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지구 (6)
퀴리날레의 유산이 왜 탑에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일행들이 필요로 할 때, 바이 더 테이블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면 연관성이 없을 수가 없었다.
‘퀴리날레의 마지막 남은 후예는 어머니였고, 바이 더 테이블은 어머니의 가신이 만든 것이었으니까.’
원래 ‘꿈’을 유예하는 데 성공하고 나면 바이 더 테이블을 찾아갈 생각이긴 했다지만.
연우는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그때.
“그런데 아주버님.”
방주에 대한 연우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난타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른 질문을 던졌으니까.
“우리 그이의 영혼은 어떻게 되었는지 여쭐 수 있을까요?”
연우는 한순간 대답하지 못하고 침음을 삼켜야만 했다.
사실 세샤를 만나고 아난타와 재회했을 때부터 가장 먼저 그 질문을 해 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도 여태껏 묻지 않은 건 연우에 대한 배려일지도 몰랐다.
“세샤.”
“으, 응? 네?”
세샤는 옆에서 케이크를 먹다 말고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시 방에 들어가 주지 않겠니?”
세샤는 아주 잠깐 아난타와 연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 역시 영특하니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 갈 것이란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이니 자신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눈이 마주친 아난타도 그러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세샤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여전히 어른들에게는 아이 취급을 받는 현실이 못내 억울하기도 해서 미련이 남은 얼굴로 두 사람을 돌아봤지만, 연우와 아난타는 이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결국 세샤가 약간 뚱하면서도 걱정되는 얼굴로 방에 들어가고 나서, 연우는 마력을 주변에다 뿌려 보이지 않는 막을 만들었다.
아난타도 그것을 느끼고, 지금부터 연우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쭈뼛 세우면서 연우에 집중했다.
그리고.
“없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
연우는 씁쓸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아직 못 찾은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칠흑 안에는 없었습니다.”
연우는 마성들을 연달아 잡아먹으면서 수많은 ‘꿈’을 꿨다. 그리고 ‘우리’가 되어 살아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연우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게 만든 건, 단 하나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생. 차정우의 영혼을 찾는 것.
칠흑왕은 동생의 영혼을 가지고 뭔가를 저지를 듯한 뉘앙스를 항시 풍겨 댔고, 연우는 그렇기에 스스로 칠흑왕의 인격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들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다면, 동생의 영혼도 결국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니 충분히 되살릴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아예 없다는 표현이 옳았다.
그만한 영혼이 칠흑에 녹아들었다가 어디론가 빼돌려졌다면, 분명히 흔적이 남아 있어야만 했다. 설사 흔적이 없더라도 그것을 본 마성들이 있어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가 한결같았다.
보지 못하였다.
분명히 우리가 갖고 있었으나, 사라졌다.
칠흑 속에 있는 ‘꿈’의 어딘가로 흘러 들어간 것일지도.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란 말인가.
칠흑왕조차 찾지 못하는 영혼의 행방이라니.
애당초 영혼이라는 것이 칠흑에서 비롯되었고, 무의식 세계를 이루는 근간을 칠흑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생사 여부를 떠나, 모든 영혼이 칠흑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니까.
“그럼, 대체 어떻게 되는 거죠?”
아난타의 목소리는 크게 떨릴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연우가 칠흑 속을 헤매고 있었던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가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그녀로서는 간담이 철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차정우의 사념체가 지금 이 시간에도 ‘낮’의 후계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래서 초월을 이루지 못하여 계속 상처를 입고, 그만큼 사념을 조금씩 잃어 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저는 일단 누군가가 훔쳐 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누…… 가요?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요?”
연우는 이번만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런 물증도 확증도 없지만, 의심이 가는 인물은 있었다.
‘이블케.’
당장 연우가 아는 이들 중에 그런 짓이 가능할 만한 자는 그밖에 없었다.
‘탑이 세워질 때부터 허물어질 때까지 전부 관여했고, 시의 바다를 자극해서 종말을 부르고, 칠흑왕이 깨어나는 것까지…… 그 모든 일들에 이블케의 마수가 닿아 있었다. 녀석의 정체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있는 게 분명해.’
그렇기에 연우가 이블케의 행방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는 것이다.
‘미끼가 제대로 물려야 할 텐데.’
연우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아난타에게 물었다.
이블케와 마찬가지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방주, 어디에 있습니까?”
* * *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후! 이제 좀 조용히 퇴역만 남겨 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말년에 이게 무슨 일인지. 그때 현장을 맡으라고 했던 윗선 지시를 그냥 거부했어야 했어.’
이동하는 차 안.
우지훈 준장은 새카맣게 칠해져 바깥이 보이지 않는 차창을 보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 쉬었다.
포탄이 떨어져도, 아니, 듣기로는 레서 드래곤이나 드레이크 같은 하위 용종이 브레스를 뿜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탄탄하게 설계되었다는 리무진.
원래대로라면 대통령이나 국무 총리 같은, 의전 서열이 높은 이들이 탈 만한 것이었지만.
지금 우지훈 준장에게는 이동용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탄탄한 만큼,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내부에서도 절대 문을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가 타고 있는 차는 ‘자유를 위한 세계 각성자 협회(World Player Council for Freedom, 약칭 WPCFF)’ 혹은 ‘협회’라고 더 많이 불리는 UN 안전 관리국 산하 국제기구의 소유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협회의 한국 지부 쪽으로 끌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평상시처럼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던 길에 갑자기 정체 모를 낯선 리무진 한 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우지훈 준장은 자신들과 함께 가자고 말하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겉보기엔 아주 정중해 보여도, 자신에게는 그것을 거절할 힘 따윈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군에서 큰 권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별’이라고 해도, 초국가적·초법적인 권한을 지녔다는 말까지 도는 협회를 대상으로 배짱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내가 잘못한 것도 없지만 말이야.’
우지훈 준장은 협회에서 왜 자신을 찾는 거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그때마다 요원들은 앵무새처럼 ‘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지훈 준장은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마 전에 자신이 현장 지휘를 맡았던 언클로징 게이트, ‘까마득한 태곳적의 늪지대’의 브레이크 사태에 대해 정확한 내막을 듣고 싶은 거겠지.
아무리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이며 부하들의 보고가 있다고 해도, 직접 현장 지휘관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정확하지는 않을 테니.
‘그러고 보니 당시 게이트 브레이크로 인해 상당히 시끄럽긴 하지…….’
정확하게는 그냥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전세계 곳곳이 들썩일 정도였지만.
물론,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간 속보로는 ‘빠른 조기 대처’를 운운하면서 큰 폭발은 있었을지언정, 몬스터 웨이브는 미연에 차단하여 공략대와 채집반을 모두 구출했다는 식으로 발표가 되었지만.
협회를 비롯해 각국의 정보국들은 이번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였다.
처음으로 나타난 칠흑색의 오로라. 그리고 거기서 나타난 두 명의 신적인 존재들.
특히 그중 한 명이 올림포스의 옛 주신, 제우스이거나 그와 관련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았을 때에는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그만한 언터처블이 나타났다면 장난으로라도 국가 하나가 지도상에서 지워질 수 있을 텐데, 심지어 두 개체나 나타난 셈이었으니.
협회로서도 긴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테지.
‘어쩌면 국정원에서 나를 데려가기 전에 먼저 입을 봉해 두려는 것일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어 끌려가긴 싫었건만. 흠……!’
우지훈 준장의 미간에 골이 살짝 깊게 팰 무렵.
“도착하셨습니다.”
한참이나 어디로 이동하는지 모르게 움직이던 리무진이 처음으로 정지했다. 선글라스를 쓴 요원이 문을 열어 주며 밖으로 안내하자, 우지훈 준장도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나섰다.
소싯적에는 국제연합군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특수 부대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도 있던 그였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배짱보다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안가(安家)인가? 아니, 그러기엔 또 너무 크기가 큰데. 군사 보안 시설이로군.’
아무래도 미군이 관리하는 구역에 있는 곳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우지훈 준장은 요원의 안내에 따라 시설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나고 말았다.
‘저 사람은…… 조슈아?’
그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조슈아 T. 브라이언.
협회장의 오른팔로서, 협회 창설 초창기에 그들의 지배를 거부하고 각지에서 사고를 치기 바쁜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여 그들을 전부 협회에 강제로 소속되게 만든 일등 공신.
당연한 말이지만, 그 과정이 단순히 설득과 회유만으로 이뤄졌을 리 만무했으니. 꽤나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그의 손에 목이 꺾여야만 했다.
문제는 그가 권력을 잡고 있는 지금도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여러 범죄 조직들이 제멋대로 날뛰지 못하는 이유도 그가 있기 때문이었으니.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그를 가리켜 ‘사냥개’라고 불러 댔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비하적인 의미로 쓰이는 은어였을 뿐. 국제 사회의 일반 시민들은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곤 했다. 우지훈 준장도 그런 시민들 중 한 명이었고.
다만, 우지훈 준장은 이렇게 눈 앞에서 조슈아를 보게 되자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슨 눈빛이 저렇게도 흉흉한 건지. 한창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때에 그의 밑에 있던 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전쟁의 여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더니……. 확실히 기백이 남다르군.’
조슈아가 묵묵히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MR. Woo?”
우지훈 준장은 조슈아의 손을 맞잡으면서 영어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조슈아.”
조슈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타지 생활을 오래 했던 터라.”
“국제군의 비밀 작전을 지휘한 경험이 풍부하고, 아프리카에서는 그 유명한 ‘카인’을 양성하기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주 겸손하시군요. 예상했던 것과 인상이 다르셔서 많이 놀랐습니다.”
‘이미 내 뒷조사는 싹 다 마친 모양이로군.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우지훈 준장은 입맛이 썼지만, 내색하지 않고 살며시 웃었다.
“부하 사병들이 열심히 뛴 것에 제가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지요. 전부 허명일 뿐입니다.”
“인품까지 훌륭하시군요. 미스터 우 같은 분을 이렇게 홀대하시고. 음! 한국이 생각보다 인재난이라고 들었는데, 이유를 알 것 같긴 하군요.”
타인이 무작정 띄워 주는 것에 일희일비할 나이는 지났기에 우지훈 준장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도리어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세상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던 유명 인사가 이렇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내 목격담을 듣고 싶어서 부른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우지훈 준장이 늙은 이 순간까지도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감’이었다.
반드시 어떤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감.
그리고 수많은 위기가 있었던 아프리카에서 그 감은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저를 이곳에 부르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성격이 급하신 분이시로군요. 저도 차라리 그게 편하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MS. Christie, 화면을 띄워 줘.”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패드를 조작하자, 그들의 머리 위로 커다랗게 떠 있던 스크린이 어떤 화면을 비췄다.
그것은 우지훈 준장에게도 낯이 익은 장면이었다. ‘까마득한 태곳적의 늪지대’가 게이트 브레이크를 일으킨 뒤에 일어난 폭발.
마치 핵이라도 터진 것처럼 평방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이 먼지구름으로 뒤덮이고, 수백 미터나 되는 버섯구름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연쇄 작용으로 발생하는 화염과 뇌전 폭풍까지.
“이건 저희 측 인공위성 AP-17이 측정 불가의 마력장에 의해 붕괴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입니다. 미스터 우도 보셨을 광경이지요. 그리고.”
신호를 받은 크리스티가 다시 패널을 조작하자, 검은 버섯구름의 끝부분으로 화면이 확대되었다.
거미줄처럼 수많은 갈래로 퍼져 나가는 뇌전 폭풍의 위쪽으로 두 개의 뇌기가 하늘 높이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력장 때문인지 초점이 크게 흔들렸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두 언터처블!’
우지훈 준장은 폭발 당시에 자신이 목격했던 것이 화면으로 담겨 있자 크게 눈을 뜨고 말았다.
“초점이 많이 흔들렸지만, 이렇게 아주 운이 좋게 언터처블을 촬영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 촬영본은 협회 내에서도 극비로 취급되는 비밀 자료일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럼없이 바로 보여 주었다는 것은 지금부터 꺼낼 말이 본론이라는 뜻일 터였다.
“언론에도 암암리에 퍼졌다시피 언터처블 중 한 명은 올림포스의 옛 주신, 제우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저희 측도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검붉은 뇌기를 다루는 존재에 대한 것은 알려진 바가 전혀 없어 각국의 정보국이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입니다. 조슈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뒷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저희는 이 언터처블에 대한 마력장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우연찮게 아주 오래전에 입수했던 첩보를 하나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게이트가 생성되기 전, 탑이 있을 시절에 최초로 신이 된 인간이 지구인이다’는 것이었지요.”
“그, 그게 사실이오?”
우지훈 준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놀라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탑’은 게이트가 열린 이후에 도시 전설처럼 떠돌던 풍문이었다. 일반인들에게까지도 널리 알려진. 그런데 그게 실제로 있고, 인간이 신이 된 케이스가 있었다고?
인간이 신이 된다니.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그가 두 언터처블을 목격했을 때 떠올렸던 생각.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실종된 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 본 결과, 이 언터처블은 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스크린 위로 수많은 얼굴들이 지나가다가 한 사람의 사진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옆쪽 스크린에 있던 확대된 언터처블과 이목구비가 겹쳐지면서 ‘SAME’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 우지훈 준장의 눈에는 영어로 된 닉네임과 한글로 된 성명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Code Name: Cain.
차연우.
“현재는 탈영병의 신분이라지요? 저는 이자를 저희 협회에 소속시키고자 합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우지훈 준장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