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495화 (495/862)

20화. 공적(公敵) (1)

‘……아들?’

빛무리가 환하게 번져 나가면서 창공 도서관이 해체되었다. 그 속에서 연우는 아주 잠깐 정신이 멍했다.

천마가 마지막에 던졌던 말이 가슴에 깊숙하게 남았던 것이다.

그 순간.

‘설마?’

연우는 어느 생각에 미쳤고.

팟!

곧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다.

* * *

[이곳은 52층, ‘얼어붙는 바다’의 관입니다.]

[52층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시련: 예부터 ‘얼음’은 온혈 동물이 가장 머물기 힘든 곳으로, 얼음이 가득한 대지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시련과 고난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뒤에는 새 생명이 돋아나기 마련이고, 백색으로 덮인 세상은 그 아래 어느 곳보다도 뜨거운 열을 품고 있기 마련입니다.

빛과 어둠이 순환을 이루듯이, 얼음은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로 그런 가능성을 찾아 쟁취하세요. 그 가능성이 당신의 잠재력을 새롭게 개화시킬 것입니다.]

52층은 여러모로 51층과는 정반대되는 특징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51층에서는 몇 겹이나 되는 불길이 치솟는 산을 올라야 한다면.

52층은 끝도 없이 펼쳐진 얼음 바다를 무사히 건너야만 했다.

이곳은 사시사철 눈보라가 쉬지 않고 몰아쳤다. 기온은 일반적인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을 정 도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태양도 너무 강렬해 흰 눈에 반사되는 빛까지 합치면 시력이 상하기 일 쑤였다.

어찌 보면 26층에서 겪었던 통곡의 벽과 사뭇 비슷한 환경이었지만.

그곳은 성벽에 의지해 쳐들어오는 병력을 물리치는 데에 집중하 기만 하면 되는 반면, 이곳은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었다.

특히 52층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발을 디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52층은 육지가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차갑게 얼어 붙은 바다뿐. 그나마 두껍게 얼어 있는 얼음이나, 빙산이 있어 중간중간마다 발을 디딜 곳은 충분히 있다지만 그곳도 그리 사정이 좋지는 못했다.

어떤 괴수가 숨어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데다가, 위험천만한 크레바스가 많아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풀 수가 없었다. 함정적인 요소가 도처에 아주 많았던 것이다.

51층이 50층을 통과한 랭커들의 격과 업을 점검하고, 앞으로 그들이 걸어갈 길을 가늠한다면.

52층은 그렇게 길을 세운 이들의 역량을 시험하는 장소였다.

탑에서 랭커라는 명칭은 뛰어난 실력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이제야 진정한 수도자로 거듭난 자라는 뜻이니.

그 위험한 길을 걷기 위해서는 이만한 시련은 말없이 그냥 건널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시련을 끝내기 위해서는 얼음 바다의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룡의 진주를 찾아야 하는 거였지.’

수룡의 진주는 얼음 바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열수구(熱水口)에서 보통 발견된다.

빛도 닿지 않는 어마어마한 깊이의 심해는 수압도 엄청나기 때문에 감각도 교란되고, 당연하지만 수온도 위쪽보다 훨씬 더 최악이기 때문에 접근이 아주 어려운 편이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해수류나 해왕류도 들끓었다.

이렇듯 52층은 랭커들에게도 건너라고 하면 치를 떨게 만드는 장소였지만.

현재는 저항 세력의 본거지로 지정된 장소이기도 했다.

이렇게 험난한 환경을 가진 만큼, 몸을 숨기기도 쉽고, 보유한 아티팩트의 종류에 따라서 지형적인 이점을 취하기도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아르티야의 지배 체재를 끝까지 거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절대 내어 줄 수 없는 천혜의 요새인 셈이었다.

그래서 아르티야도 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저항 세력을 천천히 이쪽을 몰아넣고 대규모 일전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만, 이번 일들은 연우가 직접 지휘하지 않고, 도일에게 따로 맡겨 둔 상태였다.

저들 중에 연우가 직접 신경을 쓸 만한 강자도 드문 데다가, 있다고 해도 판트와 칸의 선에서 충분히 정리가 가능한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도일은 연우의 사도이기도 한 존재.

그러니 연우가 부재중인 동안에는 모든 지휘 체계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었다. 다행히 도일은 머리도 명석한 편이라, 별다른 실수 없이 일을 잘 처리해 왔다.

연우도 수시로 도일과의 채널링을 통해 상황을 전해 받고 있었기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왜 보이질 않지?’

연우는 52층으로 내려오자마자 기이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층계에 도착하자마자 감각 영역을 넓게 퍼뜨렸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아르티야도, 저항 세력도. 심지어 세력 충돌을 피해 시련에 집중하고 있을 다른 플레이어들의 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2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면 모를까, 천마가 직접 시공의 굴레를 되감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차에 오류가 있었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공의 굴레를 되감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연우가 창공 도서관을 찾았던 시기로는 갔을지언정, ‘그 시점’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창공 도서관에 들어가고 난 시점부터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 2년의 공백이 있는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럼 전투가 끝난 걸까?’

연우는 자신이 도착한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여태 천마가 닫아 놨던 채널링을 전부 오픈했다.

아니, 하려 했다.

그 순간, 바로 발아래에서 얼음 바다가 갑자기 요동치면서 연우가 있는 곳으로 거대한 용오름을 일으킨 탓이었다.

“……!”

그냥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위력의 용오름. 주변 대기가 일제히 찢어발겨질 정도로 컸다.

연우는 재빨리 불의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블링크를 발동시켰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서 나타났는데도.

콰르르릉, 콰르릉-

쿠쿠쿠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면이 다시 요동치면서 새로운 용오름이 일어나 연우를 집어삼키려 했다.

연우가 블링크를 밟아 대는 장소마다 용오름이 나타났다. 절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를 노리고 있었다.

연우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용오름의 돌풍 속에서 아주 익숙한 마력향이 감지되고 있었다.

“마성!”

그 순간.

화악!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새하얗게 반짝이던 얼음 바다 위로 검은 어둠이 짙게 퍼져 나가더니.

좌우로 길게 쭉 찢어지면서 잔혹한 두 눈이 드러났다.

세상 모든 것을 찍어 누를 듯한 오만과, 연우를 잡아먹고 싶어 하는 식탐이 동시에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애송아, 아주 제법이로구나. 정말이지 마음에 들어. 기다렸던 보람이 있단 말이지.』

천마의 제약이 있어 창공 도서관에서는 인간의 형체를 유지했던 것과 다르게, 스테이지로 나온 순간 녀석은 이제 온전하게 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연우는 녀석의 눈빛 너머에 도사린 수많은 사념들을 읽을 수 있었다.

비그리드를 쥐면서 승리를 외쳤던 영웅들의 염원과 비그리드에 피를 묻히면서 저주를 내뱉었던 마물들의 악념(惡念)이 마구잡이로 뒤엉키고 있었다.

마성은 애당초 사념이 뭉친 형태. 그런 염원과 악념을 가득 먹어 치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비그리드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가능성과 진명을 모두 소화하면서. 자신의 힘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근간은 죄악석이 가진 성질, 오만과 식탐에 두고 있으니.

저것은…… 이미 괴물이었다.

웬만한 마왕이나 대악마조차도 가볍게 잡아먹을 수 있을 괴물!

『위에서 가볍게 몸을 풀어 봤으니, 이제 제대로 놀아 봐야 하지 않겠느냐? 키키킥!』

콰콰콰-

마성이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얼음 바다를 뒤흔들던 수십 개의 용오름이 몇 배나 커졌다.

수면이 수백 미터나 되는 높이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하늘에서는 검은 먹구름이 잔뜩 뭉치면서 벼락을 잇달아 쏟아 냈다. 기상 이변을 마음껏 일으켜 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칠흑이 무럭무럭 자라나 연우를 잡아먹기 위해 탐욕스러운 톱니 이빨을 간간이 드러냈으니.

마성은 애당초 연우가 갓 사왕좌를 계승했을 무렵에도, 합일을 통해 올포원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만큼 강했었다. 그러던 녀석이 죄악석에 기반해 비그리드를 그릇으로 삼아 현신하니, 힘의 한계가 어디인지 좀처럼 짐작도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녀석은 이미 스테이지 전체를 수중에 넣어 제멋대로 흔들어 대고 있었다.

‘이 미친놈이!’

올포원의 제지는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 건지. 연우는 다시 그 두 미친놈들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나 싶어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런데.

『아, 그 이상한 삐까번쩍한 놈은 나타나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키키킥! 아무래도 정신이 아주 없는 것 같으니까.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을까 모르겠군.』

마성은 올포원이 절대 오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 내리고 있었다.

순간, 연우는 강한 뭔가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창공 도서관에서 처음 우연히 뽑았던 책자. 거기서 봤던 구절이 언뜻 머릿속으로 스쳤다.

‘관리국의 내분!’

이블케가 라플라스와 손을 잡고, 중앙 관리국에 내전을 일으켰다고 하지 않았던가!

관리국은 올포원과 함께 천계를 견제하던 중요한 축이었다. 그런 축이 잠시 기능이 멈춰 버린다면?

그 뒤의 결과는 딱 하나였다.

천계의 하강(下降).

신과 악마들이 하계로 내려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포원은 그들을 상대하느라 아래 층계의 일에는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 아무리 그가 대단한 존재라 하여도,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그 모든 분란을 감당할 수 없을 테니.

그제야 연우는 왜 올포원이 창공 도서관에 와서 그의 탈각을 막았다가도, 더 크게 제지를 하지 못하고 그리 쫓겨나듯이 나가야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애당초 천계의 하강을 막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의 탈각을 완전히 막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마성은 책자에서 스치듯이 봤던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올포원의 상태를 통해 천계의 움직임을 예감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아무런 방해도 없이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적기였으니.

『그러니까 우리끼리 충분히 놀아 보자고. 크하하하!』

콰르르릉!

스테이지를 뒤흔드는 충격이 더 커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스테이지 곳곳에서 공간의 균열이 일어나고, 거기서부터 공허가 무럭무럭 피어났다.

촤르륵, 촤륵!

공허에서는 수많은 쇠사슬이 튀어나와 연우를 포박하고자 달려들었다.

하나하나가 칠흑색으로 빛나는 것들. 저기에 묶이게 되면 옴짝달싹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6차 용체 각성]

[권능 전면 개방]

[사왕좌를 개방합니다.]

연우는 마신룡체를 각성하는 것과 동시에 격을 한껏 개방했다. 올포원의 제재가 없다면 그 역시 더 이상 눈치 볼 것이 없었다.

그를 따라 강렬한 기파가 폭풍처럼 퍼져 나가면서 쇠사슬을 모조리 튕겨 냈다. 금방이라도 연우를 옭아맬 것 같던 칠흑이 모조리 찢겨 나갔다.

그리고.

[하늘 날개]

연우는 불의 날개를 하늘 날개로 전환하며, 정지되었던 단말들을 전부 깨웠다.

마성이 창공 도서관에서 보이지 못한 본체를 드러낸 것처럼, 연우도 하늘 날개의 기능을 전부 깨우고자 했다.

애당초 하늘 날개는 그에게 사도직을 제안했던 신과 악마들의 권능을 키워드로 한데 묶은 것. 창공 도서관에서는 채널링이 닫혀 있어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그러니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강한 힘을 보여 줄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연우는 확신했다. 언제나 목구멍 어딘가에 걸려 있는 가시처럼 껄끄럽기만 하던 마성을,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잡을 수 있노라고.

수천 개의 채널링이 동시에 오픈되었다.

그런데.

[정지되었던 단말이 재작동합니다.]

[수신 대기 중입니다.]

[‘키워드: 죽음’이 작동합니다.]

[모든 죽음의 신이 신호에 응답했습니다.]

[모든 죽음의 악마가 신호에 응답했습니다.]

[왼쪽 날개가 작동합니다.]

[‘키워드: 투쟁’이 작동합니다.]

[연결된 신들이 응답을 보류하였습니다.]

[연결된 악마들이 응답을 보류하였습니다.]

[오른쪽 날개가 정지합니다.]

[기능이 일부만 복구되었습니다.]

[주의! ‘하늘 날개’가 한쪽만 발현되었습니다.]

‘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

연우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신과 악마들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같이 경계에 찬 시선들.

일부는 적의까지 섞여 있었다.

연우는 신과 악마들이 왜 저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빠른 발전이나, 사왕좌의 계승을 두고 신과 악마 중 일부가 자신을 경계하거나 우려를 표하기도 했었다. 티탄-기가스와는 적대 관계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할 뿐.

대부분의 신과 악마들은 연우에게 호의적이었고, 간간이 사도직을 계속 제안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탈각과 초월을 도와줄 테니 자신들의 사회에 소속되라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연우가 품은 가능성을 아주 높게 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전과 전혀 달랐다.

단말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을 뿐인데.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신과 악마들이 당신에게 의견을 개진하고자 합니다.]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가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메시지: 우리가 내건 제안은 어찌 되었느냐? 그 대답을 달라. 그것이 권능을 하사하기 전에 마쳐야 할 선결 과제다.]

[신의 사회, ‘딜문’이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메시지: 창공 도서관의 이용권은 어떻게 되었는가? 거기서 그대가 얻은 지식은 대체 무엇인가? 천마와 그대의 관계는 무엇인가?]

[신의 사회, ‘베다’가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메시지: 천마가 시공의 굴레를 굴린 것 또한 알고 있다. 미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무한한 지식의 보고’를 열람할 자격을 달라. 그리한다면 그대에게 최고 신좌(最高神座)를 보장할 것이다. 실각한 브라흐마의 자리도 복구할 것을 약속한다.]

……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당신에게 주장합니다.]

[메시지: 그대와 우리는 동맹 관계이다. 우리는 그대를 위해 올림포스와 전쟁을 치르기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동맹 자격으로 요구한다. 열람 자격을 넘겨라. 그리한다면 그대에게 ‘동부의 대공’과 대등한 자리를 주겠노라. 반대로 그리하지 않는다면, 동맹을 파기하려는 것이라 판단하겠다.]

……

창공 도서관의 열람 자격을 달라는 제안.

처음 연우가 얻은 그 보상을 두고, 모든 신과 악마들이 발 벗고 나섰다. 여차하면 그들의 사회가 직접 인과율을 감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겠노라고.

그만큼 창공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건, 모든 초월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숙원과도 같은 것.

그런데도 여태 연우가 아무 대답도 없으니 안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연우는 연우로서도 난감한 것이었다.

이미 그는 계시록의 원전을 보기 위해 모든 열람 권한을 사용해 버린 상태였으니.

더구나 지금은 마성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위기 상황.

그런데도 저들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신과 악마들은 더더욱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들로서는 하강을 시도하고 있는 이때, 창공 도서관의 열람권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했으니까.

[채널링으로 연결된 모든 신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메시지: 만약 그대에게 열람 자격이 없다면.]

[채널링으로 연결된 모든 악마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메시지: 우리를 능멸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대를 천계의 공적(公敵)으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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