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전사단 (3)
[반거인의 전사단이 위대한 업적, ‘신살(神殺)’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거인의 전사단이 이뤄 낸 업적이 시스템에 기록되어 탑에 널리 알려집니다!]
[신성을 일부 강탈했습니다.]
[초월성이 강화됩니다.]
[신화가 보강되었습니다.]
[신화가 보강되었습니다.]
……
[신위, ‘투쟁’이 강화되었습니다.]
……
[반거인의 전사단이 위대한 업적, ‘부활(復活)’을 시작하였습니다.]
[전사단의 업적이 모시는 신, ###에게로 그대로 전달됩니다.]
[###의 명성이 널리 퍼집니다!]
전사단이 이뤄 낸 업적은 단번에 시스템에 아로새겨지며, 전사단에 새로운 축복으로 내려앉았다.
시스템은 기록된 업적에 따라 플레이어의 성장을 유도하고, 플레이어는 그 길을 따라가면서 높은 곳에 다다르고자 한다. 원인이 결과를 자극하고, 결과가 새로운 원인을 만들어 내는 순환의 고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신살과 같은 위대한 업적은 반거인들에게도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비록 백여 개의 권능 버프와 뛰어난 무장, 그리고 마비된 사고로 어떻게든 신살이란 결과를 이뤄 냈다지만.
그 결과는 다시 반거인들에게 새롭게 적용되어, 그들의 능력치가 업적에 걸맞게 대폭 조정되기 시작했다.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스테이터 창에 새로운 칭호와 특성들이 줄줄이 아로새겨졌으니. 그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옛 선조들의 형질이 조금씩 깨어난다는 징조였다.
그리고.
[신의 사회, ‘딜문’이 침묵합니다.]
[신의 사회, ‘데바’가 침묵합니다.]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가 신의 사회, ‘올림포스’와 함께 강한 우려를 표시합니다.]
……
[신의 사회, ‘말라흐’가 부활을 시작한 반거인의 전사단을 뚫어지게 주시합니다.]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강한 동맹군이 생긴 것에 흡족함을 표시합니다.]
[악마의 사회, ‘절교’가 당신들의 발전에 큰 감탄을 터뜨립니다!]
……
[대다수의 신들이 반거인 전사단의 업적, ‘부활’에 강한 불만을 제기합니다.]
[소수의 신들이 신위, ‘투쟁’에 대해 강한 조바심을 느낍니다. 반거인의 전사단과 ‘투쟁’ 간의 상성이 너무 잘 맞는 것에 염려를표시합니다!]
[비마질다라가 당신과 전사단을 기꺼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케르눈노스가 당신의 전사단에 강한 관심을 보입니다.]
신과 악마들도 줄줄이 각기 다른 반응들을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신들은 우려하던 사태가 결국 발생하고 말자 강한 충격을 받은 듯했고, 반대로 악마들은 이 상황을 아주 크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활’을 시작한다고 나온 반거인들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웠다.
[소수의 악마들이 반거인의 전사단에 대해 군침을 흘립니다.]
[잊힌 거인족에 대해 뭔가를 캐낼 수 있지 않을까, 강한 열망을 드러냅니다.]
악마는 원하는 뭔가가 생기면 그것을 타락시켜 쟁취하기를 즐기는 습성이 있었다. 마룡이 탄생하게 된 이유가 그것이었고, 아가레스가 연우와 정우에게 광기에 찬 집착을 드러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고개를 들어 그런 시선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당신과 시선이 마주친 소수의 악마들이 크게 놀라 뒤로 주춤 물러섭니다.]
[당신과 시선이 마주친 소수의 악마들이 고개를 슬그머니 돌립니다.]
악마들은 호시탐탐 뒤통수를 칠 기회를 노릴지언정, 절대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 대놓고 개기는 법은 드물었다. 본능적으로 강자에 대한 비굴함을 갖고 있기 때 문이었다.
지금 시선을 회피한 이들은 대게 연우보다 훨씬 격이 덜 떨어지는 자들. 그러니 당연히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경고하건대.』
연우는 그런 놈들을 향해 진언을 날렸다.
『한 번만 더 그따위로 부정한 눈빛을 한다면, 언젠가 그 눈을 뽑아 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연우는 그것으로 녀석들의 대답은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 했다.
[소수의 악마들이 침묵합니다.]
쿠우우우-
그 순간, 숲 자락이 크게 요동치면서 크고 작은 타계의 신들이 추가로 등장했다.
작게는 수십 미터, 크게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몸집을 자랑하는 이형의 괴물들.
신. 살. 이. 라. 니.
가. 축. 따. 위. 가.
모. 두. 죽. 일.
녀석들은 귀찮은 벌레들을 치우라며 보냈던 핫바지가 도리어 허망하게 당했다는 사실에 놀라며 강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쿠쿠쿠!
녀석들이 발산하는 신력에 따라 히든 스테이지가 크게 요동쳤다. 하늘이 부서지고, 땅거죽이 뒤집히면서 용암이 분출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비슷한 놈들이다.』
『싸울 거다.』
『싸울 거……!』
여전히 승리가 주는 여운에 도취된 반거인들은 광기가 충만한 눈으로 놈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도록 크게 웃으면서 와락 달려들었다.
그러자 정작 당황하게 된 쪽은 타계의 신들이었다. 여태껏 그들이 장난감처럼 취급하던 놈들이 이렇게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
하지만 당황은 곧 분노로 변했다. 놈들에게 누가 우위인지 톡톡히 일깨워 줄 참이었다.
콰르르릉-
결국 새로운 접전이 벌어지고.
[반거인의 전사단이 써 내려 가는 당신의 신화가 강하게 빛납니다!]
연우는 가슴 한편에서부터 충만하게 차오르는 기운을 한껏 갈무리하면서.
굳은 낯으로 전장을 주시하고 있는 신과 악마들에게 말했다.
“뭐 해, 다들?”
『……?』
『……?』
“안 뛰고.”
『……!』
『……!』
연우의 말뜻을 알아차린 사절들의 안색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제아무리 반거인의 전사단이 타계의 신을 하나 잡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거의 발데비히가 해냈던 것을 이어서 처리한 일. 아직 저 많은 신격들을 동시에 감당하기엔 힘들었다.
그러니 남은 놈들은 너희들도 참전해서 도우라는 뜻이었다.
문제는 이제 여기서 뒤로 빠질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 전사단이 탄생하는 데 도움을 준 이상, 타계의 신들이 그들의 사회라고 해서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으니.
결국.
‘제에엔자아아앙!’
‘빌어먹으으을!’
‘두고 보자!’
사절들은 연우를 속으로 욕하면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콰콰쾅!
삽시간에 화려한 폭발이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하하하! 마계에서나 하던 짓을 여기서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건만. 역시, 네놈은 보면 볼수록 탐이 나. 언젠가 네놈의 영혼은 내가 차지하고 말 것이야.』
아가레스는 그것을 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리다, 연우를 홱 하고 돌아봤다. 그는 연우가 강해진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집착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빨리, 칠흑인지 뭔지에서부터 정우를 꺼내라. 그래야 너희 형제들의 영혼을 함께 가질 것이 아니냐.』
연우는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저기 뛰어들기나 해.”
『키키킥! 역시 앙칼지게도 구는군.』
다섯 살 먹은 아이의 모습으로 ‘키킥’하고 웃어 대는 꼬락서니를 보니, 별달리 무섭지도 않았다.
왕왕!
바로 옆에서 펜리르도 꼬리를 세게 흔들며 자신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고.
『그럼 어디 이 몸도 나서 보실까.』
아가레스가 앞으로 나서면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오라, 나의 군세여!』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이 갈라지면서 수십 수백 개의 유성우가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아가레스의 권속, 동마왕군의 출격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어느새 거대한 늑대로의 변모를 마친 펜리르가 흉악한 이빨을 드러내면서 대지를 박차고 있었다.
* * *
[‘기어 다니는 혼돈’으로부터 영토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신과 왕의 증명 IV)이 일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세요.]
[시나리오 퀘스트 / 신과 왕의 증명 IN]
설명: 당신은 옛 선조들의 긍지와 투지를 잃은 종족의 신이자 왕이 되겠노라고 선언한 이후, 그들을 영도(領導)하여 모든 유적지에 대한 답사를 마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적대 관계에 놓인 기어 다니는 혼돈은 당신의 존재를 눈치채고, 휘하에 있는 타계의 신들로 하여금 당신을 방해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이곳 히든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모든 타계의 신들이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방해하고 탄압하기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당신은 신도이자 백성인 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또한, 무궁한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줘야만 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그러니 방해를 하려는 저들로부터 당신의 신도이자 백성인 이들을 지키십시오. 그리고 신도이자 백성인 이들이 앞으로 정착하여 살 수 있도록 당신만의 성역을 구축하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어 다니는 혼돈과 휘하의 타계 신들을 몰아내어 땅을 빼앗고, 독립을 쟁취하여, 당신의 신전을 높이 세워야 할 것입니다.
비록 위대했던 옛 선조들도 성취하지 못한 어려운 역사(役事)일 테지만, 성공한 뒤에는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위대한 신화를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제한 시간: -
제한 조건: ‘왕의 증명 III’의 완수자. 칭호 ‘대전사’의 소지자. 반거인의 영도자(領導者).
보상:
1. 백성과 신도의 신앙 +??? (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급)
2. 네 번째 왕의 증표
3. 해골왕의 투구
4. 연계 퀘스트 ‘신과 왕의 증명 V’의 참여
*시나리오 퀘스트(신과 왕의 증명 IV)을 일부 수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 많은 적의 영역을 병탄하고, 중심에 당신을 기리는 신전을 세워 성역으로 삼으세요.
**현재 병탄한 영토의 수(1/7)
**완성된 성역의 수(0/1)
연우는 갱신된 퀘스트 창의 내용을 확인하고 슬쩍 미소를 흘렸다.
다행히 뜻한 것이 전부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았다.
『으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몸이 미칠 듯이 아파.』
『이게 전부 다…… 우리가 해낸 것이라고……?』
『말도 안 돼.』
그리고 퀘스트 창을 끄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반거인들을 돌아보았다.
녀석들은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자신들이 해낸 일들이 마치 꿈처럼 여겨져 도무지 현실로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그들이 여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곳, 다가가면 죽는 곳으로만 여겨 왔던 마경(魔境)이 초토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타계의 신들이 머물고 있던 흔적은 물론, 보기 끔찍했던 숲 자락도 모두 불살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남아 있는 기억이, 이 모든 광경이 그들이 저지른 짓임을 말해 주고 있었으니.
더구나 아직도 손끝에 찌릿찌릿하게 감각이 남아 있는 것이 여전히 무기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곡괭이가 아닌 제대로 된 날붙이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자신들이 무기라니.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결코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통쾌했다.
그리고 시원했다.
마치 수십 년간 쌓인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간 듯, 갑갑하게 둘러싸였던 안개가 전부 걷힌 듯, 고양된 감정으로 인해 세상이 전혀 새롭게 보였다.
무기력증이 사라졌다.
그동안 꿈으로만 꿨던 것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이, 희망이 마음 한편에서부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고맙다, 후예들이여…….」
언제부턴가 홀연히 나타난 유령들이 반거인들에게 머리를 꾸벅숙였다.
반거인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이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여태껏 옛이야기 속 가상의 등장인물로만 치부했던 존재들.
좁은 우리에만 갇혀 지내야 했던 어른들이 망상 속에서 빚어낸 헛된 존재로 생각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연우와 발데비히를 통해 여러 유적지를 접하며 그들이 실존했음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너무 까마득하게만 여겼던 이들이, 하지만 이제는 한없이 가까워지게 된 선조들이 후손들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대들 덕분에 우리는 드디어 안식을 찾을 수 있었음이니.」
「다만, 한 가지 마지막 미련이 남아 있다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 형제들에게도 똑같은 안식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휘휘휘-
죽어서도 기어 다니는 혼돈에게 붙잡힌 채, 영면을 취할 수 없었던 존재들은 유언을 남기면서 조용히 흩어져 사라졌다.
숲을 이루고 있을 때에는 비명과 절규에 차 있던 그들의 얼굴은, 마지막에 웃고 있었다.
[‘거인족의 유산’이 적합한 절차에 따라 상속자들에게 전수됩니다.]
[선조들이 머나먼 태곳적부터 남긴 업적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신화가 강화됩니다.]
[신화가 강화됩니다.]
[초월성이 새로운 가능성을 품었습니다.]
거인족의 영혼이 흩어진 자리에 남은 빛의 입자들이 반거인들에게 떨어졌다.
순간, 반거인들의 눈동자가 빛으로 번들거리고, 격한 전투로 지쳤던 육체에 다시 힘이 실렸다. 그리고.
콰드득, 콰득-
근골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신장이 눈에 띄게 자라났다.
작게는 1미터에서 크게는 3미터까지. 골격도 더 다부져지고, 근육도 튼실해졌다. 무엇보다 강렬한 투기가 넘실거렸다.
반거인은 원래 거인족의 유전자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나, 초월성을 잃으면서 영락했던 형태. 하지만 업적 계승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퇴화되었던 잠재력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형질 변환이 일어난 것이다.
아마 영토 탈환을 계속 이어 나갈수록, 더 많은 선조들의 영혼을 구원하고 격한 투쟁을 벌일수록, 그들도 빠르게 ‘거인족으로서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
“이제야 제법 좀 쓸 만해진 것 같군.”
연우는 그런 신도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한 손에는 어느덧 선악과가 쥐어져 있었다.
전사단의 예리한 눈빛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처처척!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복했다. 그들의 신이자 왕인 존재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예의였다.
전사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웅장한 기파가 흘렀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샤논은 허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인성질로 각성이 될 줄이야. 저 정도면 진짜 인성신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