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창조신 (4)
『……저런 놈을 자식이라고! 네놈은 천벌을 받을 거야. 천벌을 받을 거라고!』
어느새 인간 형태로 돌아와 우울한 표정을 짓는 크로노스 옆으로 차정우의 사념체가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안아 주었다.
『아버지, 원래 형은 저런 인간이잖아요. 아버지가 참으세요.』
『어째 저 거지 같은 인성은 나아지질 않는 거냐. 대체.』
『나날이 심통만 늘어서 그래요. 얼굴 봐봐요. 딱 봐도 혹부리 영감같이 생겼잖아요.』
연우는 자신을 앞에다 두고도 대놓고 씹어 대는 아버지와 동생을 어이없다는 투로 바라봤지만, 여기서 태클을 걸었다간 더 씹힐 것 같아 그냥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악! 하악! 포상 좋아!」
그곳에는 더 못 볼 꼴이 있었지만.
볼만 살짝 붉힌 채로 축 늘어진 라플라스의 모습이 너무 기괴했다.
이대론 정말 눈이 썩어 버릴 것 같아, 그냥 치워 버릴 겸 녀석이 원하는 대로 연옥로에다 도로 집어넣었다.
다행히 시스템 키의 사용법은 이미 설명을 들은 상태였다.
[시스템 키(巳)]
종류: 확인 불가.
등급: 확인 불가.
사용 조건: 여섯 번째 최고 관리자.
설명: 열두 개로 나누어진 시스템 키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시스템 설정 중 여섯 번째 구획에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비상시에 스테이지의 데이터 백업 및 복원과 같은 대규모 업무도 가능하다.
**이 아티팩트는 플레이어용이 아닌 관리자용입니다. 만약 관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 아티팩트를 소지했을 경우, 즉각 관리국으로 신고를 해야만 합니다. 따르지 않을시, 최소 플레이어 자격 박탈 및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현재 인근에서 원주인(巳)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능이 종료되며, 발견 시 즉각 관리국으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양의 손을 떠난 시스템 키는 처음과 달리 빚을 완전히 잃어 탁한 색을 띠고 있었다.
너무 평범해 보여서 정말 시스 템 키가 맞나 싶을 정도였지만.
[천계의 많은 존재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방금 전부터 망막 한편에 계속 자리 잡고 있는 메시지는 이것이 탑 내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그토록 욕심을 낸다는 물건이 맞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저놈들도 참을성이 많이 늘었군.’
연우는 천계가 있을 하늘 쪽을 슬쩍 보면서 비웃음을 던졌다.
여태껏 그가 겪었던 천계의 족속들이란, 특히 신들이란, 이런 것이 보이면 즉각 강제로라도 빼앗으려 들 놈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신의 사회, ‘올림포스’가 천계 내 다른 사회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주신 대리, 아테나가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일 시에 즉각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합니다.]
[모든 죽음의 신들이 신의 진영을 관찰합니다.]
[모든 죽음의 악마들이 악마의 진영을 관찰합니다.]
아테나가 단단히 벼르고 있고, 이제 연우에게 충성을 맹세한 죽음의 신과 악마들도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눈치였다.
연우와 권속들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겠지.
하지만 연우는 저들의 참을성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데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그만큼 시스템 키가 가진 권한은 막대했다.
‘제약 없이 모든 층계를 돌아다닐 수 있고, 관리 권한도 조금이나마 주어진다, 라…… 확실히 이만한 사기 아이템도 없을 것 같은데.’
물론, ‘사(巳)’의 호칭을 가진 최고 관리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용 조건이 걸려 있긴 하다지만.
그런 것쯤이야 찾아본다면 어떻게든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었다.
우우우웅!
마력을 불어 넣자, 시스템 키가 잘게 떨렸다.
빛은 뿌려 대지 않았다. 마력도 흡수되지 않았다. 마치 연우의 마력을 거부하고 있는 듯한 느낌.
[경고! 당신은 해당 아티팩트의 적합한 사용자가 아닙니다.]
[경고! 당신은 해당 아티팩트의 적합한 사용자가 아닙니다.]
……
[알 수 없는 힘이 해당 아티팩트에 대한 해킹을 시도합니다.]
[방어에 성공하였습니다.]
[방어에 성공하였습니다.]
……
[방어에 실패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한 해킹으로 해당 아티팩트의 기존 데이터가 일부 손상되었습니다. 항목 ‘사용 조건’이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
[항목 ‘사용 조건’에 새로운 문구가 삽입되었습니다.]
[새로운 조건: 어뷰저.]
[어뷰저로서의 새로운 특징이 추가되었습니다.]
[경고! 당신은 현재 허락받지 않은 행위를 통해 해당 아티팩트에 큰 손상을 입혔습니다.]
[경고! 해당 행위는 관리국의 규율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해당 아티팩트를 관리국에 반납하십시오.]
[경고! 해당 행위는…….]
……
시스템 메시지는 당장이라도 그만두라면서 연신 경고를 날려 댔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턱이 없었다.
중앙 관리국에서도 지금쯤 연우의 이런 상황을 눈치챘을 테지만,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세 명이나 되는 최고 관리자를 한꺼번에 잃었으니, 자칫 나섰다가 더 큰 피해만 입을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천계의 이목도 이쪽에 쏠려 있었다.
[천계의 많은 존재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신의 사회, ‘천교’가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신의 사회, ‘딜문’이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모든 죽음의 신들이 더 강하게 그들을 감시합니다.]
이런 판국에 중앙 관리국으로서도 함부로 뛰어들기가 그리 쉽지는 않겠지.
연우는 더 많은 마력을 시스템 키에 불어 넣었다.
쩌어어엉!
조금 전과 다르게 시스템 키도 맑은 소리를 내면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순간, 연우 앞으로 사람 몸통 크기만 한 스크린이 생성되더니, 그 위로 끊임없이 변경되는 무수한 숫자들이 나타났다.
[신의 사회, ‘투어허 데 더넌’이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그러다 암전되면서 나타난 광경은.
『오, 오딘?』
『오딘이 당했다! 대체 어떻게……?』
『놈의 신력이 움직인다!』
폐허로 변하고 있는 전장이었다.
[신의 사회, ‘아베스타’가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신의 사회, ‘멤피스’가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
전장에서는 브라함이 검은색으로 잔뜩 얼룩진 이상한 책자를 펼친 채로, 막강한 기세를 뿌려 대고 있었다.
오딘이 맞서 싸우려 했지만 단숨에 갈가리 찢겨 사라졌고, 녹색 평원을 따라 물감처럼 번져 나가는 검은 그림자는 많은 주신들을 당혹케 했다.
특히 하늘에서부터 빗발치는 검뢰를 닮은 검은 벼락이며 맹렬한 돌풍은 이 전장을 누가 압도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 주었다.
[신의 사회, ‘데바’가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신의 사회, ‘데바’가 오래전에 떠나보냈던 주신의 귀환에 크게 놀랍니다.]
[‘데바’를 다스리는 로카팔라들 사이에 언쟁이 오고 갑니다.]
[데바의 몇몇 신들이 ‘브라함(브라흐마)’의 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던집니다.]
데바는 그들의 옛 주신이 드디어 격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사실 브라함이 펼치는 힘은 ‘창생’이라기보다는 ‘죽음’ 혹은 ‘파괴’에 훨씬 가까웠으니까.
연우의 권속이 되고, 새로운 신화를 쌓으면서 기존의 신위에 큰 변화가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신위라는 것은 해당 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표현되는 방식이 천차만 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연우와 함께하면서 ‘죽음 뒤에 찾아오는 재탄생’을 본 그에게 이런 변화가 동반된 것도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데바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너무 궤를 달리했기 때문에 저들이 큰 혼란을 겪는 것이지만, 브라함은 이미 데바를 탈퇴한 지 오래였다.
[모든 신의 사회가 당신을 예의 주시합니다!]
[모든 신들이 히든 스테이지, ‘신들의 평원’에서 펼쳐지는 전장을 관찰합니다.]
[대다수의 신들이 예상치 못한 광경에 강한 충격을 받습니다.]
[소수의 신들이 참혹한 광경에 차마 못 보겠다며 고개를 돌립니다.]
[소수의 신들이 두려움에 젖은 눈으로 바라봅니다.]
[신의 사회, ‘말라흐’가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습니다.]
신의 사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비록 천마증에 빠져 오랫동안 그들의 곁을 떠났었다고 하지만, 저들 모두가 그들이 한때 모시던 왕들이 아닌가.
그런 왕이 피를 흘리면서 줄줄이 죽어 나가는 모습은 차마 아무렇지 않게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런 무대를 만들고, 신들을 한낱 유희극의 광대로 만든 시의 바다에 대한 원한이 한창 사무치는 중이었다.
쿠쿠쿠!
신들의 시선이 모여 있는 하늘이 잘게 울릴 정도였다.
[모든 악마들이 흥미롭게 관전합니다.]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이 크게 기뻐합니다.]
[비마질다라가 아주 즐겁게 ‘신들의 평원’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즐깁니다.]
[케르눈노스가 고요한 눈빛으로 전쟁을 지켜봅니다.]
반대로 악마들은 상대 진영의 전력이 깎이는 일이었으니 기쁘기만 한 듯했지만.
‘하지만 자기네들의 왕이 줄줄이 죽어 나가는데도, 억지로라도 개입하지 않는 건 왜지?’
저들이 얼마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시스템 키를 강탈할 거라고 예상했던 연우로서는 의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콰르릉!
스크린 너머에서 큰 폭음이 들림과 동시에 시스템 키가 크게 떨렸다.
[‘신들의 평원’을 주시하고 있던 신들이 크게 동요합니다!]
[‘신들의 평원’을 관전하고 있던 악마들이 크게 환호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저 아이, 설마……?』
크로노스까지 처음으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다른 주신들을 깡그리 밀어내던 브라함의 폭풍우를 처음으로 가르며 나타나는 벼락이 있었다. 눈이 멀 듯 찬란한 황금의 색채로 가득한 뇌전은 브라함의 신력을 갈가리 찢으면서 단숨에 브라함에게로 달려들었다.
『제우스!』
크로노스는 황금색 뇌전의 주인이 누군지 깨닫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옛 왕의 등장에 크게 놀랍니다!]
[‘올림포스’ 내에 적잖은 동요가 일어납니다.]
[수석 사도, ‘아테나’가 침묵합니다.]
[사도, ‘아레스’가 침묵합니다.]
[사도, ‘헤라클레스’가 침묵합니다.]
……
[포세이돈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동생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연우가 올림포스의 실권을 쥐었다고 해도, 수뇌부가 대부분 제우스의 혈육인 이상 그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동요가 일어날 수밖에.
연우의 권속인 브라함과 옛 왕인 제우스.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아야 한다면 누굴 응원해야 하는 것인가?
하물며 크로노스까지 이렇게 흔들리고 있어서야.
‘좋지 않아.’
연우도 실종되었던 제우스가 다시 나타난다면, 그 그림자를 치워 내는 데 상당한 수고가 필요할 것쯤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심할 듯싶었다.
‘어떻게든 개입해야겠어.’
연우는 이를 악물면서 시스템 키를 더 크게 작동시켰다.
[게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인스턴스 스테이지, ‘신들의 평원’으로의 진입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게이트 안쪽으로 발을 들이려는데.
쿠르르릉!
별안간 하늘에서부터 벼락이 떨어지면서 연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신들의 평원’을 주시하고 있던 신들이 당신에게 함부로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합니다.]
[‘천벌(天罰)’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올림포스’를 비롯한 동맹군이 경계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연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천벌은 한쪽 진영에서 최소 3분의 2 이상, 즉, 대다수의 동의가 있어야만 작동할 수 있는 징벌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합집산이 많은 각 사회들의 의견을 통일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라,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신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 수많은 신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고?
올림포스를 비롯한 동맹군이 다른 신들에게 경계 태세를 세웠지만, 도리어 다른 사회들은 그걸 두고 더 험악한 분위기를 보였다.
[‘신들의 평원’을 주시하고 있던 신들이 동맹군에게 이 이상 방해를 한다면 ‘천벌’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신의 진영이 극렬한 대립을 보입니다!]
[모든 악마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상대 진영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동맹군, ‘천교’의 이랑진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사왕(死王). 그대에게 브라흐마가 어떤 존재이며, 그대가 시의 바다와 중앙 관리국이 벌이려는 짓에 대해 얼마나 강한 적개심을 지니고 있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동맹군이 다른 신의 사회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천교가 따로 비밀 회선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왕’은 아직까지 블라인드 처리가 된 연우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별칭이었다.
또한, 그 속에는 존중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모든 죽음의 왕이란 뜻이었으니.
[이랑진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하지만 같은 동맹군으로서 공식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요청하고 부탁하네. 부디 저 신성한 의식을 개입하지 말고, 끝까지 지켜봐 주길 바라네.]
[이랑진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저런 야만적인 것을 두고 신성한 의식을 운운하는 우리네들이 이해가 되질 않겠지만……. 시의 바다가 우리를 조롱할 목적으로 만든 무대인 것을 알고 있지만…… 저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네. 유일신을 가리는 것이야말로, 그런 존재를 배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신들이 아주 오랫동안 꿈꿨던 광경이었으니.]
[이랑진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그리고 그런 마음은 아마 자네가 이끄는 올림포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네.]
‘뭐?’
연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랑진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부디 자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겠네.]
부탁한다고 말했지만, 만약 배틀 로얄에 함부로 뛰어들려 한다면 동맹군 체제를 존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신들이 그동안 분열을 거듭하면서도, 얼마나 ‘왕 중 왕’에 대한 염원이 컸었는지를.
크로노스가 신왕이 되면서 그 자리에 가장 가까워졌었다지만, 결국 제우스에 의해 몰락하면서 아무도 이뤄 내지 못했던 자리.
하지만 주신들끼리 저렇게 싸워서 단 한 명만이 남을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스터키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가 왕 중 왕이자 유일신을 자처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이니.
시의 바다가 얼마나 신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잘 파고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런 존재의 탄생은 연우에게 있어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시의 바다가 하는 일에 끌려다닌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라도 누가 승자가 되든 간에 브라함이나 제우스, 최소한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래서 비그리드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신들의 평원’을 주시하고 있던 신들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천벌이 다시 내리박힐 듯싶던 그때.
콰르릉!
하늘에서부터 새하얀 기둥이 내려왔다.
[‘말라흐’의 사절, 미카엘이 강림합니다!]
미카엘은 순백색의 날개를 한껏 펼치면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달고 있었다. 전에 연우가 뽑았던 왼팔은 재생된 상태였다.
『서기장의 말씀을 전해 드리오. 이 이상 대립이 심화될 경우, 진영 내에 큰 사변이 발생할 수 있으니 즉각 이를 중재하고, 협상을 위해 사왕을 비롯한 각 사회들의 대표들을.』
미카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스테이지를 울렸다.
『본 사회가 있는 천계의 에덴으로 즉각 초빙하라는 전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