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큰 규모로.
여러 마을과 거대 무덤의 흔적이 있었고, 미스터리에 쌓인 거인족의 멸망과 연관이 있는 퀘스트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친모와 형제들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단서도 있었다.
발데비히는 곧장 여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가족과 혈육에 대한 집착 때문에 아르티야에 대한 생각은 점점 지워졌다.
어떻게든 퀘스트부터 해결해서 위기에 빠졌을지도 모를 친모와 형제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훌훌 지나고 말았고.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에는 모든 게 끝나 버린 뒤였다.
정우에 대한 소식을 들은 건 바로 그때였다.
결국 난 실패자였던 셈이었다.
가족과 형제들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유일하게 나를 필요로 해 주었던 친구마저 잃어버린 못난이.
……그래도 이런 나에게 하늘이 마지막으로 기회라도 주고 싶었던 걸까.
문득 정우가 오래전에 지나가듯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사라진 줄 알았던 용을 만났듯, 내 가족들도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다만, 사연이 있어 나와 잠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달랬던 말이.
용.
용의 마지막 거처를 찾아야만 했다.
……불멸자들의 특성인 건지, 아니면 한때 신, 악마들과 자웅을 겨뤘을 정도로 오만한 성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인족의 습성을 많이 알아 둔 덕분에 용종의 거처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평범한 이들은 절대 손을 댈 수 없는, 저토록 고고한 존재들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을 골라 찾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정우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은 채로.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결국 늦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때, 내 눈에 들어왔던 게, 거인의 유적지에서 얻었던 보상이었다.
……보상은 그때 사용했다.
정우를 고향으로 보내 주고 싶어서.
나는 이런 꼴이 되고 말았지만. 그만큼은,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바라면서.
발데비히가 유적지에서 얻은 보상은 일종의 티켓이었다.
법칙의 영향에서 벗어나, 좌표와 시간대에 관계없이 원하는 외부 차원으로 향할 수 있는 티켓.
원래대로라면 모든 히든 퀘스트를 끝낸 발데비히가, 자신과 종족의 고향이 있는 차원으로 가기 위해 사용해야 했을 티켓이었지만.
발데비히는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비원을 물리고, 주저 없이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끝까지 어리석고 못났던 나는. 잃고 난 뒤에야 겨우 깨달았던 것이다.
오래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형제보다 더 형제 같았고. 부모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각별했던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티켓을 사용한 덕분에 발데비히는 그토록 간절히 그리던 고향으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그는 아무래도 좋았다.
형제나 다름없던 동생의 마지막만큼은. 싸움과 전쟁이 없는 평온한 고향 세계에서 맞이하게끔 도와주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자신이 처음 탑의 세계에 들어왔을 때. 모두가 자신을 부려 먹을 생각만 할 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주며 ‘친구 할래?’라고 말해 주었던 것처럼.
“…….”
연우는 편지의 내용을 몇 번이나 곱씹어 읽다가, 고이 접어 다시 봉투에 넣었다.
고향과 가족들을 되찾고자 애썼지만, 끝내 그 결과를 맞이하지 못했던. 그래서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어야만 했던 발데비히의 슬픈 얼굴이 떠오르는 듯했다.
아마도 녀석은 쓸쓸한 얼굴로 동생을 지구로 전송하고, 가족과의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라퓨타를 떠나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편지가 있던 자리 옆에는 아주 작은 함이 더 놓여 있었다.
연우는 그것을 조용히 열었다.
딸칵-
그 안쪽에는.
푹신한 쿠션 위에 색이 조금씩 바래기 시작한 푸른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엘릭서.
동생이 그토록 찾고자 애썼고, 얻었지만, 결국 갖고 돌아올 수 없었던 약이었다.
* * *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나?”
「뭐. 지?」
“기어 다니는 혼돈. 어땠는가?”
「…….」
연우가 클랜 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동생의 흔적을 곱씹던 그 시각.
일행은 마당에 놓인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도라는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중앙 건물을 보고 있고, 갈리어드는 잠시 자리를 비운 탓에 주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브라함과 부가 전부였다.
연금술사와 마도사 출신답게, 두 사람은 꽤 오래전부터 공통된 관심사 아래에서 깊은 친분을 나누고 있었다.
주로 연구 결과에 대한 것들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부가 조금씩 파우스트로서의 기억과 정체 성을 되찾아 가면서 다른 방향으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중이었다.
과거에 신이었던 영락자와 신을 좇고자 했던 추종자.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게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브라함은 파우스트가 직접 접한 바 있는 기어 다니는 혼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아주 많았다.
“타계의 신이란 족속들은, 우리들도 온통 모르는 것으로 가득한 놈들인지라.”
사실 오랜 세월에 걸쳐 98층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신과 악마들에게 있어, 그들이 ‘외신(外神)’이라 부르고, 플레이어들은 ‘타계의 신’이라 부르는 존재들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자신들이 보기에. 저들은 너무나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저들의 연원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들 역시 한때 광활한 우주를 누비며 여러 차원과 세계에서 숭상을 받던 존재들. 전지(全知)하고, 전능(全能)한 초월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인지하지 못한 장소가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황량하고 보잘것없는 곳이었기에 그런 것일 뿐.
다른 뭔가가 있다고 해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탑에 갇히고, 타계의 신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너무나 비대해서 제대로 된 자아조차 갖추지 못한 우주적인 존재가 있을 수 있단 사실을,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초월자들이 탄생한 건가 싶어도, 타계의 신이 가진 역사나 신화는 절대 그들에 못지않을 만큼 깊고 넓었으니.
대체 그들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그리고 ‘탑의 저주’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것만 알 수 있다면. 이 지옥 같기만 한 98층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갇힌 상태로 신과 악마들이 뭔가를 시도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타계의 신들의 입장에서도, 닭장의 새나 다름없이 지내는 볼품없는 것들이 그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자 금세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렇기에. 브라함도 타계의 신을 연구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아니, 애당초 제대로 된 자아를 지니지 못한 그들과 교분을 나누기도 힘들었지만.
그러던 차에, 타계의 신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는 기어 다니는 혼돈과 처음으로 계약을 하고, 그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아 에메랄드 타블렛을 만들어 내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이룬 대마도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당연히 브라함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부는 연우가 칼라투스를 잡는 사이, 기어 다니는 혼돈과 직접 접촉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때 느꼈던 것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런데.
「없었. 다. 아무것도.」
“없었다니? 그게 무슨 의미인가?”
브라함은 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어둠.」
부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칠흑. 을 좇고자 하는. 거짓된 어둠. 그렇기에. 공허한. 어둠. 이었. 다.」
순간, 브라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칠흑과 공허. 어디선가 많이 듣던 단어가 아닌가.
「내가. 기억나는 건. 그게 전부. 떠올리려면. 좇아. 야 한다. 내. 전생을.」
엘더 리치가 되고도, 기억을 전부 떠올리지 못해 방황해야만 하는 존재.
“그럼 자네의 전생을 좇으면, 칠흑……!”
브라함이 그런 부에게 무언가를 물으려던 그때.
콰직!
와장창창-
갑자기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부서지면서 뭔가가 그들 사이로 튕겨 왔다.
브라함이 가까스로 그를 붙잡았다.
부서진 투구와 갑옷에서 조각이 우수수 쏟아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한령!”
엘로힘을 정리하라고 보냈던 한령이 큰 부상을 입은 채로 되돌아온 것이다.
현재 엘로힘에 한령을 다치게 할 만한 존재가 있던가? 독재관을 비롯해 프로토게노이 족의 가주들도 대부분 죽어 나간 이때, 엘로힘에 위험한 대상은 거의 없을 텐데?
더군다나. 한령은 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음에서 탄생해, 그림자로만 이뤄져 있어, 상해는 입을지언정 절대 죽을 수는 없는 형태인 그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괴현상은 브라함과 부로서도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안티 베놈…… 이 엘로힘에 나타…… 났습니다!」
안티 베놈, 베이럭.
그를 언급하면서.
화아악-
한령의 한쪽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