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696화 (696/862)

21화. 알 (4)

차정우는 재빨리 드래곤 슬레이어를 높이 들어 녀석에게 대항하고자 했다.

그 순간.

[‘낮(에로스)’의 후계자가 찬란한 빛을 드러냅니다!]

번쩍이는 빛무리와 함께 새하얀 서광(賢光)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칼날에 맺혔다. 원래 그를 상징하던 시그니처 스킬, 〈빛의 파도〉에 영적으로 연결된 고대신들의 신력이 깃들면서 더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차정우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허공에다 거세게 휘둘렀다. 그러자 공간이 타들어 가는 듯한 엄청난 마찰열과 함께 새하얀 서광이 세상을 가득 뒤덮었다.

여태껏 온통 칠흑으로만 뒤덮여 있던 세상에 태양이라도 내려앉은 듯한 광경이었다.

콰릉, 콰릉, 콰르르릉-

그리고 그러한 태양에서 삐져나온 뇌기는 삽시간에 하늘을 가득 뒤덮으면서 이쪽으로 날아들던 타계의 신을 단번에 뒤덮었다.

아니, 뒤덮은 정도가 아니라, 안쪽으로 아주 깊게 파고들면서 닿는 모든 것을 갈가리 찢고 불살라 버렸다.

크. 아. 아.

아. 파. 아. 파.

꾸우우!

타계의 신은 일정한 형체가 없이, 까마득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저절로 생성된 염(念)이 잔뜩 뭉쳐진 존재.

평상시 이러한 염은 지고한 격과 탄탄하게 쌓인 업이 방벽이 되어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되고 있으나, 문제는 이것을 단번에 부술 정도로 강렬한 파괴력 앞에서는 무력해지곤 한다는 점이었다.

하물며 그 속에 담긴 기운이 벽사(辟邪)와 파마(破魔)의 성질을 띠고 있다면 더더욱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차정우의 사념체는 만통을 통해 연결된 고대신의 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마력 성질을 전부 ‘낮’에 가장 가깝게 바꿔 놓은 상태였다.

당연히 타계의 신으로서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힘없이 바닥에 처박힐 때 즈음에는 몸뚱이의 6할 이상이 부서진 뒤였다.

아. 아. 파. 아.

화르륵!

녀석은 대지에 처박힌 뒤로도 한참 동안이나 새하얀 불길을 태우는 장작 신세가 되어야만 했다.

“……!”

“……!”

“……!”

한편,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플레이어들이며 천계의 신과 악마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밤’에서도 하급으로 분류되는 놈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천계의 존재들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다. 그런 녀석을 단 일 합에 처치하고 말았으니, 놀라울 수밖에.

그 순간, 차정우를 둘러싼 서광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차라리 배광(背光), 아우라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정도였다.

비바스바트가 내뿜던 것보다도 훨씬 찬란하면서도 아름답고,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저절로 불러일으키는 빛.

다만, 차정우는 방금 전의 일격으로 상당한 신력을 소모했던지, 안색이 살짝 파리하게 변해 있었다.

배. 신. 자.

배. 신. 자. 처. 단.

그때, 이쪽 상황을 눈치챈 타계의 신들이 줄지어 달려들었다. 개중에는 다른 타계의 신과 비교도 안 되는 지고한 격을 갖춘 존재도 있었으니.

혼세팔신. 그중 초록빛의 불길로 온통 뒤덮여 있는 괴상한 몰골을 가진 존재, ‘춤추는 녹색 불길’이었다.

[고대신들이 어서 피할 것을 권고합니다!]

혼세팔신은 고대신이 직접 현현한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자들. 특히 춤추는 녹색 불길은 칠흑왕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옆에서 흥을 돋우는 존재라고 알려져 있는 만큼, ‘꿈’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가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쩍 벌어지면서 차정우를 포함한 플레이어들을 대거 집어삼키려는데.

「귀엽고 깜찍한, 토끼 펀치-!」

별안간 바로 옆에서 비음이 잔뜩 섞인 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잔뜩 울리더니, 거대한 토끼 괴물이 나타나 춤추는 녹색 불길의 옆구리를 냅다 후려쳤다.

크와아아!

춤추는 녹색 불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자, 워낙에 덩치가 큰 까닭에 그 곁에 따라 붙어 있던 타계의 신들도 덩달아 같이 날아가고 말았다.

덕분에 휩쓸린 타계의 신들이 모조리 녹색 불길의 희생자가 되어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 내는 와중, 본체로 변신을 마친 라플라스는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토끼 걸음으로 총총 뛰어가다가 춤추는 녹색 불길에게 백태클을 걸었다.

「사랑스러운, 토끼 태클!」

콰콰쾅!

라플라스 앞에 놓여 있던 대장간 지구(地區)가 모조리 쑥대밭이 되면서 춤추는 녹색 불길은 다시 위로 튀어 올랐다.

감. 히.

군. 주. 찌. 꺼. 기. 따. 위. 가.

이번에도 몸뚱이 중 태반이 날아간 춤추는 녹색 불길은 허공에서 재빨리 형상을 갖추면서, 다른 어느 때보다 덩치를 크게 부풀리며 으르렁거렸다.

대기를 따라 살기가 가득 담긴 의념이 마구잡이로 발산되었다. 피조물이라면 누구나 졸도하거나 사망할 만큼 거대한 격이었지만, 라플라스는 붉은 눈을 크게 뜨면서 ‘흥!’하고 크게 소리쳤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이 말하는 극권의 군주는 이미 죽은 지 오래라구용. 그리고 그 업은 제가 다 이었답니당! 여기는 아무도 못 와용!」

라플라스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춤추는 녹색 불길에게로 달려들어 주먹을 거칠게 휘둘렀다.

극권의 군주가 생전에 자랑하던 냉기가 잔뜩 뒤섞인 일격. 그의 말마따나 정말로 극권의 군주가 가진 정통을 그가 계승했다는 증거였다.

[권속 라플라스가 주인 차연우의 신화 중 일부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차용 중인 신화: 극권의 군주]

연우는 크로노스의 신화 속에서 ‘밤’을 접하면서 극권의 군주와 한차례 다툰 전적이 있었다. 그때, 그를 쓰러뜨리면서 빼앗은 신화가 고스란히 라플라스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극권의 군주가 남긴 사념에서 잉태된 라플라스는 전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바. 두 주먹에 가득 맺힌, 냉기로 이뤄진 불꽃은 녹색 불길에게도 상극이었다.

콰콰쾅!

라플라스와 춤추는 녹색 불길 거세게 부딪칠 무렵.

차정우의 주변으로 그림자가 불쑥 올라오면서 연우의 권속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정복, 전쟁, 기근, 죽음으로 대변되는 한령, 샤논, 레베카가 나타나 차정우를 지키고, 그의 머리 위로 공간이 활짝 열리면서 부의 인페르노 사이트가 나타나 마법 결계를 넓게 둘러쳤다.

그 외에도 망자 거인들이 나타나 호위를 서고, 사룡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디스 플루토를 비롯한 다른 권속들 역시 속속 등장하면서 진영을 갖췄다.

『너희들……?』

차정우는 그들에게 연우는 어떻게 하고 그들만 넘어왔는지 물어 보려 했지만, 그럴 겨를이 전혀 없었다.

타계의 신과 혼세팔신이 차례로 등장한 웜홀 너머로, 거대한 눈이 이쪽을 주시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눈에 노출된 순간, 모든 이들은 본능적으로 섬뜩함을 느껴야만 했다.

경계의 거주자.

혼세팔신의 수장이며, ‘밤’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 버. 지. 가. 계. 신. 곳.

배. 신. 자. 가. 있.는 곳.

너. 희. 들. 에. 게.

종. 말.을.

내. 리. 리. 라.

[경계의 거주자가 시선에 노출된 모든 존재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밤(녹스)’가 내려앉습니다.]

그 시선에 노출된 모든 이들의 머리 위로 한순간 새카만 아지랑이가 내려앉았다.

그들의 영혼에는 여러 개의 언령(言靈)이 연속으로 강하게 틀어 박히는 중이었다.

졸도.

둔화.

구속.

미몽.

자해.

부정.

“아아아……!”

『아, 안 돼……!』

『이래서는……!』

랭커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이미 시선에 노출되었을 때부터 죽어 버리거나 졸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평상시 초월자라며 거들먹거리던 천계의 신과 악마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저항했으나 이내 줄줄이 죽어 나가거나, 이어지는 언령에 완전히 속박되어 이지가 흐려지고 말았다.

그러다 마지막 저주인 자기부정(自己否定)에 다다라서는 여태껏 쌓은 신화가 해체되면서 영락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많은 신과 악마들이 불타면서 줄줄 추락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별들이……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끄나풀일 뿐.

경계의 거주자가 진짜 노리고 있는 목표는 차정우였다. 여전히 ‘낮’의 가호를 받고 있는 존재. 그는 감히 아버지를 잠들게 했던 배신자들을 전부 죽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대. 로는. 위험.」

부도 경계의 거주자가 주는 위협만큼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던지, 인페르노 사이트가 잔뜩 일그러지고 있었다.

탑 외 지역의 여러 공간들이 이리저리 찌그러졌다. 곳곳에서 발생한 왜곡장이 수많은 존재들의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짜부라뜨리면서 세계 자체를 파멸 직전으로 몰아갔다.

그때.

[아가레스가 강림합니다!]

하늘에서부터 검은 벼락이 떨어지면서 아가레스가 차정우 앞으로 나타나 경계의 거주자에게 으르렁거렸다.

『내 것에 함부로 손을 대지 마라!』

마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이 위태롭게 굴던 부의 마법 결계를 단단히 떠받쳤다.

[메타트론이 강림합니다!]

[바알이 강림합니다!]

그리고 연이어 메타트론과 대천사 무리들이, 바알과 마왕 무리들이 나타나면서 차정우를 보호하듯이 서니.

『후계자여, 들으십시오.』

『너는 지난 수천 년간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결실이다. 하지만 아직 영글지 않았으니, 지금은 때가 아니다. 물러나!』

메타트론과 바알은 하얗고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경계의 거주가 쏟아 내던 저주를 모두 치워 내고, 차정우를 보면서 소리쳤다.

차정우는 자신을 수호하는 고대신들의 향기가 두 사람에게서도 나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에, 그들 역시 ‘낮’의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이 저곳에 있습니다! 당신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떠날 수 없……!』

『그것이 우리의 뜻이기 이전에 그대의 형이 보인 뜻이라는 걸 아직 모르겠습니까?』

『……!』

차정우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대체 뭐라고……?

『그대의 형은 우리에게 그대를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자신이 시간을 끄는 동안 어떻게든 ‘낮’의 후계자를 지키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목숨으로서 우리들의 후계자를 어떻게든 지키고, ‘낮’의 운명을, 미래를…… 그대에게 걸어 보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메타트론은 엄숙한 얼굴로 차정우에게 말했다.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듯.

『무……!』

차정우는 당연히 반발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낮’과 ‘밤’의 비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그들이 자신에게 미래를 부탁한다는 말을 해도 콧방귀만 나올 뿐이었고, 한평생 자신을 위해 희생하기만 했던 연우를 이대로 버리고 가라는 말에는 화가 잔뜩 났다.

하지만 그는 말을 길게 잇지 못했다. 예상치 못하게 뒷덜미에 가해진 충격에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아난타는 씁쓸한 얼굴로 기절한 차정우의 얼굴을 보다가, 곧 표정을 굳히면서 메타트론과 바알을 바라보았다.

“저흰…… 그럼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거죠?”

『아가레스를 따라가라. 그곳에 ‘낮’을 밝히던 옛 늙은이들이 마련해 둔 안배가 있으니.』

그때, 아가레스가 여전히 경계의 거주자를 노려보다 말고, 이쪽을 홱 하고 돌아봤다.

아난타는 오래전부터 아가레스가 차정우에게 광기 어린 집착을 보였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영 못 미더워하는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었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영감.』

아가레스는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바알을 불렀다.

『왜 그러냐?』

『살아남아. 이 몸이 그 자리를 완전히 찬탈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난 공석에 그냥 앉을 생각 따윈 추호도 없으니까!』

『흥! 애송아, 네가 이 자리에 앉으려면 아직 백만 년은 이르다.』

『늙어 빠져도 쿠키나 찾는 주제에……!』

아가레스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바알과 티격태격했지만, 다른 마왕들은 모두 익숙하다는 듯이 개의치 않아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아가레스는 도중에 입을 꾹 다물며 바알을 한껏 노려보다, 끝내 아난타 등 쪽으로 움직였다.

『가지.』

그렇게 아가레스와 동마왕군이 길을 뚫는 사이, 차정우를 업은 아난타와 세샤를 품에 안은 갈리어드가 곧장 뒤를 따랐다.

디스 플루토가 후방을 지키고, 망자 거인들이 좌우에 서서 접근을 시도하는 타계의 신들을 물리 쳤다. 하늘에서는 두 마리의 사룡이 브레스를 잇달아 뿌리면서 공중전에 대비했다.

연우의 권속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던 아르티야의 멤버들과 산하 조직들의 생존자들, 그리고 올림포스도 그 속에 섞였으니. 외뿔부족도 어느새 그들 무리에 있었다.

* * *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 주변으로 갖가지 이펙트가 만발하면서 탑 외 지역도 빠른 속도로 붕괴되어 갔다.

바알은 그렇게 빠져나가는 이들을 한참 동안이나 지켜보다,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저 말도 더럽게 안 듣던 놈이 사라지니 속이 다 후련하군.』

하지만 그는 말투와 다르게 어딘지 모르게 조금 씁쓸해 보였다.

그리고.

그건 메타트론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후회하지는 않으십니까?』

『후회? 무슨 후회?』

『저와 함께 이곳에 저물기로 한 결의 말입니다. 당신이 쌓은 신화는 여전히 아주 높고, 이룬 결과물도 상당합니다. 이대로 놓아 버리기엔 아깝진 않으십니까?』

『아쉽긴. 이제야 좀 쉴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은데. 사실 그동안 좀 지쳤었거든.』

바알은 뒷주머니에 꿍쳐 두었던 쿠키를 한가득 꺼내 입안에다 털어 넣었다.

와그작. 부스러기가 입 밖으로 쏟아졌지만, 당이 돌아서 그런지 정신이 어느 때보다 맑았다.

『천마 놈이 했던 말이 맞아. 구세대는 구시대로. 새로운 시대는 그네들에게 맡기는 게 옳지.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책임감이 아니야. 그냥 노망이지.』

『동감입니다. 비록 지금은 ‘낮’이 아주 잠깐 내려앉아 ‘밤’이 찾아온다지만, 결국 다시 해는 뜨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메타트론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오. 릭. 스.

샤. 발. 리. 오. 스.

경계의 거주자는 계속 시야를 가리던 대천사와 마왕들을 물리치고, 눈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로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행사를 방해하기만 하는 두 존재를 굽어다 보았다.

배. 신. 자. 들.

『배신자라…….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만, 아둔한 이를 따르는 멍청이들이 그렇게 말해서야 자신들이 얼마나 머릿속이 텅텅 비었는지를 말해 줄 뿐이잖습니까?』

메타트론은 평상시와 다르게 비소가 잔뜩 섞인 힐난을 경계의 거주자에게 던졌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콰르르르-!

[‘낮(에로스)’과 ‘밤(녹스)’이 재차 충돌합니다!]

[아마겟돈이 진행 중입니다!]

대천사와 마왕들로 이뤄진 ‘낮’이 하늘로 떠올랐다.

서광과 칠흑이 뒤섞이다가 폭발을 계속 반복하고, 그 뒤로 세계가 무너지면서.

모든 것이 암전(暗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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