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시나리오 퀘스트 (6)
[시나리오 퀘스트(왕의 증명 II)를 달성했습니다.]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공적치를 15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추가 공적치를 20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두 번째 왕의 증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해골왕의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
[당신은 거인족의 새로운 왕뿐 아니라, 새로운 신이 되겠노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당신의 선언이 천계 전체에 걸쳐 공표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신과 악마들이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신의 사회, ‘올림포스’가 당신의 오만함에 적의를 표합니다.]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가 당신을 불만족스럽게 바라봅니다.]
[신의 사회, ‘데바’가 당신을 우려에 찬 눈길로 바라봅니다.]
……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축하 전언을 보냈습니다.]
……
[모든 죽음의 신이 당신의 결정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든 죽음의 악마가 당신의 선포에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비마질다라가 후배인 당신이 어서 천계로 올라오기를 고대합니다.]
[케르눈노스가 자신의 신령을 잊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합니다.]
……
[반거인은 거인족의 후예로써, 영락하였다지만 여전히 초월성을 지니고 있는 종족입니다. 그들의 신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해야만 합니다.]
[당신의 공표에 따라, 난이도가 대폭 상향 조정됩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왕의 증명’이 ‘왕과 신의 증명’으로 갱신되었습니다.]
[신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신화, ‘투쟁’에 새로운 신화가 추가 기록되기 시작합니다. 획득한 신화의 등급에 따라서 추후 획득할 신품(神品)과 신계(神階)가 결정됩니다.]
[추가 공적치를 300,000만큼 획득했습니다.]
[연계 퀘스트(왕과 신의 증명 III)가 생성되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 왕과 신의 증명 ]
설명: 거인족의 후예인 ‘발데비히’로부터 거인족의 사멸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듣게 된 당신은 침묵에 잠겼고, 영락에 영락을 거듭한 거인족의 후예들을 보면서 비통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심 끝에 왕으로서 백성인 그들을 보호하고, 신으로서 신도인 그들을 영도하겠노라고 선언하였습니다.
하지만 거인족의 후예들은 아직 왕으로서의 당신에게 신뢰를, 신으로서의 당신에게 신앙을 갖지 못한 상태입니다. 신뢰와 신앙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해 그만한 업적을, 아니, 신화를 세워야 합니다.
지금부터 신화를 써 내려가세요. 그 첫 번째로 자신들의 존재를 잃어버린 반거인들을 위해 그들의 조상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였는지를 가르치고, 자긍심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아직 당신은 거인족이 남긴 유적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마치지 못하였습니다.
유적지에 거인족과 관련된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합니다. 백성이자 신도인 그들을 이끌고 유적지를 조사하여 비밀을 알아내고, 다가올 독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세요.
제한 조건: ‘왕의 증명 II’의 완수자. 칭호 ‘대전사’의 소지자.
제한 시간: -
보상:
1. 백성과 신도의 신앙 +100
2. 세 번째 왕의 증표
3. 해골왕의 각반
4. 연계 퀘스트 ‘왕의 증명 III’의 참여
콰드득-
연우는 자신의 선포와 함께 체내에서부터 무언가가 다시 한번 더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창공 도서관에서 계시록의 원전을 쭉 살펴보고 난 뒤에 탈각을 이뤘을 때처럼, 영혼이 더 크게 성장하면서 보다 상위의 격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반거인들의 신이 되겠노라고 선언을 해서 그런 것이겠지.
마력은 단순한 말(言)에도 소량이나마 깃들어 있어 시스템에 조금씩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당연히 업적에도 변화가 더해져 추후에 얻을 보상이 달라질 때도 있었다.
하물며 상격을 얻은 존재라면 말이 주는 힘이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는바.
연우가 직접 ‘신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영혼도 거기에 맞춰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영락을 거듭했다고 해도 반거인은 거인족의 후예. 한때, 신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을 다스리겠다고 나서니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계시록의 원전을 읽었을 때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연우는 이것이 또 한 번 자신이 자연스레 탈각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곧장 이대로 신위를 승화시켜서 신격을 획득한다면 더 큰 힘을 얻을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탈각을 자의로 중단하였습니다.]
[격이 고정 유지됩니다.]
연우는 저번과 다르게 섣불리 탈각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한다면 분명히 신격을 얻을 수 있겠지만…… 흡혈군주와 같은 신세가 될 수는 없어.’
이곳은 올포원이 손대지 않는 타계 신들의 성역이니 저번과 다르게 아무 방해도 없이 탈각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연우는 마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던 흡혈군주를 떠올리고 미련을 털어 냈다.
올포원의 눈에 띌까 싶어 수백 년 간 존재를 감추며 살던 삶. 연우는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할 것이 많았고, 오르지 못한 층계도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탈각이야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굳이 길게 미련을 가지지 않고 훌훌 벗어던질 수 있었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탈각을 미루면서 영혼이 계속 무르익기만 한다면, 상격을 거듭 획득하기만 한다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
사실 탈각을 미룬다고 해서 아무런 성장도 없는 건 아니었다. 더디긴 해도 영혼도 그만큼 성장하고 있으니. 영압이나 영질도 그만큼 개선되어 또렷해졌다.
마치 알 속에서 성장하는 새처럼 더 단단한 형체를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연우는 내심 궁금해졌다.
필멸자로 계속 남아 있으면서도 영혼의 성장을 계속 이룬다면 차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때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저절로 탈각이 이뤄지는 건지.
그리고 그때의 모습은 어떻게 되는 건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뭔가가 있는 건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휘휘휘-
연우는 자신을 감싸던 아우라가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영혼으로 뭔가가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채널링.
하지만 그것은 그가 각종 권능들을 탈취했을 때 여러 신, 악마들과 연결되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아래로 향하는 채널링이었다. 마치 도일과 연결되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발데비히로 연결되고 있었다.
[신도 ‘발데비히’가 당신에게 강렬한 신앙을 내비칩니다!]
발데비히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검을 바닥에 꽂아 작게 기도문을 외고 있었다.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성전사처럼 영험하고 경건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연우로서는 3미터나 되는 거인이 그러고 있으니 참 적응이 되질 않았지만.
하지만 연우는 발데비히에게서 전해지는 신앙이 강렬할수록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광신(狂信)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갖춰지면 갖춰질수록 신이 품는 힘도 덩달아 커지는 것이다.
그것은 기묘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나’가 ‘나’가 아니게 된 듯한 느낌.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영혼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 순간, 연우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왜 그토록 신과 악마들이 하계에 더 많은 간섭을 하려는지, 영향을 끼치려는지를.
단 한 명이 주는 열렬한 신앙만 해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진대, 더 많은 신도와 신앙을 확보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인지. 그리고 그만큼 대단한 신화를 써 내려갈수록 후대에 미치는 영향도 클 테니, 기를 쓰고 하계로 내려오려는 것이다.
왜 진영을 나누고, 사회를 구축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래야 훨씬 신화를 써 내려가기 쉬우니까. 사회를 이룬다는 건, 더 큰 신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영향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선 존재들은 자연스럽게 위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로 신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올포원은 대체 어떻게 홀로 천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할 수 있는 걸까?
탑의 사도라는 말은 대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 *
『……이곳이, 아니 이곳입니다.』
연우는 발데비히를 따라 반거인들이 살고 있다는 마을로 움직였다.
발데비히는 안내를 하는 내내 힐끔힐끔 연우의 눈치를 계속 살폈다.
연우는 가볍게 혀를 차면서 녀석을 불렀다.
“이봐, 발데비히.”
『왜 그러…… 아니, 왜 그러십니…… 까?』
“굳이 억지로 존댓말 쓸 필요 없어. 그냥 아까 전처럼 하던 대로 해.”
『그래도 됩니…… 되나?』
“나도 동생 친구 놈한테 일일이 존댓말 듣기 거북해.”
『그럼 그냥 이렇게 말하도록 하지.』
신과 신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앙이 어떠하냐이지, 허례허식이 절대 아니었다.
다만, 종교에 있어 의식과 규율이 강조되는 것은 신이 일일이 신도들에게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건한 마음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어긋난 행동으로 신의 위명이 더럽혀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방책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니 신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발데비히로서는 굳이 연우를 존대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더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발데비히는 연우의 허락이 떨어진 뒤에야 겨우 다시 편하게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행동이 왜 그렇게 애처롭게 보이던지. 아마도 녀석은 평생 연기 쪽과는 전혀 인연이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발데비히가 안내한 장소는 모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집들이 가득한 곳. 타계 신의 눈에 띄어 장난감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 곳곳에 어설프게 설치된 결계하며 엄폐물들이 눈에 띄었다.
‘개판이로군.’
연우는 마을을 보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탑 내의 다 쓰러져 가는 희귀 종족들이 처한 것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이 기가 찼던 것이다. 거인족이라면 으레 당연히 갖추고 있을 법한 무기고나 대장간 같은 곳은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리 영락을 거듭했다지만, 이런 곳에 정말 거인족의 후예들이 머물고 있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발데비히가 쏘아 댄 의념파를 받고, 곳곳에서 반거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겁에 잔뜩 질린 얼굴들. 연우를 바짝 경계하는 기색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따로 단련은 하지도 않는지, 육체도 죄다 엉망이었다.
발데비히가 어서 나와 보라면서 계속 채근하지 않았더라면 나오지도 않았을 게 분명했다.
‘이런 놈들을 데리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라고?’
연우는 갱신되었던 시나리오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리고 순간 암담함을 느꼈다.
이들은 모두 가축화가 완료된 상태였다. 거인족의 힘 따윈 일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그래도 발데비히의 말에 따라 이들을 구원해 주겠다고 한 건, 그래도 조금씩 거인족으로서의 의기가 남아 있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인데.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발데비히가 처음 탑에 들어왔을 때에 얼마나 겁이 많았었는지.
아마 어린 시절에 집사라는 사람에게 배웠다는 체술과, 동생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튜토리얼에서 리타이어를 했을지도 몰랐다.
연우는 단순히 검야차로서 명성을 떨친 발데비히만 떠올렸으니, 반거인이 어떤지를 잠시 망각했던 셈이었다.
‘갈 길이 멀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건 아니었다.
겁 많던 발데비히가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는 건, 이들도 그만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뜻.
지금은 비록 비루할지 모르지만, 탈바꿈을 마치고 난다면……?
여태 탑의 플레이어 중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최강의 전사단을 갖게 될 터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굴려야겠지.’
연우가 사악하게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순간, 그를 마주한 반거인들은 저도 모르게 드는 공포심에 몸을 파르르 떨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