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무왕(武王) (11)
무왕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웬만한 일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는 부동심을 지닌 그였지만.
녹턴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리긴 했다지만, 그래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평정심이 처음으로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탈각이라니!
녹턴은 21층에서 끄집어냈을 때에 비해 기량이 훨씬 더 많이 발전한 상태였다.
세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형이 되는 존재가 워낙에 무지막지한 녀석이기 때문인지 잠재력이 엄청 났고, 그에 따라 가파른 무력 상승을 이뤄 냈던 것이다.
그러니 이미 탈각을 이뤄 낼 기준은 완전히 갖췄을 것이다. 어쩌면 초월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건 또 다른 올포원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미쳤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딴 괴물을 또 하나 새롭게 만들어 내 버릴 줄이야.』
『이래도 정말 되는 걸까……? 흐으음!』
아스가르드의 신격들도 녹턴의 그런 변화에 위험성을 느꼈는지 깊게 침음성을 흘렸다.
몇몇은 방해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으로 토르를 바라보기도 했지만, 토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단코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사이.
쾅!
쐐애액-
무왕이 빠르게 움직였다.
녹턴의 무모한 행위를 막기 위해서.
하지만.
콰콰콰!
녹턴은 어느새 희뿌연 광채에 반쯤 묻힌 상태 그대로 칼을 거세게 아래로 내리쳤다.
무왕은 자신도 절대 함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검격을 건곤대나이(乾坤大那移)로 흘리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자식! 그래서는 올포원에게 명분만 줄 뿐이라는 걸 잘 알 텐데! 근데 이게 무슨……!”
녹턴이 한쪽 입술 끝을 비틀었다.
명백한 비웃음.
“스승님은 예나 지금이나 올포원을 참 두려워하시는 모양입니다.”
“뭐?”
“세상에 유일하게 스승님이 꺾지 못한 적이 올포원 아닙니까?”
“……!”
“이해합니다. 언제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사셨던 스승님께서 은거를 하고 계시는 것도. 올포원에 대해 그렇게 무척이나 신경을 곤두세우시는 것도. 하지만.”
순간, 무왕의 낯이 잔뜩 굳어졌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승님. 올포원은 절대 이곳으로 오지 못할 테니까요.”
“뭐?”
“저희도 천치가 아닌 이상에야,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요?”
무왕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페이스리스도, 아스가르드도, 녹턴도, 그리고 자신도, 사실은 여기 없는 누군가가 계획한 장기판 위에서 노니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화아악!
그 순간, 녹턴에게서 새어 나온 빛무리가 녀석을 전부 감싸 안았다. 피부 위로 잔뜩 퍼졌던 균열이 커지면서 그의 존재를 이루던 모든 파편들이 바스러져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녀석에게서 발산된 격의 기세가, 빛의 회오리가 사방팔방 뻗어 나가면서 심상 세계를 가득 물들였다.
[대성역에 새로운 주인이 추가됩니다!]
[무소속의 신, 녹턴의 성역이 구성되었습니다.]
탈각의 완성과 함께 이뤄진 초월(超越).
새로운 올포원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탄생한 것이다.
『제게는 영혼도 없습니다. 자아는 시스템이 만들어 낸 누군가의 복제품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제게 플레이어의 자격을 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사람’이 아닌 셈이지요.』
녹턴은 진짜 올포원이 그러한 것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올포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뿜어내는 광채가 황금색이 아닌 푸른색이라는 점.
『저는 누굴까요?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답을 주십시오, 스승님.』
올포원으로 각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녹턴의 기압(氣壓)은 무왕의 어깨를 강하게 짓눌렀다. 영혼이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단단하게 구속되는 기분이었다.
팟!
무왕은 과거 올포원과 대적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당장 거리를 뒤로 벌렸다.
당시 그와 올포원의 차이는 불과 일 합 차.
기량은 분명히 자신이 우위였다. 무공도, 내공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가 더 강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가 그와 자신의 극명한 차이를 낳았다.
권능.
그리고 신권.
‘탑의 사도’라는 자리에서 빚어 낼 수 있는 힘은 그 어떤 것을 가져다 댄다고 해도 절대 꺾을 수가 없었다.
올포원은 탑, 그 자체라 할 수 있었으니까.
시스템의 화신(化身).
무왕은 올포원을 두고 그렇게 보고 있었다.
만약 새로운 올포원으로 각성한 녹턴이 원형처럼 똑같은 권능을 부릴 수 있다면.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절반만이라도 흉내 낼 수 있다면 이번 승부는 무왕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의념 통천을 발휘한다고 해도, 결국 탑의 세계에서 시스템은 절대적인 법칙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것을 완전히 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천계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이며 악마, 심지어 하계에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개념신과 고대신들도, 심지어 황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여러 존재들조차도 올포원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들의 처지가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는 마당에, 시스템의 의지를 자처하는 올포원을 어떻게 거스를 수 있을까. 애당초 사슬에 묶인 수인(囚人)은 간수를 거스르기가 힘든 법이었다.
물론, 무왕은 그런 수인의 꼴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사슬을 부수기 위한 열쇠를 찾고자 했지만.
그 열쇠가 되는 태극혜 반고검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가 아니던가.
정면충돌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다.
『네. 하실 수 없으시겠지요.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저는 스승님께 일개 모르모트에 불과했고, 불필요해지자 그냥 미련 없이 방류해 버린 것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스승님.』
아니,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무왕은 차마 녹턴과 직접적으로 부딪칠 수가 없었다.
속이 음험해서 좀처럼 믿음이 가지 않았던 첫째 제자나,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 주어서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셋째 제자와 다르게. 둘째 제자는 항상 그의 염려를 사던 녀석이었으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런 게 아니라고.
네가 생각하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나는 결단코 너를 모르모트로 생각한 적이 없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녹턴은 도저히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말을 듣게 하려면 강제로 귀를 기울이게 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 올포원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이쪽도 탈각과 초월을 이뤄 내는 것.
여태껏 미루기만 했던 숙원을 이뤄 내면 된다.
하지만.
주륵!
‘제길……!’
무왕은 입가를 타고 흐르려는 핏물을 다시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가이아의 저주가 그의 발을 묶고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그를 흐트러지게 만드는데, 신격까지 갖추고 난다면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짐작도 가질 않았다.
페이스리스. 첫 번째 제자 녀석은 이런 것도 모두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저는 이런 모습을 하고서도 여전히 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기억 따윈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형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쿠쿠쿠쿠-
하지만 녹턴은 그런 스승을 쫓지도 않은 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독존(獨存)하는 모습으로 체내에서부터 넘쳐흐르는 힘을 양손에 가득 끌어모으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심상 세계를 비롯해, 그 너머에 있는 모든 세계를 구성하는 권능들이 그의 손에 붙잡혔다.
이데아가…… 움직였다.
쿵!
그리고 발을 내딛는 순간, 기압이 더 거세지면서 심상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기류가 오로지 무왕을 쫓았고, 옥죄고자 했다.
『그래서 전 제 정체성을 이제부터 확립하고자 합니다.』
녹턴이 움직였다.
『지난날에 맺었던 인연을 모두 끊는 것으로 말입니다.』
무왕은 어느새 공간을 가르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녹턴에게로 양손을 힘차게 뻗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어째서 점괘의 결과가 그렇게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진짜 여기가 무덤이 되겠는데.’
무왕의 등 뒤로 처음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가이아의 저주는 이 시간에도 호시탐탐 그의 심장을 노려 왔다.
이를 악물었다.
팔극권이 전개되었다.
콰아아앙!
* * *
퍼퍼퍼펑-
연우는 검뢰를 터뜨리면서 사위를 옥죄어 오는 빛무리들을 일제히 쳐 냈다.
그러면서도 무왕과 녹턴의 충돌을 살피다 말고 기함을 터뜨려야만 했다.
“올포원의 환영……?”
연우는 21층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고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아무리 무왕이 기상천외한 일들을 많이 벌였다고 해도, 일개 데이터에 불과한 것을 어떻게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거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생명체처럼 자유 의지를 지닐 수 있었던 거고?
그가 기억하기로, 환영은 하나같이 ‘도전자를 어떻게든 쓰러뜨린다’는 명령만 수행하도록 명령어가 주입된 프로그램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아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을지도.’
그러다 연우는 뒤늦게 동생의 환영과 무왕의 환영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털어야만 했다.
거기서 보았던 동생의 환영은 마지막에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고.
무왕의 환영은 법칙을 무시하고, 자아를 어느 정도 갖춘 채 스스로 발전하면서 연우를 위험 직전까지 몰아넣었었으니까.
어쩌면 ‘완벽’하다고 보이는 시스템에 일반 플레이어들이 감지하지 못할 에러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아니면 혹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이스터 에그가 있거나.
어떤 것이 되었든 간에 새로운 올포원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검무신은 대체 그걸 어떻게 알고 녀석에게 전해 준 거지?’
녀석들의 유기적인 움직임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어딜 보고 있나.”
그때, 바로 뒤편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울렸다.
“한창 싸우고 있는 와중에 눈길을 돌려서야, 목을 내밀고 죽여 달라고 소리치는 것밖에 더 되는가?”
『아들아, 뒤!』
“……!”
연우는 크로노스의 다급한 외침에 정신을 차리면서 몸을 반대로 돌렸다.
채애앵!
이예가 비수처럼 휘두른 소증이 어느새 비그리드에 반쯤 걸려 있었다.
장웨이…… 아니, 녀석의 몸에 빙의한 이예가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듣던 대로 실력이 뛰어나군. 신왕을 자처하고 있다더니, 충분히 그럴 만해.”
연우는 비그리드를 압박하는 힘을 가늠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듣던 대로?”
이예는 연우가 표시하는 의문에 별다른 대답 없이 묘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서 연우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흑막.
이예도 녀석들과 손을 합친 것이다.
“트리니티 원더씩이나 되는 작자가 왜 여기에 개입하는 거지? 당신들은 탑의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주요 원칙이 아니었나?”
탑 내에서 ‘트리니티 원더’가 가지는 위상은 여느 신과 전혀 다르다.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런 위대한 탑의 세계를 처음으로 연 개척자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고.
신과 악마들에게는 천마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가증스러운 적이었다.
바로 자신들을 감시하는 간수나 다름없었으니까!
태양의 수좌, 소호 금천.
달의 주인, 이예.
최초로 저승에 발을 내디뎠던 야마.
이들은 모두 한때 천마의 수족이자 가신이었던 이들이었으니.
당연히 탑을 세우고, 그곳에다 신과 악마들을 가두며, 여러 우주와 차원으로부터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으는 천마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천마를 대신해 시스템을 창안한 ‘창조주’이기도 했다. 최소한 탑의 세계에서는.
그러니 연우로서는 이런 일에 창조주나 다름없는 이예가 개입한 것이 반칙이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예가 던진 대답은 연우를 놀라게 만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랬지.”
“뭐?”
“하지만 지금은 정말 그놈의 뜻대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싶은 의문이 들고 있거든.”
그놈.
천마를 말하는 것일 테지.
“층계와 시련은 오랫동안 제대로 작동하질 않고 있고,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지. 천계는 여러 놈들이 서로 이합집산을 하기 바쁘고. 이래서는 우리가 처음에 추구하던 이상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나라도 우선 방향을 제대로 잡으려 나선 거지.”
연우는 이예의 말뜻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예가 피식 웃었다.
“뭐, 딱히 이해를 바란 건 아니니까. 그냥 우리끼리 의견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게 아니면 내가 무엇 하러 과거에 원수나 다름없었던 천교에 발을 반쯤 담갔을까. 지금은 다시 다른 곳으로 갈아탔지만.”
이예는 이예대로 추구하는 목적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연우는 창공 도서관에서 계시록을 보면서 우주 창세의 비밀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창세기 도중에 천마가 어떤 역할을 했고, 소호 금천과 이예가 각각 옆에서 그를 어떻게 보좌했는지도.
그 과정에서 이예의 격은 지고(至高)에 다다라 있었다. 아마 그 역시 ‘황’에 근접하고 있지 않을까. 칼끝으로 느껴지는 격도 그랬다. 절대로 쉽게 여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아니, 무왕도 아직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태극혜 반고검을 완성한 것이 소호 금천이고, 이예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연우는 저절로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올포원도 천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결국 천마와 그 일당들이 전부 다 해 처먹고 있는 셈이 아닌가.
“여하튼 ‘우리’가 여기서 바라는 건 딱 하나.”
차차차창!
이예는 궁뿐만 아니라, 체술을 비롯한 여러 무술에 능한지, 연우와 빠르게 검격을 부딪치면서 차갑게 말을 이었다.
“네가 더 이상 개입하지 못하도록 여기다 묶어 놓는 것.”
“뭐?”
“너는 선택받았거든.”
[‘시의 바다’의 이예가 당신을 직시합니다!]
“……!”
연우의 눈이 커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 그것이 여기서 나타날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리고 이를 바득 갈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놈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나 분명한 점은 자신이 여기서 발목이 묶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영역 선포.”
[영역 ‘비나’가 선포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연우는 그림자를 사방팔방으로 활짝 펼쳤다. 검은 늪 위로 망자 거인들이 타르타로스로부터 소환되어 포효를 내질렀다.
아스가르드의 신격들이 다급히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망자 거인들은 별다른 명령을 받지 않았음에도, 곧장 해야 할 일을 깨닫고 녀석들을 짓밟기 위해 달려들었다.
콰콰쾅-
동시에.
[6차 용체 각성]
[권능 전면 개방]
[죽음의 태엽의 감기는 속도가 가속됩니다!]
그리고 연우도 검뢰팔극을 잇달아 펼치면서 이예를 한껏 뒤로 밀어낸 뒤, 육극(六極)을 뿌렸다.
콰르르릉!
“흡!”
이예는 자신의 머리 위로 검뢰가 떨어질 거라 예상하고 방호막을 쳤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충격은 없었다.
그럼 어디지? 이예는 설마 연우가 녹턴을 노리는 것인가 싶어 황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대신에 검뢰는 토르-검무신에게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이예의 얼굴에 처음으로 낭패감이 어렸다.
검무신은 이곳 결계를 이루는 핵이었으니까.
‘안 된다면 심상 세계, 자체를 부숴 버린다.’
그 순간, 발데비히 등 열 명도 넘는 망자 거인들을 상대하느라 미처 기습을 상정치 못했던 토르가 검뢰에 부딪치면서 그대로 찢기고.
쩌거거걱!
심상 세계의 표면을 따라 균열이 퍼져 나가고 말았다.
[천안통(天眼通)]
연우가 여태 지니고 있던 여러 눈들을 통합하면서 깨우친 초능을 통해, 여태껏 무왕도 완전히 찾아내지 못했던 핵을 발견해 부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쐐애액-
연우는 가차 없이 비그리드를 연달아 휘둘러, 검뢰를 일극부터 육극까지 잇달아 터뜨렸다. 심상 세계를, 자신을 상징하는 검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콰콰콰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