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에레보스 (4)
『이거, 보면 볼수록 칠흑의 늪과 닮아도 너무 닮았는데?』
크로노스가 몇 번이고 되뇔 만큼, 에레보스는 여러모로 칠흑의 늪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냥 단순히 있기만 해도 신격이 모조리 홀릴 정도로 독한 악취를 뿌려 댈 뿐만 아니라, 이따금 발목까지 잠기는 늪에서부터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영혼을 잠식하려는 등, 신경 써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움직이지 않으면 육체를 천천히 가라앉히려 하는 늪의 감촉도 너무 좋질 않았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려 들면 곧바로 에레보스의 환경에 홀릴 수 있었다.
물론, 신격이나 되는 이들에게 그런 건 크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신위와 권능도 반감되고, 신력 회복도 아주 더디다.
무엇보다 이곳으로 도망친 이들은 대개 무언가에 쫓겼던 터라 여유도 없을 테니, 금세 지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에레보스에 점차 잠식되어 쇠락할 수밖에 없었다.
‘신들의 무덤이라고 하더니, 정말이로군.’
아직 필멸자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연우도 이렇게 축축 처질 정도인데, 진짜 신격들이 받는 부담은 오죽하겠는가? 아마 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받게 되는 압박감도 더 저절로 커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찰박.
찰박.
아테나와 아레스의 표정은 이미 에레보스로 들어왔을 때부터 좋지 않았다. 자신만만해하던 헤라클레스도 언제부턴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전부 다 그저 묵묵히 앞길만 헤쳐 나아갈 뿐.
그래도 아레스와 헤라클레스는 좀처럼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헤르메스 등이 있는 곳을 찾고자 했다.
다행히 그들이 에레보스를 떠나기 전에 헤르메스가 남겨 준 신물이 있었던 덕분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때.
뱅그르르!
아테나가 손에 들고 있던 나침반의 바늘이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했다.
올림포스의 신 중 누군가가 근방에 있다는 뜻.
아테나가 갈무리하던 신력을 재빨리 외부로 방출시키려는데.
“꺄하! 꺄하하하!”
갑자기 저만치 먼 곳에서부터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인의 것으로 보이는 앙칼진 목소리. 광기가 잔뜩 느껴질 정도였다.
“이건……!”
아테나가 놀란 눈으로 목소리의 주인에 대해 말하려는데.
차차착!
그때, 크로노스가 갑자기 인간의 형태로 변하더니, 한껏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헤스티아! 헤스티아, 어디 있느냐?』
크로노스는 장녀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 댔다.
지금은 아니지만, 하데스나 포세이돈 같은 녀석들은 한때 미워했던 적도 있었다. 아버지를 폐하는 패륜을 저지른 녀석들이라며 원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고 애타게 그리워했던 유일한 아이가 있었다.
첫째 아이.
자신과 레아가 처음으로 낳았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제 동생들에게는 항상 의젓한 큰누이였던 맏딸.
지난 기나긴 세월 동안 꿈에서라도 한번 볼 수 있을까 싶어 애타게 찾았던 얼굴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아 야속하기도 했던 아이가 이 근처에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피가 빨리 돌았다. 비록 지금의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었지만, 그래도 저절로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무언가를 감지했을 때, 크로노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그쪽으로 날아갔다.
“아버지!”
얼마나 빠르던지, 연우도 크로노스를 놓칠세라 하늘 날개를 펼치면서 따라붙어야 할 정도였다. 아테나 등도 다급하게 뛰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했던 자리에는.
“아악, 아아악!”
『헤스티아, 나다! 크로노스! 네 아버지가 왔어!』
“저리 가, 저리 가라고!”
『내가 보이질 않느냐? 이 아비가……?』
크로노스가 안절부절못한 채 무언가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건 불꽃으로 이뤄진 괴물이었다. 수 미터나 되는 크기에 뜨거운 불길을 뿜어 대는 이형의 괴물.
“헤, 헤스티아 고모님이……!”
“고모님은 분명히 진행 정도가 많이 늦었었는데? 그런데 벌써 변이화(變異化)가 저만큼이나 진행되었다고? 말도 안 돼!”
아레스와 아테나는 설마 했던 일이 발생하자, 사색이 되고 말았다.
변이.
달리 변령(變靈)이라고도 불리는 현상.
올림포스의 대신들이 티탄-기가스에게 패배한 이후, 에레보스로 도망치고 나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괴현상이었다.
에레보스의 대기는 신력을 갉아먹고 신위를 손상시킨다.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대신격들은 어느 정도 감수할 만했을 것이다.
전열을 어느 정도 가다듬은 다음에 에레보스를 벗어난다면 그리 큰 손해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대신격들을 절망으로 빠뜨린 건, 바로 에레보스에 들어온 이후로 신성이 오염되고 신령이 변질되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영혼이 기존의 형태에서 전혀 다른 이상한 형태로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이성마저 완전히 망가진 괴물이 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차츰차츰 병을 앓으며 쓰러지게 되는 괴질(怪疾)이나, 가이아의 저주처럼 신화가 흐트러지면서 존재 붕괴가 이뤄지는 망화(亡話) 등.
신격들에게는 하나같이 치명적인 것들투성이었다.
연우도 이미 이런 것에 대해서 언질을 들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막상 헤스티아가 변이를 겪은 모습으로 저렇게 있으니, 더 크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늦게 찾아온 건가?’
시시각각 이런 괴현상에 노출되었다면, 대신격들이 왜 그동안 타천(障天)을 깊게 고민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초월자의 신분을 벗어던지게 되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 크게 다가올 테니까.
아마 헤르메스도 이와 비슷한 것을 겪고 있을 테지.
『헤스티아!』
문제는 그동안 대신격들 중에서도 가장 정도가 낫다던 헤스티아의 상태가 아주 좋질 않다는 점이었다.
신격으로서의 모습은 전부 사라지고 없었으니. 그나마 기질 속에 간간이 숨어 있는 신위가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존재라고 해도 알아보지 못했을 터였다.
크로노스는 그런 헤스티아를 어떻게든 구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그녀의 주변만 빙글빙글 맴돌았지만.
콰르릉, 콰쾅!
헤스티아는 도리어 그런 크로노스가 자신을 약 올린다고 판단했던지, 더 짜증 섞인 얼굴로 입을 크게 확 하고 벌렸다.
연우가 부리는 연옥로보다도 더 뜨거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맹렬한 불꽃이 잔뜩 쏟아졌다.
쿠르르릉!
물론, 그런 것이 크로노스에 손상을 입힐 수는 없는 노릇.
크로노스는 안타까운 시선을 하면서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겹겹이 쌓인 배리어가 불길을 막는 가운데.
“아테나.”
“네……?”
아테나는 아직까지 익숙지 않은 존대를 하면서 연우를 돌아보았다. 그녀 역시 헤스티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차였다.
“변이를 막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 뭐 없나?”
“아직까지는…… 없어요. 헤르메스도 치료법을 찾다가 괴질에 걸렸던 거라서…….”
“그럼 지금은 일단 제압하는 방법밖에는 없겠어.”
연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차면서 권능을 일제히 깨웠다.
[6차 용체 각성]
[권능 전면 개방]
[하늘 날개]
단번에 용인으로 변화, 헤스티아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아!”
아테나가 다급히 연우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경계만 할 뿐, 차마 헤스티아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아레스와 헤라클레스도 놀란 눈으로 하늘로 치솟는 연우를 바라봤다.
연우는 드높은 상공에서부터 수직으로 낙하했다. 크로노스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헤스티아가 뒤늦게 연우를 발견하고, 머리를 위쪽으로 돌리면서 불꽃이 섞인 숨결을 거칠게 내뱉었지만.
콰르릉-
이미 그보다도 훨씬 화력이 강한 검뢰를 부리는 연우에게 그을음만 입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히려 맹목적인 공격에 집중하는 사이 방심한 녀석의 주변으로 공허가 군데군데 열리면서 쇠사슬이 튀어나와 단숨에 팔다리를 묶었다.
쾅!
헤스티아는 저항할 새도 없이 그대로 몸뚱이가 지면 깊숙하게 처박히고 말았다. 오른팔이 터지면서 파편 중 일부가 위로 튀어 올랐다.
『너!』
크로노스는 잔뜩 분개한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정작 연우는 냉정했다.
“아버지, 지금은 인정에 호소할 때가 아닙니다.”
크로노스와 다르게, 사실 연우로서는 헤스티아에게 혈육으로서의 감정이 있질 않았다.
동생 녀석처럼 잔정이 많은 성격이라면 또 모를까, 연우로서는 한평생 타인으로만 지냈던 존재에게 쉽게 감정적인 이입이나 공감을 가지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물며 헤스티아는 한때 포세이돈과 함께 그를 죽이려고까지 들었던 이가 아니던가.
비록 당시에는 주도적이라기보다는 포세이돈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동조했던 것이긴 하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우가 그녀를 용서할 마음이 드는 건 절대 아니었다.
어쨌거나 자신을 해하려던 건 사실이었고, 아마 당시에 헤스티아가 지녔던 생각은 ‘시끄러운 벌레를 퇴치한다’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크로노스가 뭐라고 강요한다고 한들, 연우는 거기에 휘둘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 없이 헤스티아를 처치했다간 크로노스에게 상처밖에 남지 않겠지.
하물며 지금 그는 ‘올림포스의 구원자’라는 명분으로 에레보스에 내려온 상태.
굳이 이 이상으로 헤스티아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냥 제압하고만 있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군.’
헤스티아는 지면에 처박힌 상태로도, 당장 이걸 놓지 못하겠냐면서 크게 발버둥을 쳤다. 그럴 때마다 쇠사슬이 덜그럭, 덜그럭, 거세게 요동쳤다.
이 변이라는 것, 치료법이 없다면 증상 악화만이라도 막을 수는 없을까?
「저. 는. 알 수. 없습니. 다. 죄송. 합니다.」
우선 믿었던 부는 곧바로 부정적인 의사를 보냈다. 혹시 변이가 혼돈이나 무질서와 관련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모양이었다.
여러 방면으로 기예가 뛰어나다는 케르눈노스의 사도인 레베카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케르눈노스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케르눈노스는 그를 감시하고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의견을 내어 주지 않고 있었다.
‘이럴 때 브라함이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
하지만 브라함은 언제부턴가 연결 고리도 많이 약화된 상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여기에서 연락을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에레보스의 대기에서 떨어뜨려 놓는 게 낫겠지.’
결국 연우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헤스티아를 그림자 안쪽으로 천천히 잠식시켰다.
사실 변이를 중단시키고 가장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언뜻 스치긴 했지만.
‘그랬다간 정말 사달이 나겠지.’
너의 생각 따윈 이미 짐작하고 있다는 듯이 이쪽을 예리하게 노려보는 크로노스의 시선을 슬쩍 못 본 척했다.
권속으로 삼으면 올림포스를 차지하는 데도 아주 편할 텐데. 연우는 머리 한편에 든 아쉬움을 억지로 지웠다.
* * *
올림포스의 대신격들이 모여 있는 거처는 헤스티아가 발견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타르타로스 같은 올림포스의 영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으로 지어진 신전.
하지만 허름하다 못해 다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곳에 있을 신격들이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는 불에 보듯 뻔했다.
“아테나, 아레스! 정말 왔구나! 거기다 헤라클레스까지……!”
그때, 신전을 지키고 있던 태양의 신, 아폴론이 눈을 크게 뜨면서 다가왔다.
연우가 타르타로스를 떠날 때에 보았던, 타오르는 듯한 적발은 물이 다 빠진 것처럼 꾀죄죄했고,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에는 총명기 대신에 피로가 가득했다.
그래도 형제들이 돌아온 것에 크게 기뻐하는 낯이었다.
“너희들이 여기로 돌아왔다는 건, 설마……?”
“어. 전부 끝났어, 아폴론. 이제 올림포스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돼.”
“아아! 그 저주스러운 것들이 드디어……!”
아폴론은 감격에 찬 얼굴로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동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던 것이 드디어 끝나게 되었으니까.
“대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이 놈들을 몰아내기라도 한 거야?”
아폴론은 ‘태양’이라는 신위 외에도 몇 가지를 더 두고 있다.
예술, 음악, 시.
그리고 예언.
비록 16층의 앉은뱅이 세 여신처럼 특정 시기의 일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과율을 대략적으로나마 꿰뚫어 보는 정도는 되었다.
올림포스도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아폴론의 예언을 요긴하게 쓰곤 했었는데.
하지만 이번 티탄-기가스의 준동은 전혀 보지도 못했던 데다가, 몰락한다는 사실도 짐작 못 하고 있었다.
예언의 눈이 닫힌 건지, 아니면 어떤 초월적인 변수가 생겨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폴론으로서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숙부…… 님 덕분이야.”
아테나가 연우를 보면서 말하자, 아폴론은 눈을 크게 떴다. 예전에 자신이 구해 주었던 필멸자가 전혀 달라 보였으니까.
헤르메스와 아테나를 중심으로, 그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였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았지만, 유독 켕기는 부분이 있었다.
“그보다 숙부라니? 그게 무슨 소……!”
“자세한 건 이따 설명해 줄게. 헤르메스는 어디 있어?”
“안에 있긴 해. 하지만 지금은 안정 중이니까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게 좋…… 야!”
아폴론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연우는 헤르메스의 기운이 느껴지자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폴론이 인상을 구기면서 그런 그를 제지하려 했다. 신이 말씀하시는데 난입이라니. 아무리 아테나가 티탄-기가스를 물리치는 데 있어 연우가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그는 ‘도왔다’는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고 있었다.
그의 상식으로 필멸자가 초월자를 돕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 시건방진 작자가!”
하지만 연우가 계속 무시하고 헤르메스가 있는 방으로 가려 하자, 아폴론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신력을 발동시키면서 손을 뻗으려 했다.
하나 바로 그 순간, 헤라클레스와 아레스가 도중에 끼어들었다.
“그 손, 내리는 게 좋을 거야, 아폴론. 뒈지고 싶지 않으면.”
“헤르메스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 이상 ### 님께 위해를 가하려는 건 용납지 않겠어.”
둘을 중심으로 막강한 투기가 폭풍처럼 회오리치면서 아폴론의 투기를 날려 버렸다.
“너희 무슨……!”
아폴론은 올림포스 내에서도 가장 난폭하며 격렬하다는 두 전신(戰神)이 연우의 편을 들고 나서자, 잔뜩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게 대체 뭔가 싶어 아테나를 돌아보는데, 그녀도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나 역시 이 이상은 봐줄 수 없어. 그만해.”
“너…… 까지?”
아폴론으로서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테나, 아레스, 헤라클레스가 인간의 편을 들어? 그것도 올림포스의 차기 주신이라 불린다는 저들이? 대체 타르타로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렇게 살벌한 대치가 이뤄지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냐!”
소란을 듣고, 저 안쪽에서부터 누군가가 노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푸른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흩뜨리며 삼지창을 들고 있는 자.
포세이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