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766화 (766/862)

16화. 손오공 (5)

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걸까?

연우는 괜한 질문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손오공의 눈빛이 너무 매서웠기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있습니다만.”

“사이는 어떻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후왕의 허물이 도중에 끼어들었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지. 이놈, 자신의 동생이 배신당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탑을 오르기 시작한 거였어.』

연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손오공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나 역시 처음에 화과산이라는 이름 없는 산에서 수련을 쌓다가 세상에 나선 이유가 형제처럼 지내던 벗이 죽어서였지.”

“…….”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여의봉을 손에 쥐었던 것이고. 그런 사달을 일으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네가 칠흑왕을 다시 눈 뜨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자세히 설명해 봐라.”

연우는 담담하게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말했다.

칠흑왕의 주 자아인 현인-이블케를 꺾어 그를 흡수하고, 완전한 칠흑왕으로 각성하여 완전히 잠들고 말겠다는 계획.

크로노스에게 도중에 들키긴 했어도, 직접 그가 육성으로 꺼낸 건 처음이었기에 목소리는 이내 잘게 떨렸다.

동생이며 아버지, 어머니까지…… 모두가 반대할 수밖에 없는 계획. 지금 이 순간에도 연우는 이것이 올바른 길인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면서도, 동시에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손오공의 인상이 와락 굳어졌다.

“그 말은…… 결국 너 한 명을 희생시킴으로써 가족들을 구하겠다는 그런 말인 거로군?”

“그렇습니……!”

연우가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화아아악!

[심상 세계, ‘원숭이의 산’에 강제 소환되었습니다!]

갑자기 연우를 둘러싼 세상이 확 뒤틀린다 싶더니, 그는 순식간에 손오공의 심상 세계에 갇혀 버렸다.

그리고.

콰아아앙!

손오공이 신력을 한껏 개방하면서 기습을 가해 왔다. 휘두르는 주먹에 화염륜의 거친 불길이 담겨 있었다.

연우는 난데없는 공격에 놀라면서도 양팔을 교차시켜 공세를 막았다.

콰르르르-

쿠쿠쿠쿠!

박살 난 화염이 후폭풍에 실려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하지만 손오공은 그걸로도 모자라다는 듯 쉴 새 없이 공세를 퍼부어 댔다.

콰쾅, 콰콰쾅!

연우는 그것을 일일이 막아 내면서도 인상을 팍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너 같은 놈은 좀 맞아야 해. 그래야 정신 차리지.”

“그게 무슨……!”

연우는 뭐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손오공은 그의 말 따윈 들어 주지 않았다.

그저 인상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전력을 다해 폭격(爆擊)을 연거푸 가해 댈 뿐. 유수행으로 움직이고, 뇌벽세가 작렬했다. 손오공은 왜 그가 제천대성이자 투전승불이라 불렸는지, 어째서 천교와 절교 양쪽 모두로부터 큰 두려움을 사 왔는지를 증명하려는 듯이 막강한 전력을 보였다.

콰콰콰콰-

그 때문에 짜증이 단단히 난 것은 연우였다.

그로서도 손오공은 무시하지 못할 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칠흑왕의 자아들과 뒹굴면서 무왕의 가르침을 거의 숙지하다시피 한 그로서는 기예 면에서도 절대 밀릴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칠흑을 끌어 올린다면 손오공을 꺾을 자신도 있었다. 칠흑왕의 대체 자아가 된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연우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인과율을 개방해야 하고, 그런다면 집행자의 의지가 더 깊게 세계에 각인되어 종말은 더 빨라지게 된다.

정우를 따돌리기 위해 집행자를 각성하긴 했다지만, 정말 종말을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왜 허물은 아무 말이 없는 거지?’

미후왕의 허물은 본체가 왜 저러는지 잘 알겠다는 듯, 뒤로 빠져서는 익살맞게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말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연우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오공의 공세는 더더욱 거칠어져만 갔다.

일격 하나하나가 웬만한 짐승이나 ‘황’ 급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

자체적으로 쌓은 격도 대단할뿐더러, 싸움에 있어서는 웬만한 무신(武神)이나 투신(鬪神)들조차도 발아래로 여긴다는 실력자다운 모습이었다.

콰쾅!

결국 손오공의 거친 손속에 연우의 한쪽 어깨가 크게 돌아가면서 빈틈이 노출되었다.

손오공은 절대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활짝 펼친 손바닥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큭!”

손오공의 장저(掌低, 손바닥 밑 부분)가 작렬한 좌측 위 가슴팍. 탄흔(彈痕)이 검은색으로 아주 짙게 남았다.

연우의 영혼까지 크게 울릴 정도로 강한 충격.

결국 그의 몸뚱이는 뒤로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고.

팟!

손오공은 어느새 그의 앞으로 공간을 열고 나타나면서 위에서 아래로 다시 주먹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여태껏 상대했던 공격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때문에 연우도 더 이상 막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그림자를 위로 쭉 뽑아 올리면서 공격을 옆으로 튕겨 냈다.

쿠쿠쿠쿠!

[잠시 가라앉았던 집행자의 의지가 다시 활발해집니다!]

[종말이 조금 더 빨라집니다.]

심상 세계도 금세 부서질 듯이 크게 휘청이는 상황에서.

“아니. 대체 다짜고짜 왜 이러는지 말이라도 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연우는 더 이상 참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7차 용체 각성을 발동시켜 칠흑을 줄줄 흘려 대고 있었다.

전신을 용의 비늘로 뒤덮은 채로 용신안을 번뜩이는 모습은 흉포하기 이를 데가 없었으니.

대기가 뜨겁게 들끓었다.

웬만한 신격조차도 그 속에 있다간 숨이 막혀 졸도할지도 모를 만큼 지독한 살의.

하지만 손오공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좁힌 그대로였다.

“이래도 여전히 못 알아 처먹다니…… 하아! 뭔 이딴 머저리가 더 있어?”

“뭐?”

연우가 눈살을 좁히는데.

손오공이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이쪽을 구경 중이던 미후왕의 허물을 홱 하고 돌아봤다.

“야! 허물, 이런 답답이랑 대체 그동안 어떻게 다닌 거야?”

미후왕의 허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고지식한 면이 재미있었거든.』

“재미는 무슨! 힘만 세지, 대가리 속에 든 건 아무것도 없구만!”

『그러면서 꼴통 짓을 저질러 대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우리 어렸을 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지랄 마! 나는 안 이랬거든?”

『응. 그래서 오행산에서 500년을 넘게 갇혀 있었구나.』

“……흑역사는 들추지 말지?”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미화하기 마련이지. 』

미후왕의 허물이 낄낄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하여간 세상에 대한 냉소란 냉소는 다 던지면서, 결국 세상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멍청한 모습이 참 닮았단 말이지. 그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피해나 상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도 똑같고.』

“그래서 내 앞에 데려온 거였군.”

미후왕의 허물은 대답 없이 씩 웃기만 했다.

하지만 손오공은 그것이 무언의 긍정이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수렴동에 가둬 놨던 것을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모양 이었다.

“대체 무슨 헛소리들을 떠드는 겁니까!”

다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는 연우로서는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당장이라도 인과율을 개방하려던 그때.

손오공이 다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허물과 대화를 나눴을 때와는 달리, 그의 표정은 다른 어느 때보다 엄숙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놈 말대로 네 멍청한 면상을 보고 있으려니까, 자꾸 병신 같았던 내 어렸을 때가 떠오르는 것 같아서,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랬다.”

연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헛소리를 하면 손오공이라도 봐주지 않을 참이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것도 전부 손오공의 협조를 받아야만 하고, 또 그가 이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하나만 묻자. 만약 네 형제가 희생…… 아니, 너를 대신해서 다시 죽는다면, 그때 어떻게 할 거냐?”

연우는 아주 잠깐 정우가 자신을 대신해서 죽는 광경을 떠올렸다.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이러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황이 반대면 넌 어떨 것 같냐고.”

“…….”

“너는 이런 생각이겠지. 네가 희생하고 모두의 기억을 지우면 모든 게 평화로워질 거라고. 더 이상 종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고, 가족들은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안 그러냐?”

연우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히자 입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기만 아니냐?”

“……!”

“네가 사라지는 것으로 평화를 얻는다? 그렇게 해서 얻은 네 가족들의 평화가 무슨 평화라는 거냐? 내가 봤을 때는 오히려 네놈이 가진 자기만족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데?”

“…….”

“칠흑왕? 그래. 사실 나는 너라는 놈을 이제 처음 봤고, 어떤 성격인지 어떤 성향인지도 전혀 모른다. 쓰레기인지, 정말 희생정신이 투철한 영웅인지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아. 시커먼 남자 새끼에 대해 알아서 뭐 해? 그러니 나로서는 네가 진짜 그게 되어서 골칫거리를 없애 주겠다면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

손오공은 천마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수도 없이 굴러가는 ‘굴레’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꿈’ 속에서, 천마가 완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이런저런 수를 써보았지만, 여태껏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칠흑왕이 알아서 퇴장한다?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천마가 그만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손오공은 그런 기회를 바로 걷어찼다.

미후왕의 허물이 한 말마따나……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본 것처럼 너무 멍청해 보였으니까.

그는 원래 욕심이 많고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그러니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다른 누가 희생되든지 상처를 입든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걸 왜 막는 겁니까?”

“남는 사람이 가지는 생각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으니까!”

“…….”

“나는 양쪽 입장이 전부 다 되어 봤거든. 그리고 알게 된 건, 그게 아주 엿 같은 짓이라는 거지. 그건 절대 희생 따위가 아니다. 그냥 그럴듯한 자기 합리화 따위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입히는 민폐 행위일 뿐이지.”

“……!”

“그리고 이런 걸 보고 보통 뭐라고 하는지 아냐?”

손오공의 한쪽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갔다.

“어리광.”

“……!”

손오공의 신화는 하나로 엮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다양하다. 세상이 좁다 하며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닐 때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세월을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는 데 보내야만 했다.

제천대성이니 투전승불이니 하는 건 그 과정에서 생긴 허명일 뿐이었다.

-대장! 도망치십시오!

-대장은 모를 거요. 대장을 만나서 우리가 얼마나 재미있게 살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지.

-그러니 사시오, 대장은.

그를 대신해서 죽은 수하들이 있었고.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팔은 왜 그렇게 된 거고! 다른 형들은 또 왜 저런 몰골인 건데?

-그냥 조금 긁혔을 뿐이다.

-잘려 나간 게 긁힌 거냐? 무슨 헛소리를……!

-그냥 막내, 너에 대해서 천교 놈들이 시비를 걸기에.

-……뭐 어떻게 했는데?

-옥황상제의 면상을 한번 걷어차 주고 왔지. 허허!

-미친……!

-큰형님, 하나 빠뜨리셨수. 절교 쪽에서는 성역을 초토화시키지 않았수? 흐흐. 그놈들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이런 미친 인간들을 의형제라고!

그를 대신해서 함께 싸워 주고, 울어 주고, 웃어 주던 의형제들이 있었으며.

-음. 이 돌원숭이 같은 놈이 또 사고를 쳤나 보군.

-삼장! 이번엔 아니야, 정말 아니라고!

-스승님. 저는 보았습니다.

-시끄럽군. 왜 이렇게들 소란스러운 건가?

동료로 만났지만, 그를 이해해 주고 아껴 주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공. 제가 그 말 했던가요?

-뭘?

-오공, 너무 못생겼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여간 못생긴 이유는 각자가 다 다르다더니, 볼 때마다 참신하단 말이지.

-뭐, 새꺄?

천마가 있었다.

손오공은 그렇게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생각을 알고, 자신이 사라졌을 때에 그들이 가지는 아픔을 알게 되었다. 천마가 여러 차례 ‘굴레’를 굴리면서 자신을 되살려 냈던 것도 전부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손오공은 연우의 틀린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자신만 고생하면 모든 게 평화로워질 거라는 생각 따위는 멍청하다고. 자신이 겪어야만 했던 잘못을, 이 머저리 같은 놈이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손오공은 그런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내보였고.

연우는 용신안과 화안금정을 통해 손오공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그가 겪은 모든 아픔까지도.

그리고.

거기에 빗대어 자신이 만약 계획을 성공하게 되었을 경우, 정우와 다른 가족들이 갖게 될 아픔도 알게 되었다.

비록 이 세계에 새겨진 자신이라는 존재를 삭제시킨다고 해도, 결국 그들의 감정을 입맛대로 조작하고 기만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도.

그래서야……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도 어렵지 않겠나.

“……하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방법이 아니라면, 연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었다.

“저라고 해서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게 아니란 말입니다!”

억눌린 목소리.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였다.

연우가 아무리 자신의 목숨을 도구처럼 쓴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전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족을 되찾은 지금은 달랐다.

그도 동생과 아버지와 어머니와 세샤와, 에도라와…… 행복한 삶을 그리고 싶었다.

그들과 같이 어울리며 웃고 싶었고, 자신의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일구고 싶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그런 미래 따윈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끝까지 유예를 시킨다고 해도 칠흑왕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고, ‘꿈’은 종말을 맞게 된다. 그리고 가족들도 전부 사라지게 된다. 그것은 어떻게 거스를 수가 없는, 확정된 미래였다.

결국 이런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애당초 그 행복에 자신이 낄 자리가 없다고 여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손오공이 그건 미친 짓이라며 일갈한다.

그것이, 여태 누르고만 있었던 울분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당신이 뭘 안다고……!”

여태껏 차갑게 얼어붙어 있기만 하던 연우의 눈가가 크게 흔들렸다.

“모르지. 말했지만 난 널 모르고, 너도 날 모른다. 어쩌면 이렇게 질책하는 것도 주제넘은 짓인지도 모르지. 내가 대신 책임져 줄 것도 아니니까.”

“그럼……!”

“하지만 도와줄 수는 있지.”

연우는 뭐라 소리를 치려다가, 도중에 멈춰야만 했다.

“해결책 따윈 모른다. 하지만 그걸 찾을 수 있게 도와주마. 너도 날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서로가 서로를 돕기만 하면 되지 않나? 어차피 둘 다 목적은 같으니까. 안 그래?”

“…….”

눈에 띄게 흔들리던 연우의 눈동자에, 조금씩 습기가 차올랐다.

“그러니 살아라. 어떻게든. 그렇게 약속만 한다면 어떻게든 널 도와주마.”

그 말에.

또르르.

연우의 오른쪽 눈가를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