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639화 (639/862)

14화. 창조신 (1)

애당초 시의 바다는 칠흑왕을 추종하고, 그를 숭배하는 집단이다.

폐쇄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제외한다면, 천마를 숭상하는 마군과 얼핏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마가 외면하면서 신을 저버리고만 마군과 다르게.

시의 바다는 칠흑왕을 직접 깨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뜻은 하나.

계시록의 마지막 끝부분, 언젠가 찾아온다는 ‘종말’을 불러들이려 하고 있었다.

‘계시록 내에서 우주는 흔히 칠흑왕이 잠든 동안 꾼 ‘꿈’으로 묘사가 된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날 때 비로소 그동안 진행되었던 우주는 한날의 미몽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거고.’

즉, 저들의 해석에 따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이 칠흑왕의 꿈이 만들어 낸 허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허상이 실존하기 위해서는 깨어나는 칠흑왕의 옆에 앉을 자격을 갖춰야만 한다.

‘이를 위해 칠흑왕을 깨우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이건가? 아직 정확하게 저들이 추구하는 교리는 알 수 없어서 추측하는 게 전부지만.’

연우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미치광이 종말론자들과 다를 게 없어. 아니. 해악으로 따지자면 마군보다도 더 큰가? 그놈들은 최소한 세상을 무너뜨리겠다는 이상한 소리는 지껄이지 않으니까.’

사실 마군과 시의 바다는 서로 모시는 존재가 대척점에 놓여 있다 보니, 추구하는 교리도 전혀 달랐다.

시의 바다가 세상을 언젠가 덧없이 사라지는 허상이니, 먼 훗날 찾아올 ‘심판의 날’에 대비하여 원죄(原罪)를 뉘우치면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교리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는 수도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마군은 세상을 ‘무지(無知)’로 대변되는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하루하루 부단히 노력하여 제 길을 걷는 자유 의지의 표상(表象)으로 묘사한다.

즉, 시의 바다는 언제가 찾아올 종말 이후에 약속된 낙원에 닿기 위해 신을 기린다면, 마군은 자유 의지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적 자아를 더욱 중시하는 것이다.

비록 마군의 교리가 후대로 갈수록 광기를 띠면서 도중에 크고 작은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지만.

내포된 위험성만 따진다면, 시의 바다와는 비교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연우는 자신이 칠흑왕의 후예가 되긴 했어도, 언제나 그의 힘을 이용할 생각만 했었지 추종한 적은 단연코 없었다. 만약 이 힘이 자신이 강해지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되거나 걸림돌이 되었다면 진즉에 내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칠흑왕이 천마에 비견할 만한 존재이고, 동생의 영혼이 녀석에게로 귀의했기에 계속 갖고 있을 뿐.

칠흑왕의 사도였던 크로노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었고.

그런 그의 입장에서 탑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칠흑왕을 깨우겠다는 시의 바다의 생각은…… 여러모로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앙 관리국과 시의 바다가 한통속이 아니라는 걸 알아 낸 것만큼은 큰 소득이야.’

저들이 필요에 의해 손을 잡고 있다는 건, 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연우는 생각을 정리하고, 눈을 가늘게 좁히면서 라플라스를 바라보았다.

이제 상황은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 너는 뭘 추구하는 거지?”

라플라스.

마해의 왕으로 태어났으나, 오로지 흥미만으로 최고 관리자가 되었고, 이제는 플레이어가 되어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자.

녀석도 일종의 타계의 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이니, 칠흑왕을 추종하기에 이 일에 가담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우가 봤을 때는 녀석은 절대 그럴 성격이 아니었다.

“이블케가 추구하는 이상이나, 시의 바다가 바라는 대의와는 전혀 별개로 움직이는 것 같던데.”

「전.」

라플라스는 당연하지 않냐는 투로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순전히 재미에용. 승자 옆에 앉아서 맘 편하게 역동적으로 변할 세계를 관림하는 것.」

그 웃음은 미쳐 있었기에, 오히려 그만큼 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바로 옆에서 그 과정들을 전부 지켜볼 수만 있다면. 저는 굳이 주체가 아니어도 된답니당. 저는 역사가 바뀌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에용.」

그러니 이런 꼴이 되어도 괜찮답니다. 당신도 그런 역사의 흐름을 바꿀 주체 중 하나이니까요.

라플라스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역시 이놈은 정상이 아니야. 연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녀석에게 시의 바다나 중앙 관리국에 대한 충성심은 절대 없다는 것.

‘흥미’만 충분히 따른다면, 얼마든지 자신에게 충실해 줄 수 있는 미친놈이라는 점이었다.

* * *

“…….”

레온하르트는 반쯤 얼이 빠져 있었다.

플레이어들에게는 괴물이나 다름없던 최고 관리자들을 연달아 격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시의 바다에서도 본 적이 있던 라플라스에 고삐를 채우는 모습이 너무 놀라웠던 것이다.

이미 그가 신격과 비견할 만한 위치에 올랐고, 올림포스의 주신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그의 신위를 지켜보니 이제야 그 모든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으…… 망할 형 같으니라고. 얼마나 회중시계를 크게 흔들어 댔으면 나까지 골이 울리는 거야?』

저곳에.

『마누라, 저놈 좀 혼내 줘. 응? 안 된다고? 에이. 그래도 자기 말은 잘 들을…… 음?』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 있었다.

그때, 아난타 앞에서 투덜거리던 차정우의 사념체가 이쪽을 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다, 레온하르트를 발견하고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랜만이야, 레온.』

“……너, 정말 정우냐?”

『보면 몰라? 형한테서 잘살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꼴이 왜 그래?』

싸가지 없는 말투하며 능글맞게 웃는 입꼬리.

“아, 아아!”

레온하르트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차정우 앞으로 다가갔다.

이미 발데비히에게서 이야기를 듣긴 했다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의심을 숨길 수 없었건만.

가까이 갈수록 언제부턴가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독에 중독되고, 동료들이 하나둘씩 떠날 당시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처음 탑에서 마주쳤을 때 보였던 그 모습이었다.

레온하르트는 손을 뻗어 차정우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으아아아! 나 팔에 소름 돋았어!』

차정우는 기겁해 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저런 반응도 너무 과거와 똑같았다.

『너 이 새끼, 레온 아니지? 저기 있는 변태 토끼의 분신이거나 뭐 그런……!』

차정우의 사념체는 길게 말을 잇지 못했다.

레온하르트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으며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었다.

“미안하다.”

『뭔…….』

“지난날에 내가 했던 짓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너를 두고 떠났던 것들, 전부 미안하다. 그때 내가 떠나지만 않았어도…… 잠시 머리를 식히겠다는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면서 떠났지만, 실은 네가 얼마나 힘들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어. 용서해 달란 말은 하지 않으마. 다만, 언젠가 이 말만큼은…… 꼭 하고 싶었다.”

레온하르트의 마음속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미련이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렇게 사과라도 하고 싶었다.

차정우의 무덤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그 앞으로 몇 번이고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무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세상은 차정우를 잊은 지 오래였다.

그를 기억하고 기리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것이 못내 외로웠기에.

그리고 더 사무치도록 미안했기에. 죄책감에 몸부림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만나지 않았는가.

레온하르트는 이런 식으로라도 남아 준 차정우에게 너무 감사했다.

『야, 울지 마! 남자 새끼가 질질 짜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게 어디 있다고!』

차정우는 낯간지럽다면서 툴툴거렸지만,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아난타는 그런 두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려 주었다.

아무래도 저 두 사람 사이에는 나눌 이야기가 아주 많을 듯 보였다.

* * *

“오효효, 오효! 그렇단 말이지요? 그럼 이로써 남은 최고 관리자는 이제 절 포함해 셋인가요? 어제까지만 해도 과반수였는데, 이렇게 확 줄고 말았군요.”

최고 관리자, 자(子)의 이블케는 술(戌)의 칼렙이 올린 보고에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말의 내용과 다르게 그는 웃고 있었다.

최고 관리자 중 셋이 도중에 죽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별일 아닌 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칼렙은 그런 이블케를 보면서 등골을 따라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이블케에게 우리는 장기판 위에 올라가는 말에 불과한 것인가.’

그야 이블케가 추구하는 이상에 감화되어 충심으로 따르고 있고, 언젠가 희생되어야 할 시기가 찾아온다면 흔쾌히 그럴 자신도 있었다.

어차피 무료하기 짝이 없던 긴 생을 살아 목숨에 별다른 미련도 남아 있지 않은 데다가, 차라리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칼렙은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고.

이블케를 따르는 무리 중에는 관리자의 직분을 넘어서 권력에 대한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이들도 적잖게 있었기에 이블케의 이런 반응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블케의 손바닥 위에서 팽이처럼 뱅글뱅글 회전하는 구슬.

11개의 열쇠가 합쳐진 저 시스템 키만 있다면, 사실 아무리 많은 최고 관리자가 죽어 나가도, 설사 전부 죽는다고 하더라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사실 저 양반이 마음만 먹어도 우리들 따윈 없어도 그만인 것이지만.’

이블케는 목적과 이상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말처럼 부릴 사람이었다. 설사 본인의 목숨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말하고 보니 어쩐지 누군가와 많이 닮았군.’

예전부터 무왕만큼이나 관리국의 속을 썩이게 만들었던 작자가 언뜻 칼렙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플레이어라고 하기에도 뭣한 존재.

뭐랬더라.

어뷰저?

시스템도 이제 그렇게 지칭했던 걸로 기억했다.

‘닮은꼴인 두 사람이 치킨 게임을 시작했으니…… 그 뒤는 누가 먼저 도착 선상에 닿느냐는 것인데.’

칼렙은 승자를 절대 예상할 수 없을 이번 일에 입맛을 다시다, 다른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니. 그 출발선에 선 자가 두 명은 더 있는 셈인가?’

한 명은 하르모니아.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칼렙은 뒤에서 빤히 닿는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블케의 시선이 이미 거기에 닿아 있었다.

“오효효효. 안으로 들어오시지 않고, 그곳에 계속 서 있으시면 어떡하나요.”

“많이 바빠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지.”

“오효효! 센스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당신이 여태 했던 말 중 가장 웃긴 말이었어요. 언제 그렇게 배려심이 가득한 성격이 되셨었나요?”

이블케는 잔뜩 비꼬는 언사가 담긴 말을 던졌지만, 방으로 들어오던 사내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시했다.

희멀건 얼굴에 금발을 사자처럼 길게 늘어뜨린 사내는 오만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튀어 오르는 스파크에 대기가 후덥지근하게 달아오르고, 공간을 휘게 만들 정도로 숨 막히는 패기가 흘러나왔다.

칼렙은 순간 공기에 휩쓸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릴 뻔했지만, 금발의 사내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도 않는 투였다.

상대를 배려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이, 오로지 명령만으로 세상을 다스리던 패왕이나 보일 법한 모습.

문제는 금발의 사내에게 그런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려 보인다는 점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되도록 노력해 보도록 하지.”

“오효효. 퍽이나 그러시겠어요.”

“그보다.”

금발의 사내는 농담 따먹기를 길게 이어 나갈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탐욕에 가득 젖은 시선을 이블케의 손바닥 위에서 회전하고 있는 구슬에다 고정시켰다.

“그 열쇠가 나에게 주기로 했던 그 물건인가?”

“말씀은 똑바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 당신이 새로운 창조신(創造神)으로서, 적합하다는 자격을 입증하신다면 그러기로 하였던 것 아닌가요?”

“그 말에 일절 거짓은 없겠지?”

“이미 시스템에다 두고 맹약까지 맺었던 걸 잊으셨나요?”

“나는 지금 당장 그것을 갖길 원한다만.”

“아니지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거랍니다. 나이도 저보다 젊으신 분이 벌써부터 치매의 조기 증상을 보이시다니. 그러셔서 자격 입증이 되시겠나요?”

“오래전에 그딴 오만불손한 말을 내 앞에서 했었다면, 넌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옛 과거에 발목 잡혀 왕년 운운을 하는 사람만큼 추한 것도 없는 법이지요. 오효효효!”

칼렙은 상의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정말이지 이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일 때면, 자신은 중간에서 계속 치이는 기분밖에 들지 않았다.

이블케는 그렇다 치더라도, 금발의 사내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개기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당장 이블케에 잘 보여도 시스템 키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이블케의 말마따나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녀석은 시스템 키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제로나 다름없었다. 올포원의 대체자 역할은 그렇게 허투루 따낼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

한때는 신왕 크로노스를 끄집어 내릴 정도로 천계에서 손꼽히던 강자였다지만, 천마증을 앓고 난 뒤부터는 권능을 상당수 유실한 게 분명한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몰랐다.

‘아니. 딱히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인가? 저자가 아니라 다른 이가 대체자가 된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나쁠 건 전혀 없으니.’

하지만 칼렙은 어쩐지 저 금발의 사내가 대체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속으로 점치고 있었다.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최고 관리자로 지내오면서 단련된 감각이.

저런 오만한 모습은 가면에 불과하고, 그 아래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집에서 내쫓기고 나서도, 와신상담하여 결국 옥좌를 거머쥐었던 효웅이니.’

파지직!

금발의 사내는 눈이 멀 정도로 환한 황금색 빛무리를 잔뜩 일으키면서 포악하게 웃었다.

“그것은 새로운 왕을 상징할 홀(幼)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잘 지키고 있어라. 감히 이 몸을 두고 ‘왕’을 자처하는 역당들을 모조리 찢어 죽이고, 금방 돌아올 테니.”

외눈 안경 아래, 속을 짐작할 수 없을 이블케의 깊은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요, 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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