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501화 (21권) (501/862)

21권

1화. 시나리오 퀘스트 (1)

칠흑 같은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자리.

그곳에 열두 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자기 키만큼 되는 하얀 곰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그러다 아이가 부스스 잠에서 깼다. 공주님처럼 예쁘게 땋았던 머리가 아래로 쏟아지고, 잠기운 때문에 졸린 눈동자를 끔뻑거렸다.

그러다 아이는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 * *

[‘하데스의 식령검’이 강한 식탐을 드러냅니다!]

콰드드득!

연우의 손바닥에 활짝 열린 울을 따라, 맹렬한 강풍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스테이지가 크게 격동했다.

연우의 격이 상승한 만큼 하데스의 식령검이 가진 위력도 크게 증가한 상태. 연우가 보유한 죄악성의 성질 중 ‘식탐’을 강하게 드러내자, 스킬을 전개하고 있는 연우도 살짝 놀랄 정도였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아예 스테이지를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전사장의 영혼도 강풍에 휩쓸리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이미 잘린 오른팔은 잘게 부서지면서 하데스 식령검의 톱니 이빨 아래로 모조리 빨려 들어간 상태.

하지만 전사장의 저항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쿠어어!

세상이 떠나가도록 크게 포효를 내지르더니, 손에 들고 있던 거대 검을 역수로 쥐어 그대로 땅에다 찍었다.

쿵!

그리고 강풍에 끝까지 저항하면서 마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혼돈의 거마’가 ‘하데스의 식령검’에 거세게 저항합니다!]

[‘하데스의 식령검’이 더 강한 식탐을 드러냅니다.]

[‘하데스의 식령검’이 더 강한 식탐을 드러냅니다.]

[‘혼돈의 거마’가 ‘기어 다니는 혼돈’이 내린 혼돈 마력까지 꺼내며 저항을 시도합니다!]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거의 빈사 상태까지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직 힘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하데스의 식령검에 먹히고 나면 어떻게 될지 본능적으로 짐작이라도 한 것일까.

아무래도 잠깐 하데스의 식령검을 멈추고, 검뢰를 더 뿌려서 녀 석을 궁지로 몰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죄악석(오만·식탐)이 강한 불만을 드러냅니다.]

[‘하데스의 식령검’이 새로운 성질, ‘오만’을 드러냅니다!]

갑자기 심장 한편에 자리 잡은 죄악석이 부르르 떨리더니, 더 많은 마력을 왼손으로 불어 넣었다.

여태껏 연우가 부리던 마력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다급한 성정을 자랑하는 마력이었다.

오만(Superbia)!

세상 모든 것을 자신보다 못하다 여겨 강제로 굴종시키고자 하는 성질이 고개를 치켜든 것이다.

[‘하데스의 식령검’이 오만함을 사용해 ‘혼돈의 거마’의 저항 시도를 분쇄하고자 합니다.]

[‘하데스의 식령검’이 더 강한 핍박으로 ‘혼돈의 거마’의 저항 시도를 분쇄하고자 합니다.]

……

[‘혼돈의 거마’의 혼돈 마력이 분쇄되었습니다!]

카카카칵!

하데스의 식령검이 마치 난폭해진 짐승처럼 마구 날뛰면서 전사장의 영혼을 갈가리 난도질해 댔다.

가슴팍이 터지면서 핏물이 치솟고, 대검이 잘게 떨리다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폭주가 극에 달했을 때, 전사장의 영혼도 그래도 영체가 수십 갈래로 분쇄되어 소용돌이를 그렸다. 그리고 하데스의 식령검 안쪽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다량의 ‘거인의 인자’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량의 ‘거인의 인자’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연신 떠오르는 메시지.

그리고.

[거인의 인자가 각성됩니다.]

[거인의 인자가 각성됩니다.]

……

[거인의 인자가 마와 신과 용의 인자와 합쳐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와 신과 용의 피를 따라 거인혈(巨人血)이 더해집니다.]

[마와 신과 용의 뼈에 거인성(巨人性)이 단단히 새겨집니다.]

……

[거마신룡체의 각성 작업이 재개됩니다.]

콰드드득-

연우는 거인의 인자가 세포 안쪽으로 차곡차곡 부여되면서 다시 한 번 더 몸이 크게 뒤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근육과 골격 같은 육체의 범주를 넘어 영혼이 크게 격동하고 있었다.

마룡체를 이뤘을 때에도, 마신룡체를 성공했을 때에도 그렇지만. 새로운 인자를 획득한다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세계관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여태껏 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용종이 보는 세계.

악마가 보는 세계.

신이 보는 세계.

그들이 보는 세계는 각자가 크게 달랐다.

그들 종족이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나 달랐고, 걸어왔던 길이 너무나 상이했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차이였다.

용종은 세상의 이면을 엿보고자 하고, 악마는 쾌락을 좇으며, 신은 아래를 지배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맛보게 된 거인족의 세계도 달랐다.

이들은 높이 올라서고자 한다.

자신들이 서 있는 곳보다도 더 높은 곳을 엿보며, 항상 그곳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빈틈이 보이면 그것을 쓰러뜨려서라도 위로 밟고 올라선다.

연우는 바로 그 세계가 어쩌면 자신과 너무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보다 더 높은 층계를 오르고자 하는 자신의 모습이 왜 이렇게 투영되는 것인지. 그리고 꼭대기에 올라 모든 것을 발아래에 두고, 끝내 이 탑을 부수고자 하는 모습까지도 똑같았다.

[네 개의 인자가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런 환희에 따라, 영혼이 크게 바뀌었다. 여태껏 조금씩이나마 남아 있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엷어지며 영혼이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모했다.

육체는 이미 한 번 이뤘던 탈피를 다시 한 번 더 이루기를 시도 했다.

화아아!

그리고 네 개의 인자도 균형을 맞춰 가면서 거마신룡체의 각성이 끝나려는 순간.

[획득한 거인의 인자 양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각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인자를 필요로 합니다.]

[격(格)에 미달됩니다.]

[네 인자의 균형이 미묘하게 어긋납니다.]

[거마신룡체의 각성이 중단됩니다.]

[현재 각성률: 42.9%]

‘이런…….’

연우는 턱밑까지 차올랐던 고양감이 마지막 순간을 통과하지 못 하고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 각성이 이뤄지다 말고 그쳤는지를 뒤늦게 알 것 같았다.

획득한 거인의 인자가 각성을 이루기에 너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분명히 그가 획득한 인자가 결코 적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평소 각성에 필요했던 양을 떠올려 본다면 훨씬 차고 넘쳤다.

전사장의 영혼뿐만 아니라, 삼천여 명에 달하는 군단 전체를 흡수해 버렸으니. 비록 사념체에 불과하고, 기어 다니는 혼돈의 마력이 대부분이라 그것을 정제할 필요가 있다 한들 절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사이에 연우의 격이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이었다.

올포원의 방해가 아니라면 탈각은 물론, 초월까지도 시도해 볼 만한 이때.

당연히 그만큼 발전한 격에 어울리려면 웬만한 양으로 절대 충족될 수가 없었다.

결국 연우는 어느 정도의 양만 획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심할 필요는 없었다.

‘여태껏 거인의 인자를 얻고 싶어도, 그럴 길이 없었단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 이것도 대단한 성과야.’

더군다나.

‘이 시나리오 퀘스트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거인의 인자를 얻을 기회는 계속 늘어난다.’

연우는 시나리오 퀘스트가 전부 끝날 때 즈음이면, 거인의 인자를 필요한 만큼 획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화아아!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때 즈음, 연우를 둘러싸던 광채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탈피가 진행되다가 도중에 멈췄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의 눈앞으로 아지랑이가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사람의 형상을 갖췄다.

정확하게는 거인족의 형상. 연우의 크기만큼 줄어든 전사장의 영혼이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천천히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여태껏 기어 다니는 혼돈이 남긴 마력에 감염되어 혼탁하기만 하던 눈동자가, 선명하게 변한 상태였다.

『이렇게 또렷한 정신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군.』

전사장의 영혼은 가만히 눈을 감으면서 바깥 공기를 맡았다. 비록 검뢰의 작렬로 스테이지는 이미 망가지다시피 한 상태였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이런 장소가 더 친숙했다.

『해골왕인지 뭔지 이상한 상태로 있을 때에도 이따금 정신이 드는 게 전부였는데. 너무 좋아. 이렇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이 애석할 정도야.』

전사장의 영혼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면서 연우를 돌아보았다.

『여하튼 고맙구나, 후인이여. 그대 덕분에 맨 정신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은…….”

『아. 이런 멍청한 놈을 보았나.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거인족의 마지막 왕, 발데비히라고 한다네.』

발데비히.

연우는 그 이름을 작게 곱씹었다.

거인족 마지막 왕의 본명과 반거인으로 외롭게 태어난 녀석의 이름이 같은 건 과연 우연일까.

연우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반갑습니다, 발데비히.”

『그나저나 그대는……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을 때에도 느꼈지만 참으로 독특한 친구로군. 용도, 신도, 마도 아닌 것이…… 그놈들의 특성이 혼잡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이리 인간의 형체를 지니고 있으니. 어찌 이런 형태가 가능한 것이지?』

전사장의 영혼은 수많은 차원을 전전했으면서도,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특성을 지닌 연우를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물리적 현상으로밖에 볼 수 없는 한낱 필멸자들과 다르게, 다차원 인지가 가능한 그로서는 연우가 기괴한 형태로 얽혀진 혼종으로만 비쳤다.

그렇다고 해서 그토록 증오스러운 타계의 신과 비슷하냐 싶으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어쨌건 연우는 그들의 ‘상식’ 내에 존재할 수 있는 혼합물이었으니.

그래서 저런 형태가 그의 눈에는 아슬아슬하게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저렇게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상 초월종의 인자를 네 개나 보유하고 있다는 건 걸어 다니는 화약고나 다름없었으니.

만약 격이 저만큼 상승하지 못했더라면. 애당초 육체가 튼튼하지 못했더라면 저렇게까지 유지할 수도 없었을 게 분명했다.

저런 몸뚱이를 들고 앞으로 어떤 발전을 꾀할지, 오히려 그 점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무엇이 되었건 간에, 그대는 나의 홀을 지닌 계승자이며, 우리들을 기나긴 저주에서 꺼내 준 고마운 은인이니.』

그 말이 끝난 것과 동시에.

띠링!

[시나리오 퀘스트(왕의 증명 I)를 달성했습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15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20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대전사(大戰士)’의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

[연계 퀘스트(왕의 증명 II)가 생성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혼돈의 거마’로부터 안내받으세요.]

첫 번째 시나리오 퀘스트를 무사히 완수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선 이것을 받게.』

전사장의 영혼은 연우의 손을 붙잡으며, 그 위에다 검 한 자루를 얹어주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휘두르던 것과 똑같은 형태의 검. 크기만 작아진 것이었다.

다만, 검을 이루고 있는 형질은 다른 것 같았다.

전사장의 영혼이 휘두르던 것은 금속으로 되어 있던 반면에, 이것은 오로지 영기(靈氣)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기였다. 어떻게 값으로 매길 수도 없을 만큼 값진.

연우는 신과 악마들의 시선이 더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애당초 거인족의 왕을 상징하는 신물이라면, 각 사회의 최고신이나 악마왕들이 가진 것보다도 더 희귀한 것.

당연히 천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저들로서는 적대 관계가 될지도 모르는 연우가 더 강해지는 셈이었으니.

[대다수의 신이 잊힌 종족의 힘이 다시 깨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합니다.]

[대다수의 악마가 당신의 활약을 조심히 살핍니다.]

쯧.

연우는 불청객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사실에 혀를 찼다. 채널링이 끊어진 뒤에도, 계속 하계를 관찰할 수 있는 저 능력들을 제거할 수는 없는 걸까.

결국 연우는 발을 가볍게 굴러 그림자를 넓게 퍼뜨렸다. 그림자는 지면을 타고 흐르다, 끝내 천공까지 덮으며 깊은 어둠의 반구(半球) 속에 스테이지를 가뒀다.

[명토가 임시 선포되었습니다.]

[외부의 간섭이 단절됩니다.]

연우는 그제야 불청객들의 시선이 전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능력이 좋은 친구였군.』

전사장의 영혼은 그 광경을 보며 기쁜 듯이 크게 웃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대전사이자 전사장, 즉, 우리 종족의 왕을 증명하는 신물일세.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용맹과 의기를 북돋아 주는 토템과 같은 것이지. 차후에 필요할 때 강화시키고픈 아티팩트 같은 것이 있다면 사용하게.』

전사장의 영혼은 인상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부디 동족들을, 형제들을, 구해 주…… 게…… 나.』

치칙, 치치칙-

그러다 전사장의 영혼은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사념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는 그의 말에는 강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동족과 형제들을 구해 달라고?

거인족의 사멸에, 연우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걸까?

『그…… 고…… 부디…… 기…… 다니는…… 혼…… 을 조…… 심…… 라.』

그 말을 끝으로.

팟!

전사장의 영혼은 결국 완전히 흐려지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연계 퀘스트(왕의 증명 II)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파아아-

연우는 그가 남긴 빛의 입자만이 돌아다니는 그림자 안에서 가만히 손을 쥐락펴락했다.

전사장의 영혼,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전사들이 죽으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염원. 아무래도 그 이면에 있는 내용과 그것을 풀어 가는 과정이 시나리오 퀘스트의 내용인 것 같았다.

다만, 걸리는 점이 있었다.

전사장의 영혼이 남긴 경고. 기어 다니는 혼돈을 조심하라던 말. 그렇다면 역시 거인족의 사멸과 녀석 간에는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 걸까?

웅, 우웅-

그런 추론을 거듭하다, 연우는 생각을 정리하며 자신의 손안에서 잘게 떨리고 있는 전사장의 신물을 내려보았다.

전사장의 영혼은 이것을 두고, 강화시키고 싶은 것에다 사용하라고 했다.

역대 모든 거인왕들의 사념과 신화가 강하게 남아 있을 테니, 절대 허투루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마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단순히 아티팩트뿐만 아니라, 하데스의 식령검과 같은 스킬이나 권능에도 부여가 가능할 것 같았다.

역대 거인왕들의 영성(靈性)이 담긴다면, 그것은 분명 신권(神權)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게 분명한바.

그리고 그 자신도 ‘진짜’ 거인왕의 후계로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니, 신화를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사왕좌로서의 자리도 이제 겨우 소화하고 있는 마당에 거인왕까지 더해지다니. 참 분에 넘치는군.’

지구 출신의 군인이 여기까지 닿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우우우웅!

그렇게 잘게 떨리는 전사장의 신물을 보다가.

‘그렇다면…….’

연우는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을 내리고, 신물을 역수로 쥐며 그대로 아래로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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