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자격 시험 (11)
‘……여기가, 어디지?’
크로노스는 깨질 것 같은 두통에 관자놀이를 쥐어뜯으면서 억지로 눈을 떴다.
[이곳은 77층, 빛의 관입니다.]
[당신은 이곳 층계에 허락되지 않은 플레이어입니다. 활동에 강한 제약을 받게 됩니다.]
‘77층?’
이게 무엇인가 싶어 인상을 찡그리는데.
“이제야 정신이 드나 보군.”
그의 앞에는 낯선 얼굴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이지적인 인상에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나더슈디 차흐치테 페렌츠이긴 한데. 너무 길지? 뭐, 단순하게 페렌츠나 ‘백작’이라고 불러 주면 된다네. 그리고.”
스스로를 페렌츠 백작이라 밝힌 이의 미소가 또렷해졌다.
“자네를 치료해 준 사람이기도 하지.”
크로노스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다, 뒤늦게 떠오른 기억에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정우를 데리러 오기 위해 입장했던 튜토리얼. 그리고 거기서 난데없이 마주친 빛무리에 휩싸인 괴인.
전성기 시절 자신이 돌아와도 승부를 장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격을 뿌려 대던 괴인은 다짜고짜 공격부터 퍼부었다.
크로노스는 영문을 모른 채로 녀석과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몇 번 손속을 섞어 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니 이런 낯선 곳에 있었다.
온통 새하얀 빛으로만 가득한 세계.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눈이 부신다거나, 갑갑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고 해야 할까. 정우를 찾아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한없이 눌러앉고 싶게 만드는 장소였다.
그리고 이미 그런 생각에 홀린 듯, 많은 이들이 백색 세상을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여기가 대체 어디인 거지?
튜토리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데.
“이곳은 감옥일세.”
갑작스러운 페렌츠 백작의 말.
크로노스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바라보자, 페렌츠 백작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답했다.
“자네의 얼굴 표정이 딱 그렇게 말하고 있더군. 어딘지 모르겠다고.”
“……감옥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일세. 감옥. 올포원, 그 빌어먹을 작자에게 붙잡힌 이들이 갇히는 곳이지.”
페렌츠 백작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처연했다.
“이곳은 그가 만든 세상일세. 일종의 심상 세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올포원 그 자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그런 곳이라네.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별 세계인 셈이지.”
“……!”
올포원은 아마 그 정체불명의 괴인을 뜻할 터.
크로노스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페렌츠 백작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갇혔다는 것.
“그런데 자네, 어딘가 기질이 친숙한 것 같은데. 혹시 우리가 따로 밖에서 만난 적이 있……?”
페렌츠 백작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크로노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반쪽짜리 탈각이긴 했어도, 심장 속에 박힌 ‘태엽’을 따라 신력이 감돌았다. 한때, 여러 신의 사회를 압도하던 힘.
츠츠츠-
페렌츠 백작은 이곳에서 신력을 써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크로노스를 따라 감도는 칠흑색 신력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언젠가 자신이 아내와 함께 쫓고자 했으나, 결국엔 쟁취하지 못했던 힘이 난데없이 나타났으니까.
“왜 여기서 칠흑이……?”
백색 세상에 갇힌 다른 존재들도 모두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로노스는 끌어 올린 신력을 있는 힘껏 방출했다. 백색 세상과 대비되는 칠흑색의 기세가 가시처럼 곳곳으로 쏟아졌다.
쾅!
쾅!
커다란 폭발과 함께 세상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 * *
“……젠장!”
크로노스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신력으로 심상 세계를 두들겨 봐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이곳에서는 방법이 없다네.”
크로노스의 날카로운 시선이 뒤로 홱 하고 돌아갔다. 페렌츠 백작이 쓰게 웃고 있었다.
“나라고, 다른 사람들이라고 자네처럼 해 보지 않았을까? 백 년을 넘게 날뛴 사람도 있었어. 다 같이 합심을 해 보기도 하고. 하지만 죄다 실패했지. 꿈쩍도 않았으니까. 올포원은…… 그런 괴물일세.”
그러다 페렌츠 백작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쏠렸다. 크로노스도 저절로 그쪽을 따라갔다.
“그나마 미치지 말라고 배려라도 해 주는 건지, 이따금 저렇게 밖을 볼 수도 있지만.”
한쪽 구석.
한 여인이 가만히 양손으로 무릎을 끌어안은 채, 한쪽 벽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벽면이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마치 스크린처럼 다른 풍경을 비추었다. 한창 시끄럽게 일이 벌어지고 있는 튜토리얼이었다.
“저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요?”
크로노스는 다급히 페렌츠 백작에게 사용법을 묻고, 가르쳐 준 대로 천천히 벽면을 흔들었다. 그러자 파문이 퍼지면서 그가 원하는 장소를 비추었다.
그곳에.
정우가 있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반거인으로 보이는 덩치, 예쁘게 생긴 여인과 함께 파티를 맺고 몬스터들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식인가 보군?”
크로노스는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페렌츠 백작을 돌아보았다.
“나에게도 한때 있었거든. 자식들이…….”
크로노스는 이를 악물었다.
“자식을 구하러 온 거였나?”
“그렇소.”
“하지만 도중에 재수 없게 올포원에게 걸리고 말았던 것이고?”
“…….”
크로노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로서는 암담하기만 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목이 붙잡히고 만 셈이었으니까.
기나긴 세월 동안 수도 없이 방황하다가 이제야 겨우 안정을 찾으려는데, 세상은 도저히 그를 놓아 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어쩔 수 없군. 하면 나도 도움세.”
“……?”
“말하지 않았나. 나에게도 자식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 빌어먹을 놈 때문에 생이별을 해야만 했으니. 자네를 보는 게 꼭 남 보는 것 같지 않거든.”
크로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렌츠 백작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지만, 자식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란 다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그의 호의를 받기로 했다. 비록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이 하나 더 있는 게 좋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음?”
“자네, 보아하니 칠흑왕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나와 동문(同門)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으니, 더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이번에는 크로노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칠흑.
그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도 아는 자가 극히 적었던 태곳적의 존재.
크로노스도 아버지 우라노스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접점이 전혀 없었을 터였다.
“칠흑을 아시오?”
“알다마다. 한때 쫓았고, 또한 갈망했던 것을. 비록 이 손에 쥐지는 못했지만.”
페렌츠 백작은 쓰게 웃으면서도, 기대에 찬 눈으로 크로노스를 바라봤다.
“한데, 자네는 그게 아닌 것 같더군. 칠흑의 기운을 아주 자유롭게 쓰던데,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사도요.”
“뭐? 허! 이 사람, 농담도 잘하는군. 칠흑의 사도는 크로노스 이후로 없……!”
“나를 아시는군? 다행히 나와 관련된 신화는 삭제되지 않고, 구전되고 있나 보오.”
“……!”
페렌츠 백작은 입을 쩍 벌리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자, 자네…… 아, 아니, 크, 크로노스였…… 셨습니까…… 요?”
크로노스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냥 하던 대로 하시오. 갑자기 태도가 바뀌면 나도 어색하니까.”
“그, 그렇지? 험험! 아무튼 자네는 운이 좋은 줄 알게.”
페렌츠 백작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기면서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명색이 최고의 칠흑 전문가인 나를 만난 것이니.”
* * *
크로노스는 칠흑왕의 사도인 자신을 두고 전문가 운운을 하는 페렌츠 백작이 어이없었지만.
곧 그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사실 크로노스는 말만 칠흑왕의 사도일 뿐, 정작 칠흑왕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저 칠흑왕이 대지모신보다도 훨씬 이전에 있었던 태곳적의 존재이며, 그가 있음으로 인해서 어둠이 있고, 죽음과 꿈 같은 개념들이 나타났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칠흑을 좋았던 페렌츠 백작은 크로노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칠흑왕이 혼돈과 무질서마저도 포함하고 있는 최초의 우주,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굳이 의문을 제기하진 않았다. 사실 칠흑왕이 자신이 인식하고 있던 것보다 더 위대한 격을 지녔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으니.
“다행히 자네는 아직 칠흑왕과의 채널링이 끊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맞나?”
“그렇소.”
전부 ‘태엽’이 있는 덕분이었다.
그것은 칠흑왕과 연결되는 단말(端末)이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는 건, 본체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뜻이네.”
크로노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나의 본체가…… 여기에 있소?”
“몰랐나? 아, 모르겠군. 칠흑왕의 사도는 탑이 성립되기 이전부터 타르타로스에 정지되어 있다고 했으니. 타르타로스는 이곳 30층의 히든 스테이지로 존재한다네.”
크로노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본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을 찾은 셈이었다.
물론, 그랬다간 올림포스에서 자신의 부활을 알아챌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아니었다.
‘도리어 정우를 외부로 보내고, 넥타르나 암브로시아를 구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크로노스는 신레아까지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 격을 되찾게 된다면…… 승산은 얼마나 될 것 같나?”
찬물을 끼얹은 듯 뜨겁던 머리가 식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셈을 치러 보았다.
“3할.”
“……그래도 명색이 ‘황’을 노렸던 존재라고 들었는데.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사실 그것도 높게 잡은 거요. 신력, 신위, 신앙…… 전부 빼앗겼으니. 그나마 권능이 많이 남아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크로노스는 그나마 여러 번의 전생을 통해 격을 상당수 복구시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3할도 터무니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승산을 4할 이상까지도 끌어 올릴 수 있소.”
“무엇이지?”
크로노스는 머릿속에 담긴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했고.
페렌츠 백작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눈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즐겁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것이라면…… 이곳을 빠져나가긴 어렵겠지만, 놈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겠어.”
그렇게 둘의 계획이 시작되었다.
* * *
크로노스와 페렌츠 백작이 시도한 것은 공명(共鳴)이었다.
올포원의 심상 세계에 갇혀 있는 동안, 크로노스가 제대로 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본체를 찾아갈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전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영혼과 육체는 서로 이끌리기 마련이고.
아주 잠깐이나마 서로 연결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격을 일시적으로나마 회복하는 게 가능했다.
페렌츠 백작은 자신이 개발한 대마법(大魔法)을 가리켜, ‘송곳’이라고 표현했다.
“물리 공간의 좌표면을 강제로 뚫어, 원하는 지점과 한순간에 연결시키지. 원래는 저 밑에 숨어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개발한 것이네만…… 자네를 위해서 쓰도록 하지.”
기회는 단 한 번.
올포원은 마법과 권능에도 능통한 편이니, ‘송곳’을 한번 보고 나면 대비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송곳’으로 아주 잠깐 77층과 30층의 히든 스테이지가 연결된 동안, 격을 회복해서 올포원을 거꾸러뜨려야만 했다.
그리고.
차아앙!
페렌츠 백작은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송곳’을 사용해 타르타로스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고.
[알 수 없는 현상으로 77층과 30층 간에 우회로가 형성되었습니다.]
[경고! 허가받지 않은 우회로입니다. 접근을 불허합니다. 우회로를 폐쇄하기 위해 시스템 콜이 발생합니다.]
[경고! 허가받지 않은 우회로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층계 이동 시, 시스템에 따른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경고! 허가…….]
……
크로노스는 한순간 무너진 공간 너머로 전해지는 익숙한 공기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타르타로스.
그가 한때 정적들을 가뒀고, 마지막에는 자신도 갇혔던 곳.
너무나 텁텁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반가웠다.
[시스템의 요청에 따라, 플레이어 ‘비바스바트’가 강림합니다!]
“뭐 하나, 어서!”
페렌츠 백작의 외침에, 크로노스는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격을 방출했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본체를 찾아서.
[본체가 자아의 요청에 강하게 반응합니다!]
[본체와 자아 간에 연결 고리가 형성되었습니다. 일시적인 합일이 이뤄집니다.]
[신력이 증가합니다.]
[격이 상승합니다.]
[‘태엽’이 빠르게 돌아갑니다.]
……
[무소속의 신, ‘크로노스’가 강림합니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의식 세계가 무한하게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거의 잊었다시피 한 감각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되찾고 싶지 않았던 감각도 있었으니.
드디어 돌아왔구나, 또 다른 나여.
네가 돌아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나?
이번에는 반드시 삼켜 주마.
머릿속으로 수많은 활자들이 물 밀 듯이 들어왔다. 과거에 그가 광기에 물들었을 때처럼, 이번에도 그를 잠식하려는 것이다.
이번에도 자칫 휘말릴 수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 정우 녀석을 구해야만 한다!’
크로노스는 흔들리는 의식을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어떻게든 버티고자 했다.
잠시만.
아주 잠시면 되었다.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러한 그의 간절한 바람은…… 부성애는 마성의 침식을 잠시나마 막아 주었고.
화아악!
그사이 맞은편에서 빛무리와 함께 나타난 올포원을 맨정신으로 맞닥뜨릴 수 있었다.
『허튼짓을!』
녀석은 크로노스가 신격을 되찾으려는 줄로만 알고, 그것을 막기 위해 재빨리 손길을 뻗어 왔지만.
과연 녀석은 알까?
그것이 도리어 크로노스와 페렌츠 백작이 바라던 것임을.
이곳, 77층은 올포원의 심상 세계. 그의 성역이라 할 수 있는바. 그렇다는 건 얼마든지 ‘오염’도 가능하단 뜻이었다. 녀석의 심상을 크로노스의 의념으로 더럽힐 수 있었다.
그리고 크로노스는 격만 회복할 수 있다면 자신 있었다. 기껏해야 몇만 년 살았을 애송이가, 억겁의 세월 동안 쌓은 자신의 신화를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는 한때 올림포스의 왕이었으며, 모든 신격들을 발아래에 두었고, 또한 ‘황’을 목전에 두었던 자. 그리고 지고한 존재, 칠흑왕의 하나밖에 없는 사도였다.
애당초 비교할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크로노스와 올포원의 손끝이 맞닿는 순간.
파앗!
백색 세상이 칠흑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