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자격 시험 (13)
크로노스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분명히 지금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녀석이 현재 자신보다도 미래에 있을 놈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말본새는 여전히 저 모양인 건지.
어쩐지 자신이 아버지 우라노스에게 했던 언행들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이래서 부전자전이라고 하는 걸까.
그나저나.
‘아버지라.’
크로노스의 헛웃음이 짙은 미소로 변했다.
‘너무 듣기 좋은데.’
그것도 다름 아닌 연우에게 들은 것이니까.
철이 든 무렵부터는 늘 자신을 피하고,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던 연우가 아니었던가. 신레아와 정우가 그렇게 타일러도, 절대 고집을 꺾지 않던 녀석이었다.
그랬던 녀석이 아버지란다.
대체 얼마 만에 들어 보는 말인 건지.
아마 처음 옹알이를 했을 때 이후로 거의 듣지 못했었지, 아마?
‘그렇게 보니 내가 정말 무책임한 아버지이긴 했구나.’
그러니 간만에 듣게 된 그 단어가 이토록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게 아니겠는가.
이제야 비로소 아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제대로 된 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크로노스는 연우가 참으로 기특하기만 했다.
미래 예지가 그려 내는 잔상 속에서 연우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구태여 그더러 고생했다느니, 조금만 더 힘을 내라느니, 하는 응원이나 격려에 찬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그러기에는 워낙에 낯부끄러웠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랬다가는 연우에게 욕먹기에 딱 좋을 거 같았다. 녀석도 자신과 같은 생각인지 웃다 말고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서먹한 나머지 속에 담긴 진심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부자 관계였던 것이다.
아내가 이것을 봤다면 대체 뭐라고 했을는지.
그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로써 크로노스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지금 자신이 그려 내고 있는 세상이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진 신화인 건지, 아니면 그저 가능성 있는 수많은 미래 중 하나에 있던 연우와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렇다면 아들이 보는데, 아버지로서 못난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없겠어.’
지금은 아버지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화아아-
연우의 환상이 불어오는 바람에 흐려져 사라졌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여전히 저 어딘가에 있는 아들 녀석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연우가 저곳에 있다면. 그런 미래가 있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겠지.’
크로노스는 연우가 활약하는 뒤쪽의 미래를 더 확인할 수 있나 싶어 시간 신위를 더 맹렬하게 돌렸다.
‘태엽’ 속에 있던 톱니바퀴가 이미 허용치 이상으로 주입된 신력으로 인해 과열될 대로 과열되어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그는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서 진짜 죽음을 맞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어쩐지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때.
파앗!
거의 정지하다시피 했던 시간이 되돌아왔다. 미래 예지를 그려 내던 초월적인 감각도 덧없이 사라졌다.
올포원이 어느새 속박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모든 권능을 되찾고 있었던 것이다. 칠흑으로 물들었던 심상 세계에서도 곳곳에서 빛이 번져 나와 정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었다.
콰앙!
크로노스와 올포원이 도중에 충돌했다.
그러자 새하얀 빛무리와 칠흑색의 어둠이 서로를 잠식하기 위해 아웅다웅했다.
물론, 승세는 새하얀 빛무리 쪽이 훨씬 우위였다.
쿠쿠쿠쿠!
심상 세계가 잘게 떨렸다.
“이런. 이제야 뭘 좀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해 보려는데……! 자네도 내 사정을 아는 것 같은데, 어째 양보를 해 줄 수 없는가?”
크로노스는 올포원의 공세를 밀어내면서 인정을 호소했다.
하지만.
『…….』
올포원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코웃음을 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었지만. 크로노스는 어쩐지 빛무리에 가려진 그의 낯이 슬픈 기색을 띠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혹 과거에 자네에게 큰 실수를 한 것이라도 있나?”
『……그대에게 딱히 다른 사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야. 애당초 나와 그대 간에는 접점이 이번 말고는 없었으니.』
역시나.
한참 만에 들려온 목소리는 씁쓸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럼?”
『이것이 나의 의무라서 하고 있는 것일 뿐.』
“의무?”
『아니. 저주라고 해야 옳겠지.』
연우는 올포원이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올포원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강제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깊은 환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처음에는 그것을 신성한 의무라고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약한 모습도 잠시.
올포원의 목소리는 다시 낮게 착 깔렸다.
『여하튼 무엇이 되었건 간에. 나로서는 그대들, 초월자들이 이 탑에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섭리를 거부하고, 질서를 교란하고자 하는 행위를 납득할 수 없음이니. 그대의 사정이 딱한 것은 알고 있으나, 그렇다 해도 그 해결 방식이란 것이 결국 순행(順行)의 주(周)를 어지럽히고, 역천명(逆天命)을 꾀하려는 것이 확실한 이상, 계속 막으려 들 수밖에 없음이야.』
크로노스는 올포원이 지껄여 대는 말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신과 악마 같은 초월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하려는 일이 우주의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올포원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신격들의 활동은 이따금 부드럽게 흘러야 할 세상의 흐름을 뒤트는 효과가 있으니까. 세상의 법칙을 관장한다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이기심을 더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도 했다. 자유 의지를 갖고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그깟 것, 내 알 바 아니지.’
올포원이 가진 사명과 의무가 무엇이건 간에, 크로노스로서는 그의 처지를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방해를 한다면 적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한다?’
크로노스는 이를 악물었다. 올포원이 속박을 해제한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지금도 빛무리는 칠흑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그의 영혼을 옥죄어들려 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본체와의 연결도 자꾸만 흔들렸다.
[본체와의 페어링이 옅어집니다. 합일이 위태로워집니다.]
[경고! 격이 흔들립니다!]
[경고! 격이 흔들립니다!]
이대로 있다간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봉신만 당할 우려만 컸다.
연우가 있는 미래.
연우가 이곳을 보고 있는 미래를 ‘확정’지어야만 한다. .
수없이 많은 가능성 있는 미래 중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미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드 엔딩밖에 보이지 않는 정우에게 새로운 엔딩을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의문에 대한 해답은 쉽게 나왔다.
‘특이점(特異點).’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연우를 특이점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뒤를 맡길 수 있다면 된다.’
특이점으로 지정된 개체는 제아무리 ‘굴레’를 이리저리 굴려도, 강제로 수많은 변수를 쥐여 줘도 절대 바뀌지 않는 사건이 된다. 흔히들 말하는 ‘운명’이 바로 그 것이었다.
크로노스는 연우를 바로 그런 특이점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이후의 결과는 올포원의 방해로 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크로노스는 연우라면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누구도 아닌.
‘내 아들이니까!’
그렇게 결정을 내린 크로노스의 눈가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렇다면 이제 특이점 지정을 시도할 차례였다.
크로노스는 올포원을 상대하다 말고, 고개를 위로 들어 어딘가를 응시했다.
‘레아, 미안해.’
아픈 몸으로 아들과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아내가 있는 곳을.
‘아무래도 나, 이번에도 많이 늦을 것 같다.’
그 생각과 함께.
크로노스는 옅어지는 페어링에서 격을 억지로 끌어 올려 양손에다 모아, 그대로 터뜨렸다.
콰아앙!
둘 사이에 큰 폭발이 일어났다.
『또 무슨 허튼짓을!』
올포원은 권능, 〈축지〉를 이용해 한참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다친 곳 하나 없는 멀쩡한 모습으로.
그리고 크로노스가 뭘 꾸미려는가 싶어 재빨리 손을 뻗으려는데, 그의 예상과 다르게 크로노스는 이쪽으로 공세를 퍼부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에 마지막 남은 격과 신력을 한데 응축시키더니 심장 쪽으로 모으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바짝 세운 손날로 제 왼쪽 가슴을 그대로 내리그었다.
푸화악!
핏물이 위로 튀어 올랐다. 칠흑의 신력이 섞여 검게 물든 핏물. 그 아래로 흑요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심장에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자글자글한 톱니바퀴가 잔뜩 달린 둥근 기계 부품. ‘태엽’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 순간, 올포원은 저 태엽이야말로 크로노스가 여태껏 이룬 것들의 총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위대한 존재인 칠흑왕이 이 땅에 남긴 단말이며, 안쪽에 죽음과 시간이라는 신위를 담고 있는 그릇. 그리고 까마득한 세월 동안 쌓은 신화가 단단히 압축된 물체였다.
단순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태엽’이 주는 신비로움과 아름다 움이 너무 대단했다. 올포원은 거기에 거의 홀리다시피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그런 자신의 생명줄을 밖으로 끄집어내고서도, 약점을 적에게 노출하고도 웃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아들들을 구원할 동아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그리고.
콰직!
그는 미련 없이 ‘태엽’을 두 개로 쪼개었다.
하나는 시간. 다른 하나는 죽음. 신위를 서로 나눈 것이다.
크로노스는 그중 오른손에 들려 있던 시간의 태엽을 손에서 놓았다.
순간, 그의 발밑 아래로 도도하게 흐르던 칠흑이 높게 출렁이면서 힘없이 떨어지던 시간의 태엽을 그대로 삼켰다.
칠흑은 공허로 연결되고, 공허는 시공을 초월한다. 시간의 태엽은 시간이라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로 떨어질 것이다.
정우가 탑에 막 들어올 시점. 특전이라는 형태가 되어서.
‘나를 인식해서는 안 될 테니. 미래의 초대장…… 뭐, 그런 이름이 좋겠지.’
탑에 들어온다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거기서 남들은 가지지 못할 무기를 쥐여 줘야만 했다.
크로노스는 그것을 특전으로 풀어 줄 생각이었다. 건강은 좋지 못하더라도, 재능만큼은 신격들도 탐낼 정도로 아주 뛰어난 녀석이니. 특전은 곧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될 테지.
어찌 보면 반칙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과거에 간섭하는 일이 될 수 있지만, 본체와 연결되어 있는 지금, 힘이 많이 쇠락했어도 그 정도쯤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전으로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정우는 새드 엔딩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때, 시간의 태엽은 또 새롭게 변화를 꾀할 것이다.
‘정우야. 똑똑한 너라면 그 태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금세 깨달으리라 믿는다.’
크로노스는 과거, 혹은 미래에 있을 정우에게 마지막 믿음을 보내면서.
이번에는 왼손에 쥐고 있던 죽음의 태엽을 놓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칠흑은 태엽을 놓치지 않고 삼켰다. 이번에 태엽이 향하는 방향은 미래였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하지만 연우를 특이점으로 잡아 줄 미래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안배를 끝마치자, 크로노스는 급격하게 신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억지로나마 합일을 끌어 주던 핵이 사라지면서 격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태엽’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본체와의 합일이 강제 해제됩니다.]
[반발력으로 패널티가 주어집니다.]
[격이 급속도로 붕괴합니다.]
[신력이 급속도로 망가집니다.]
……
[경고! ‘태엽’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태엽’을 서둘러 찾아 장착하십시오. 격의 붕괴는 영혼 및 자아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고! ‘태엽’을 발견할…….]
……
경고 메시지가 다급하게 올라왔다.
그리고.
파아아-
신력의 역류를 버티지 못한 육체가 조금씩 붕괴되기 시작했다. 노이즈가 낀 것처럼 잘게 흔들리더니, 발끝부터 작은 입자들로 쪼개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태까지는 죽어도 ‘태엽’ 덕분에 전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아들들에게 넘겼으니 더 이상 그런 요행을 바랄 수 없겠지.
진짜 ‘죽음’이 눈앞까지 온 셈이었지만.
정작 크로노스는 홀가분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아비가 못난 나머지, 아들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고작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뒤를 부탁하마, 아들아.”
크로노스는 어딘가에서 이쪽을 보고 있을 연우를 보며 그렇게 말하고서.
올포원이 뿜어내던 새하얀 광휘에 묻혀 사라졌다.
사라지기 직전에.
그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 * *
[모든 재생이 완료되었습니다.]
[크로노스의 신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아직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하여 동기화가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
메시지가 올라오는 내내.
연우는 잔뜩 얼어붙은 채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화도 나지 않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그저…… 멍할 뿐이었다.
마지막에 웃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았다.
여전히 아직도 아버지가 눈앞에서 이쪽을 보며 웃는 것 같았다.
[‘태엽’의 위치를 찾으십시오.]
그러다 떠오르는 메시지에.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가 여태 알지 못했던 진실은 강렬했고, 아버지가 남긴 의지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그 의지만은 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태엽’의 위치를 찾으십시오.]
사실 연우는 두 개로 나눠진 ‘태엽’의 모든 위치를 찾은 상태였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까.
“하나는…… 회중시계.”
띠링!
[시간의 태엽을 찾았습니다.]
동생에게 떨어진 시간의 태엽은 애당초 그의 예상대로였다.
아버지의 안배에 따라, 시간의 태엽은 특전으로서 재능이 꽃필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주었고, 나중에 가서는 일기장의 재료가 되었다. 아버지가 바라신 대로, 동생이 쓰임새를 알고 특전을 회중시계에 옮겨 담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연우에게로 전해져, 오늘날 영왕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든 치트키가 되었으니…… 한편으로는 동생의 자아를 담는 그릇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아버지는 무수히 많은 갈림길 속에서도, 어떻게든 형제가 만날 수 있도록 손을 쓴 것이다.
그리고.
남은 하나인 죽음의 태엽은 미래로 향해, 연우가 탑에 들어올 시점으로 떨어졌다.
“다른 하나는.”
시간의 태엽이 동생에게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듯, 죽음의 태엽도 마찬가지로 연우에게 ‘태엽’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또 다른 안배를 같이 담고서.
아버지는 연우가 빠르고 안정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죽음의 태엽에다 신위 외에도, 당신께서 지구에서 쌓았던 모든 신화를 같이 담아 두었다.
수많은 영웅 신화는 업적을 쌓으려는 플레이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주인을, 아들을 지켜 줄 무기가 되기도 했으니.
“……비그리드.”
파앗!
연우의 자그마한 혼잣말과 함께, 비그리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시린 빛을 내면서.
마치 반갑다는 듯이.
[죽음의 태엽을 찾았습니다.]
[모든 ‘태엽’을 찾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퀘스트를 완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