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487화 (487/862)

12화. 아카샤의 기록 (6)

[368:54:08_59]

[368:54:68_58]

……

“으, 으아악! 이게 대체 뭐야!”

“괴, 괴물……!”

“젠자아앙! 피해!”

“저런 게 대체 어떻게 튜토리얼에 있을 수 있는 거지?”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재앙이 닥쳤다.

오크 부락이 있는 숲 지대에서 일어난 거대 뱀은 닥치는 대로 눈앞에 있는 것들을 먹어 치웠다.

때문에 구획 통과에 한창 집중하고 있던 노비스들은 가만히 있다 말고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거대 뱀이 날뛰는 데 휩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키에에에!

키엑! 키엑!

다른 몬스터들도 똑같이 난리가 난 채로 자신들의 구역을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과 천 명도 넘는 노비스들이 뒤엉키는 광경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연우는 멀찍이 떨어진 상공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고! 당신은 지금 현재 튜토리얼에 필요 이상의 개입을 하고 있습니다. 개입을 중단할 것을 권고합니다.]

[경고! 이곳은 도전자들을 시험하는 관문입니다. 당신은 현재 그들의 도전에 심각한 방해가 되는 해위를 하고 있습니다. 즉각 중단하십시오.]

[경고! 당신은 현재…….]

……

[튜토리얼에 참여할 자격이 없습니다.]

[튜토리얼에 참여할 자격이 없습니다.]

……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대한 간섭의 정도가 심각합니다.]

메시지가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어서 개입을 그만두고, 당장 튜토리얼 스테이지를 떠나라는 경고 메시지였다.

물론, 그런 걸로 눈 하나 깜빡할 연우는 아니었지만.

만약 이런 경고 메시지로 물러설 것 같았으면, 그동안 그토록 많은 스테이지를 엉망으로 만들지도 않았을 터였다.

이 외에 패널티가 주어진다는 말이 따르기도 했지만. 이미 의념 통천을 통해 시스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그로서는 큰 타격이 없기도 했다.

다만, 연우의 표정은 새삼 진지했다.

분명 이와 같은 상황을 의도한 건 그였지만, 생각보다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카샤의 뱀이 원래 저리 커졌었나?’

예상보다 아카샤 뱀의 성장 속도가 빨라도 무척 빨랐다.

그도 처음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입장했을 당시, 죽어 있었던 아카샤의 뱀을 키우기 위해 몬스터들을 대거 끌어와 먹이로 던지면서 덩치를 불렸다지만, 이건 당시의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으니.

아직 E구획에 있는 몬스터들 중 3분의 1밖에 해치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덩치는 이미 당시 연우가 상대했을 만큼 커진 상태.

앞으로 더 던져 줄 녀석들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더 커질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영약이라도 먹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연우가 알기로 E구획에는 아카샤의 뱀 외에 이렇다 할 히든 피스가 없었다.

끽해야 리자드킹의 왕관을 둘러싼 킹 하르간과 퀸 타라간이 그나마 괜찮은 급이었지만, 그쪽으로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고블린 부락과 코볼트, 트롤과 오우거의 영역 같은 곳들이 먼저 털리고 있었다.

물론, 동생이 여러 번의 회차를 통해 알아내지 못한 히든 피스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저런 성장 속도는 도저히 말이 되질 않았다.

‘아니면…… 리미트가 해제되기라도 한 건가? 이블케가 없어서?’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정도는 그게 전부였다.

튜토리얼 스테이지를 이리 엉망으로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블케에게서는 아무런 제재도 없는 상황. 아니, 코빼기도 내비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무래도 라플라스로부터 촉발된 혼란이 생각보다 큰 모양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블케가 어느 정도 난이도를 조절하기도 했을 테니, 그가 없는 것만으로도 저런 변화가 가능한 건지도 몰랐다.

‘일단은 처음 계획했던 대로, 계속 끌고 다녀야겠어.’

연우는 아카샤의 뱀으로 하여금 E구획의 몬스터들은 물론, 스테이지 전반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포식하게끔 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겠지.

연우로서도 나쁠 건 전혀 없었다. 여기서 죽어 나가는 것들의 영혼이 차곡차곡 소울 컬렉션에 쌓이는 중이었다. 최근 들어 용량이 부쩍 늘어 언제 다 채우나 싶었는데, 이참에 해결할 수 있을 듯싶었다.

키키키킥! 키킥!

키에에, 키에-

동료들이 많아졌다며 영괴들이 키득키득 웃어 댔다. 그림자가 크게 출렁거렸다.

‘그럼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연우는 시선을 아카샤의 뱀에서 저 멀리 도망치는 노비스들 쪽으로 향했다.

‘옥석을 가리는 건가?’

* * *

[359:43:21_69]

[359:43:21_68]

……

아카샤의 뱀을 풀어 놓은 지 12시간이 넘었을 무렵.

우걱, 우걱-

아카샤의 뱀은 E구획과 F구획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은 물론, 동굴에다 대가리를 밀어 넣고 안쪽 지대까지 침범하면서 스테이지에 남아 있던 모든 것을 먹어 치웠다.

연우는 그동안 노비스들을 하나 하나씩 점검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거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녀석들은 있기 마련이었고.

그는 영괴들을 시켜 그런 녀석들만 속속 그림자 속으로 납치했다. 아르티야의 동량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머지 노비스들은 아카샤 뱀의 먹잇감으로 던졌다.

누가 본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처사라고 손가락질할지도 몰랐지만.

‘탑의 세계란 원래 그런 곳이지. 낭만 따윈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힘이 없는 약자가 언제든 죽어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곳.’

연우는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동생이 배신을 당한 것도 그런 그와 같은 사고관의 연장선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인생은 내로남불이라지만, 우리 주인은 어휴…….」

[다수의 악마들이 샤논의 말에 동의를 표합니다.]

[소수의 악마들이 당신의 다음 행동을 살핍니다.]

[아가레스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하하! 확실히 너는 정우와 그런 면에서 보면 달라도 아주 달라. 정말 같은 형질을 타고 난 쌍둥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가레스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그러니 이제 나와 함께 할…….]

[사용자의 권한으로 아가레스의 메시지가 임시 차단되었습니다.]

“그래도 난 최소한 저들에게 기회는 주었어.”

탑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자신의 주제를 빠르게 잘 파악한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리타이어를 시도해 무사히 튜토리얼을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미련이 남아 끝까지 뭉그적대던 녀석들은 결국 아카샤 뱀의 입 안으로 빨려 들고 말았으니.

「아, 예. 고양이 밥으로 던져 주나, 아니면 차가운 강에다 던져 주나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주인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죠.」

“네가 그 고양이 밥 신세가 될 수 있단 생각은 안 해 봤나? 능력 죄다 묶어다가 저기다 던져 주면, 저 녀석이 참 좋아라 할 것 같은데.”

「……헤헤헤. 소인 같은 무지렁이가 어찌 주군의 바다처럼 넓은 뜻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요?」

연우가 샤논과 이런저런 농담 따 먹기를 하는 동안.

카아악! 카악!

모든 먹이가 떨어진 아카샤의 뱀이 대가리를 높게 치켜들었다. 벌써 체고만 수백 미터 단위를 훌쩍 넘긴 녀석은 귀신처럼 안광을 흘려 댔다. 어떻게든 먹잇감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만한 덩치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제 스테이지에 유일하게 있는 식량원인 연우는 자취를 완전히 지워 둔 상태.

그러자 녀석은 더 이상 허기를 버티지 못하고, 이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먹어 치웠다. 단단한 동굴은 물론, 지반, 암석, 나무, 산자락 따위를 가리지 않고.

「스테이지를 먹는 뱀이라. 어째 좀 무섭다?」

샤논은 질린 목소리가 되었다. 덩치가 커질수록 식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카샤의 뱀이 이제는 두렵기까지 했다.

구획이 차례대로 사라졌다. 그럴 때마다 먹는 속도도 점차 빨라져 끝내 마지막 G구획까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렇게 모든 스테이지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남은 자리는.

「……이건, 좀.」

『신기하군.』

온통 새카맣기만 했다.

‘공허.’

공허이지만, 공허라 할 수 있을까 싶은 장소.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화려했던 화판 위에다 검은 페인트를 쏟아 모든 그림이 사라진 것처럼.

모든 풍경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시공간의 구분이 전혀 없는 칠흑색의 세상이었다.

다만,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일반적인 공허와는 달랐다. 그래도 최소한 여기서는 존재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 그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에 불과한 공간이라 해야 옳을 듯싶었다.

그리고 세상에 홀로 남은 아카샤의 뱀은 장장 수백 킬로미터도 훨씬 넘는 엄청난 크기가 되어 있었다.

타르타로스에서 만났던 여러 거신들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

[‘니플헤임’의 악마, ‘요르문간드’가 아카샤의 뱀을 주시합니다.]

[‘아포피스’가 아카샤의 뱀을 세밀히 관찰합니다.]

……

아카샤의 뱀은 스테이지마저도 더 이상 남아 있질 않자, 독니를 잔뜩 드러냈다.

공허를 먹어 치우고 싶어도 역시 먹히질 않아 성질만 잔뜩 났다. 그럴수록 허기는 더 심해졌다.

그러다.

쿠드득, 쿠득-

아카샤의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었다. 이 허기를 어떻게든 달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이라도 물어뜯어야 했던 것이다.

「캬. 자기 자신을 먹어? 아귀도 안 하는 짓을…… 이제 임계점에 온 건가?」

어마어마한 몸집의 뱀이 스스로를 먹어 치우는 광경은 보기에 끔찍할 정도였다.

검은 비늘이 후두둑 떨어지고,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는지 눈가에 핏대가 잔뜩 서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포식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한 점, 한 점이 조금씩 뜯기며 끝내 머리통만이 남았을 때, 흉성만 가득하던 눈동자에서 이지가 툭 하고 끊어졌다.

하지만.

‘시작된다.’

연우는 아카샤 뱀의 머리통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튜토리얼을 건넜을 무렵, 오크 샤먼은 죽은 아카샤의 뱀을 재생시키기 위해서 직접 뇌를 적출하고, 일정한 의식을 통해 거기서 새끼 뱀을 꺼냈었다.

그렇다는 건.

‘아카샤 뱀의 본체가 뇌에 있다는 뜻.’

저만큼 커질 대로 커진 녀석이니, 본체도 어느 정도 영성을 깨우쳤을 게 분명했다.

“다들 준비해.”

연우의 명령에 따라, 그림자가 사방으로 뻗쳐 나가면서 샤논과 한령, 레베카 등을 비롯해 디스 플루토가 나타났다. 그들은 일제히 중무장한 채로 아카샤 뱀의 머리를 에워싸,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갖췄다.

본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 더구나 자칫 초월 이라도 이뤘다면 즉각 제압해야만 했다.

그때.

푸화악!

갑자기 이마 부근이 갈라지면서 무언가가 위로 튀어나왔다. 죽음의 군단은 일제히 쥐고 있던 병장기를 꽉 쥐었다.

그런데.

「……뭐야, 저거?」

샤논을 비롯한 죽음의 군단은 전부 황당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당연히 머리를 뚫고 나와 난리를 치리라고 생각했던 본체가.

「죽었어?」

축 늘어져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태.

연우는 혹시 녀석이 기만책이라도 부리는 건가 싶었지만, 본체라 생각되는 자그마한 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다.

그래서 불의 날개를 한껏 펼치며 가까이 다가갔다. 샤논 등이 위험할지 모른다고 소리치려 했지만, 곧 연우를 보고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정말 죽어 있었던 것이다.

「엿 된 건가, 우리……?」

샤논은 황당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흉성을 드러내놓고 결과가 죽은 것이라니. 뭔 이런 해괴한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덩치가 커졌을 때 잡고 말았지.

튜토리얼로 오기 위해서 여태 했던 고생이 죄다 헛수고가 되어 버리는 걸까.

다음 회차를 노리려 해도 다시 티켓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가, 이렇게 스테이지가 망가졌으니 새로운 회차가 언제 열릴지 보장도 할 수 없는 판국이었다.

다른 권속들도 전부 말을 잇지 못하는데.

연우는 본체의 사체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는 허탈해하는 권속들과 다르게 사고의 흐름을 바꾸고 있었다.

아카샤 뱀의 ‘진짜’ 죽음. 혹시 여기에 어떤 단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혼을 뽑아 올리려는데.

『주인.』

그 순간, 공허를 가르며 네메시스가 불쑥 나타났다. 그동안 동생의 사념체가 잠든 이후로 모습을 거의 내비치지 않던 녀석이 간만에 깨어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네메시스는 아카샤 뱀의 본체를 보면서 말했다.

『그것을 내게 다오.』

연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네메시스를 보았다.

네메시스가 깊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정우의 특전에서 태어나, 그의 꿈을 먹으며 자랐던 존재. 환상 속에 살던 용이었고, 이제는 꿈속에서 잠든 용이다. 그리고 죽음을 먹는다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순간, 연우는 네메시스가 아카샤의 뱀을 먹는 게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메시스의 외양은 아카샤의 뱀과도 무척 닮아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아카샤의 뱀이 칠흑왕의 권속이었듯, 네메시스는 그의 권속이었고.

아카샤의 뱀이 칠흑왕을 기다렸듯, 네메시스는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아카샤의 뱀이 죽었으니, 네메시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재생(再生)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허물을 벗는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아카샤의 뱀이 네메시스로 거듭난다는 의미인지도 몰랐다.

아니, 그런 게 확실했다.

어딘지 모르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연우는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카아악!

네메시스는 주저 없이 아카샤 뱀의 본체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그리고.

우우웅-

콰드드득!

네메시스의 몸체를 따라 광채가 치솟았다. 마치 허물을 벗으려는 듯, 크게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화아악!

광채가 번지면서 연우를 집어삼켰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거대한 두 개의 눈이 똑바로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연우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카샤 뱀이었다. 정확하게는 녀석이 남긴 사념이었다. 하지만 여태 흉성에 젖어 미쳐 날뛰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맑은 기운만이 가득했다.

『주인님……』

그것은 연우를 보면서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오셨군요. 드디어.』

아카샤의 뱀은 재생을 반복하면서 제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했다.

아무래도 연우와 칠흑왕을 헷갈린 듯싶었다.

『기다렸습니다. 주인님이 오시기만을.』

연우는 녀석에게 자신이 그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눈빛 속에 담긴 그리움이 너무나 익숙했던 것이다. 어릴 적, 텅 빈 집에서 어머니와 형을 기다리던 동생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래서.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녀석의 콧잔등을 어루만졌다. 녀석이 가진 덩치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손짓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족한지 천천히 눈이 풀렸다.

스르륵-

그리고 눈이 완전히 감겼을 때.

녀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주인의 품에 안겨 잠든 강아지처럼. 포근한 미소가.

지이이이잉!

칠흑왕의 형틀이 그에 호응하듯이 크게 떨렸다.

팟!

아카샤 뱀의 사념체가 잘게 부서지면서 형틀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메시지가 차올랐다.

띠링.

띠링.

[네메시스가 신수(神獸) ‘아카샤의 용’으로 승격하였습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30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50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신성의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초월의 단서’를 획득하였습니다.]

……

[제5의 원소, 아카샤(Akasha)를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 무(無)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격이 상승하였습니다.]

[격이 상승하였습니다.]

……

[아카샤의 뱀에 숨겨진 히든 피스를 통해 ‘아카식 레코드’를 3회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