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516화 (516/862)

16화. 전사단 (2)

[대다수의 신들이 얼굴을 덮으며 탄식합니다!]

[대다수의 악마들이 당신의 모략에 무릎을 치며 아주 재미있어합니다!]

[소수의 신들이 처음으로 원수의 후예들을 가련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소수의 악마들이 당신에게 강한 위기감을 느낍니다.]

[몇몇 신들이 당신에게 ‘인성질’ 및 기만과 관련된 신위가 부여되는 게 아닌가 궁금해합니다.]

[비마질다라가 쓰게 웃습니다.]

[케르눈노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연우의 행동을 본 신과 악마들은 기나긴 탄식을 흘렸다. 신들은 처음으로 반거인들에게 동정심을, 악마들은 대부분 연우의 행동에 재미와 호기심을 느끼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연우가 저지른 짓은 악마들도 좀처럼 하지 않을 만큼 사악한 짓이었다.

치부라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약점들을 몽땅 뿌려 놓겠다니. 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발데비히는 비록 연우의 명령에 따라 이런 짓을 저질렀다지만, 동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이번 일은 자신도 동의를 한 셈이었으니.

이쪽을 보며 씩 웃는 노히테가 고마우면서도 나중에 어쩌려고 저러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번 일을 진행하는 데는 노히테가 가장 큰 도움을 주었으니.

노히테는 마을의 유일한 어린아이. 그러다 보니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 그들의 개인사를 다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일기장을 비롯한 치부들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어 금세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반거인들의 착한 심성을 이용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물론, 발데비히는 이 정도로 반거인들이 즉각 반응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샤논이 아무리 겁박을 해도, 연우가 투쟁심을 아무리 불어넣어도, 죽음의 공포조차도 극복해 내지 못했던 것이 이들의 무기력이었다.

그것이 단순히 치부를 건드린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당초 이렇게까지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겠지.

하지만 연우와 발데비히가 노린 점은 이 순간에 나타날, 반거인들이 보이는 격앙된 감정이었다.

아무리 의욕이 없다고 해도 반거인들의 심정은 격렬하게 요동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과 악마들이 얼떨떨해하는 얼굴로, 일제히 연우가 지시한 바대로 버프와 축복, 심지어 저주까지 잇달아 실었다.

〈정신 이상〉

〈착란〉

〈툰드라 속 환영〉

……

신과 악마들이 반거인들에게 부여한 권능과 신권은 대개 정신계 계통이었다.

그것도 동일한 특성만을 지닌 것들.

광폭화(Berserker).

과거 발데비히도 익히 탑을 오를 때 사용하던 방식을 똑같이 사용하려는 것이다.

당시 발데비히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음이 착한 정도를 넘어서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싸우기를 아주 싫어했고, 심지어 검조차 들기를 버거워했을 정도였다. 날카로운 날이 상대를 해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데비히는 이성을 반쯤 놓는 대신에 공격성이 대폭 증가하는 이 스킬을 이용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고, 아르티야가 유명해졌을 무렵에는 ‘검야차’라는 별칭으로 도리어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광폭화가 발데비히 안에 깊숙하게 내재된 투쟁심을 강제로 자극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선조인 거인족으로부터 내려온 특성은 사라진 것이 아니니.

그리고 아마 그건 이들 반거인도 마찬가지일 터.

다만, 광폭에 관련된 특성을 처음부터 갖고 있던 발데비히와 다르게, 반거인들은 그것을 강제로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하물며 최고위 신과 악마들이 부여한 것이라면 말을 할 필요도 없을 터.

결국 격앙된 감정은 버프를 따라 더 크게 요동치면서 그들의 사고를 반쯤 마비시키고.

〈흉신악살〉

아가레스가 녀석들에게 주입한 권능이 대가리를 치켜들면서 공격성을 증폭시켰다.

대공 아가레스의 신위, 광기와 파멸이 한가득 집약된 이 권능은 연우도 계시록을 얻기 전까지는 자주 사용했을 만큼 효과가 확실했다.

쿠쿠쿠!

결국 여태 무기력으로 흐리멍덩하기만 하던 반거인들의 눈에 처음으로 힘이 실리고, 핏대가 잔뜩 서면서 충혈이 일어났다. 피부를 따라 시퍼런 혈관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잔뜩 팽창한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으니.

“크르르…….”

몇몇 반거인들은 마치 허기에 미친 짐승처럼 가래 끓는 소리까지 냈다.

그러다 연우와의 강제 계약으로 그들에게 심어졌던 ‘투쟁’이 처음으로 대가리를 치켜들었다. 동시에 겨우 남아 있던 반거인들의 사고가 완전히 마비되고, 오로지 싸워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짐승들만이 남았다. 반거인들이 발산 한 후끈한 열기가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가자, 동족들이여!』

발데비히가 들고 있던 대검을 높이 치켜들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 역시 오랫동안 쓰지 않던 광폭화를 발동시키며 눈이 반쯤 뒤집힌 상태였다.

그러자 여기에 호응하듯이 반거인들이 일제히 포효했다.

크아아앙! 크워어!

이성을 잃은 반거인들이 일제히 앞으로 튀어 나갔다.

“부, 열어.”

연우의 명에 따라, 반거인들 앞으로 대규모 포탈이 열렸다.

그 너머에는 연우가 처음 이 히든 스테이지에 도착했을 때에 봤던 것과 비슷한 지형이 놓여 있었다.

작게는 수 미터에서 크게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인 사체의 숲. 그리고 여러 타계 신들이 내뿜고 있는 듯한 기척이 곳곳에 들끓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반거인들이 절대 고개도 들지 못할 곳이었지만.

이미 미치다시피 한 것으로도 모자라, 연우가 주는 투쟁심에 완전히 홀리고 만 녀석들은 자신들 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뛰고 있는지 판단하지도 못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빨리 싸우고 싶다는 열망뿐.

때마침 숲 안쪽이 크게 들썩거리더니, 도롱뇽처럼 생긴 수십 미터 크기의 괴상한 생명체가 폴짝 튀어나왔다.

기어 다니는 혼돈과 비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신력을 가진 놈이었지만, 그래도 웬만한 초월자들은 쉽게 누를 수 있을 힘을 풍기는 타계의 신이었다.

반거인들의 뒤를 쫓아 포탈을 넘은 신과 악마들의 인상이 딱딱하게 일그러졌다. 녀석이 풍기는 무질서와 혼돈의 힘이 그들과는 너무 상극인지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숲을 단번에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도약력을 선보이더니, 그대로 반거인들을 덮쳐 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의 머리 위를 덮었다.

반거인들의 시선도 저절로 그쪽으로 쏠렸다. 반거인들의 인상이 단단히 일그러지면서 녀석과 부딪치려는 순간, 발데비히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콰아앙!

발데비히가 들고 있던 대검과 타계의 신이 강하게 부딪쳤다.

힘의 차이 때문에 발데비히는 뒤로 쭉 밀려났지만, 자세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단단한 각력이 기둥처럼 받치고 섰고, 대검(大劍)은 녀석의 이마를 밀어내면서 덜덜 떨리고 있는 중이었다. 금이 가거나 한 흔적도 전혀 없었다.

‘된…… 다!’

녀석과 힘 대결을 하면서, 발데비히는 붉어진 눈을 크게 떴다. 타계의 신과 정면에서 부딪치고도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히든 스테이지로 내려온 이후, 동족들을 위해서 꾸준히 단련하며 타계의 신과 어느 정도 다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긴 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정도일 뿐이었다.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귀찮은 짐승. 타계의 신에게 그는 그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달랐다.

이제는 타계의 신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키클롭스 3형제가 혈루석과 혈정으로 만든 무구로 무장하고, 여러 신과 악마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가. 이것만으로도 기존의 무력보다 몇 배는 강해졌을 터였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라.』

그에게는 이제 세상 그 무엇보다 든든한 배경이 있었으니.

『그리고 신실하게 기도해라.』

신이 보우하사.

『그리한다면 내가 너를 구원해 줄 것이니.』

그는 더 이상 패배를 할 수가 없었다.

『너는 앞으로 나의 두 번째 아이가 되어, 나의 길을 열고, 나의 뜻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성전(聖戰).

발데비히는 이번 타계 신들과의 전쟁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종족을 구원하는 것을 넘어, 모시는 신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세상천지에 보여 주는 성전.

그것이 ‘두 번째 아이’가 된 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두 번째라.’

발데비히는 이미 연우로부터 사도로 정식 임명을 받은 상태였다. 정확하게는 두 번째 사도이자, 반거인이란 종족을 이끄는 전사장이었다. 비록 ‘첫 번째’인 도일이라는 이가 있어 얻을 수 있는 힘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그에게 잠재되어 있던 초월성(超越性)이 깨어나는 데는 충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발데비히는 전진을 시작했다.

콰아앙-

마력을 잔뜩 끌어 올리면서 대검을 아래로 거세게 비껴 쳤다. 그러자 타계의 신이 이마가 깊게 베인 채로 뒤로 밀려났다. 피가 허공으로 튀었다.

그런 놈을 보면서, 발데비히는 다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지면을 거세게 박차면서 쏜살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가 모시는 신은 두 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 하였다.

하나는 투쟁이요, 다른 하나는 죽음일지니.

오른쪽인 투쟁은 자신을 증명하는 길이며, 왼쪽인 죽음은 적을 인도하는 길일지니.

두 길을 동시에 걷는 것이야말로 신의 뜻을 따르는 길일 터!

발데비히는 넘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타계의 신을 투쟁으로 꺾음으로서 자신을 증명하고, 동시에 불멸(不滅)이라는 놈을 죽음으로 인도하여 신의 뜻을 이 땅에 보여 줄 생각이었다.

콰르르릉-

그리고 그의 강렬한 기도와 염원은 신앙이 되고, 신앙은 다시 그에게 더 강한 힘을 낳았으니.

대검에서부터 피어난 검고 붉은 불길이 벼락처럼 솟구쳐 타계 신의 오른쪽 앞발을 크게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촤아악-

푸화아악!

그것은 분명히 검뢰였다.

비록 연우가 사용하는 진짜 검뢰에 비할 바는 아니라 ‘불의 파도’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보유하고 있는 성질만큼은 거의 동일하다시피 했으니.

이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발데비히는 이미 연우의 신실한 종이 되었다는 증거라 할 수 있었다.

이미 발데비히의 심장은 연우에 대한 신실한 신앙으로 충만해진 상태였다.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검뢰는 더 강렬하게 빛을 터뜨렸다.

이. 것. 들. 은.

타계 신의 눈가에 처음으로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여태껏 쉽게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 혹은 가축으로만 취급하던 존재에게 해를 입을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

더구나 방금 전부터 잘려 나간 부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신력을 계속 밀어 넣고 있었지만, 꿈쩍도 않았다. 상처와 함께 이염된 ‘죽음’이 그의 존재를 먹어 치우기 위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타계의 신은 태어나 처음으로 ‘목숨의 위기’라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필멸자만이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감정을!

콰콰콰-

문제는 발데비히가 그를 풀어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발데비히는 쉴 새 없이 대검을 휘둘러 대며 타계의 신을 몰아붙였다. 검붉은 불길이 번쩍일 때마다 녀석의 피륙에 깊은 상처가 남고, 숲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한 번 보이기 시작한 승산이, 연우에 대한 강렬한 신앙이, 그에게 자신감을 계속 불어넣으면서 녀석을 꺾으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투쟁과 죽음의 신화도 더더욱 빛을 발했으니……!

그리고.

그런 발데비히의 강렬한 투지는 신앙선을 따라 의식이 연결되어 있던 다른 신도들, 반거인들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다.

『놈들이 당하고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고!』

『가자, 동족들이여!』

『싸우자!』

『죽어라, 원수 놈들아!』

반거인들이 저마다 고함을 터뜨리면서 타계의 신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들이 입고 있던 무구들이 일제히 공명하면서 새겨져 있던 마법들을 잇달아 발현시키고, 병장기에서 연우를 상징하는 검붉은 불길이 피어났다.

화려한 이펙트가 계속 번쩍이면서 타계의 신을 거의 뒤덮다시피 했다.

반거인들의 싸움은 거의 개싸움에 가까웠다.

샤논이 그동안 가르쳤던 싸움 방식도, 오와 열을 이용한 전술 전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려들어 병장기를 휘두르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 위력을 자랑했으니.

그것은 그들의 오랜 조상, 거인족으로부터 내려온 종족 특성이 개화되기 시작한다는 신호였다.

[필요 이상으로 상태 이상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경고! ‘흥분’이 위험 수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경우, 필요 이상의 후유증을 안을 수 있습니다.]

[경고! ‘광증’이 위험 수치를 돌파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될 경우, 강한 패널티를 안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경고합니다.]

……

[상태 이상의 수치가 한계점을 한참 돌파하였습니다.]

[숨겨진 조건을 돌파하였습니다.]

[잠재되어 있던 특성 중 일부가 개화합니다.]

[종족 특성, ‘집단 전의(集團戰意)’가 깨어났습니다.]

[종족 특성, ‘군중 투지(群衆鬪志)’가 깨어났습니다.]

[종족 특성, ‘불굴의 기상’이 깨어났습니다.]

……

[선조 종족의 특성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선조 종족의 초월성을 조금씩 자각합니다.]

[모시는 신을 위한 신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거인들은 여태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들은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애당초 샤논이 가르친 싸움법은 그것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것이 깨어나는 순간, 그들에게 더 이상 새로운 가르침은 필요 없었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휘두르고, 본능적으로 싸우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그 뒤에는 항상 승리만이 있을 터이니.

이. 것. 들. 은.

타계의 신은 여태 벌레 따위로만 취급했던 놈들에게 죽어 가는 과정에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의념 속에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의문만 가득했지만.

『하! 우리가 언제까지 네놈들에게 당하고만 살 줄 알았나?』

발데비히는 코웃음을 치면서 다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대검을 거세게 올려 쳤다.

『우리 동족들에게는 더 이상 패배 따윈 없음이니.』

대검은 그대로 녀석의 턱 밑에 박혔다.

『모시는 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항상 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촤아악!

대검이 가로지른 자리로, 타계 신의 머리통이 부서졌다. 마치 폭죽이 터진 것처럼 피 묻은 살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가운데, 다른 반거인들이 연달아 내찌른 공격이 녀석의 남아 있던 육체도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콰르르릉, 콰콰콰-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길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발데비히를 비롯한 반거인들은 바로 그 중심에서, 하늘을 보며 크게 포효했다.

승리가 주는 여운에 잔뜩 도취된 이들의 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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