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703화 (703/862)

3화. 동면(冬眠) (3)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게이트 수준을 7성으로 격상한다니?”

탐사대보다 24시간 늦게 입장했던 채집반은 갑작스러운 연락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7성 격상!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딱 한 가지였으니.

‘타계의 신이 나타났다고……? 대체 왜 여기에?’

아무리 이곳 던전이 여태껏 언클로징으로 남아 있었다고 해도, 그동안 꾸준히 마력 측정은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10년째 계속 4성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고, 주기적으로 안전 확인반의 확인 작업도 꾸준히 있어 왔다.

애당초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이 되었다면, 채집반의 투입이 더 미뤄지거나 탐사대의 전력을 더 보강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으니.

물론, 지금 앞서 움직인 탐사대의 전력이 약한 건 아니었다.

선발대의 경우에는 S급이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A급으로 분류되는 최정예들이었다.

어딜 던져 두더라도 언클로징을 클로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력이었지만.

문제는 타계의 신 앞에서는 전부 무용지물이라는 점이었다.

어쨌거나 신격이 아니던가.

인간으로서는 감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타계 신의 사념 중 일부만이 강림했던 아프리카 남부 지역이 죽음의 땅으로 변해 지금은 생명체 하나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 되고 말았을까.

“채집반은 모두 여기서 이동을 멈춘다! 정찰조는 어서 게이트로 향하는 길목을 확인해!”

채집반장 우성현은 오랫동안 업계에서 짬밥을 먹은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빠르게 퇴로를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게, 게이트가 유실되었습니다!”

“뭐?”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정찰조의 무선 통신을 받은 통신병이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채로 올린 보고는 채집반을 집단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말았다.

“젠장! 게이트 캔슬링인가!”

게이트 캔슬링. 지구로 향하는 문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했다.

간혹가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지구와 던전 간에 이어지는 차원로(次元路)가 왜곡장에 의해 크게 뒤틀려 게이트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선발대가 시련을 빨리 클리어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을 텐데?”

하지만 타계의 신이 나타난 이상, 녀석의 눈을 피해 시련을 무사히 완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 안 돼……!”

“민영아! 엉엉. 우리 민영이 혼자 남아서 어떡해……!”

“엄마! 아빠!”

채집반의 사람들이 전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렸다. 그들로서는 돌아갈 고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으니.

그들을 다독여야만 하는 우성현도 반쯤 넋이 나가 어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그들은 미처 보지 못했다.

스르륵!

방금 전까지 그들 틈에 섞여 있던 김범승이 조용히 공간에 파묻혀 사라지는 것을.

* * *

[히든 퀘스트 / 칠흑왕의 꿈]

설명: 칠흑왕은 세상 그 누구도 짐작하기 힘든 아주 오랜 옛날부터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꿈’을 통해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칠흑왕은 깨어날 방법을 찾는 데 성공하였고, 그것을 위한 수단(자아)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를 점지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나긴 잠이 계속 이어졌고, 여러 번의 기지개와 잠꼬대를 통해 드디어 조금씩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완전한 ‘꿈’에서 벗어나는 데는 실패해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이곳 근처 어딘가에서 깊이 자고 있을 칠흑왕의 자아를 찾아 잠에서 깨우고, ‘미몽’을 ‘자각몽(自覺夢)’으로 바꾸도록 하세요.

달성 조건:

1. 깊이 잠든 칠흑왕의 자아를 찾으십시오.

2. 자아를 찾아 깊은 잠에서 깨워야 합니다. 단, 그 주변은 방어 기제로 알 수 없는 트랩들이 설치되어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3. 흐릿한 자각몽을 완성해야 합니다.

주의점:

1. 칠흑은 아주 깊습니다. 또한, 잠은 전염되기 쉬운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아의 옆에서 똑같이 잠에 들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오.

2. 또한, 현재 당신보다도 먼저 자아를 찾고자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가 먼저 자아를 찾을 경우, 처음과 달리 자아의 상태에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

제한 시간: 게이트 붕괴 전까지

보상:

1. ???

2. ??? + ???

‘확실해! 이건 분명히 삼촌이 이 근방에 있다는 뜻이야!’

세샤는 숲을 가로지르는 내내, 크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몇 번씩이나 숨을 가쁘게 쉬어야만 했다.

라플라스의 말대로 정말 이곳에 연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오홍홍! 그러니까 제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용. 여기에는 분명히 우리 주인님이 계시다공.」

라플라스는 마치 자신이 찾기라도 한 것처럼 껄껄 웃어 댔다. 그녀의 그림자가 크게 출렁이는 게 보일 정도였다.

「거기다 저렇게 길잡이도 있고. 매번 허탕만 치다가 이렇게 한번 된다 싶으니까 일이 계속 술술 풀리네용.」

라플라스가 말하는 건, 저만치 앞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타계의 신이었다.

얼룩덜룩한 색을 가득 담고 있지만, 마치 가오리를 연상케 하는 생김새. 눈으로 예상되는 부위가 수십 개나 수시로 움직이면서 지상을 면밀히 살피는 모양새는 끔찍하게 보일 정도였다.

실제로 비위가 약한 플레이어들 중에는 타계 신의 외양을 묘사한 것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으니.

하지만 세샤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근육질 스킨헤드 바니 보이라는 해괴한(?) 취향을 가진 존재와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제는 그렇겠거니 하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혼돈의 흔적을 쫓고 있는 것 같은데…… 아주 유용한 레이더네용. 주인님을 찾고 나면 바로 뒤통수 쳐서 날려 버리면 될 것 같아용.」

뒤통수를 친다는 말을 참 어렵지 않게 한다는 생각에 세샤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헛웃음을 흘 리고 말았다. 어렸을 적에 샤논과 같이 놀면서 불렀던 노래가 언뜻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추억은 잠시 묻어 두고, 진지하게 물었다.

‘근데 그게 쉬울까? 보니까 거의 외신 급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새 잊으셨나 보네용.」

‘……?’

「저 라플라스에용. 극권의 주인을 잇는 혼세팔신이랍니당. 마해의 왕이기도 하구용. 저런 건 제 귀엽고 깜찍한 펀치 한 방이면 꼴까닥이라구용!」

‘하지만 그건 너프되기 전이잖아.’

당연한 말이지만, 권속이 주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힘의 근원에서 멀어지는 데다가 보충할 시간도 적어진다는 뜻일 테니까.

라플라스가 그러했다.

연우의 권역이라면 모를까, 영체로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그가 태어난 마해나 ‘밤’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곳이 아니던가. 소모된 힘을 보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라플라스는 가진 전력에도 불구하고, 차정우와 함께 떠나지 못하고 지구에 남아야만 했고, 그 와중에도 세샤의 그림자에서 머무는 시간이 아주 길었다.

현신해 있는 것만 해도 상당한 힘을 필요로 하니, 그것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럼 사랑스러운 토끼 태클까지 더해야죵. 홍홍홍!」

하지만 라플라스는 전혀 걱정이 없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무슨 생각이 있는 거겠지. 세샤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굳이 깊게 캐묻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타계 신의 이목에 잡히지 않고, 몰래 뒤를 쫓는 데만 집중하기에도 바빴으니까.

다만, 그만큼 문제도 있었다.

[독이 감지되었습니다!]

[독이 감지되었습니다!]

……

[권속 ‘라플라스’의 도움으로, 권능 ‘무채독’이 발동하여 독이 중화되었습니다.]

[현재 감지된 독은 ??? 입니다.]

[???에 대한 내성이 생겼습니다.]

‘독성이 계속 더 짙어지고 있어.’

대기 중에 섞여 있던 독기가 상당히 지독했던 것이다. 거기다 숲의 중심 지역으로 갈수록 독기는 더더욱 노골적으로 짙어졌으니.

그녀야 라플라스의 도움으로 독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다른 탐사대원들은 모두 전멸을 면치 못할 정도로 독했다.

‘거기다 발도 갈수록 깊이 빠지고. 근처에 늪이라도 있는 걸까?’

이곳 던전의 이름을 생각해 보면 분명 ‘늪’이라는 게 있을 것 같긴 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목적지에 거의 다 가까워진 것 같은데…….

그러던 그때.

꾸우우웅-

갑자기 녀석이 잘 날다 말고 도중에 멈췄다.

세샤도 재빨리 근처의 거목 뒤쪽으로 몸을 숨기면서 그림자를 코밑까지 끌어 올렸다. 라플라스의 기운이 그나마 남아 있던 기척도 모두 지워 냈다.

‘늪이잖아?’

빽빽하게 늘어선 가시나무 너머로, 끝도 없을 정도로 넓게 이어진 늪지대가 보였다.

아니, 저걸 두고 ‘늪’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칠흑보다도 더한 어둠이 울렁이고 있었다. 기포가 마구 끓고, 그 위로 파도가 넘실대면서 수증기를 마구 뿜어 댔다.

이렇게 멀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이고,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건 대체……?’

[‘칠흑의 늪’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최초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룬 ‘칠흑 세례’의 가호가 더해집니다.]

세샤는 명예의 전당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업적을 세운 이들에게만 자동으로 주어진다는 ‘최초 업적’의 보상을 받고도, 전혀 그쪽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홍홍홍.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근원적인 곳으로 온 것 같은데용?」

‘그게 무슨 말이야?’

「저도 어렴풋하지만 첫 번째 왕에게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적이 있거든용. 칠흑이 저문 곳, 빛이 빚어진 곳, 세상이 시작된 중 심지에 이러한 ‘꿈’의 잔여물들이 남아 있다구용. 아무래도 여기가 그곳인 것 같아용.」

‘그렇다는 건?’

「저기 어딘가에 주인님이 계시다는 것이겠죵? 예상대로 주인님이 정말 칠흑왕의 다른 인격들과 싸워서 이겼고, 자아가 되셨다면 저곳에 계실 테니까용.」

‘안 되셨다면?’

「못 되셨다면…… 뭐, 그냥 다 같이 종말로 다이빙이겠죵.」

‘…….’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용? 주인님만큼 뒤통수 잘 때리는 분도 없잖아용. 아마 칠흑의 다른 마성들도 죄다 통수 갈기고 일어나실 것 같은데에?」

라플라스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말꼬리를 길게 쭉 뺐다. 세샤의 그림자가 크게 출렁였다.

「자, 그럼 여기서 우리가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할……!」

그렇게 라플라스가 강림을 시도하려는데.

이. 곳. 이.

아. 버. 지. 계. 신. 곳.

그. 런. 데.

힘. 이. 약. 해. 보. 여.

자. 아. 만. 남. 아 있.

곳곳에서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린다 싶더니, 갑자기 여기저기서 어둑한 칠흑이 맺히면서 크고 작은 타계의 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몇은 늪지대에서 천천히 일어나기도 했으니. 꿈틀거리는 촉수 사이로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들이 괴기스러웠다.

[‘밤(녹스)’의 일부가 내려왔습니다!]

「……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아주 잠깐 전략상 후퇴를 해야겠는데용?」

라플라스가 살짝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답지 않게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

늪지대에 출몰한 타계의 신은 모두 다섯.

셋은 그저 그런 중·하급으로 보였지만, 나머지 두 마리가 품고 있는 힘이 절대 적지 않았다.

당장 너프된 라플라스로서는 정면으로 부딪치기에 부담스러운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수도 없어.’

세샤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어떻게든 저들의 빈틈을 노리고자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와 삼촌의 권속들을 전부 불러온 뒤 다시 오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겨우 찾은 삼촌의 행방을 놓칠 가능성이 컸다.

더군다나 퀘스트 창도 설명하지 않았던가. 만약 타계의 신이 삼촌을 데리고 가 버린다면, 그 뒤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들을 뚫고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샤로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아직 초월은커녕 탈각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엄마, 아난타만 있었더라도 이런 걱정은 덜했을 텐데.

그런 걱정을 하는 사이.

‘낮’. 오. 기. 전. 에. 끝. 낼.

서. 두. 르. 자.

타계의 신들은 저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누더니, 신력을 응집시키면서 늪지대에 투여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던전이 통째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끈적끈적한 늪지대가 일정한 방향 없이 서로 물고 물리는 파도를 일으키다가, 쫙 갈라진 수면 사이로 무언가를 천천히 토해 냈다.

그것을 본 순간, 세샤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삼…… 촌!’

그것은 연우였다.

정확하게는 검고 붉은 수십 쌍의 날개로 몸을 감싼 채로 곤히 잠들어 있는 연우.

다만, 그는 단단해 보이는 결정(結晶) 속에 들어 있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우의 얼굴은 십 년 전에 헤어졌을 때 봤던 것과 달라진 것 하나 없이 똑같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권속들도 모두 지난 십 년 동안 달라졌지만, 삼촌만 홀로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마음 단단히 잡아용, 애기씨. 여기서 기척이 발각되면 큰일 난다구용!」

라플라스의 경고에 세샤는 흔들리려는 기척을 겨우 추스를 수 있었다.

다. 른. 건. 어. 디.

다만, 세샤와 다르게, 타계의 신들은 연우를 발견하고 나서도, 무언가를 더 찾는지 일대를 쉴 새 없이 물색했다.

나. 중. 에. 찾. 자.

‘낮’. 이. 움. 직.

그. 러. 지.

이. 곳. 은. 폭. 파. 할.

가오리를 닮은 타계의 신에게서 촉수가 뻗쳐 나오더니 연우가 든 결정을 칭칭 감았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정말 연우를 저쪽에 뺏길 것 같아, 세샤는 라플라스와 함께 당장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에! 한 번에 촉수를 자르고 삼촌을 가로채야 해!’

[스킬, ‘용마안’이 결(缺)을 좇습니다!]

그렇게 두 눈에 용마안을 활짝 열어 둔 상태로,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려는데.

“차 양!”

“조심하십시오, 저희가 구해 드리겠……!”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뒤편에서 빅 마운틴과 살왕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급히 뛰어왔다.

「이런 미친! 하필 지금 이럴 때에……!」

라플라스가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두 플레이어들의 목을 치려 했지만.

다. 른. 놈. 이. 있.

벌. 레. 따. 위. 가. 감. 히.

이미 세샤가 있는 것을 확인한 타계의 신들이 일제히 이쪽으로 의식을 돌렸다.

촤촤촤촤-

수천 다발로 이뤄진 촉수가 단숨에 쏘아졌다. 그 순간, 세샤를 보호하고 있던 그림자가 아주 높다랗게 일어나면서 촉수를 튕겨 내고, 동시에 그 위로 라플라스가 나타나면서 거대한 손으로 가장 앞에 있던 녀석을 후려쳤다.

「아주아주 귀여워 죽는 토끼 싸대기-!」

콰아아앙!

칠흑의 늪이 요동칠 정도로 커다란 충격파가 울리는 가운데.

꾸우우웅!

다른 타계의 신들이 응집시킨 신력을 세샤 쪽으로 날렸다. 날카로운 칼바람이 하늘에서부터 소낙비처럼 빗발쳤다. 높이 치솟았던 늪의 일부가 뒤섞이면서 악취가 더 진하게 풍겼다.

세샤로서는 그것을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다른 방향에서도 화염 폭풍이나 눈보라 같은 권능이 잇달아 휘몰아친 까닭이었다.

다급히 결계를 형성했지만, 저렇게 많은 권능 세례 앞에서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할 뿐이었다.

세샤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언젠가 위기 속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던 존재를 애타게 불렀다.

“삼촌!”

애타는 조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그 순간.

콰직!

연우가 잠들어 있던 결정 위로 균열이 잔뜩 퍼졌다.

그리고.

와장창창-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결정이 안쪽에서부터 크게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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