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739화 (739/862)

14화. 레아의 유산 (3)

“……불운이라뇨? 그게 무슨?”

하데스는 한순간 레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허에 처박히고, 구출되었다. 아버지를 권좌에서 내쫓았으며, 어머니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불운이 벌어질 거라고?

하지만 레아는 쓴웃음만 지을 뿐,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씁쓸한 시선으로 흔들리는 눈매를 한 하데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데스야.”

“예. 어머니.”

“나와 제우스 사이를 중재하느라, 많이 고생한다는 것 알고 있단다.”

“그건……!”

하데스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레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굳이 아닌 척할 필요 없단다. 사실 따지자면 크로노스는 네게도 미운 아버지가 아니더냐. 한데 그런 그를 구하고자 발 벗고 뛰어다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텐데도…… 묵묵히 옆에서 도와주어서 고맙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단다.”

“……어머니.”

“다만, 한 가지만 더 부탁하고 싶구나.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이 어미가 떠나고 난 뒤에 이 어미와 비슷한 향을 풍긴 사람을 만난다면 말이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거둬 주십시오. 아니, 그냥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하데스는 인상을 굳히면서 돌아서려 했지만.

“그때는 부디 모른 척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좋겠구나.”

“…….”

레아는 그런 하데스의 뒤에다 말을 던졌고, 하데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화가 많이 났구나. 레아는 그렇게 쓰게 웃으면서 몸을 숙여 제우스가 부수고 나간 조각들을 하나둘씩 주웠다. 이것들을 다시 붙이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이 반쯤 열렸을 때쯤, 하데스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

“그런데 어머니.”

레아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슬쩍 들었고.

“저는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워한 적은 있어도요.”

하데스가 훌쩍 떠나면서 남기고 간 말에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 * *

『네가 하데스에게서 신위를 넘겨받았을 때. 녀석이 그랬었다며?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리는 것뿐이라고.』

‘예.’

크로노스는 레아처럼 하데스가 떠난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연우에게 그렇게 물었다.

연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데스가 직접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남아 있던 하데스의 신화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에게서 받은 것을 ‘그’에게로 되돌리는 것뿐이라고.

여기서 말하는 ‘그’가 누구인지는……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으리라.

『어쩌면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구나. 네 엄마의 부탁을 기억하고서 말이다.』

크로노스의 검은 동공에 연우가 맺혀 있었다.

『사실 네 형제들 중에서 네 엄마와 가장 많이 닮은 게 너와 정우였으니까.』

‘……처음부터 알아차리셨던 걸까요?’

『설마. 그렇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너라는 사람을 계속 겪다 보니 저절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연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세이돈이나 제우스 같은 이들은 그다지 형제로서의 감정이 느껴지질 않았지만, 하데스만큼은 달랐으니까.

탑에서 동생을 찾기 위해 한없이 날카로워지던 자신을 올바르게 잡아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스승이나 아버지, 혹은, 큰형 같은 존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연우도 크로노스와 마찬가지로 한동안 하데스가 떠난 자리를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레아는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에 걸쳐서 하데스가 가져다준 자료들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연우와 크로노스도 가만히 그녀가 정리하는 것들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연우는 적잖게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레아가 내린 추론들이 하나같이 ‘예지’라도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천마와 칠흑왕의 ‘굴레’ 싸움은 이미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이뤄져 왔다.‘굴레’는 흔히 ‘꿈’이라고도 표현된다. 전자는 천마, 후자는 칠흑왕이 주로 하는 표현이다.하지만 이 굴레 싸움도 이제는 거의 한계점에 다다라, 둘은 종지부를 찍을 필요성을 느꼈다.그래서 천마는 ‘탑’을 세워 칠흑왕을 깊숙하게 봉인시켰다. 하지만 칠흑왕의 대책은 아직 드러난 바가 없다.

……

칠흑은 한번 점찍은 대상이 완전히 스러질 때까지 절대 놓지 않는다.크로노스가 아직 살아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칠흑의 이끌림에 따라 탑의 인근으로 올 수밖에 없다.탑은 일종의 이면(裏面)에 있다. 이 뒤에는 수많은 신화들이 재생되고 있는 ‘지구’라는 문명이 있다는 것이 관측되었다.크로노스의 태엽이 이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8할이 넘으며, 그럴 경우 그의 성격상 업을 쌓기 위해 전생을 거듭할 가능성 또한…….

……

하지만 칠흑은 크로노스를 ‘사도’로 삼았을 뿐, ‘집행자’로 삼지 않았다. 여기서 초반의 의문 점이 재차 제기된다.천마가 먼저 첫수를 놓았다. 그렇다면 칠흑왕의 다음 수는 무엇인가?이것은 두 절대자의 장기판이다. 수를 알아야만 한다.

……

추측할 수 있는 재료는 여러 가지다. 크로노스가 시간과 죽음을 신위로 두고 있다는 점, 선조가 한때 칠흑을 추종했지만 천마 쪽으로 돌아선 ‘낮’의 존재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아내인 나 역시 같은 ‘낮’의 후손이라는 점.시간과 공간은 우주 창생의 주재료다. 반대로 칠흑이 아끼면서도 꺼리던 재료이기도 했다. 천마를 잡으려면 이 두 주재료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그리고 여태 빚어진 칠흑의 동향은 이런 추론에 신빙성을 더 한다.나와 크로노스 사이에는 6명의 자식들이 있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의 가능성을 모두 타고났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칠흑이 손길을 뻗은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태어날 때부터 신격을 타고나 영혼을 마음대로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해서일 수도 있다.이전 ‘꿈’의 집행자 사례들만 봐도 대부분 힘겨운 일을 겪어 가슴 속에 짙은 한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사연의 시작은 초월적인 존재를 앞에 둔 좌절과 절망이었다.

……

이런 정보들을 모두 취합해서 내놓을 수 있는 추측은? 칠흑이 보일 수 있는 다음 수는?프네우마와 퀴리날레의 새로운 혈육을 유도하고, 그것이 필멸자로서 겪게 될…….

레아는 양피지를 빠르게 적어 내려가다 말고 도중에 펜을 내려 놓아야만 했다. 글자의 끄트머리가 쭉 미끄러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야?”

레아는 암담한 심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떨리는 손길로 얼굴을 덮고 말았다.

소리 없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연우야, 이건.』

‘예. 하나같이 열받는 것들뿐이네요.’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하나하나가 전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었으니까.

자신 역시 칠흑왕의 자아 중 하나로서 이런 내용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아주 오랫동안 이런 ‘운명’이 결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장기 말처럼 부려졌단 사실이 너무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계셨을 어머니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있어야 했을지, 말문이 막혀 도무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레아는 여기서 굴하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며 다시 양피지를 써 내려갔다.

두 눈이 어느새 크로노스처럼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기도 담겨 있었다.

만약 칠흑의 의도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일어날 결과로는 크게 두 가지를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첫째는 현재 있는 여섯 자식들이 차례로 불운을 맞거나, 그 후손이 타격을 입어 타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 둘째는 크로노스에게 더 큰 재난이 닥치는 것.

……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현재 칠흑이 놓을 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맡길 수 없는 일이다.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레아가 내린 결론이었다.

칠흑왕이란 존재는 올림포스의 수장이었던 그녀조차도 까마득하게 여기는 절대적인 존재.

그런 자가 수를 놓으려 한다면 절대 막을 수 없다. 가능한 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비를 하는 게 전부였고, 거기서 방향이 틀어지게끔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레아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자식들에게는 절대 말을 하지 않을 참이었다. 이제야 겨우 칠흑이 주던 재난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려는 아이들에게 더 큰 짐을 안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면에 크로노스가 겪고 있는 일은 현재 진행형이었고, 또한 그것은 따지자면 자신의 일이기도 했다.

그 뒤로.

레아는 빠르게 주변 정리를 해 나갔다.

물론, 다른 이들이 알아서는 좋을 게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비밀리에 준비했다.

“포포, 페페. 너희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훗날, 프레지아와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 여급(女給)들에게 각각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프레지아에게는 퀴리날레의 유산을 부탁했고, 아나스타샤에게는 하계로 내려가 앞으로 탑의 동향을 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레아가 곧 떠나려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굳이 거기에 대해서 묻지 않고 묵묵히 명령을 따랐다.

레아는 그러면서도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만들고 있던 조각상과 그림을 마무리 지었다.

되찾고 싶었던 일상들을 돌아보면서, 언젠가 반드시 이곳으로 되돌아오겠다며 몇 번씩 다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떠나게 되는 날. 레아는 어느 그림 앞에 가만히 섰다. 크로노스가 이쪽을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레아도 그를 마주 보면서 웃었다. 그가 마성에 젖고 난 뒤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미소.

“당신, 그거 알아? 사실 나 따지고 보면 내 자식과 손주들만 지키면 그만인 거잖아. 그럼 당신만 칠흑한테 실컷 괴롭힘을 받겠지만, 그동안 당신이 저지른 짓들 생각해 보면 그래도 싸잖아. 그런데도…… 왜 내가 당신을 이렇게 까지 애쓰면서 구하려는 건지 알아?”

연우는 크로노스를 돌아봤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놀라기만 할 뿐,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그건 그도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어째서 레아는 자신을 그토록 아껴 주었던 걸까. 못난 자신은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기억밖에 없는데.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사실 예전에 당신이 나 구해 준 적이 있었거든.”

『으음?』

“내가 아버지에게 입양되고 나서 올림포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창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형제들이 날 지독하게도 못살게 괴롭혔었거든. 특히 테이아, 그년이 진짜 죽일 년이었어.”

『하하.』

“근데 당신이 내 앞에 서서는 테이아, 그년한테 그러더라. 시끄러워 죽겠으니까 꺼지라고. 테이아가 노려보는데도, 당신은 뭘 어쩌라는 식으로 개개는데…… 그게 얼마나 멋있던지.”

『큼큼! 내가 좀 어렸을 때부터 멋있긴 했지.』

“웃기기도 했지만.”

『뭐시라?』

“나보다 늦게 입양되어서 더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그런 건 다 무시하고 제멋대로 굴었잖아? 테이아도 결국에는 이기지 못하고 떠나 버렸고. 나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

『…….』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 내가 마음 한쪽에 당신을 두기 시작했던 건.”

『……흠. 난 그때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때부터 몇 번씩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는데…… 당신처럼 둔한 사람이 뭘 알겠어? 오히려 왜 꼬나보냐면서 날을 세우는데, 그건 또 얼마나 멍청해 보이던지.”

『……거 아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멍청하다는 표현은 좀.』

“그래도 결국 당신을 쟁취한 건 나였으니까, 내가 승리자인 거였겠지? 그리고 그것도 모르지? 사실 당신이 나랑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내가 유도한 거였다는 거?”

『엥?』

“당신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하여간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챙겨야지. 어쩌겠어.”

『……쩝.』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가 챙겨 주러 간다. 그러니까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허!』

크로노스는 정말 레아와 대화라도 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마지막에는 겸연쩍었던지 검지로 볼을 긁적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은 레아와 이뤄질 운명이었나 보다…… 그녀와 함께할 운명이었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당신이야말로 모르는 게 있어.』

크로노스는 그림에서 시선을 떼고 천천히 돌아서는 레아를 보면서, 이번에는 자신의 속내에 담겨 있던 말들을 하나둘씩 꺼냈다.

『내가 아버지의 신력을 물려받고 본격적으로 내전에 뛰어들었을 때…… 사실 여기저기서 나를 스카우트하려 했었어. 누가 보더라도 내가 제일 셌으니까. 어떤 놈은 아예 나더러 독립하자고 말하기까지 했지. 하지만 내가 굳이 그러지 않고 왜 당신에게 갔겠어?』

한 걸음.

또 한 걸음.

레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배광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런 배광은 산산이 부서지면서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타천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크로노스가 있을 지구로 갈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내가 하루도 쉬지 않고 사고를 치고 다녔던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당신의 관심을 사려고 그랬던 거였어. 내가 아버지한테 실컷 혼나고 나면 가장 먼저 와서 왜 그렇게 철없이 사느냐고 툴툴대고 갔던 게 당신이었거든.』

레아는 어느 탁상 앞에 조용히 앉았다. 탁상을 손으로 쓰다듬는 손길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언제였던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적에 그녀와 크로노스가 실컷 싸운 적이 있었다. 우라노스는 화를 크게 내면서 화해하란 뜻으로 뭔가를 같이 만들라고 했었고, 그래서 두 사람은 하루 종일 툴툴대면서도 뚝딱뚝딱 탁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탁상은 그녀에게는 천금을 주어도 바꾸지 못할 보물 1호였다.

『지구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이 전생을 해 댔게? 그리고 원체 이 몸이 잘났다 보니 그만큼 나 좋다고 따라다닌 여자도 산 몇 바퀴를 돌리고도 남을 정도였지. 하지만 난 그들에게 일절 눈길 한 번 내주지 않았어. 왜냐고?』

크로노스는 조용히 탁상에 얼굴을 파묻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신화를 복구해서 어떻게든 올림포스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도 마찬가지. 당시엔 제우스 놈이 밉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소망이 있기 때문이었어. 먼발치에서라도 좋으니, 당신을……!』

크로노스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에 살짝 말문이 막히자, 억지로 삼키면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레아의 눈이 감기고 있었다.

『당신을,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거든.』

레아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크로노스도 타천이 마무리되어 가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니 우리 꼭.”

『그러니 우리 곧.』

“다시 그곳에서 만나요.”

『다시 이곳에서 만납시다.』

파아아!

레아에게서 내뿜어지던 배광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타천이 마무리되었다는 뜻.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사념 공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크로노스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사자 소환’이 발동되었습니다.]

[누구를 소환하시겠습니까?]

『레아.』

크로노스는 한평생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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