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무왕(武王) (13)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시간을 가속한다고?’
이예는 난생처음 보는 기현상에 기함을 터뜨렸다.
시간은 웬만한 신격들, 주신격이나 신왕 급의 인사들도 절대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는 영역이었다. ‘굴레’라는 것은 그만큼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원리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해내고 싶다면 거대 사회가 그만큼 인과율을 부담해 주든가, 아니면 패널티를 같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동료들이 숱하게 필요 했다.
그런 시간을 돌렸다고?
물론, 연우가 돌린 것은 우주의 시간을 뜻하는 ‘큰 굴레’가 아니었다.
‘작은 굴레’. 자기 자신을 둘러싼 시간만 돌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짓이나 다름없었으니.
그건 남들은 가지지 못할 여유 시간을 훨씬 많이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그것을 공격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강점은 없을 터였다.
원리는 모른다.
매커니즘도 알 수 없다.
따로 ‘시간’에 해당하는 신위를 추가로 획득하거나, 그와 관련된 권능을 깨우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사이에 격의 상승을 이뤄 낸 것 같지도 않았고.
그저.
그저 검붉은 빛줄기가 되어 달리는 연우의 뒤편으로, 그와 쏙 닮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풍기는 이미지는 상반된 누군가가 겹쳐진 듯 보이는 것 같았지만.
이예는 어떻게 된 건지 의문을 잔뜩 품으면서도, 저만치 달려가는 연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양손을 바삐 움직였다.
아무리 빠른 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지금 연우를 뒤쫓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그의 무기는 그렇지 않았다.
소증의 속성은 빛. 달빛이다.
밤이 저물면 달빛이 닿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
소증이 닿지 못할 곳 역시 어디에도 없었다.
‘그 신왕, 크로노스의 막내아들이며 유지를 이어받은 계승자라고 했나? 어쩌면 그 때문에 저도 모르게 일부를 깨우친 것일 수도 있겠지.’
이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활대가 부러져라 잡아당긴 시위를 그대로 놓았다. 시위에 걸려 있던 빛의 화살이 삽시간에 수십 줄기로 분화하여 연우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하지만.
[시간의 태엽의 감기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현재 속도는 4배속입니다.]
팟!
쿠쿠쿠쿵!
빛줄기들이 두들긴 건, 연우가 남긴 자잘한 잔상뿐. 애꿎은 지면만 이리저리 두들기면서 곳곳에 크레이터만 만들어 낼 뿐이었다.
이예는 조급한 마음에 연신 신위를 더 당겼지만.
팟, 파밧-
그럴 때마다 연우는 배속을 좀 더 빨리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여 빛줄기를 모조리 피하는 신기를 선보였다. 이예는 이제 사냥꾼인 그의 동체 시력으로도 움직임을 조금씩 놓칠 정도였다.
그러다.
지이이잉!
“크흡!”
이예는 갑자기 이는 멀미에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가 딛고 있는 공간을 비롯해 심상 세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일대 공간이 이리저리 휘어지는 것이 보였다. 못 본 사이에 하늘을 뒤덮은 균열이 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외부에서 막대한 충격이 계속 더해집니다!]
[성역의 붕괴 속도가 빨라집니다!]
[성역의 기능이 약화됩니다.]
[성역의 기능이 약화됩니다.]
……
[성역을 구성하는 최소 조건을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성역의 기능이 대거 약화되어 유지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심상 세계 급으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심상 개변이 불발되어, 강림을 유지할 인과율을 확보하지 못하였습니다.]
[강림이 취소됩니다!]
이예는 신체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마치 독의 밑이 빠져 그곳으로 물이 빠르게 빠지는 느낌.
강신이면 또 모를까, 애당초 그가 이곳에 강림할 수 있었던 건, 사도인 장웨이의 간절한 바람도 있었지만, 핵이었던 검무신의 심상 개변이 뒤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무신이 죽고, 아스가르드의 성역도 무너진 지금은 그가 이곳에 계속 머무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바라던 건 이뤄 냈나.’
연우와 승부를 내지 못했단 사실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울 뿐, 애당초 그의 목적은 최대한 길게 연우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었으니 목적은 완수했다고 봐도 될 듯싶었다.
그가 지금 몸을 담은 시의 바다가 이들을 이용한 건, 애당초 다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페이스리스와 손을 잡은 건, 어디까지나 그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에 또 만나게 될 기회가 있겠지. 이예가 그런 생각과 함께 도로 천계로 되돌아가려는데.
『안 돼! 안 된다고!』
불현듯, 정신의 한쪽 구석에 있던 장웨이가 이예의 생각을 읽고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신이잖아! 내가 모시는 신이잖아! 그럼 신도인, 사도인 내 소원을 들어줘야지! 어딜 가려는 거야!』
평소 분노를 곱씹으면서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장웨이였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전혀 달랐다.
이대로 이예가 떠나서는 앞으로 연우에게 복수를 할 기회가 거의 없으리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탓이었다.
애당초 무왕을 암살하겠다는 계획은 그것을 창안한 검무신이 죽어 버리고, 심상 세계마저 망가지면서 거의 불발에 가까워지고 말았다.
녹턴이 있다지만, 사실 그런 거야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무왕 암살 계획에 동참한 건 어디까지나 연우를 격분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지, 그에게 따로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무왕을 어떻게 처치한다고 해도, 정작 연우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못한다면? 그래서야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더구나 차후를 기약하려고 해도, 아스가르드의 신격들마저 망자 거인들이 퍼붓는 공세에 속속 당하고 있는 마당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신격들의 그릇이 되는 페이스리스의 영혼들이 모조리 소멸하고 말 테니까. 망자의 함은 물론, 다우드 형제단도 모조리 무너져 내리겠지.
어떻게 운이 좋아 다시 도망쳐 숨는다고 해도, 곧 탑의 세계를 지배할 아르티야의 눈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냥 그것으로 끝이었다. 몸을 숨기는 건 자신 있었지만, 그냥 그대로 평생 쥐 죽은 듯이 사는 신세로 전락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야 누이의 복수를 해내고 말겠다는 다짐은 전부 실패로 돌아가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추한 신세는 장웨이에 있어 절대 용납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그래서 애타게 이예를 부르며 떠나지 말라고 기도했고.
“아, 그렇군. 자네가 있었지.”
이예는 뒤늦게 장웨이의 소망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장웨이가 바라던 것과 많이 달랐다.
“시의 바다에서 ‘시(詩)’란, 한 가지 예언을 의미하기도 한다네. 그게 무엇인지 아는가?”
그깟 시 따위, 알 게 뭐란 말인가. 플레이어들의 클랜 주제에 갑자기 초월자들의 사회로도 기능이 작동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긴 했지만, 무소속으로 있는 장웨이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바로 ‘계시록’의 뒤쪽에 적힌 예언. 이 탑 아래, 밑 구석에 가라앉아 있는 칠흑이 다시 깨어난다는…… 종말론(終末論)이지. 그리고 나는 우리 게으른 주군의 엉덩이를 걷어차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고.”
『무슨……!』
“애당초 내가 무신론자에 가까운 자네를 사도로 점지했던 건, 바로 그런 종말론을 위해서였다는 뜻이지. 예언이 말하고 있었거든. 그대를 점지한다면, 종말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그리고 예언은 들어맞았으니…… 이제 그대는 그 쓰임새가 다한 것이지.”
『……!』
“그래도 인연은 인연이니, 떠나기 전에 하나만 일러주고 싶군. 나는 장수이자, 전사지. 비열한 건 절대 참지 못해. 만약 그대가 ###에 대한 마음이 투쟁심이었다면, 이 뒤로도 어떻게든 그대를 도우려 했겠으나…….”
이예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그대가 품은 마음은 질투심에 불과한 것이니. 내가 더 도와줄 의리 따윈 없는 것 같군.”
『자, 잠……!』
장웨이는 이예를 붙잡기 위해 어떻게든 소리를 질렀지만.
팟!
이예는 이미 강림을 멈추고 천계로 돌아간 뒤였다.
장웨이는 무력감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제나 그에게 강한 힘을 실어다 주던 이예와의 채널링이 어느새 끊어지고 없었다. 주저치 않고 그와의 인연을 끊었다는 뜻이었다.
“대체! 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장웨이는 울컥하는 마음에 절규를 내뱉었다.
그라고 해서 당시에 연우를 외딴곳에 버리고 싶었겠는가. 그는 분명히 연우를 끝까지 두둔하려 했다. 지키고자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시시각각 적군의 포위망이 턱밑까지 좁혀 오고 있었고, 동료들은 하나같이 연우를 버려야만 자신들이 살 수 있노라고 주장했다.
그래서였다. 누이의 연인이며, 조카의 새로운 아버지가 되겠노라고 해 주었던…… 존경하는 대장을 내버렸던 것이.
그런데도 연우는 자신의 말 따윈 들어 주지도 않았다. 잘못한 것이 있으니, 변명이라고 여겨도 좋았다. 목을 내놓으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사정을 들어 주기를 바랐다. 속죄할 기회라도 주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반발심에 발버둥을 쳤었고, 일이 꼬이면서 결국 파탄 난 상황이 여기까지 치달은 것이다.
그 와중에 연우는 그들을 화해시키려 하던 누이를 해쳤으면서도, 미안해하는 기색 한번 없었다.
전부.
그게 전부 다 연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웨이의 그런 울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재미난 것이 있군.』
나지막한 목소리.
큰 그림자가 그를 뒤덮었다.
장웨이가 황급히 눈을 뒤쪽으로 돌렸다.
그곳에.
수 미터나 되는 망자 거인이 흉측하게 웃으면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녹턴의 공세는 거셌다.
올포원을 상징하는 황금색 빛줄기가 내리꽂힐 때마다 곳곳이 터져나갔으니.
그때마다 무왕은 팔극권을 잇달아 펼치면서 공세를 흘리고, 맞받아치고, 반격을 가하는 등, 강한 일격들을 선보였지만.
녹턴을 뒤덮은 빛무리를 파헤쳐서 그 안쪽까지 공격을 닿게 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 까다롭기는 오히려 올포원보다 더 심할 수도 있었다.
발휘하는 권능들은 그 위력이 진짜 올포원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녀석이 펼치는 무공 전부가 하나같이 무왕에게서 배운 것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토대로 새롭게 개척한 경지는 조화경(造化境)을 넘어 현경(玄境)에 다다른 듯 보였다.
등봉조극(登峰鳥極).
산봉우리에 앉은 새가 산자락을 내려다보듯, 녹턴은 이미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퍼퍼퍼펑!
문제는 그럴 때마다, 무왕을 잠식한 저주의 발작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공으로 억누르고 있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모든 내공을 오로지 녹턴을 상대하는 데 집중해야 했으니까.
화아악!
그때, 녹턴이 무왕의 손을 거칠게 옆으로 후려치더니, 몸을 팽이처럼 뱅그르르 돌리면서 단숨에 무왕의 품속으로 강하게 파고들어 왔다.
그리고 내뻗는 손길.
순간, 손길에 황금색 광채가 몰려드는가 싶더니, 단숨에 수십 배로 확장하면서 무왕의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
콰콰쾅!
무왕은 다급히 손날을 바짝 세우면서 밀종대수인을 옆으로 쳐 냈다. 하지만 충격파를 모두 상쇄할 수는 없었던 까닭에 내가중수법으로 체내에 침투한 경력(動力)이 내공의 순환을 흩뜨리고 말았고, 단숨에 내상이 도지면서 입가를 따라 피가 울컥 쏟아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잠깐 흠칫거리는 사이, 녹턴은 검의 형태로 잔뜩 응집시킨 빚을 횡대로 휘둘렀다.
단천(斷天). 무왕이 자랑하는 팔극권의 팔대 비기 중 첫머리를 장식하는 오의였다.
촤아아악!
빛줄기는 아주 아슬아슬하게 무왕의 왼쪽 허리춤을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얼마나 깊었던지 피가 잔뜩 배어 나와 상의를 붉게 흠뻑 적셨다.
이곳에 갇힌 뒤로 처음으로 보게 된 피. 자잘한 생채기는 많이 입었다지만, 이렇게 깊은 상처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녹턴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연거푸 공세를 퍼부었다.
퍼펑, 퍼퍼펑-
콰르르르!
승세가 저쪽으로 한번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기세를 탄 전투는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무왕의 상체 위로 수많은 상처들이 생겨났다. 피가 튀고, 내공이 허공에서 퍼졌다. 인상도 저절로 구겨졌다.
‘엿 같군. 옛 제자에게 밀리는 꼴이라니……. 이래서야 꼴이 말이 아니잖아!’
가이아의 저주가 이제는 그를 중독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몸 곳곳에 난 생채기에도 점차 스며들고 있었다. 영혼이 단단히 옥죄이는 기분이었다.
올포원의 권능을 부리고, 무왕의 무공을 펼치는 녹턴은 그만큼이나 강자였다.
차라리.
차라리 이쪽도 탈각과 초월을 이뤄 낼 수 있다면.
아직까지는 크게 밀리지 않는 백중세를 보인다지만, 이대로는 위험했다.
그래서 무왕은 지금이 여태껏 미뤄 뒀던 탈각과 초월을 시도할 때인가 싶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빌어먹을 올포원 녀석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건 확실해진 상태. 그렇다면 미룰 필요가 없었다.
문제라면, 그 즉시 가아이의 저주도 똑같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뛸 것이란 점이었지만.
‘탈각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
무왕은 생각을 정리하고 난 뒤, 눈을 번뜩였다.
이대로 옛 제자에게 당한다는 건, 그의 자존심이 절대 허락지 않는 일이었다.
아니,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숙적 본인도 아니고, 그 그림자에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순간.
번쩍!
무왕에게서 광채가 치솟았다.
배광(背光).
녹턴은 그게 탈각을 시도할 때 나타나는 현상임을 잘 알기에, 더 이상 몰아치지 않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여기서 방해를 하지 않는 건, 그에게 남은 스승에 대한 일말의 예우였다.
쿠쿠쿠쿠!
그리고 무왕은 그 자신이 디딘 경지며 이룬 격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듯, 단순히 탈각을 시도하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풍(氣風)을 흘려 대고 있었다.
가뜩이나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굴던 심상 세계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주저앉고 말았다.
“조, 족장!”
“이게 무슨……!”
때마침 심상 세계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장로며 여러 부족원들은 경악 어린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가공할 위세가 사방팔방으로 불어닥치면서, 마을을 뒤덮다 못해 탑 외 지역 전역을 깡그리 밀어낼 듯이 휘몰아쳤다.
파앗!
바로 그때, 녹턴의 뒤쪽으로 어느새 연우가 나타났다.
『대체 언제!』
녹턴은 무왕을 견제하느라고 미처 연우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한 탓에, 당황하면서 뒤늦게 몸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연우가 움직이는 속도는 그가 짐작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초월적인 감각이 아니라면, 절대 포착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 연우를 둘러싼 세계만이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었다.
[시간의 태엽이 최대 속도로 감기고 있습니다. 현재 속도는 8배 속입니다.]
[죽음의 태엽이 빨리 감기 됩니다!]
[두 개의 태엽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신체가 과부하 상태가 되었습니다!]
[주의! 두 태엽이 감기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톱니바퀴의 마모와 손상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주의! 두 태엽이 감기는 속도가 너무 빨라 신위에 막대한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주의! 두 태엽이…….]
……
그 순간, 연우는 왼손으로는 회중시계를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비그리드를 쥐면서 합일을 시도했다.
두 개의 태엽을 동시에 감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연우는 그것을 감당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었다.
팟!
연우의 신체 역시, 무왕처럼 삽시간에 검붉은 빛으로 잠겼다. 배광이었다.
탈각 시도와 함께.
콰르르릉!
8배속으로 한층 더 강렬해진 비그리드가 검뢰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