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아수라장 (6)
그 순간.
“아, 아아악!”
“이게 뭐야……!”
“해일이다! 도망쳐!”
“도망칠 수가 없……!”
연우는 사방 각지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수많은 말들을 들을 수, 아니, 감지할 수 있었다.
강한 공포와 두려움에 절은 사념들이 그의 감각을 쿡쿡 쑤셔 놓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의 충격파로 인해 바다가 거친 풍랑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넓은 범위에 걸쳐 대기가 강제로 밀어 젖혀지면서 강풍까지 불었으니까. 거기다 해저의 지면은 일부 갈라지기까지 했다.
실제로 근방에 있던 섬들은 연거푸 쏟아지는 해일에 완전히 잠기고, 해변 쪽의 도시와 마을들도 때아닌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집이 그대로 쓸려 나가고, 사람들이 도망치다 말고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속출하고 만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어 남태평양에 있는 수많은 군도(群島)들이며,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해변 일대는 물론, 멀리는 일본과 미 서부까지 모두 피해 지역이 되고 말았으니.
제아무리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지성체라고 해도, 자연재해를 훨씬 뛰어넘는 힘을 자랑하는 재앙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한 채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려……!”
제발 살려 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자, 연우는 어떻게든 비마질다라의 공격을 비껴 내고자 했지만.
비마질다라는 그런 연우의 생각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연속으로 검격을 퍼부어 댔다.
뒤로 이어질수록 공세는 더욱 거칠어지고 강해졌다.
쾅, 콰콰쾅-
연우는 이대로 있다간 정말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그냥 일대일로 기량을 겨루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부딪쳐서야 피해만 양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진즉에 초월자들과 싸울 때에는 심상 결계 안에 가둔 채로 부딪치려 했던 것인데.
연우는 마력을…… 아니, 이제는 신력이 된 에너지를 잔뜩 끌어 올리면서,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비마질다라의 검격 사이사이로 나 있는 결을 잇달아 잘라 냈다.
그렇게 검격들이 잘게 부서지면서 무효화하는 것과 동시에.
파앗!
연우는 허공에다 한 발을 거세게 내디뎠다.
그러자 공간이 한껏 접히면서, 그는 진즉에 위치를 포착해 두었던 비마질다라의 뒤쪽으로 나타났다.
[축지(縮地)]
올포원-비바스바트의 시그니처 스킬 중 하나였던 기술.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그의 것이 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보다 훨씬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연우가 수없이 꾸었던 ‘꿈’ 중에는 비바스바트의 신화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살아왔던 세월, 그가 꿈꿨던 생애, 그가 바랐던 소망 따위를 전부 잘 알기에, 거기서 끝없는 단련 끝에 만들어진 시그니처 스킬에 대한 이해도도 그만큼 깊어졌던 것이다.
“호오!”
하지만 비마질다라는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짧게 감탄을 터뜨리면서 몸을 반대로 돌리며 애병 ‘세주품’을 비껴서 올려쳤다.
콰아아앙!
세수품과 스퀴테가 충돌하니, 이전보다 더 커다란 충격파가 번져 나갔다.
딛고 있던 지반이 그대로 눌리면서 수십 킬로미터가 통째로 날아가고, 깊이 파인 균열 사이로 지각 아래에 흐르던 용암이 크게 분출했다.
쿠쿠쿠-
“훨씬 능숙하군. 올포원…… 그 친구는 사실 나로서는 그다지 꺾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작자가 아니었거든. 하지만 그대가 똑같이 사용하니 느낌이 전혀 다르구만.”
비마질다라는 ‘역시 내가 인정한 친구답군’이라고 뒷말을 덧붙이면서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격전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악마들이 침음을 삼킵니다.]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비마질다라를 본 소수의 악마들이 자신들이 지금 헛것을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빕니다.]
[각자의 사회에까지 치닫는 신력과 마기의 향연에 모두가 입을 다뭅니다.]
[신의 사회, ‘멤피스’가 칠흑왕의 자아와 비마질다라의 충돌에 우려를 표시합니다.]
[신의 사회, ‘딜문’이 침묵에 잠깁니다.]
[신의 사회, ‘아베스타’가 침묵에 잠깁니다.]
……
[신의 사회, ‘천교’가 한때 동맹군이었던 칠흑왕의 자아를 유심히 살핍니다.]
비마질다라 역시 천마에 패해 탑에 유폐되어 있을 당시..
악마들은 만약 올포원-비바스바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비마질다라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비록 올포원-비바스바트가 신위 때문에 탑 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의 모든 신앙을 갈취하여 시스템의 화신으로서 군림하고 있다지만.
한평생 수많은 전장을 전전해 온 비마질다라라면 그런 한계를 극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본디 아수라는 억압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성격이 강했으니까.
절교에 존재하는 4명의 아수라 왕 중 3명은 실패하였으나, 유일하게 남은 그만큼은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비마질다라가 올포원-비바스바트와 부딪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애당초 비마질다라가 그를 적수로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눈으로 보기에 올포원-비바스바트는 시스템에 의존한 채로 살아가는 존재일 뿐, 진정한 패자(覇者)로 여기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올포원-비바스바트가 제아무리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일곱 개나 되는 시그니처 스킬을 만들어 내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눈에는 오로지 ‘승리’만을 바라는 편법쟁이에 불과했다.
그러니 세주품을 그런 놈에게 겨누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었고.
올포원-비바스바트 역시 자신에게 도전해 온 이가 아니라면 굳이 싸우지는 않았으니, 두 사람이 부딪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마질다라의 눈에 연우는 전혀 달랐다.
그는 투쟁에 투쟁을 거듭해 오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 않았던가?
물론, 그 역시 편법을 어느 정도 이용한 것은 사실이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가 쌓은 업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도리어 그런 편법을 바탕으로 더 높이 우뚝 서기까지 했으니.
끝끝내 아무도 극복해 내지 못했던 탑마저 부쉈을 때.
칠흑왕이라는 거대한 감옥을 헤치고 나온 것부터가 그의 눈에는 너무나 대단하게 보였다.
그렇기에 비마질다라는 이제 이 세상에서 연우만이 자신과 칼을 겨룰 만한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콰콰콰콰-
비마질다라는 거침없이 세주품을 휘둘러 댔다.
투로나 기예 따윈 전혀 없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막싸움으로만 보일 동작들이었지만.
연우는 그것을 비껴 치고, 끊어 치고, 반격하면서 도저히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을 모두 무시하고 있어.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되지? 무결(無秋)은 아닌…… 결결(缺缺)? 아니면 만결(萬缺)이라고 봐야 하나?’
이 세상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존재들은 피조물이든 초월자든 간에 상관없이 결, ‘어그러짐’을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완전하게 세상의 법칙에 동화된 채로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런 ‘어그러짐’을 하나둘씩 제거함으로써 보다 완벽에 가까워지고, 영혼의 격이 높아질수록 결의 숫자는 극히 적어지게 된다.
그러다 무결(無缺), 어그러짐이 전혀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만이 비로소 시공을 초월한 존재, 황이라 할 수 있으니.
연우가 보았던 천마나 칠흑왕이 바로 그런 존재에 해당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비마질다라는 오히려 그런 결을 너무 많이 지니고 있었다.
오히려 웬만한 피조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많이.
대신에 그는 그런 결을 온통 무시하고 있었다.
보통 존재들은 결에 속박되어 그것을 건드릴 경우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으나, 비마질다라는 결을 아무리 건드려도 타격을 입기는커녕 오히려 더 크게 반응해서 강한 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세주품은 그런 결의 속박이나 한계를 전혀 무시하면서 움직였으니.
오히려 새로운 움직임에 따라 다시 무수히 많은 결이 새롭게 만들어질 정도였다.
마치 이 세상의 법칙에서 그만이 홀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그것을 본 순간.
연우는 비마질다라라는 존재가 쌓은 업과 신화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틀과 한계를 벗어난 존재.
속박이 있다면 그 속박을 부수고, 구속이 있다면 그 구속을 해체하면서 끝끝내 정점에 오른 존재.
그렇기에 무수히 많은 결을 소지하였지만, 그런 결들을 ‘무시’하는 것이 업이 되어 버린 존재였다.
이런 존재라면, 능히 이 세계에 적용되는 모든 법칙을 무시할 수 밖에 없고.
‘신’이니 ‘악마’니 ‘황’이니 하는 잣대로 구분하기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콰릉, 콰릉, 콰르릉-
쿠쿠쿠쿠!
하지만 그렇기에 연우는 조금씩 녀석을 상대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역시 쌓은 업들이 하나같이 기존의 틀과 한계를 부수면서 싸워 나가는 ‘투쟁’에 근거를 두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이곳이 지구라는 점이었다.
지면이 융기하면서 없던 산맥이 생기고, 아마존처럼 넓게 펼쳐진 숲 자락이 밀리면서 사막이 만들어지다가도 하늘에서는 폭우가 잔뜩 쏟아지면서 피어날 리 없는 꽃이 갑자기 황무지 위로 만발하는 등, 기괴한 이상 현상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감지된 바로, 남미 대륙은 이미 수십 갈래로 갈가리 쪼개져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해류가 급격하게 틀어지면서 지표면이 모조리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은 온통 남미 대륙에서 치솟은 가스와 먼지로 뒤덮여 점차 붉게 변하기까지 했으니.
거기다 맨틀이 일부 역류를 일으키기도 하는 등, 이대로 있다간 지구가 정말 모조리 망가질 태세였다.
그나마 그가 비마질다라의 충격파를 전부 자신의 ‘꿈’으로 끌어 당기면서 수용하거나, 간간이 신력을 움직여 ‘자정 작용’을 발동시켰기에 이 정도로 그친 것이지, 이대로 계속 가다간 정말 지구가 부서질 수밖에 없는 판국이었다.
비마질다라는 그저 지구를 그와의 싸움을 위한 전장으로만 여기고 있을 뿐, 지구인들이나 생명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아마 여기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으리라. 그로서는 당장 지금 부딪치는 싸움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고, 유희와 열락만 만끽하면 충분했으니.
그래서 연우는 다른 마경의 주인들과 싸웠을 때처럼, 어떻게든 전장을 자신의 심상 세계로 옮기고자 했다.
화아아!
그림자가 움직였다. 지면에서부터 수십 갈래의 어둠이 치솟아 비마질다라를 감싸 안으려 했으나.
스걱!
그때마다 비마질다라는 세주품을 거칠게 뿌리면서 그림자를 모조리 잘라 버렸다. 심상 세계는 구축되기도 전에 모조리 부서지면서 그를 가두기는커녕 생성도 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이 몸은 전력을 다해서 그대와 부딪쳐 보고 싶은 것이어서 말일세. 어디에 갇힌 채로 칼부림을 해서야 별반 재미도 없잖나?”
연우는 인상을 한껏 굳혔다.
실실 웃어 대는 모습이, 말은 저렇게 해도 연우가 당황해하는 것을 보고 적잖게 즐거워하는 것 같았으니.
비마질다라는 지금 이 겨루기를 단순한 ‘놀이’로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문제는, 실제로 여태껏 빚어진 충돌은 두 사람 모두 전력은커녕 가볍게 칼 놀이를 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점이었다.
[모든 신들이 두 존재의 싸움을 숨죽여 지켜봅니다.]
[모든 악마들이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싸움의 승패에 관해 강한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지구인들을 포함해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초월자들에게는 전부 간담을 서늘케 할 만한 크나큰 충격이었지만.
그 순간.
화아아-
비마질다라를 따라 흐르던 공기가 확 하고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럼 인사는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어디 한번 제대로 해볼까?”
비마질다라가 한쪽 입술을 크게 비틀었다.
[악마의 사회, ‘절교’가 비마질다라가 준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크게 혼비백산합니다!]
[악마의 사회, ‘니플헤임’이 조심하라고 단단히 이릅니다!]
……
세주품을 따라, 칼날을 따라 마기가 단단히 응집되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마(魔)란 마는 전부 끄집어 올려 단단히 압축시킨 것 같은 형태.
그건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격동케 만들고, 저절로 마도로 접하게 만들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검은 구비타라〉
연우는 그것이 언젠가 비마질다라가 자신에게 주었던 권능의 최종기(最終技)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것을 그냥 내버려 뒀다간 아무리 충격을 ‘꿈’으로 흡수한다고 해도, 지구는 물론 태양계까지 전부 날아갈 터였다.
[검은 구비타라]
결국 연우는 자신도 똑같이 권능을 발현해야만 했다.
이 역시 ‘축지’처럼 ‘꿈’을 통해 재해석하면서 만든 것.
콰콰콰콰!
두 개의 거대한 신력의 폭풍이 서로 맞물리면서 부딪치고, 어그러지고, 지구를 마구잡이로 할퀴는 가운데.
연우는 인지 영역을 더더욱 세분화하면서 다른 무언가를 빠르게 살폈다.
머릿속으로, 이곳에 오기 전에 세샤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비마질다라의 마경은 다른 마경들과는 차이점이 있어요.
-그게 뭐지?
-다른 마경들은 인간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었다면, 비마질다라는 그냥 군림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에요.
-이를테면?
-비마질다라는 자신의 지배에 도전하는 자들에게는 서슴없이 칼을 휘둘렀어요. 그래서 남미에 있는 군대나 정부는 줄줄이 망했지만, 반면에 그를 신으로 숭상하는 일반인들의 거주는 허락했다더라구요. 다른 마경들처럼 몬스터 웨이브도 전혀 없었고, 오히려 보호해 주기까지 했다고…….
-그럼 왜 마경이라 불리는 거지?
-언터처블이 있는 곳이니까요. 협회에서도 남미에는 전력을 전혀 투입하지 못하고 있고…….
-흠.
-왜 그러세요?
-내가 알고 있는 비마질다라와 행동이 너무 달라서.
연우가 기억하기로, 비마질다라에게는 누군가를 보호한다거나 지배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가 제아무리 아수라왕의 칭호를 지녔다지만, 애당초 그것은 아수라라는 종족을 지배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정점으로 군림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절대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는다.
부평초처럼 떠돌며, 부딪치는 것은 부수고, 묶이는 것은 자른다. 한때, 절교라는 사회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도 단순히 필요에 의한 것이었을 뿐, 그 안에서도 그에게 강제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올 때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한 대륙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면서 마경을 일군다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다른 누군가의 마수라도 있는 건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비마질다라의 곁에 한 여자아이가 붙어 다닌다고 들었어요.
-여아?
-예. 꼭 그녀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남미에서 탈출한 목격자들 사이에는 그 때문에 비마질다라가 남미를 떠나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떠도나 봐요.
비마질다라가 왜 인간 소녀에게 그만한 관심을 기울이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연우로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꺄륵! 주인님, 찾았다구요!」
곳곳으로 흩어 보냈던 그림자들 중 라플라스가 보낸 의념에, 그는 그쪽으로 손길을 뻗쳤다.
작은 몸집을 한 소녀가 어느 결계 안에서 조용히 숨어 있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면서 높이 일어났다.
라플라스가 그 안에서 흉포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