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자격 시험 (10)
“……오벨리스크? 정말 탑이란 곳에 모두가 갇혀 있단 말이야?”
크로노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신레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 사실이야. 하긴 당사자인 우리도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듣고 있는 넌 얼마나 황당할까.”
“말도 안 돼……!”
크로노스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천마.
아버지가 올림포스를 통일하던 시절에도, 자신이 대지모신을 쓰러뜨리던 시절에도 활약하던 자.
그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하늘에 닿은 마(魔)’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빛에서 태어나, 빛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며.
항상 어둑한 미명(未明)속에서만 살아가던 여러 필멸자들이, 세상의 섭리를 조금씩 깨달아 가며 이뤄 내는 문명을 대변하기도 한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신앙을 필요로 하는 나머지, 필멸자들에 깊은 관여가 필수인 신격들과 다르게, 그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는 문명조차 찾기가 아주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천마는 여러 신의 사회에서 골칫거리였다.
그의 목적을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아주 힘들었던 것이다.
그랬던 자가…… 올림포스를 비롯한 여러 신의 사회는 물론, 나아가 악마며 용종, 심지어 거인족까지 전부 ‘탑’이라는 세계에 가둬 버렸다고 한다.
그 말을 신레아에게 들었을 때에는 ‘그게 가능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
“더 재미난 거 가르쳐 줄까?”
“또 있어?”
“있다마다. 신과 악마, 심지어 두 진영이 전부 한 개 층에 같이 갇혀 있어. 아주 사이좋은 이웃사촌이 된 거야.”
“……!”
“뭐, 그 층계의 규모가 웬만한 우주보다 넓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작자들을 한데 욱여넣었으니 사달이 안 날 수가 없겠지. 그래서 허구한 날 서로 머리채 쥐어뜯기 바빠.”
“…….”
“난 그게 너무 싫어서 나왔던 거고.”
크로노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이제는 숨을 쉬기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그가 항상 자랑하던 냉혈 특성도 지금은 도저히 작동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심적 동요가 크다는 뜻.
여러 우주와 차원을 넘나들면서 제멋대로 활약하기 바쁜 것이 바로 신이란 존재들이다.
그리고 서로 존재만 알고 있을 뿐, 이렇다 할 접점은 크게 없어 이따금 경계하는 정도가 전부인 악마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용종이나 거인족은 신들이 인지하고 있는 선에서,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지고의 종족에 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존재들을 한곳에다 욱여넣었다고?
그것도 신과 악마는 하나의 층계에다 묶어서?
지구에 빗대자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 다니던 인간을 갑자기 이십 평 남짓한 공간에다 가두고, 앞으로 수십 명의 룸메이트들과 같이 살라고 하는 격이다.
당연히 그 속에 갇힌 사람들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운신에 불편함이 가득해 한껏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 분명 수많은 갈등과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수많은 우주와 차원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여러 권능과 이적을 벌이던 존재들이 갇힌다면? 어떻게 될지 그로서는 도저히 짐작이 가질 않았다.
신레아는 그것을 두고 ‘봉신(封神)’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천마가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었고.
그중에는 제우스 형제들이 이끄는 올림포스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가?’
크로노스는 그제야 그동안 가졌던 의문 중 일부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신화를 쌓고, 격을 올리면서도. 여태껏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신격이나 초월자들을 감지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원래대로라면 새로운 신격이 될지 모르는 그를 아군으로 포섭하기 위해 여러 사회들이 나설 텐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지구가 우주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나, 아니면 그가 있는 세계가 아직 신들이 인지하지 못한 우주인 걸까 하는 생각까지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전부 갇혀 있는 거라면…… 말이 되겠지.’
아예 접촉할 방도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그 넓은…… 모든 우주와 차원에서 초월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건가? 전지(全知)나 전능(全能)은 생각도 못 하겠어.’
천마가 모든 초월자들을 깨끗하게 제거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단순히 유일신이 되기 위해서?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여러 초월자들을 소멸시켰지, 봉신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크로노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천마는 그런 권력 따위에는 전혀 무관심했었다.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했고, 나쁘게 말하면 양아치 같았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보통 권위적인 신격들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당시 받았던 인상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그를 따라 하고자 하기도 했었으니까. 젊은 시절, 크로노스가 망나니라고 불렸던 데에는 사실 천마가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셈이었다.
‘설사 초월자들을 제거한다고 해도, 어디선가 새롭게 격을 쌓아서 탈각과 초월을 이루는 존재들로 다시 빈자리가 채워질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크로노스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에 신레아가 말하지 않았던가.
탑은 ‘시련’이란 것을 빙자해 수많은 우주와 차원으로부터 여러 실력자들을 초대해 데려오기도 한다고.
‘……그만한 재능이나 자질을 갖춘 이들까지 전부 가둬 버리는 거구나.’
크로노스는 천마가 얼마나 강한 덫을 놓았는지를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까마득한 세월을 잠들어 있었는지도.
모든 세상이 다 바뀌었던 것이다.
‘잠깐. 그럼?’
그러다 문득 새로운 의문이 들고 말았다.
만약 탑이 모든 초월자들과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이들까지 가두는 감옥이라면.
대체 신레아는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단 거지?
순간, 어떤 생각에 미쳤고.
“레아. 너, 설마……?”
신레아는 흔들리는 크로노스의 동공을 보면서 쓰게 웃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게 ‘어쩌다 보니’라고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니잖아! 너, 너……!”
“그럼 어떡해? 이렇게 안 하면 널 보기가 힘든데.”
“……!”
크로노스는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신레아는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스스로 신격을 박탈했던 것이다.
* * *
신격의 박탈.
영락(零落).
그건 모든 신격들에 있어 가장 수치스럽고, 절망적인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초월을 통해 불멸을 이뤄 냈건만, 그런 축복을 걷어차 버린 셈이니. 권능과 이적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영혼이 급격하게 쇠락하면서 자칫 소멸을 맞을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크로노스, 자신도 전생이 가능한 ‘태엽’이라는 비장의 한 수가 없었더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텐데.
신레아는 그런 것도 없이 무작 정신격을 집어던졌다고 했다.
오로지 못난 남편 하나를 만나기 위해서.
“너 찾는 거, 정말 어려웠다? 뭘 그렇게 꼭꼭 숨어 있는 건지. 그것만 해도 한참 시간이 걸렸으니까.”
신레아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크로노스의 눈에는 벌써부터 얼마 남지 않은 신레아의 수명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영락해 버렸다면, 남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참 다행이야. 여전히 비뚤어진 채로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젠 정신 좀 차렸……!”
“……레아.”
“왜?”
“넌 내가 어떻게든 살리겠어.”
신레아는 동그랗게 눈을 뜨다가, 곧 피식 웃었다.
“이제 철 좀 드나 보네? 그런데 어쩌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이나 잘 보내자.”
“…….”
크로노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 * *
쌍둥이가 태어났다.
첫째는 연우, 둘째는 정우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조막만 한 손을 보면서. 쌔근쌔근 잠에 들면서도 무의식중에 자신의 검지를 꼭 붙잡는 아기의 손길을 느끼면서. 크로노스는 온갖 생각이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어머. 첫째가 아빠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
신레아는 반쯤 넋이 나간 크로노스를 보면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크로노스는 신레아의 눈가에 스치는 피곤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단순히 출산을 해서 생긴 피곤이 아니었다.
신력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밑 깨진 독처럼.
크로노스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애당초 이번 출산은 그녀에게 무리한 것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손을 붙잡는 아기의 손길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 * *
그때부터.
크로노스는 외출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신레아가 앓고 있는 병 아닌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새어 나오는 신력을 막고, 상실한 격을 복구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자신이 했던 것과 같은 방법은 그녀에게 통하질 않았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희귀한 약초를 찾고자 지구의 곳곳을 뒤지고 다녔지만, 애당초 과학 문명이 개시된 이런 곳에서 발견될 리 없었다.
그나마 있던 것들도 전부 지난 생애 동안, 격을 복구한답시고 보이는 족족 자신이 전부 먹어 치우지 않았던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원래는 초월을 이룰 때에나 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크로노스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동안 지구에서 쌓았던 모든 업적을 하나로 엮어서 억지로 신화로 승화시키고, 탈각을 시도했던 것이다.
비록 완전하지 못한 반쪽짜리 탈각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포탈을 열기에는 충분했다.
옛 기억 속에 있는 여러 좌표들을 차례로 밟아 나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천마의 제재가 언제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등신아. 애들이 이제는 너 어려워하잖아.”
그럴 때마다 신레아는 표독스럽게 크로노스를 쏘아붙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상처가 가득한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확실히 연우와 정우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보이면서도, 그만큼 자신을 어려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그건 크로노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제우스 등에게 상처만을 입혔던 트라우마가 재발하면서, 과연 자신이 이렇게 귀엽기 그지 없는 쌍둥이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는지,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신레아는 핀잔 아닌 핀잔을 던지기 바빴지만.
* * *
‘연우는 나를, 정우는 제 엄마를 많이 닮았구나.’
같은 얼굴과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형제가 어찌나 그리 다른지.
연우는 젊은 시절의 자신과 똑같았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해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반면에 정우는 조용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제 엄마를 닮아 입담이 워낙 좋은 까닭에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 번씩 얄미워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긴 했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정우와 더 가까워진 건지도 모른다.
연우는 성격이 원체 날카로워 자신을 멀리하는 데 반해, 정우는 항상 만날 때면 ‘아빠!’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안겼으니까.
“그래서 아빠, 오늘은 뭐 가져온 거 없어요? 전에 주셨던 모래시계도 엄청 예뻤는데!”
“……그래. 당연히 이번에도 있지.”
이따금 그걸 빌미(?)로 물질적인 뭔가를 뜯어 가는 것 같았지만. 아들에게 주는 것이니 그리 아깝지 않았다. 아마도……?
“근데 아빠, 엄마가 많이 아파요.”
“……안다. 나도.”
“병이 계속 심해지시는데…… 저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크로노스는 선물을 받으면서도 크게 기뻐하지 못하는 정우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레아가 앓고 있는 병은 자신으로 인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조금만 더 있으면……!’
크로노스는 이런 고생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옛 거인족이 살던 터전에서 상실한 격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바. 완전한 방법은 아니어도, 신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신레아는 다시 웃음을 찾고, 그들은 그토록 바라던 화목한 가족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연우와 화해를 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언뜻 날카로운 것 같아도, 잔정이 많은 녀석이라면 언젠가 자신을 이해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하지만.
거인족 터전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너무 길어지고 말았다.
결국 일을 전부 끝마치지 못하고 신레아가 걱정되어 도중에 잠깐 돌아왔을 때.
“아빠, 제가 만약에 엄마 약 구하러 잠깐 집을 비우면 어떨 것 같아요?”
정우는 생각지도 못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부에나 집중해. 너 벌써 고3이라면서?”
“에이. 저 공부 잘하는 건, 잘 아시잖아요. 꼴통인 형이 문제지…….”
“그건 그렇…… 됐고. 하여간 쓸데없는 짓 할 생각 말고, 공부해. 알겠지?”
크로노스는 그걸 입시 스트레스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 버렸지만.
뒤늦게 진실을 알았을 때는, 후회하고 말았다.
* * *
“……뭐? 정우가, 탑에 들어갔다고?”
“남편, 어쩌면 좋지? 대체 어떻게 해야……!”
신레아는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지 않아도 신력 유출이 가속화되어 좋지 않았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크로노스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필 탑이라니.
왜 거길……?
‘레아의 약을 구하러 간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크로노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정우가 탑에게 선택되었던 것은 그만한 재능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영락했다고 하지만, 한때 주신격이었던 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탑이란 괴물이 탐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보물과 재화도 있다고 하니, 실제로 신레아의 병을 낫게 할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아들이 그런 위험천만한 곳으로 가서야, 걱정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너만큼은 연우와 다르게 평생 속 썩일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너도 내 아들이긴 아들이었구나.’
아버지 우라노스 때부터 자신, 그리고 자식인 연우와 정우까지. 어째서 집안 대대로 이런 놈들만 가득한 건지.
크로노스는 정우의 뒷덜미라도 붙잡아 끌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눈빛이 흔들리는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면서,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너무 걱정 마. 녀석은…… 내가 어떻게든 찾아올 테니까.”
크로노스는 자신이 직접 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 * *
[이곳은 0층, 튜토리얼의 관입니다.]
‘이곳이 탑이라는 곳인가?’
크로노스는 빛무리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석실 통로를 보고 눈살을 좁혔다.
그리고 망막 아래쪽에 달린 창.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이게 시스템 메시지라는 것일 테고. 마치 게임이나 홀로그램처럼 보이는데.’
크로노스는 어쩐지 소소한 이런 것들이 지구 문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느낌이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잠시.
‘우선 정우 녀석부터 찾아야겠어.’
아들 녀석은 분명히 이곳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그래서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서 마력을 크게 방출하려는 순간.
『이런 곳에……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나타났구나. 이걸 두고 뭐라고 해야 할는지.』
갑자기 크로노스의 등골을 섬뜩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마력장이 허공에서 생성되었다. 웬만한 신격들 따위는 쉽게 찢어발길 것 같은 힘.
그쪽으로 고개를 든 순간, 마력장이 한데 섞이면서 새하얀 빛무리로 이뤄진 존재가 나타났다.
올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