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대지모신(大地母神) (1)
『미친놈이…… 기어코……!』
그때.
채널링을 통해서 분기로 가득 찬 노성(怒聲)이 전해졌다.
비록 다른 장소에 있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을 거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페르세포네가 죽어 더 이상 하계와 연결된 고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우가 그걸 가져다가 ‘접붙이기’를 해 버린 셈이었으니.
더구나 현재 연우의 상태는 대지모신의 사도.
쉽게 끊을 수도 없었다.
세상에 신이 사도를 점지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별 이상한 놈이 직접 신을 선택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예전 같았으면, 이게 웬 떡이냐며 좋아라 했을 대지모신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질 못했다.
그만큼 이제는 연우가 너무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크로노스를 삼킨 순간부터, 대지모신에게 연우는 맛난 먹잇감이나 놀잇감이 아닌 적이었다.
그 때문일까.
연우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속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한쪽 입술 끝을 크게 비틀었다.
녀석이 더 크게 화가 나면 날수록.
분개하면 분개할수록 그는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건 크로노스도 마찬가지였다.
연우와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의 의식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대지모신을 삼킨 비에라 듄은 반드시 처치해야만 하는 원수였으니까.
막내아들의 가슴에다 비수를 꽂았다던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너희 것들은…… 너희 것들은 언제나 나를 귀찮게만 하는구나!』
연우의 격도 이제 상당한 수준에 올랐기 때문인지, 대지모신의 의사는 너무 선명하게 들렸다.
『칠흑만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너희 하계의 것들에는 관심 없다 하였다! 그런데 어찌 이리 사사건건 방해를 하려 든단 말이냐!』
대지모신의 분기가 더 커졌다. 당장에라도 이곳으로 신벌을 내릴 것 같은 살의가 느껴졌지만, 그 때문에 연우는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확실해. 녀석은 지금 이곳으로 강림할 수 없다.’
지금의 대지모신은 겁먹은 기색을 숨기기 위해 몸집을 크게 부풀린 고양이에 불과했다.
만약 정말 연우를 귀찮게 여기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면, 방구석에 앉은 노인네처럼 저기서 고래고래 큰소리만 낼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서 공격하려 들었겠지.
그런데도 여태 모습을 비치지 않는 이유.
‘세계수로 침식한다던 게 뜻한 것과 다르게 잘 안 되고 있어서겠지. 그게 아니면 지금이 아주 중요한 고비의 순간이거나.’
연우로서는 너무나 반갑기 짝이 없는 타이밍인 셈이었다.
상대가 죽을힘을 다해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큰 계획을 방해하고 망가뜨리는 것만큼 재미난 것도 없을 테니까!
『우리 아드님, 입가에 흉흉한 미소 걸리는 거 보소. 옆에서 보고 있는 내 살이 다 떨릴 정도네. 떨릴 정도야.』
크로노스는 그런 연우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면서도,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싫습니까?’
『그럴 리가.』
크로노스가 히죽 하고 웃는 소리가 났다.
『이 애비도 너무 재미있어 죽을 것 같은데. 크! 여름철에 뙤약 볕에서 고생하고 마시는 찬 맥주만큼 시원하구나.』
연우도 따라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그러다 연우는 크로노스가 갑자기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눈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대지모신은 나나 네 할아버지 대에도 항상 골치를 썩였던 작자니까. 네 할아버지에게 씌워진 저주가 무엇인지, 내가 급격하게 마성에 물들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너도 알고 있겠지?』
연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노스의 사체 속에서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탓이었다.
우라노스의 죽음은 가이아의 저주로 인해서 벌어졌고.
크로노스의 광증은 가이아를 제압하던 과정에서 힘을 과도하게 소비하며 심각해졌다.
우라노스가 수많은 사회들을 통일하고 올림포스를 만들었으며, 크로노스가 신왕으로 군림할 정도로 강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대지모신이 가진 저력이 그만큼 대단하다고 봐야 했다.
어쩌면 여태까지 연우가 보았던 대지모신은 원래 그녀가 가진 힘의 한쪽 단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그리고 당시에는 ‘자아’라는 게 없어서 본능만 남아 있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다르다며? 사고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더 위험하단 뜻이다.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크로노스 자신이 상대했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경고였다.
‘그렇다면.’
연우는 알고 있노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 사고 판단을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원래대로 되돌린다면 어떻겠습니까?’
『너, 무슨……?』
크로노스는 연우가 또 다른 꿍꿍이를 지녔다는 것을 깨닫고, 의문을 던졌지만.
촤르르륵!
연우는 대답 없이 차갑게 웃던 그대로 검은 쇠사슬을 끌어올렸다.
대지모신은 어떻게든 연우와의 연결 고리를 끊어 내려 했다. 복구된 단말을 다시 폐쇄하고, 채널링을 단절시켜 아예 사도의 자리를 박탈하려 했지만.
[죽음의 태엽이 가동합니다.]
[크로노스의 신력이 단말을 강화시킵니다.]
[크로노스의 신력이 단말을 강화시킵니다.]
……
[‘칠흑왕의 절망’이 채널링을 강 화하였습니다.]
[채널링이 증설됩니다.]
[대지모신과의 채널링이 더 또렷해졌습니다!]
연우는 크로노스의 신력을 이용해서 단말을 강화시키는 한편, 쇠사슬을 이용해 채널링을 빡빡하게 감으면서 아예 끊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되자, 채널링 너머로 흐릿하게 느껴지던 대지모신의 존재감이 점차 또렷해지더니, 결국엔 채널링이 강화되면서 몇 개가 더 증설되기까지 했다.
시스템이 굳이 신과 사도를 연결 짓는 채널링을 약화시킬 이유는 없으니.
당연히 쇠사슬은 더 많이 움직여 증설된 채널링마저 감아 버렸고, 단말은 점차 신호가 커지면서 죽음의 태엽과 연결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순간.
연우는 대지모신의 바로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만하면 강제로 대지모신이 그의 몸에 강신한다고 해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놓아라! 이거 놓으란 말이다, 이 거머리 같은 새끼가……!』
물론, 이런 일을 바라지 않았던 대지모신으로서는 당황하는 정도를 넘어 욕설까지 퍼부어 댔다. 그동안 고고한 척 굴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
그러든 말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연우가 아니었고.
촤르륵, 촤륵!
결국 더 많은 쇠사슬이 공허를 열면서 움직였다.
이제 대지모신이 있는 위치의 좌표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굳이 채널링을 통하지 않고 공간을 열어 그쪽으로 직접 쇠사슬을 보낸 것이다.
마치 걸레쪽처럼 이리저리 찢겨 나간 공간 너머로. 얼룩덜룩한 공허 사이, 끝도 없을 만큼 높게 선 나무가 보였다.
세계수.
이데아에 위치하며 윤회와 전생, 그리고 법칙을 상징한다는 신성한 나무에, 혼탁한 빛으로 일그러진 대지모신이 반쯤 눌어붙어 있는 모습은 혐오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쇠사슬은 그런 대지모신의 양쪽 손목과 모가지에 감겨 있었다.
[채널링이 최대 숫자로 증설되었습니다.]
[신과 사도 간의 동기율이 최고조에 다다릅니다.]
『놓아라……! 놓으란 말이다아!』
대지모신은 어떻게든 검은 쇠사슬을 떨쳐 내려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쇠사슬은 더 깊게 옥죄어 왔다.
당연하지만, 끊어 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신진철은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물리칠 수가 없었으니까.
『……아마 세상에 채널링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놈은, 우주가 창조된 이래 너밖에 없을 거다.』
크로노스가 ‘쯧’하고 혀를 찼다. 사도를 부려 먹기 위해 만든 채널링이 도리어 신을 옭아매는 형국이라니.
그리고 그런 크로노스의 혼잣말에 호응하듯, 천계 내 다른 사회의 반응들도 빠르게 등장했다.
[동맹군, ‘니플헤임’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당신의 발상에 경악하고 맙니다.]
[동맹군, ‘천교’가 그동안 소홀하기만 하던 채널링의 관리에 대해 재검토를 의논합니다.]
[동맹군, ‘동마왕군’이 재미난 놀이가 될 수 있겠다면서 다양한 사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합군, ‘아스가르드’가 침묵을 지킵니다.]
[연합군, ‘올림포스’가 침묵을 지킵니다.]
……
[중립, ‘데바’가 헛바람을 들이킵니다.]
[중립, ‘절교’가 당신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
[신의 사회, ‘말라흐’의 소속원 모두가 당신을 기가 찬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당신의 성향은 S인 게 분명하다면서 아주 반가워합니다.]
[비마질다라가 당신을 보며 파안대소를 터뜨립니다.]
[케르눈노스가 경박하다면서 혀를 가볍게 찹니다.]
『저 악마들은 옛날에도 그러더니 어떻게 음란 마귀들만 씌었는지. 으이그, 쯧!』
크로노스는 르 인페르날의 반응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
콰직-
갑자기 공허 너머에서 무언가 뜯기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쿵!
거대한 뭔가가 공허를 통과하며 연우 앞으로 묵직하게 떨어졌다.
족히 수백 미터는 훨씬 넘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뭇가지.
대지모신에 의해 ‘감염’되어 흑색으로 물든 썩은 부위의 세계수였다.
[세계수의 일부가 소실되었습니다!]
쿠어어어!
대지모신이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괴성을 질러 댔다.
『그만!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이렇게 되면 세계수가 망가질 것이다! 너희의 법칙도……! 너희 세계의 섭리가 망가져 물리 세계가 다칠 수 있단 것을 어찌 모르는 것이냐! 그래도 좋은 것이냐?』
세계수와 동화되고 있던 대지모신을 강제로 잡아당기니, 당연히 세계수가 조금씩 뜯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썩은 부위만 고스란히 도려낼 수 있으면 모를까, 아직까지 감염되지 않은 부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점이었으니.
그건 곧 이데아의 손상을 의미하기도 했다.
신격이란 법칙과 동화되어 섭리를 구현하며 살아가는 존재들.
당연히 세계수에 대한 애착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 것을 넘어서라도, 세계수의 손상은 곧 물리 세계에 직격타를 가하기 때문에 신격으로서는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미쳐 날뛰는 신격들이라 해도, 사회 간의 갈등이 심하다고 해도, 이데아에 영향이 가는 것만은 피하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대지모신도 생각 못 한 문제가 있다면.
“뭐, 어쩌라는 거지?”
……연우는 아직 신격이 아니란 점이었다.
『이런 미친놈이……!』
대체 오늘 하루만 같은 말이 몇 번째인지.
연우는 녀석이 의식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어휘력 수준은 참 크게 낮아졌다고 생각하면서 한껏 비웃음을 날렸다.
“세계수가 뜯기든 말든, 나는 너만 제거할 수 있다면 무엇도 감수할 것이다.”
『……!』
대지모신은 연우가 하는 말이 절대 빈말이거나,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채널링으로 연우의 사념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연우의 사념은 차라리 광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어둡고 진득했다.
동생이 그렇게 비명에 간 이후, 연우는 여태껏 어떻게든 복수를 하고 말겠다는 일념만으로 달려왔고, 여러 난관을 돌파했으며, 그 복수는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게 되었다.
8대 클랜은 대부분 부서지거나 망가진 상태. 그나마 남아 있는 것들조차 이제 아르티야가 콧바람만 불어도 언제든 붕괴될 수 있을 만큼 체급 차가 엄청났다.
동생을 다치게 했던 원수들도 마찬가지. 대부분이 연우의 손에 목이 달아났고, 이제는 마지막 한 명만 남아 있었다.
그것도 가장 증오스러운 상대!
비에라 듄.
녀석을 해치우고 말겠다는 일념만큼은 절대 사라질 수가 없었다.
만약 그녀를 없애는 과정에서 탑이 붕괴되거나, 우주의 법칙이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만일 그렇게 해야만 비에라 듄의 목을 칠 수 있다면, 연우는 마땅히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아들아, 그건……!』
크로노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연우에게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태생이 신이었던 그에게 세계수는 분명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는 세계관이 확고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역시 막내아들을 앗아 간 대지모신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두 생각이 서로 모순을 이뤘기 때문에 섣불리 연우를 말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대지모신은 타협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찾는 것을…… 비에라 듄을…… 내어 주겠다……!』
원하던 대답.
연우의 말린 입꼬리가 더 또렷해졌다.
순간, 채널링 너머 여태 하나로 통일되던 대지모신의 사념이, 삽시간에 수십 수백 개로 갈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나여!』
『별의 마녀를 내어 줄 테니, 지금의 나에게서 손을 떼라……!』
『아니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어떻게든 너를 죽이고 말 것이다!』
『나는 너일 텐데, 어찌 분리할 수 있단 것이냐!』
『원래 있던 대로 되돌리는 것일 뿐. 오히려 나를 잠식했던 건 너였잖느냐.』
『너 같은 필멸자와.』
『태초부터 존재한 나를 비교하는 것부터가 불쾌……!』
『닥쳐라!』
대지모신의 의식은 마치 시장 바닥이라도 된 것처럼 서로를 헐뜯기 바빴다.
비에라 듄이라는 부분만 잘라 내고자 하는 의식과 그게 무슨 소리냐며 저항하는 의식, 혹은 타협점을 찾고자 하는 의식이나 이대로 연우에게 끌려다닐 바에는 차라리 세계수 동화를 미뤄 두고 복수를 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의식 등.
심지어 이 일에 무관심하거나, 배가 고프다는 원초적인 본능만 남아 있는 것도 있는 등, 정리되지 않은 온갖 사고들의 난립으로 인해 연우의 머리가 혼잡해질 지경이었다.
『허! 개판이로구만.』
크로노스는 그런 상황이 기가 찰 뿐이었다. 채널링의 사용법과 마찬가지로, 여태 수많은 신격과 사회들이 대지모신과 대립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혼잡한 상황 속에서도, 대지모신의 여러 의식 중 대세는 있기 마련이었고.
『아, 안 돼……!』
『나여! 나를 어찌 이리 몰상식하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영혼석까지도 바쳤……!』
『쓸모가 다했으면 버린다. 그건 애당초 네가 했던 말이 아니냐.』
여러 절규 속에서도 냉소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우드득-
대지모신이 스스로 ‘왼팔’ 부위를 어깨째로 뜯어냈다.
꺄아악!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갖가지 절규와 비명이 울렸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왼팔을 그대로 공허 밖, 연우가 있는 쪽으로 던졌다.
쿠우웅!
거친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내던져진 왼팔은 자잘한 가지와 잎사귀로 가득해 나뭇가지인지 줄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혼탁한 색으로 가득하고, 악취가 잔뜩 풍겼다.
그리고.
『안…… 돼……!』
츠츠츠-
썩은 가지에서부터 신력이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천천히 크기가 쭈그러들면서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내가…… 어떻…… 게…… 여기까지…… 왔…… 는데……!”
그것은 마치 시체처럼 파리한 안색과 떨리는 몸을 한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타천하고 만, 비에라 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