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653화 (653/862)

3화. 스퀴테 (3)

[해당 아티팩트에 대한 정보가 상당수 수정되었습니다.]

[수정된 정보와 추가 공개된 정보에 따라 아티팩트에 상당한 변화가 더해졌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내용을 확인해 주십시오.]

정보가 바뀌는 경우도 있나?

보통 아티팩트는 따로 강화를 하거나, 추가 제련을 하지 않으면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정보가 시스템에 단단히 기록되어 수정하기가 아주 까다로웠던 것이다.

하지만 칠흑왕의 형틀에 이렇다 할 변화를 주지 않았던 연우로서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칠흑왕이 그를 인지하면서 바뀐 것 같은데…… 대체 추가 정보란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바뀌었길래?’

연우는 재빨리 정보 창을 확인했다.

[칠흑왕의 형틀]

분류: 세트

등급: 측정 불가

설명: 태초에서 종말에 이르기까지, 세계 의지를 계승하며 온 우주의 문명과 행성을 다스리던 초월적인 존재들인 ???들의 ‘신’이자, ‘왕’인 〈위대한 아버지〉는 어느 날 자각했다.

‘나는 잠에 취해 있구나.’

위대한 아버지는 이어서 생각했다.

‘나를 잠에 취하게 만든 이들이 있었구나.’

〈위대한 아버지〉는 ???들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자신에게 이런 비루한 꼴을 선사한 천마에게 원한을 품었다.

절망과 비탄, 격노로 이어지는 감정들은 이제 〈위대한 아버지〉를 새롭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이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후계자들에게 보낸 이 형틀은 모두 그를 상징하는 성물(聖物)일지니. 수갑은 영혼을, 족쇄는 죽음을, 항쇄는 어둠을 뜻하는 것으로서 그의 의지를 대신하고 있다.

* 영혼 지배자

소유자가 직접 죽였거나,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모든 영혼들에 강제로 낙인을 찍는다. 이때, 낙인찍힌 영혼들은 소유자의 소유물로 인식되며, 강제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이 낙인은 소멸하기 전까지 절대 벗어날 수 없고, 설사 윤회를 거친다고 해도 소유자의 영향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소유자의 숙련도에 따라 낙인찍힌 영혼의 보유량이 대폭 늘어나며, 때에 따라서는 생전의 힘을 그대로 복구하여 자유의사를 쥐여 주는 것도 가능하다.

* 흑화(黑華)

흑패(黑卦)가 강화된 형태. 귀속된 영혼을 소모해 마력을 칠흑의 속성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칠흑은 암흑보다도 훨씬 더 깊은 근원적인 속성으로서, 태초 이전에 존재한 우주에서만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모된 영혼의 수만큼 속성력도 강화된다. 이때 사용된 마력은 설치된 권역 내에서 시전자를 비롯한 아군에게는 버프 효과를, 적으로 지정된 대상에게는 강한 저주와 공포를 심는다. 이때 랜덤으로 발생하게 되는 저주는 적에게 큰 ‘비극(悲劇)’을 점지할 것이다.

* 공허 가동

세상의 이면, 그곳에서도 또 다른 이면에 속하는 공허를 일부 끌어올 수 있게 된다. 다만, 무질서와 혼돈으로 가득한 공허는 때때로 시전자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대재앙이므로 사용하는 데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아티팩트는 ‘유니크’입니다. 탑에서도 오로지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타인으로의 거래나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기능 중 일부가 봉인되어 있습니다.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일부 열람할 수 없습니다.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만 권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한 세트(3/3)

-절망: 절망에 빠진 영혼을 지배할 수 있다.

-비탄: 비탄에 잠긴 죽음을 손에 쥘 수 있다.

-격노: 격노로 흔들린 어둠을 다스릴 수 있다.

***현재 연결된 아티팩트(2/2)

-회중시계: 옛 사도, 크로노스의 ‘시계의 태엽’과 직접 연결되어 ‘작은 굴레’를 움직이게 한다.

-비그리드: 옛 사도, 크로노스의 ‘죽음의 태엽’과 직접 연결되어 죽음의 개념과 지배력을 강화한다.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내용들.

‘모든 설명이 1인칭…… 칠흑왕의 시점으로 서술이 바뀌었다.’

전부 3인칭으로만 되어 있던 이전의 설명이, 이제는 〈위대한 아버지〉라는 주어를 내세우면서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타계의 신들이 칠흑왕을 저런 식으로 불렀었지.’

그렇다면 칠흑왕을 배신했다고 하는 ‘???’란 존재들은 타계의 신을 말하는 걸까?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죽음의 신과 악마들이, 그들처럼 똑같이 칠흑왕을 추종하는 타계의 신들을 배척하는 이유도 밝혀진 게 없고.’

천마의 탄신(誕辰)과 함께 우주가 질서와 무질서, 균형과 혼돈의 축으로 분리되면서 칠흑왕의 추종 집단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난 게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지만. 그건 여전히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할 뿐, 정확한 내막은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러니 연우는 ‘???’가 타계의 신이나 죽음의 신과 악마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제3의 세력일 수도 있고, 아직까지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은 다른 개념신이나 고대신 중 일부가 해당될 수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칠흑왕이 완전히 깨어나 세상이 한 차례 종말을 맞고 난다면, 그들도 거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것.

여태껏 연우가 보았던 칠흑왕은 절대 원한을 잊을 존재가 아니었다. 개념으로만 이뤄져 있다고 해도, 그 중심에는 거대한 의지가 격노로 꿈틀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세 개의 형틀이 가진 이름처럼.

‘이건 아마도 칠흑왕이 그만큼 깊은 잠에서 깨어나 의식을 조금씩 차리고 있는 증거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형틀의 어떤 정보는 강화되었고, 또 어떤 것들은 생략되거나 다른 것과 통합되어 있기도 했다.

사라진 〈제1천의 영〉과 〈사자 소환〉 옵션이 그랬다. 〈영혼 지배자〉 옵션과 합쳐져서 그런 것일 테지.

그 외에 물음표로 표시되던 등급도 아예 ‘측정 불가’라고 낙인이 박혔고, 망령이란 단어도 전부 영혼이란 단어로 대체되어 있었다. 그만큼 이제 강제로 취할 수 있는 영혼의 질이 달라졌단 뜻이겠지.

이전에는 망령을 영혼의 등급으로 올리기 위해서 그만큼 상당한 양의 망령을 소모해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시의 바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칠흑왕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건 기정사실이야.’

그리고 올포원을 베고 나면. 탑이 부서지고 나면, 잠에서도 완전히 깨어날 테지.

연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한의 샘’에 도착하였습니다!]

* * *

[플레이어, ###으로부터 ‘아다만트 X?’가 도착하였습니다!]

“……진짜 왔나?”

칠흑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어둑한 세계에서.

아나스타샤는 항상 데리고 다니던 시동도 없이, 홀로 곰방대를 뻐끔뻐끔 피우다 말고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환한 빛무리와 함께 바닥에 나타나는 아다만트.

얼마나 많은지 사람의 키 높이보다도 훨씬 높게 쌓여 있을 정도였다.

한때 아다만트를 애지중지하며 다뤘던 그녀로서는 이렇게나 많은 양을 처음 보는 것이라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아다만트가 우주적으로 귀한 광물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과연 바이 더 테이블이라고 해서 이만한 양을 한 번에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다만틴 노바를 만들기 위해서 발이 땀띠가 나도록 뛰어다녔던 지난 수백 년간의 고생이 허망해지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역시 크로노스의 아들답다고 해야 할는지.

한때 올림포스에서 레아의 수족으로 살았던 그녀로서는 크로노스의 수완 아닌 수완(?)을 잘 아는 터라,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기도 했다.

크로노스의 핏줄이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이미 그녀도 연우에게 한 차례 당한(?) 전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아나스타샤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팼다.

‘대체 이 알림 메시지는 언제 끝나는 거지?’

[‘칠색광(七色鑛) X?’이 도착하였습니다!]

[‘엘레르 모스코븀 X?’이 도착하였습니다!]

[‘플레티넘 다이트 X?’가 도착하였습니다!]

……

[‘발레리아 강(鋼) X?’이 도착하였습니다!]

……

대체 어디서 얼마나 많은 금속들을 뜯어 온 건지.

더구나 아다만트에 이어 도착하는 금속들도 하나같이 손에 꼽히는 희귀품들이었다. 그것도 질이 아주 좋은 것들. 어디 창고라도 턴 걸까.

‘더 이상 깊게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어.’

생각을 깊게 해 봤자 어차피 머리만 지끈거릴 뿐, 득이 될 건 하나도 없을 거란 생각에 그냥 궁금증을 묻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놈은 또 어디서 누굴 공갈 협박했기에 이런 걸 이만큼이나 구해 와?”

한편 아나스타샤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헤노바는 기가 찬다는 얼굴만 하고 있을 뿐, 별다른 추가 감상평 없이 망치를 쥐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우는 77층 공략을 시작하기 직전, 아나스타샤와 헤노바에 따로 연락을 넣어 스퀴테 제작에 필요한 준비를 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였다.

헤노바로서는 2년 동안 말도 없이 깜깜무소식이던 놈이, 갑자기 얼굴도 내비치지 않은 채로 또 명령질만 해 대는 게 영 마땅치 않은 눈치였지만.

그래도 지난 인연이 인연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툴툴거리면서도. 그의 눈가는 한창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연우와 차정우를 돕는 것도 돕는 것이지만, 그보다 퀴네에와 현자의 돌에 이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만들었던 것이다.

“스퀴테라, 스퀴테! 탑이 생성되기도 이전에 신왕이 사용했다던 무구를 직접 이 손으로 제작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걸!”

그때, 헤노바와 같이 앉아 있던 근육질의 사내가 가볍게 콧숨을 내쉬며 주먹을 꽉 쥐었다.

마프.

탑 내에서 ‘명장’의 칭호를 달고 있는 4대 명장 중 한 명으로서, 광석을 다루는 솜씨로는 헤노바와 함께 선두를 달리는 존재였다.

평상시 외부로 모습을 비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헤노바와 인연이 있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상태였다.

그 역시 신물을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는 눈치였다.

이외에도.

“스승님,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빅토리아가 딱딱한 얼굴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며 물었다. 스퀴테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질 좋은 아다만틴 노바를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린바. 그 때문에 극도로 긴장했던 것이다.

그녀의 옆에 키클롭스 3형제도 같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브라함과 연우를 제외한 명장들이 모두 모인 자리. 그리고 하계와 천계를 통틀어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

그들의 지휘자 역할을 맡은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앞서 말했듯이, 스퀴테는 단순히 제련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니라, 각 신물과 성물들이 정해진 설계도에 따라 정교하게 조합되어야만 작동되는 기계 장치에 가까운 것이야. 각자가 맡은 파트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아나스타샤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이전 스퀴테가 탄생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몇 번씩이고 신신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 알려져 있기로, 스퀴테는 신왕 크로노스를 상징하는 대신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의 일부에 불과할 뿐.

사실 스퀴테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마저도 뛰어넘는 영물(靈物)에 가까운 ‘존재’였다.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올림포스의 신들이 직접 신왕의 위대함을 노래하기 위해, 자신들의 절대적인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서 바친 신왕의 상징물이기 때문이었다.

당대 올림포스를 상징하던 모든 신물들을, 아니, 올림포스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곳곳에서 얻어 낸 여러 사회들의 진귀한 신물과 보구들을 한곳에 모으고.

각각의 성질들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보완할 수 있게, 나아가 증폭할 수 있게 구조를 짠 회로 위에 올려 연결시키며.

이를 무기의 형태로 몇 번씩이나 압축시키고, 수백 개의 심상 결계를 설치해 완성한.

최고 신력(最高神力)을 담은 막강한 신능 기구(神能器具).

스퀴테는 의사만 가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그 자체로 최고신에 버금가는 뛰어난 격(格)을 지닌 신기(神器)였다.

오죽하면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이 크로노스의 자리를 찬탈한 뒤, 새로운 주인을 거부한 스퀴테를 두려워한 나머지 조각조각 내어 전 우주에 뿌려 버렸을까.

그것을 온전히 복구하는 것이니,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난 무구를 제작하려는 것이니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위대한 업적을 그들의 손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럼, 시작하지!”

아나스타샤의 외침에 따라, 그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로 움직여 작업에 돌입했다.

지금부터 각자가 만든 ‘부품’들은 저절로 연우의 신성(神性)과 신성(神聖)이 깃든 신물이 될 것이고, 그것들이 비그리드를 중심으로 모여 스퀴테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니 만약 ‘부품’이 단 하나라도 이상이 있거나, 불량이라면 스퀴테 제작은 끝장이었다.

그런 건 그들의 명예상, 그리고 자존심상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화르르륵!

명장들이 위치한 연우의 성역은 다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에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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