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554화 (554/862)

4화. 크로노스 (4)

“으하하! 다들 그렇게 영웅, 영웅이라면서 노래를 불러 대더니! 정말이었잖아!”

연우가 샤논의 존경심 가득한(?) 눈빛을 무시하면서 지면으로 내려앉았을 때.

갑자기 헤라클래스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와락 하고 그를 끌어 안았다.

문제는 헤라클래스가 판트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클 것 같은 체구에, 마치 갑주라도 두른 것처럼 전신이 온통 탄탄한 근육으로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순수하게 타고난 힘만으로 티폰의 몸뚱이에다 바람구멍을 숭숭 뚫었던 근육이 아닌가.

‘숨, 숨 막혀……!’

연우는 이대로 있다가 육체가 완전히 짜부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 헤라클래스가 갑자기 페르세포네의 사주를 받아 자신을 암살하려 하는 것이라거나.

“흠, 흠! 명왕께서 힘들어하시는 것 같으니, 일단 놓고 이야기하는 게 어떠실는지요?”

그때, 부관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헤라클래스에게 말했고.

“하하하! 아무래도 티폰 놈과 격하게 싸우느라 많이 지쳐 있었던 모양이로군!”

헤라클래스는 호기롭게 웃으면서 연우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수고했다는 듯, 솥뚜껑만 한 손으로 등을 세게 두들겼다.

팡!

팡!

“우리의 영웅께서 뭘 그리 죽을상을 하는가? 자네, 겉보기보다 많이 허약하구만? 안 되겠군. 내가 좋은 보약이라도 하나 지어다 줘야겠어.”

순전히 그의 우악스러운 힘 때문이었지만, 그걸 어떻게 말할 겨를도 없이 계속 몸을 때리니 멀미가 나 헛구역질까지 일 정도였다.

‘……대체 힘이 어떻게 되었기에?’

제아무리 제우스가 낳은 자식들 중 최강이라는 신화를 지녔다지만.

그래도 연우는 티폰까지 잡았을 정도의 뛰어난 실력자.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헤라클래스는 그런 걸 모두 무시할 만큼 어마어마한 괴력의 소유자였다.

‘대지를 떠받치는 벌을 받았다는 아틀라스를 대신해서 잠깐이나마 대지를 들기도 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건가?’

연우로서는 어떻게든 헤라클래스의 손길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에게 무한한 호의를 보이는 헤라클래스는 도저히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 아테나 등을 구하기 전에 골병부터 들지는 않을는지.

연우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팼다.

* * *

“……실패했다고? 헬리오스가?”

테이아는 타르타로스 전역에 뿌려 뒀던 티탄들을 전부 대신전, 명왕의 신전으로 소환하는 동안.

여태 헬리오스에게서 아무런 보고도 없어 걱정이 들던 차, 딸인 셀레네가 올린 보고에 인상을 딱딱하게 굳혀야만 했다.

“예. 어머니. 크로노스의 사체 근방에서 헬리오스가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흔적까지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요.”

“말도 안 되는……!”

테이아는 주먹으로 탁상을 거세게 내려치고 말았다.

헬리오스는 그녀에게 있어 둘도 없는 소중한 아들이었다. 아폴론이 강탈하기 전까지는 ‘태양’을 신위로 뒀을 정도로 뛰어난 아이였으며, 언젠가 몰락한 티탄을 이끌고서 중흥시켜 줄 인재라 믿었다.

그랬던 아이가 자처해서 희생되었다.

스스로를 제물로 삼아 크로노스의 시간을 자극해, ‘시계태엽’을 마음대로 감겠다는 게 그가 보였던 의지였다.

그런데.

이렇게 황망한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다고?

아무런 소득도 없이?

티폰을 죽이고, 페르세포네에게 엿을 먹였다는 사실에 통쾌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

테이아는 목젖까지 울컥 치솟은 화를 가까스로 눌러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티탄들을 이끌고 크로노스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자고, 헬리오스가 아직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지 모르니 물색해 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스륵!

갑자기 테이아와 셀레네 옆으로 포탈이 열리더니, 딱딱하게 얼굴이 굳은 중년인이 나타났다.

히페리온.

테이아를 보좌하는 남편이자, 헬리오스 남매의 아버지.

비록 ‘티탄’ 내에서 주신의 자리는 얻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지녀 최고위 대신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현재 티탄의 병력을 통솔하는 군신 역할을 맡고 있기도 했다.

“헬리오스의 일은 잠깐 잊어. 기가스 놈들이 강림을 시도한다.”

테이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티탄들을 명왕의 신전으로 한데 모은 이유.

그건 기가스가 일제히 공세를 취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제위에 앉은 페르세포네는 절대 하위 서열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 드는 꼴을 지켜보지 못한다.

하데스가 그렇게 한결같은 사랑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강제로 취했다는 과거의 원한을 절대 잊지 않고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원한을 잊지 않고 되갚아 주려 하는 존재였다.

하물며 크로노스의 사체까지 이곳에 남아 있는 이상, 어떻게든 보복을 하려 들 건 자명한 일.

기가스는 물론, 대지모신이 그동안 ‘잉태’했던 전력까지 총동원해서 압도적으로 티탄을 짓밟으려 들 게 분명했다.

여기서 아스가르드가 어떻게 나설지, 연우 쪽이 또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가 관건이었지만.

‘지금은 우선 방어에 집중해야겠지.’

테이아는 이번 공세를 성공적으로 막아 낸다면, 티탄의 독립도 확실시될 것이라고 믿었다.

페르세포네도 계속 티탄과의 전쟁에만 집중할 수는 없을 테니. 연우 쪽과 어떻게 휴전 협정을 맺었어도, 등이 간질간질해서야 시간을 길게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후우!

테이아는 길게 숨을 골랐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크로노스를 깨워 티탄의 전력을 더 크게 증강시키고, 도리어 기가스 놈들을 압도했을 테지만.

아무래도 그 계획은 조금 더 차후로 미뤄야만 할 것 같았다.

“병력들 모아. 전부 그곳으로 움직인다.”

테이아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그렇게.

티탄과 기가스 간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가 후퇴를 선언합니다!]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가 ‘올림포스’ 내에 벌어진 내분을 보며 인상을 찡그립니다.]

[‘아스가르드’가 철수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토르가 아스가르드에 계속된 출전을 요청합니다.]

[발드르가 난색을 표합니다.]

[‘아스가르드’의 전략 회의가 의견 충돌로 분분해집니다!]

아스가르드는 티탄과 기가스의 충돌에 질린 나머지 병력을 일시 후퇴시켰고.

아가레스 등도 더 이상 전투를 속개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연우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응? 이게 뭐야? 나타 영감님에 이랑진군 아저씨? 거기다 아가레스 놈에 펜리르까지 있어? 뭔 단체 관광이라도 나오셨나? 거기다 거인까지?”

헤라클래스는 일행들의 면면을 보고 기가 차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가 한창 올림포스에서 뛰어다니던 시절, 오다가다 본 유명한 얼굴들이 다양하게 깔려 있었으니.

문제는 그들 사이에 어떤 공통된 연관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 있던 때가 있었나?

헤라클래스는 아무리 지난 천계의 일들을 떠올려 봐도, 도저히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더구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던 거인족까지 있었으니.

발데비히와 눈이 마주친 순간, 헤라클래스는 손끝이 다시 근질근질 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거인족은 타고난 전사들이라고 하던데. 과연 그 솜씨가 어떨지, 정말 ‘전사’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건 발데비히도 마찬가지였는지, 호승심이 가득한 얼굴로 헤라클래스의 시선을 맞받아치고 있었다. 손은 자신의 대검, 클레이모어에 어느새 가 있었다.

물론, 장소가 장소다 보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다만, 헤라클래스의 시선은 또다시 연우에게로 쏠렸다.

흥미진진한 눈빛이었다.

‘이거 정말 보면 볼수록 물건이란 말이지?’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타르타로스의 영웅인 줄로만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하나의 사회를 충분히 이끌어 갈 만한 영도자 감이지 않은가.

‘갖고 싶다.’

헤라클래스가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면서 입맛을 다셨다.

물론, 성적인 감정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이런 자일수록, 현재 올림포스가 처한 상황에 가장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재 욕심이 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좋아하는 물건을 보면서 군침을 흘려 대는, 영락없는 변태로밖에 비칠 수밖에 없었고.

부르르!

연우는 다시 저도 모르게 드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어야만 했다.

『그 눈깔, 뽑아 버리기 전에 내리는 게 좋을 것이다, 헤라클래스.』

그때, 아가레스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물론, 콧방귀를 뀌며 듣는 척도 하지 않을 헤라클래스였지만.

“되도 않게 어린아이의 모습이나 하고 있는 변태의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뭣이?』

아가레스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으르렁거리는 동안, 펜리르도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리려는 듯 옆에서 짖어 댔다.

왕왕! 왕!

“인기가 아주 많은데, 그래? 든든하겠어.”

나타태자가 셋의 신경전을 보면서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언제 삼두육비의 괴물로 변했었냐는 듯, 다시 인간의 형체로 돌아와 있었다.

연우는 전혀 듣는 척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애당초 남자들의 마음 따위 알 게 뭔가.

나타태자는 그런 연우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지만.

* * *

“우선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논의를 나눠야겠군.”

짧은 소동을 뒤로하고.

헤라클래스는 좌중을 모두 조용히 시킨 후에 말했다. 그의 시선은 온전히 연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사실 그동안 가장 큰 규모의 저항군을 이끌었다고는 하나, 연우는 하데스가 지정한 타르타로스의 진정한 왕이었다.

헤라클래스는 그런 연우의 권위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의 위세 아래에 모든 지휘 체계가 통일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속속 합류하게 될 저항군들 중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효웅이 있을지라도, 어쩔 수 없이 연우에게 굽힐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디스 플루토와 저항군들, 그리고 동맹군의 대표들까지, 전부 연우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앞으로 이곳은 그의 전선(戰線)이니, 어떤 계획을 생각해 두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연우는 짧은 눈짓으로 헤라클래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낸 뒤, 일행들을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물론, 헤라클래스가 불룩불룩한 근육을 자랑하면서 던져 대는 시선은 그냥 무시했다.

“타르타로스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다른 저항군들도 규합해야 할 테고, 명왕의 신전도 탈환해야 하겠지. 티탄과 기가스도 차례로 무찔러 올림포스도 복구해야만 하고. 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헤라클래스는 연우가 뭘 하려는지 금세 눈치챘는지, 동의한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포스의 대신격들을 구출해야 한다.”

“……!”

“……!”

“……!”

연우의 말은 마력이 가득 담겨 주변에 있던 이들의 귓가에 아주 선명하게 들렸고.

디스 플루토를 비롯한 타르타로스의 사람들은 저마다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드디어 지금껏 꿈에서나 갈망하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할 이야기가 있는지 높이 손을 들었다. 헤라클래스의 부관을 자처하던 이였다.

“명왕의 말씀이 옳은 순서이긴 합니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뭐지?”

“대신격들께서 어디로 후퇴를 하셨는지, 그리고 어디에 계시는지 정확하게 아는 바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저항군들은 다시 무거운 낯빛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라고 해서 대신격들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알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헤라클래스도 동의하는 바였기 때문에 연우가 혹시 무슨 비책이라도 있나 싶어 돌아보았고.

“에레보스에 있다.”

연우가 너무 간단하게 대답하자 모두 놀란 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에레보스는 세상의 가장 밑바닥, 타르타로스보다도 훨씬 아래에 박혀 있다는 곳이었으니까. 모든 존재를 집어삼키는 곳이라, 그곳에서는 그 어떤 물질도 형성되지 않는다는 전승도 있었다. 흔히 칠흑이라고도 일컫는 ‘거대한 틈’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자진해서 들어갔다는 것은 그만큼 대신격들이 위기에 내몰렸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자칫 그들의 존재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말대로라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에레보스로 가는 길을 열어야만 했다.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을 테니.

헤라클래스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그게 사실인가?”

“맞아. 그 안에서의 정확한 위치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증거는?”

“창공 도서관.”

“……그곳에 간 적이 있었나?”

창공 도서관은 주신 급이 아니고서야 열람이 힘들다고 알려진 장소.

헤라클래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젠 연우의 한계가 어디인지 짐작도 가질 않았다. 그럴수록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인재 욕구가 더 커져만 갔다.

“우연찮게.”

연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짤막하게 대답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티탄과 기가스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아스가르드도 물러난 지금만큼 최고의 적기는 없겠지. 그래서 곧바로 에레보스로 가는 문을 열려고 하는데…… 혹시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나?”

하지만 연우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로 눈짓만 주고받기 바쁠 뿐이었다.

헤라클래스는 손으로 제 얼굴을 덮으면서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내가 알기로도, 에레보스는 올림포스 내에서도 극비로 취급되어서 3주신들밖에 모를 텐데…… 하데스 영감이 말해 준 적은 없나?”

연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역시 쫓기듯이 후왕으로서 인정을 받은 것뿐이었으니. 제대로 후계자 교육을 받지 않은 그로서는 여전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헤라클래스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팼다.

“보나 마나 에레보스는 분명히 포세이돈, 그 꼰대가 열었을 테고…… 그럼 다른 방법은 하나밖에 없나.”

“제우스를 깨워야겠지.”

“아니. 안 된다! 그 영감님은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무슨! 안다고 해도 천계에 있을 게 분명한데, 당장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페르세포네와 대지모신이 앉아 있는 이상, 그것도 힘들겠지.

연우는 아직 98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도 아니고.

결국 남은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명왕의 신전을 탈환하든가, 아니면 몰래 숨어들어서 에레보스와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들춰 보는 수밖에 없나?”

헤라클래스가 영 마땅치 않다는 듯 인상을 팍 찡그리던 그때였다.

화아악!

[원주인의 요청에 따라, 소유권의 전이(轉移)가 시작됩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연우 앞으로 연홍색의 불빛이 치솟았다.

그림자에서 샤논과 한령이 나타나 연우를 보호하고자 서고, 헤라클래스 등도 적의 기습인가 싶어 무기 쪽으로 손을 가져가려는데.

“멈춰!”

연우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재빨리 일행들에게 소리치면서 연홍색 광망 쪽으로 뛰어갔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었으니.

곧 연홍색의 빛무리가 사라지면서, 그곳에 반쯤 부서지다시피 한 꽃잎 방패가 힘없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연우는 바닥과 부딪치기 전에 재빨리 그것을 안았다.

꽃잎 방패, 아테나의 대신물인 아이기스가 연우에게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금이 잔뜩 간 아이기스의 표면에는 한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도.

연우는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구원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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