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525화 (525/862)

25화. 전사단 (11)

사절들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적이 된 존재의 성역에 갇혔다는 것. 그것은 곧 범의 아가리에 머리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헛소리!』

사절들은 생각을 정리하고 눈에 잔뜩 힘을 주었다.

『네깟 놈들이야 짓밟으면 그만.』

잠시 천계와의 페어링이 끊어져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어차피 성역의 진짜 주인은 탑 외로 나간 상태. 그렇다면 그 전에 대리자를 잡으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기어 다니는 혼돈의 공격으로 인해 전력도 반파되다시피 한 전사단만으로 자신들을 잡는다는 것은 무리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애당초 전사단의 진짜 전력이라 해도 그들을 모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사절들 모두가 각 사회에서는 위계 높은 신들. 뛰어난 신화를 품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제 막 초월성을 싹 틔우기만 했을 뿐, 아직 제대로 개화도 시키지 못한 반편이들 따위가 어찌 자신들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들의 편을 들지 않은 사절들이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그들이야 나중에 결국 대세를 따를 것이 분명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사절들의 생각은 하나로 통일되었고, 타계의 신들이 몰려오기 전에 발데비히 등을 없애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살벌한 기세가 흘렀지만.

『그럼.』

발데비히는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바닥에서 대검을 뽑아 끄트머리를 까닥거렸다.

『덤벼 봐.』

『시건방진 것! 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 주마!』

콰앙!

한 놈이 바닥을 으스러져라 밟으면서 이쪽으로 튕겨 왔다. 막대한 신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발데비히를 덮칠 것처럼 굴었지만, 녀석의 검은 발데비히와 부딪치지 않았다.

그 전에 다른 인물이 개입한 까닭이었다.

채앵!

「귀찮게도 구는군.」

검은 투구를 쓴 어둠의 기사는 녀석보다도 훨씬 큰 덩치를 하고 있었다. 아래를 향하는 인페르노 사이트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 네놈이 있었지. 사왕의 개. 어디로 갔나 싶었는데,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숨어 있었다니. 말이 너무 그런데?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지.」

『무슨 헛……!』

녀석은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며 소리를 지르려다, 순간 도중에 헛바람을 들이켜야만 했다.

츠츠츠-

샤논의 발치에서부터, 지면에 놓인 그의 그림자가 잘게 파문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은 아지랑이가 위로 풀풀 휘날리면서 등 뒤로 공간이 활짝 열리면서 부의 두 눈이 드러났다.

녀석은 그 눈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빳빳해짐을 느꼈다. 두 눈 속에 칠흑을 담을 수 있게 된 부-파우스트의 마안(魔眼)은 이제 신적인 존재마저도 공포로 인도할 수 있었으니.

샤논은 그런 녀석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네놈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기회 말이야. 신적인 존재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은 정말 잘 찾아오지 않거든.」

『……!』

「영역 선포.」

그 순간.

[용의 영역, ‘비나’가 선포되었습니다. 일정 영역에 걸쳐 권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정 시간에 걸쳐 모든 능력치가 특정 수치만큼 증가합니다.]

[일정 시간에 걸쳐 물리 방어력이 특정 수치만큼 상승합니다.]

……

[성역, ‘명토(冥王)’가 설정되었습니다!]

출렁이던 샤논의 그림자가 거미줄 모양을 그리면서 확 하고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그림자는 단숨에 히든 스테이지의 지면을 빼곡하게 가득 채우고, 마치 물이 차오르듯 발목 부근까지 올라왔다.

동시에 그림자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천천히 일어나며 서서히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두꺼운 칠흑색의 중갑옷을 입은 채, 오른손에는 장창, 왼손에는 타워 실드를 착용한 자들.

죽음의 군단, 디스 플루토였다.

하지만 디스 플루토는 여태까지 신과 악마들이 천계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하나같이 살벌한 분위기를 풍겨 대고 있었다. 창이나 방패에서 풍기는 기운도 지금껏 느껴 본 적이 없을 만큼 이질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타계의 신들처럼 혼돈이나 무질서의 성향을 띠고 있는 건 아니었다. 분명히 그들처럼 균형과 질서의 기운을 담고 있으나, 그것을 거스르는 느낌도 가득했다.

그것은…… 분명히 ‘죽음’이었다.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망자의 기운.

신과 악마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도 절대 거스를 수 없을 법칙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타르타로스 소속의 신격이었던 그들은 연우에게 귀속되면서 영락을 겪었으나, 연우가 계시록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으면서 천 년에 가까운 경험치를 얻고 새로운 격(格)을 터득하게 되었으니.

힘을 정비하기 위해 고치 속에 있던 것을, 샤논의 명령에 따라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변태(變態)를 이룬 병사들은 하나둘씩 눈을 뜨면서 크게 숨을 골랐다.

이 얼마 만에 맡아 보는 익숙한 고향의 향기인가.

진짜 타르타로스의 공기는 아니었지만, 이곳은 거기에 가장 가까운 대기의 성질을 품고 있었다. 산 자를 거부하고, 죽은 자들을 수용하는 공기. 남들에게는 감옥이라 불렸으나, 그들에게는 낙원이나 다름없던 곳과 같은 공기는 그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두근-

두근!

분명히 이제는 죽어서 없을 심장이건만. 그들의 영혼 전체가 심장이 된 것처럼 모두 공명(共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디스 플루토의 선두에서.

지휘관으로 우뚝 선 한령이 크게 소리 질렀다.

「위대한 신께, 승리와 영광을!」

「승리와 영광을!」

「승리와 영광을!」

와아아-

디스 플루토는 일제히 장창과 방패를 높이 들고 함성을 내지르면서 배반자들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부가 대량으로 소환한 팬텀 스티드 같은 유령마(幽靈馬)까지 더해지자, 이들은 곧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군단이 되어 배반자들이 뭉쳐 있던 진영의 옆구리를 거세게 후려쳤다.

두두두-

콰앙!

상황이 그렇게 되자, 혼비백산하게 된 쪽은 배반자들이었다.

『이, 이게 대체!』

『제 주인도 없는데 어떻게 권속들 따위가 이리 날뛸 수 있단 말이냐!』

그들도 디스 플루토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타르타로스의 정예병은 천계에서도 널리 알려진바. 하데스가 올림포스의 신좌에서 떨어진 지 오래되었어도 여태 유명했던 것은 디스 플루토를 보유하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창공 도서관에서 내려온 후로 연우는 디스 플루토를 소환한 적이 없는 데다가, 애초에 디스 플루토 자체가 전성기 때와 다르게 많이 영락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대면한 디스 플루토는 여태 그들이 알고 있던 디스 플루토와 많이 달랐다.

마치 전성기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으니!

더구나 선봉에 서서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는 한령은 신과 악마들에게도 매우 위협적이었다.

그가 불길을 내뿜는 붉은 말 위에 올라탄 채, 거대한 두 개의 칼을 휘두를 때마다 폭풍이 휘몰아쳤다.

[데스 로드]

위치: 권속

설명: 죽음을 바로잡는 군주로서, 감히 자신의 주인을 등진 이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나락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당신의 두 번째 권속이자 충실한 기사, 그리고 위대한 장군으로서 당신의 뜻을 이 땅에 퍼뜨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특이 사항: 현재 품고 있는 ‘괴랄(怪刺)’이 완성을 이루어 신위 ‘전쟁(War)’이 탄생하였다.

부가 ‘창백’을 신위로 얻었듯, 한령이 탄생시킨 신위는 ‘전쟁’이었으니.

그것은 그가 한평생 살아온 세상이 전장이었으며, 죽고 나서도 떠날 수 없었던 곳이 전장이었기에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촤촤촤-

배반자들은 한령과 디스 플루토를 맞아 저마다 권능을 전개하며 그들에 맞서려 했지만.

문제는 한령이 내뿜는 무지막지한 전의와 디스 플루토의 압도적인 머릿수 차에서 나오는 공세를 당해 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미 전장은 한령의 손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크아악!』

『제기라아알!』

결국 배반자들 중 상당수가 말발굽에 짓밟히거나 창날에 찢겨 나가자, 나머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몇몇은 어떻게든 천계와의 페어링을 복구해 보려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불발되었다는 메시지만 받을 뿐이었다.

[신의 사회, ‘말라흐’의 여러 신들이 참담한 학살극에서 눈길을 돌립니다.]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비명과 절규에 아주 크게 기뻐합니다!]

[비마질다라가 전장을 아주 유심히 바라봅니다.]

[케르눈노스가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자신의 사도를 찾습니다.]

연우의 배려에 따라 전장을 견식하는 곳은 총 넷.

그중 절대선을 상징하는 말라흐와 절대악을 대변하는 르 인페르 날이 있었다. 선악과를 준 대가로 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그가 하는 일에 개입할 수는 없었다.

다른 둘은 비마질다라와 케르눈노스였으니. 그중 비마질다라는 전장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고, 케르눈노스는 자신의 아이를 찾느라 분주했다.

그러던 그는 하늘 한복판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레베카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

[천령(天靈)]

위치: 권속

설명: 위대한 누군가를 좇았으나, 이제는 다른 위대한 누군가의 권속이 되어 버린 정령.

그녀는 눈이 있으되 눈이 멀어 먼 곳을 볼 수 있고, 귀가 있으되 귀가 멀어 볼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으니. 하늘과 대지를 잇는 매개(媒介)가 되었다.

특이사항: 현재 품고 있는 ‘신비(神秘)’가 완성을 이루어 신위 ‘기근(Famine)’이 탄생하였다.

레베카는 이제 제대로 된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다. 연우에게 종속될 때에는 언젠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희망을 내비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조차 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가 깃든 검은 바람은 강렬했다. 기근은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갈취하는 힘. 레베카의 신력에 노출된 이들은 저마다 갈증과 허기를 느끼면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들이 자랑하던 신력이 빠른 속도로 메말라 갔다.

부는 수많은 언데드들을 소환하고 갖가지 마법을 부리는 등, 전장을 지휘하며 죽음을 도처에 뿌려 댔으니.

『마, 말도 안 돼!』

샤논과 칼을 맞대고 있던 신은 도저히 믿기지 않은 상황에 비명을 질렀지만.

「킥. 말했잖아? 너네는 우리 인성왕…… 아니, 인성신이 놓은 덫에 걸린 거라고. 그러니까 좀.」

샤논은 한껏 비웃음을 던지면서, 미완성이던 용력을 마저 완성해 ‘정복’이라는 자신의 신위를 개화시켰다.

「뒈져!」

콰아앙!

신력이 휘몰아쳤다. 소드 브레이커를 거세게 아래로 내려치자, 녀석은 그대로 몸뚱이가 잘려 죽고 말았다.

파츠츠-

녀석이 모래성처럼 흩어지며 고스란히 샤논에게로 흡수되었다.

샤논은 체내에 충만해져 오는 영력을 느끼면서 씩 웃었다. 격이 차오르는 느낌은 언제 느껴도 항상 즐거웠다.

「오! 여기가 생각보다 괜찮은 맛집이었네. 다른 맛집은 어떠려나?」

샤논은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쐐애액-

* * *

『아, 아아악!』

『살려 줘어! 제발!』

그것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샤논, 한령, 레베카, 부.

연우를 대표하는 네 권속들은 ‘죽음’으로 향하는 네 가지의 길, 정복·전쟁·기근·창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으니. 연우의 신위를 대변하고, 의지를 집행하는 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신위가 그런 방식으로 열렸으면, 또 다른 신위도 비슷한 방식으로 열릴 수밖에 없었으니.

‘투쟁’의 길을 개척하는 존재들도 따로 있었다.

“히든 스테이지 자체를 아예 성역으로 삼아서 그 속에 있는 양분을 모조리 가져올 생각을 했나? 언제나 느낀 것이지만, 참으로 욕심이 많은 놈이야. 역시 독식자인가? 그러니 맘에 들었지만. 꺄하하하!”

흡혈군주는 뾰족한 송곳니를 훤히 드러낸 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비그리드에 숨었다가, 마성을 피해 연우의 소울 컬렉션으로 다시 도망쳤던 그녀는 얼결에 계시록의 축복을 받아 그토록 바라던 칠흑에 다가갈 수 있었으니.

그녀는 눈을 뜬 직후부터 연우가 곳곳에 마련해 둔 설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60층의 히든 스테이지는 기어 다니는 혼돈이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수많은 거인족들이 죽었던 장소. 더구나 연우가 독립을 시도하면서 많은 타계의 신들이 쓰러지기도 했다.

즉, 이 히든 스테이지 자체에는 다른 층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질 높은 양분이 풍부하게 있단 뜻이었다.

하지만 연우는 이곳을 성역으로 삼으면서 그 많은 양분을 고스란히 꿀꺽할 수 있었고.

그것을 모두 그림자 속에 있던 권속들에게 고스란히 쏟아부으면서 빠른 각성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 많은 권속들이 한꺼번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게 바로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연우의 노림수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애당초 사절들 중 상당수가 배반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바. 그들도 모두 치워 버리면서 양질의 신력과 영혼을 모조리 흡수할 생각이었으니.

그리고 그것은 전부 다…….

‘반거인의 각성으로 이어지겠지.’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신을 위하여!』

『신을 위하여!』

발데비히를 비롯한 반거인들은 전부 무기를 거꾸로 쥔 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심장을 찔러 가고 있었다.

퍽, 퍼퍽!

보기만 해도 끔찍한 광경.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반거인들이 집단 자살하는 모습은 일견 두렵기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살 따위가 아니었다.

육체라는 껍질을 벗어 탈각을 시도하기 위한 의식이었으니.

그들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바로 그 증거였다.

츠츠츠-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는 심장 안쪽으로 어느덧 그림자가 올라와 빈자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그림자가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육체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영혼이 서서히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림자 속에는 여태 학살극에서 죽은 신과 악마들의 영혼을 잔뜩 갈아 뽑아 낸 에너지가 듬뿍 담겨 있었다.

애당초 연우는 선악과를 반거인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나 많은 양분이 있는데 굳이 한 명에게만 축복을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많은 에너지가 반거인의 육체와 영혼 곳곳에 힘을 불어 넣었다. 여태 활발하게 활동하던 초월성이 단번에 몇 단계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콰드득, 콰득-

육체가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반거인들은 그런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웃었다.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찾아왔다. 선조들의 열망을, 비원을, 원한을 드디어 이뤄 줄 수 있었으니. 그렇게 웃음이 환희가 되었을 때.

우드드득!

반거인들의 육체란 껍질이 단번에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리고.

쿠쿠쿠쿠-

그 안에 숨어 있던 영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장장 수십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피부를 따라 돋아난 핏줄에서는 검고 붉은 피가 돌아다니고, 눈가에서는 광망이 강렬하게 빛났다.

신화 속의 잊힌 존재로만 여겨졌던 존재가.

거인족이 수만 년 만에 부활을 이룬 것이다.

쿠어어어!

거인족들이 일제히 포효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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