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아카샤의 기록 (8)
연우는 순간 자신이 말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라고?
「처, 처, 처, 천마?」
「말도 안 되는……!」
하지만 환청을 들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샤논과 한령도 충격에 젖어 신음을 통했다. 평상시 말이 전혀 없는 편인 부와 레베카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발밑에 깔린 그림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만큼 남자가 던진 말이 일으킨 충격은 커도 너무 컸다.
천마.
신도 악마도, 용종도 거인족도 되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면서도, 홀로 독보하여 천계에서 제일의 위치에 앉아 있는 존재였다.
마군에서는 아예 그런 천마를 ‘진짜 신’으로 신봉하며, 다른 신과 악마들을 ‘가짜’로 취급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유일신(唯一神) 사상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 광신도들이 신봉하는 존재이다 보니, 연우는 그동안 천마도 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다.
오로지 파멸만을 반복하는 괴물.
모든 구속을 싫어하며, 광기에 찌든 짐승 같은 존재라고만 여긴 것이다.
하늘(天)에 닿은 유일한 마(魔)라고 하니, 당연히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왕들도 몇 수를 접어줘야 할 대악마 같은 이미지로만 여겼었는데.
아니, 애당초 이런 건 연우만이 가진 생각이 아니었다. 탑에 거주하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그와 비슷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천마를 신봉하는 신도가 극단적으로 적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런 것과 전혀 달라.’
모든 것을 초월한 것처럼 보였다. 너무 초월해서 까마득하게 보이는 것. 지상에 사는 인간이 아무리 밤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도 별에 닿을 수 없듯, 천마도 그렇게 보였다.
신격에 거의 근접하고, 신성까지 깨달은 연우에게도 너무 멀리 있어 보이는 별빛.
그래서 그 별빛이 얼마나 큰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대지모신 같은 개념신도, 기어 다니는 혼돈 같은 타계의 신도 그 크기가 얼추 보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천마는 지고(至高)하고 고고(高高)한 존재,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마’라고 불리는 것도…… 신과 악마들이 도저히 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게 아닐까.’
초월자든 필멸자든, 누구나 자신이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대상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니까.
『…….』
흡혈군주도 설마 천마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던 듯, 비그리드 위로 올라왔던 화신체가 파르르 떨렸다.
“뭐, 난 명왕(明王)이라는 이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좀 더 간지 나잖아.”
천마는 그런 연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농담 따 먹기를 해 댔다.
그런 모습이, 연우는 더욱 대단하게만 보였다.
저런 여유는 누구든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거란 자부심과, 자신이 해내지 못할 일은 무엇도 없다는 자신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강한 자존감 등이 어우러져야만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연우는 저런 모습을 가진 사람을 딱 두 명 알고 있었다.
‘스승님.’
무왕 나유.
그의 모습이 천마에게서 겹쳐 보이는 건 어째서인지.
그리고.
‘미후왕…….’
정확하게 연우가 만나고 흡수했던 건 미후왕이 남긴 허물이었지만.
그래도 천마와 인상이 많이 비슷한 듯했다.
하지만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미후왕은 천마가 가졌던 무수히 많은 전생들, 마군에서 말하는 ‘얼굴’ 중 하나였다고 했으니. 같은 영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격이나 기품도 비슷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너 내 냄새도 조금 난다? 이야, 우리 원숭이 아죠씨 냄새 같은데. 크으! 하필 먹어도 그렇게 상한 걸 먹냐. 탈은 안 나디?”
“…….”
연우는 어째서 천마가 창공 도서관에 머물고 있는지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천마가 자신을 해코지할 생각이 없다는 것.
오히려 간만에 찾은 손님이 반가웠던지, 호의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건 같은 행성 출신, 그것도 고향마저 같은 이를 만났다는 것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미후왕과의 인연 등이 같이 섞이면서 더 증폭된 것 같았다.
그래서 연우는 순간 고개를 든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당신은…… 잠들었던 게 아니었습니까?”
“잠?”
천마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곧 그 말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파하하! 이야,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럼 아래쪽에서는 지금 내가 잠자는 숲속의 왕자, 뭐 그런 걸로 보이겠네? 그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천마는 뭐가 그리도 재미난지 낄낄 웃어 대다가, 진중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서 있는 연우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본체가 눈 감고 있는 건 맞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다시피 정신체는 여기에 들어온 지 꽤 되었거든.”
“그럼 마군을 버리신 게,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마군? 아, 그 미친놈들?”
“…….”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버리고 말고가 어디 있어?”
“…….”
「와. 어떻게 자기 신도들에게 저런 막말을 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샤논은 천마에 대한 지난 인상이 와장창 깨지는지 반쯤 넋이 나간 듯했다.
신이 자신의 신도를 부정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신의 격과 힘은 본디 신도들이 보내는 신앙의 질과 양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부정을 한다면 이런 신앙도 거부하는 셈이니, 저절로 신의 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천마는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신도들에 대한 신랄한 평가도 서슴지 않았다.
일개 신앙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자신의 힘과 격이 약하지는 않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리라.
“뭐,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난 여기서 내 신도들에게 그동안 해 줄 만큼 다 해 줬어. 하늘산으로 향했던 엑소더스(Exodus) 때부터, 다시 방주인 이곳에 이르기까지. 절지천통(絶地天通)이 시작된 순간, 이미 인간은 내 손을 떠나게 된 셈이다.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도, 려도 바랐던 것이었으니까.”
연우는 천마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마군이 싫어서 떠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식을 독립시킨 부모와 같은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비록 그 자식은 부모의 생각과 다르게 비뚤어진 길을 걷고 있지만, 자식이 언젠가 다시 제대로 된 길로 되돌아올 것이란 굳건한 믿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어쩌면 대주교나 킨드레드가 그렇게 부르짖었던 보살핌이라는 건…… 애당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인지도 모르겠어.’
대주교와 킨드레드는 천마가 다시 자신들을 돌아보기를 그토록 갈망했고, 부름에 답을 주지 않자 스스로 천마의 얼굴이 되어 그 힘을 강탈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마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천마에 대한 마음을 단념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제천대성의 의형제, 동주칠마왕을 통해 무언가를 꾸미고자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비행(非行)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그들이 안타까워지기도 했다.
“어쨌건 간에 녀석들이 ‘명’이 아닌 ‘마’를 그들의 근본 교리를 세웠다면, 거기에 걸맞은 길을 걷기만을 바란다. 딱 그뿐이야.”
어쩌면 이것이 신으로서의 제대로 된 자세일지도 모른다.
연우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이곳 도서관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그렇게 아주 거창한 곳은 아니야. 태초에서부터 지금, 혹은 종말까지, 순차적으로 각지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저 ‘기록’하기만 할 뿐이지. 이 도서관의 필요성은 딱 그걸로 끝이야.”
천마는 연우에게 창공 도서관의 구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우는 천마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하지만 그래서는 정리 정돈되는 것 하나도 없이, 모든 게 어지럽기만 할 뿐이겠지? 꼭 막내 여동생 방처럼.”
“…….”
“음. 같이 웃자고 한 소린데. 재미없었냐?”
“……남자 형제뿐입니다만.”
“아, 그래? 젠장. 이런 건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나는 막냇동생이 여자애거든. 돼지우리가 따로 없어요. 딱 여기랑 똑같아.”
천마에게 형제가 있다고? 연우는 아주 잠깐 그녀가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졌다.
“하여간. 그래서는 뭘 제대로 찾으려 해도 찾을 수도 없고, 별 이상한 것들만 나오기 십상이지. 또 여기를 데이터베이스로 두는 인과율 시스템에도 이따금 에러가 뜰 가능성이 크고. 나는 여기서 그걸 분류하고 정리해 주는 거야. 디스크 조각 모음처럼.”
한마디로 그는 여기서 사서 노릇을 하고 있단 뜻이었다.
짝!
천마가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여기저기에 난잡하게 꽂혀 있던 책들이 줄줄이 책장을 나오더니, 그대로 허공을 미끄러지면서 서로 다른 장소들로 빠르게 이동했다.
연우는 그 광경을 신기한 눈으로 보다가, 바로 눈앞에 있는 책장 앞에 섰다.
천마가 써서 붙인 듯한 목록대로 책들이 분류되어 있었다. 시대, 사건, 역사, 인물…… 그런 것들이 가나다 순서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모습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탑.
5,211년 1월 차.
사건 정리.
5,211년이라면 바로 현재를 말한다.
연우는 그것을 뽑아 중간 장을 펼쳤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백지가 보였지만.
스르륵-
곧 제일 윗줄을 따라 새카만 글자가 적히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글자였지만.
[‘용의 지식’의 효과가 더해져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곧 글자들이 저절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52층에서 시작된 아르티야와 저항군 간의 대립은 부유성의 등장과 함께…….
페이스리스와 흑태자. 이것들이 준비하는 건, 미친 짓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있을…….
대지모신의 추격을 피할 장소는 몇 남지 않았다. 남은 생존자도 얼마 없는 이때, 생존을 위해서 타천(覽天)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내용은 온통 중구난방이었다.
현재 시점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기록되다 보니 구분 짓는 게 어려웠던 것이다. 아마 이렇게 책의 내용이 꽉 차고 나면 여러 개로 분화되는 형태인 듯싶었다.
그래서 연우는 글을 읽으면서도 정리가 되지 않아 의미를 온전히 해석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그의 명령에 따라 52층 정복 전쟁을 진행 중인 아르티야의 현 상황.
두 번째는 사라졌던 궁무신 장웨이의 생각.
세 번째는 그토록 궁금했던 올림포스 생존자의 행방이었다.
연우의 눈이 저절로 커지고 말았다.
판트의 손에 죽은 게 아닐까 싶었던 장웨이는 살아남아 페이스리스와 접촉 중인 듯했다. 원수나 다름없을 두 사람이 만난 이유가 무얼까.
더구나 생각지도 못한 흑태자의 등장까지. 이들이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다행히 그 이유는 금세 머릿속에 박혔다.
무왕 암살.
되도 않는 짓이었다. 자살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는 행위. 하지만 무왕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알고 있을 그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좀처럼 짐작이 가질 않았다.
올림포스 생존자의 행방도 마찬가지. 간단하게나마 살펴보니, 티탄-기가스의 추격을 피해 계속 도주를 하고 있는 중인 듯했다. 피해자도 많은지 하나같이 지쳐 있는 것이 책자로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아테나와 헤르메스는 살아 있는 듯했지만.
‘그래도 타천이라니.’
타천은 자신의 격을 던지고 필멸자로 내려앉는다는 의미. 엘로힘을 세웠던 프로토게노이 족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존재들이었다.
신으로서의 자긍심을 버린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을 생각할 만큼 생존자들의 안전이 위급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그들이 있는 장소도 떠올랐다.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에레보스?’
타르타로스보다도 더 아래에 있어 존재 여부조차도 확실치 않다는 명계의 끝 영역. 그런 곳에 있다면 저들로서는 거의 궁지까지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저런 곳에 있어서는 신력을 유지하는 것도 힘이 들 것이다. 신앙을 수집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저대로 있다가 스러질지도 모르는 일. 타천을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했다.
하나같이 연우로서는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뒤 내용을 더 살피고자 계속 책자를 살폈지만.
[‘용의 지식’의 효과가 만료되었습니다.]
[글자를 해독할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의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더 많은 열람을 원할 시, 그만한 자격이 필요로 합니다.]
글자가 지렁이가 굴러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다시 풀어지면서 해석이 불가능해졌다.
연우는 다급한 시선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이것을 열람할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려 주는 건 상관없는데, 대신에 그만큼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같이 깎인다는 것을 감안해 둬라. 그리고 열람 횟수에도 제한이 있지? 지금은 맛보기 같은 거야.”
천마는 연우의 생각을 알고 있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이걸로 되겠냐?’라고 뒷말을 덧붙였을 때, 연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분명히 장웨이의 꿍꿍이도, 올림포스 생존자들의 행방도 중요하지만…….’
연우는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정리하고자 했다. 그에게 허락된 창공 도서관 이용 횟수는 총 3회. 그렇다면 효율적으로 써야만 했다.
‘지금 내게 1순위는 당연히.’
연우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칠흑으로 가는 길. 칠흑왕의 정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긴 도서관. 이곳에 온 이상,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애당초 그가 탑을 올랐던 이유도 동생의 영혼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다른 인연들도 중요하다지만, 이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칠흑왕에 대한 정보는 그만큼 비쌀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3회로도 모자랄 수 있으니, 우선 이것부터 열람해야만 했다.
장웨이와 페이스리스의 꿍꿍이야 이곳에서 볼일을 서둘러 마치고 넘어가 막으면 그만이고, 올림포스의 행방도 찾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가 탈각과 초월만 이뤄 낸다면 얼마든지 손쓸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
결국 연우는 마지막 남은 미련을 끊어 내고, 생각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천마도 연우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 걸 보고,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결정 났나 보네. 뭐가 궁금했는지 물어봐. 원래 이런 서비스는 잘 안 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고향 사람 만났으니까 까짓것 무료로 나서 준다.”
연우는 천마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
“그럼 혹시 칠흑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응? 뭐?”
천마가 눈을 멀뚱하게 떴다. 연우는 혹시 그가 모르는 존재인가 싶었다.
“혹시 아직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알아낸 것으로는 태초신이나 개념신의 일종으로 죽음이나 꿈과 같은 씨앗…….”
“아니, 아니. 그냥 네가 왜 그런 걸 찾는가 싶어서 그러지. 내가 그 양반을 좀 잘 알아서. 고인 물도 그런 고인 물이 없거든.”
“……!”
드디어 찾았다!
연우가 생각보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겠다는 생각에 주먹을 꽉 쥐는데.
“그러니 모르긴 왜 모르겠어.”
천마가 입꼬리를 말아 올려 익살맞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놈을 공허에다 처박은 게 나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