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창조신 (6)
검게 뻗어 가는 그림자와 그것을 가로지르는 황금색 벼락.
유일신의 자리를 둔 다툼이 브라함과 제우스, 두 사람이 벌이는 이파전 양상으로 몰릴 무렵이었다.
전혀 상반된 색을 자랑하는 두 기세의 접전 사이로, 새하얀 광채가 불쑥 튀어나왔다.
브라함도, 제우스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제3의 손길.
콰앙!
브라함과 제우스는 그 손길이 자신들이 빚어내던 신력을 밀어 내려는 것을 감지하고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자칫 그것이 자신 쪽으로 향한다면 패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츠츠츠-
『어디, 그대들만 재미있게 놀려고 그러는가? 거기에 나도 끼워 줬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의 시선이 홱 하고 돌아간 곳.
새하얀 광채를 한껏 품은 사내가 서 있었다.
긴 머리를 땋아 상투를 올리고, 백색 도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자.
옥황상제.
“이거 아무래도 쉽지가 않겠는데 말이지.”
브라함은 그런 녀석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까마득하기만 한 아주 먼 옛날, 창세기(創世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수미산(須彌山)에서 최강자는 단연 바로 옥황상제였으니.
그는 수미산의 왕들을 무수히 먹어 치우면서 ‘황’이 되기도 했던 존재였다.
비록 윤회의 법칙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스스로 존귀해진 천마에 꺾여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지만.
그 뒤로 치료를 한답시고 삼신산에 틀어박혀 겨우 숨을 돌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옥황상제는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 옥황상제는 여전히 다른 주신들을 압도하는 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말갛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살갗이 따끔해질 지경이었다.
제우스도 옥황상제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잘 알기 때문에 별다른 대거리를 하지 않았다. 그저 응축한 벼락을 녀석에게로 날릴 뿐.
콰르르릉!
그렇게 유일신을 가리기 위한 배틀 로얄은 삼파전으로 압축되었다.
* * *
『케이크가 너무 달아. 홍차는 떫고. 서기장, 그새 가게를 바꾸기라도 했나? 아니면 입맛이 바뀌었나? 그럼 실망인데.』
『안타깝게도 말씀하신 그 집은 얼마 전에 문을 닫아서 말입니다.』
『뭐? 천계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인 그곳이 왜?』
『올해 딸기 농사가 흉년이랍니다.』
『그런……! 그 집 케이크의 화룡정점은 바로 딸기에 있는 것인데.』
케이크?
딸기?
이것들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걸까.
누가 본다면 미식회라도 되는 줄 알겠다.
연우는 탁상에 놓인 접대용 다과를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진지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는 메타트론과 바알을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를 지키기 위해 등 뒤에 시립해 있는 아테나도 마찬가지였다.
절대선과 절대악. 각 진영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을 두 존재들이 저딴 대화를 나눈다고 하면, 과연 누가 믿기나 할까?
『이런! 이거 아무래도 저희가 손님을 놔두고 잡설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 님께서는 이런 저희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표정이신지라.』
『케이크와 차는 내가 이 지긋지긋하기만 한 천계에서 유일하게 버틸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다. 양보 못 해!』
바알은 팔짱을 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심통이 단단히 난 얼굴.
메타트론이 엷게 웃으면서 연우에게 말했다.
『바알과 제가 평상시에 자주 자리를 가진다는 건 혹시 알고 계신지요?』
“조금은.”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과 악마 간의 분쟁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일이었고, 이것이 큰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에서 발 벗고 뛰어다니는 곳이 바로 말라흐와 르 인페르날이었다.
두 곳의 수장인 메타트론과 바알이 자주 협상 자리를 갖는 건 불문가지.
그래서 연우는 바알이 말라흐에 있음에도, 조금 놀라기만 했을 뿐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자리를 가진다고 한들, 하는 이야기야 언제나 늘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외부에 최선을 다한다는 모양새는 비쳐야 하니, 시간도 끌 겸 해서 둘 모두 다과 쪽으로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체면치레도 할 겸 시간도 죽일 겸, 디저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단 뜻이었다.
연우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메타트론이야 얼핏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곱상한 외모를 자랑한다지만, 마초적인 인상을 자랑하는 바알이 포크로 케이크 위의 딸기를 뒤적이고 있는 모습이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가레스 때문에 매번 골치 아파하던 바알의 평상시 이미지와 많이 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과회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중재를 한다는 것은 곧 두 사회가 각 진영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뜻이고.
두 사회의 수장들이 자주 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의견 조율이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영을 넘어선 천계의 대소사를 저들 입맛대로 결정지을 수 있다는 거겠지.’
어느 누구도 생각지도 못할, 천계의 진정한 흑막 정치(黑幕政 治)인 셈이었다.
‘각 사회의 최고 수뇌쯤 되면 얼추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심증만 있을 뿐일 테니. 어쩌지 못하는 건 똑같겠지.’
말라흐와 르 인페르날이 손을 잡는다면 과연 누가 건드릴 수나 있을까.
하물며 모든 사회들이 알게 모르게 두 사회에 기대고 있는 점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쉽게 나서기도 힘들 것이다.
메타트론과 바알은 연우에게 바로 이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맛있군.’
연우는 흑막 정치의 방증이라 할 수 있는 다과회의 딸기 케이크를 포크로 살짝 잘라 먹었다가 피식 웃었다.
왠지 에도라에게 가져다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 하나 포장 좀 해 달라고 해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우는 포크를 조용히 탁상에다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보통의 신들도 잘 모른다는 이런 다과회에 날 초대한 이유는 뭐지?”
『이런 걸 보면 ### 님도 참 의뭉스러운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짐작하고 계시면서요.』
바알은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케이크 속에 숨겨진 딸기를 찾느라 바빴고, 메타트론만이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면서 엷게 웃었다.
“날 이곳에 멤버로 초대라도 하겠다는 건가?”
『회원이라고는 둘밖에 없는 심심한 모임에 새로운 회원이 더해진다면, 모임에도 활력이 돌지 않을까요?』
흑막 정치에 한쪽 발을 담글 수 있다라.
확실히 나쁜 건 아니었다.
그만큼 두 곳이 자신에 대해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쓸 만큼 세력이 강해졌단 뜻일 테니까.
“역시 중재 협상이라는 건, 날 이곳으로 부르기 위한 거짓말이었군.”
『명분이라는 아주 좋은 단어가 있지 않습니까?』
연우는 한쪽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이로써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말라흐와 르 인페르날은 이번 유일신 경쟁에 관심이 없다.’
브라함이 넌지시 일러 주었던 협상 거리가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말라흐는 소속원들이 스스로를 ‘천사’라고 하지, ‘신’을 참칭하지는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이 땅에 내려오시지 않았을 뿐, 언젠가 저희들을 맞이하러 와 주시리라 믿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저곳에서 어떤 존재가 만들어진다고 한들, 저희 말라흐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이단(異端)인 것입니다.』
딸기를 전부 찾아 먹어 치운 바알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살짝 훔 치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고. 강한 신을 만들어 낸다는데 좋아할 이유 따윈 없지.』
“그렇다는 건 내가 배틀 로얄에 뛰어들거나, 시스템 키를 전부 모아도 일절 간접하지 않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맞아요.』
『정확하게 보았다.』
“그럼 너희들이 원하는 건?”
『역시 알고 계시면서 떠보시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않나.』
연우가 따라서 웃고 말았다.
“‘시(詩)’. 계시록이 필요한 거군.”
메타트론은 붉은 혀로 입술을 가볍게 축였다. 이 순간, 연우는 그가 최초의 인류에게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유혹했다는 신화 속 뱀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아무리 모으고 모아도, 항상 부족한 것이니까요.』
『시의 바다가 보유한 ‘레메게톤’…… 그러니까 계시록은 탑 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판본으로 사료된다. 그러니 그걸 얻는다면, 우리에게 공유해 주었으면 한다.』
“대가는?”
바알이 포크를 조용히 내려놓으면서 차갑게 웃었다.
달그락.
그런 소리가 났다.
『선악과, 맛있었지 않았나?』
지난번에 먹은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때에 따라서 얼마든지 몇 개씩 내어 줄 수 있다는 뜻.
다만, 확실하게 대가를 약속하지 않는 건, 악마라기보다는 정치가에 가까워진 그의 입장 때문이겠지.
『### 님이 어떤 포지션을 취한다고 해도, 저희는 아무런 성명도 발표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다면 다른 사회들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겠지요.』
연우가 브라함을 유일신 자리에 앉히든, 배틀 로얄을 방해하든, 이쪽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천계가 난동을 피울 수 없게 잘 붙잡아 두겠단 뜻이었다.
자신들의 이익만 챙길 수 있다면 다른 건 무시되어도 좋다는 투.
전형적인 열강의 논리였지만.
연우는 오히려 가식적인 것보다 그런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는 건.
‘시의 바다가 깔아 둔 판 위에 천계를 말로 끌어올 수 있다. 그런다면 곧바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끄집어낼 수 있겠어.’
연우는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을 빠르게 완성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이쪽에서도 한 가지 역제안을 할 수 있을까?”
『호오. 무엇인가요?』
『뭐지?』
메타트론과 바알은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여태껏 연우가 음모와 계략을 꾸미는 데도 상당한 소질이 있다는 것을 줄곧 봐서 알고 있었으니까.
연우는 거기에 대해서 숨길 건 숨기며 대략적으로 설명했고.
두 사람은 크게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아주 흡족하다는 듯이.
『하! 우리 망나니 아들 녀석이 세 명으로 분화라도 됐나. 세상이 참 앞으로 어찌 되려고…….』
음험하게 웃는(?) 그들 세 사람을 보며 크로노스만이 한탄을 내뱉을 뿐이었지만.
물론, 연우는 그냥 무시했다.
한 차례 가벼운 웃음이 끝난 뒤.
『여태 보았듯이 신이란 작자들은 도무지 합리적이질 못한 존재 들이에요. 오만함에 젖어 제 목적을 향해 다른 생각은 없이, 오로지 직진만 하지요. 사실상 ### 님이 세력을 일으키거나, 탈각만 벌여도 벌벌 떨 것들이 말이지요. 아스가르드 멸망전이나, 무왕의 초월을 보고 나서도 깨닫는 바가 전혀 없는 겁니다, 저것들은.』
메타트론이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무지몽매한 것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니…… 정말이지 하루가 다르게 영혼이 피폐해지는 기분이 든단 말이지요.』
그러다 연우를 봤을 때, 메타트론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 님은 그런 멍청한 치들과 다르게 합리적이고, 아주 생각이 깊어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이시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거래도 전부 끝난 것 같으니 나는 먼저 일어나도록 하지. 잠시 자리를 비웠기로서니, 어떤 미친놈이 또 난리를 피운 것 같아서.』
바알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쿠쿠쿠쿠!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귀찮아 죽겠군.』
제우스는 압도적으로 자신이 유일신위(唯一神位)를 획득하여 창조주(創造主)의 반열에 오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장애물을 만나 가로막히게 되자 화가 잔뜩 나고 말았다.
이래서야 발목만 계속 묶일 뿐이지 않은가.
그런다면 승리한다 해도 상처뿐인 승리일 것이고, 자칫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신왕 살해자’라는 별칭에 걸맞을, 압도적인 힘을 보여야만 했다!
『어쩔 수 없군.』
그래서 제우스는 마지막까지 숨겨 두려 했던 비장의 패를 바로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브라함과 옥황상제의 공세가 제우스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다, 갑자기 비껴가 대지를 두들겼다.
순간, 두 사람의 경계에 찬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저도 모르게 등골이 바짝 섰다.
제우스의 기세가 방금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뭔가 있다!’
브라함은 제우스가 어떤 술수를 쓴다고 여기고 재빨리 그림자를 겹겹이 쌓아 방어 태세를 취하는 한편.
『감히!』
옥황상제는 잠깐이라도 자신에게 경계심을 느끼게 했다는 사실에 화가 단단히 났던지, 단번에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때, 브라함은 보고 말았다.
제우스의 눈가가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을.
아니, 정확하게는 왼쪽 눈이 보석안(寶石眼)처럼 기묘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설마…… 주선석?’
브라함은 제우스가 루시퍼의 영혼석을 가지고 있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사이 제우스의 보석안은 기묘한 빛을 발하면서 신력을 몇 배로 대거 증폭시켰다.
녀석이 어떻게 주선석을 지니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주선석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제우스의 황금색 벼락은 평원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그대로 옥황상제를 가르고 지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옥황상제는 막바지에 몸을 크게 틀어 숨은 붙어 있었지만, 몸뚱이의 절반 이상이 죄다 갈려 나간 상태였고.
제우스는 그런 벼락을 연이어 브라함 쪽으로 뒤틀어 승부를 빠르게 종결짓고자 했다.
“흡!”
브라함은 재빨리 명왕성의 서를 훑으면서 결계를 강화시켰지만, 막강한 제우스의 공세 앞에서는 위태롭게만 보였다.
그렇게 황금색 뇌전이 작렬하려는 순간.
[새로운 참가자가 입장합니다!]
브라함 앞으로 공간이 열리나 싶더니, 연우가 불쑥 나타나 비그리드를 거세게 휘둘렀다.
콰아아앙!
황금색 뇌전은 그들에 닿기도 전에 갈가리 찢겨 나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어딜 방해하……!』
제우스는 난입자가 이블케로부터 익히 들었던 올림포스의 ‘새로운 신왕’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순간 가슴 한편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온 분기에 인상을 팍 찡그렸지만.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 다 아니 그만 나오는 게 어때? 이 판이 방해되어서야 너에게도 좋지 않을 텐데.”
연우는 제우스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그의 뒤쪽을 보며 말했다.
제우스가 이게 무슨 짓이냐며 재차 고함을 치려다, 난데없이 등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눈을 황급히 치뜨며 뒤돌아보았다.
무너진 평원의 하늘 위로, 길쭉하게 공간이 갈라지면서 공허가 훤히 드러났다.
마치 검은 물감을 쏟아부은 듯한 곳.
심연. 그 너머로, 하르모니아가 이쪽을 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 연인의 모습에 브라함은 두 눈을 파르르 떨었고.
제우스는 오래전 천마증을 겪던 자신의 꿈속으로 찾아왔던 존재의 등장에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우와 하르모니아는 오로지 이 세상에 두 사람만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차피 여기서 누가 이긴다고 한들, 마지막 시스템 키가 나한테 있어서야 너희들이 원하는 목적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빼앗으면 되지 않을까요?』
“자신 있나?”
하르모니아의 거대한 눈동자는 살짝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대신에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요?』
“이것, 너희에게 주지.”
연우는 하양에게서 받은 시스템 키를 꺼내 보였다.
순간, 제우스의 눈가에 탐욕이 흘렀고, 브라함은 눈에 이채를 흘리면서 재빨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연우의 태도는 굳건했다.
『…….』
하르모니아에게서는 잠시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연우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듯.
그러다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대가는요?』
“올포원을 잡기 위한 공동 전선. 어떻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