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794화 (794/862)

19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5)

이야기 속에서는 용이 날아다니고, 거인이 뛰어다니며 마법이 마음껏 벌어지고 있었다.

무공을 중요시하는 외뿔부족 마을에서만 살아왔던 어린 고손자로서는 하나같이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

특히 외뿔부족이 오랫동안 있었다던 탑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 마을에서도 몇 안 되는 어른들만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에도라도 한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자기도 모르게 반쯤 흥분하게 되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판트와 아무 걱정 없이 마을을 뛰쳐나와 탑을 오르고, 연우를 만나며 겪게 되었던 여러 우여곡절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당시에는 너무 힘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러고 보니 탑이 무너진 이후로, 연우가 사라진 이후로 아르티야가 어떻게 되었더라?

레온하르트는 타고난 머리로 대규모 클랜을 새롭게 창설해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칸은 일찍 은퇴를 해서 한적한 시골에서 대가족을 일구고 있었고, 도일은 어느 이름 모를 신전에 조용히 몸을 누이고 종적을 감췄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에도라를 따르던 마희성은 이제 각자 독립을 해서 간간이 소식만 주고받고 있었고, 하이디 등은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 망가진 나라를 복구했다고 했다.

가장 많이 교류를 나누던 세샤와 아난타는 여전히 잘살고 있었고.

두 사람 다 탈각을 이룬 건 아니었지만, 그 집 가장이 이리저리 손을 써 준 덕분에 크게 걱정은 없이 산다고 들었다.

그 외에 아르티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사회들도 이제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천교는 평화기가 길어진다 싶더니 얼마 전에 다시 절교와 갈등이 빚어져 전쟁이 벌어졌다나?

이랑진군과 나타태자의 활약이 아주 크다고 들었다. 이미 이전에 연우에게 한번 결딴난 적이 있었던 절교로서는 갈수록 쇠약해져 이제는 정말 천교에 의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가레스가 이끄는 르 인페르날은 바알이 있을 때와는 성향이 완전히 달라져 제멋대로 구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아테나가 이끄는 올림포스의 세가 워낙에 막강하고, 그 뒤에 차정우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주 막무가내로 나오지는 못한다던가.

말라흐는 말라흐 나름대로 수장이었던 메타트론과 미카엘을 연속으로 잃어버리면서 생긴 공백과 내홍을 어찌어찌 수습해서 절대선의 기치를 다시 내걸기 시작했고.

그 외에 다른 사회들도 여전히 분란은 잦았지만, 예전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천계는 이제 올림포스의 독주 아래, 거의 질서가 정립되는 분위기였다.

여전히 곳곳에 분란과 갈등의 조짐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테나가 압도적인 무력으로 찍어 눌러 버리니 아무도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난 천계 대전에서 선보였던 올림포스의 전력은 이제 다른 천계들이 힘을 모두 합쳐도 과연 능가할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무시무시해져 버린 상태였다.

탑에 갇혀 있을 때처럼 따로 인과율이 작동하는 건 아니었지만.

올림포스가 스스로 인과율이 되어 천계를 제어하고, 그들로 인해 피조물과 필멸자들의 삶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조율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시스템도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따금 케르눈노스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말도 들었고.’

오케아노스를 쓰러뜨리면서 비마질다라의 원한을 갚고 난 뒤에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가, 요즘 다시 조금씩 모습을 비치고 있다던가.

여전히 무소속의 신으로서 다른 이들의 주목 따윈 끌지 않고 조용히 움직인다지만, 뭔가 하는 일이 바쁜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그들의 삶, 어디에도 연우의 존재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렇기에 옛날에는 아르티야로 묶여 있던 이들이, 지금은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많이 멀어지고 말았다.

그들의 기억 속 아르티야는 그저 탑 내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내세운 이름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지난날 그들을 이끌고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주던 목소리 따윈 이제 없었다.

그저 아가레스와 아테나 정도만이 간간이 뭔가 놓치고 있다는 걸 눈치채는 것 같았지만, 역시 제대로 떠올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구나. 한 명이 더 계시는구나.’

에도라의 주름진 눈가가 슬픈 기색을 떴다.

‘헤노바.’

늙은 드워프 대장장이는 외뿔부족의 식객으로 있다가, 판트가 손자를 낳을 때 즈음에 눈을 감았다.

-손자라……. 내게도 그런 놈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씁쓸하게 웃으며 눈을 감던 그의 마지막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아마도 영매가 눈을 감았을 때보다도 더 많이 울었던 것 같았다.

차정우는 창공 도서관의 사서로 있고, 에도라는 영매의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우를 계속 기억할 수 있었다지만.

헤노바는 그런 게 전혀 아닌 평범한 필멸자인데도 불구하고, 연우를 그리고 또 그리워하던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연우를 그리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당시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듯.

에도라는 연우를 그리면서도, 지워져 가던 그의 흔적들을 어떻게든 붙들고 있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언젠가 연우가 돌아왔을 때 다 같이 웃으면서 맞아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전부 덧없는 것이 되어 버렸지만.’

에도라는 그렇게 씁쓸하게 웃던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생각이 많아졌구나.’

보통 이렇게 가만히 앉아 과거를 되짚기 시작하는 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던데.

정말 그 때문에 이런 걸까?

‘하긴 내가 오래 살긴…… 했지.’

외뿔부족의 수명이 아인종 중에서도 가장 길고, 그녀가 디딘 경지 역시 높기 때문에 그보다 긴 삶을 살 수 있었다지만.

그래도 마지막 선을 넘지 못한 육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에도라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요 몇 달 사이에 부쩍 몸이 많이 무거워졌으니까.

명석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머리도 예전처럼 잘 돌아가지 않았고, 귀도 많이 어두워져서 어린 고손자가 하는 말을 한참 동안 들어야만 겨우 이해할 수가 있었다.

눈도 침침했다. 세계가 이리저리 휘어지는 게 보여서 이제 유일한 낙이었던 별자리 관찰도 힘에 부칠 정도였다.

그래도 여전히 어린 고손자의 도움을 받아서 연우와 관련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매일 보고 또 보고 있었지만…… 이제 이럴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구나.’

그러다 에도라는 직감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었구나.’

어쩐지 말수가 오늘따라 많아지더라니.

아무래도 자신이 영원한 잠 속에 빠져든 후에 그이가 찾아왔을 때. 자신이 그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추억담을 이리도 길게 늘어 놓게 된 모양이다.

이 어린 고손자는 다시 자신의 고손자에게까지 이 이야기를 물려줄 테니까.

그런다면 나중에 그이가 엄청 울어 대지 않을까? 겉보기에는 너무 차갑고 딱딱해 보여도, 속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투명하고 약한 사람이었으니.

-곧 찾아가마. 미안하다.

그이가 오지 않을 거란 생각 따윈 절대 하지 않았다. 얼마가 걸릴지 몰라도, 에도라는 연우가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이는 한번 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으니까. 오히려 여기서 진득하게 그를 기다려 주지 못하고, 먼저 가 버리는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그런데…….

“아, 이 이야기 들어 본 적 있어요!”

에도라가 깊은 상념에 묻혀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려고 할 무렵, 갑자기 어린 고손자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떴다.

이게…… 무슨 소릴까?

“들어 본 적이…… 있다니?”

“할머니가 해 주신 이야기요. 까만 가면을 쓴 어떤 인간이 우리 마을에 와서는 엄청, 어어어어엄처어엉 나게 세셨던 족장님의 셋째였나 넷째 제자가 되어서 탑을 무너뜨렸다던 이야기! 그 사람 이야기 맞죠?”

“……!”

한순간, 에도라의 눈이 커졌다.

이 이야기를 안다고?

어떻게?

“그 이야기, 어디서 들었니?”

“어? 그러고 보니 어디서 들었더라……?”

어린 고손자는 에도라의 다급한 물음에 움찔하면서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은 고조할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있는 힘껏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이상하게 어디서 들었는지 도통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머리를 계속 굴려야만 했다.

그럴수록 에도라의 마음은 더욱 방망이질을 쳤다.

두근!

두근!

심장이 다시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아.”

어린 고손자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크게 박수를 치면서 환하게 웃었다.

“애들이 말해 줬어요.”

“애들……?”

“예. 사촌들이랑 놀다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나유 족장님한테 그런 제자가 있었다고. 제는 처음 들어 본 이야기여서 할 아버지한테 여쭤봤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그래서 그냥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고 잊었었는데, 할머니가 비슷한 이야기를 해 주시니까 깜짝 놀랐어요. 헤헤.”

“……!”

에도라의 동공이 잘게 흔들렸다.

“호, 혹시 제가 실수를……?”

“아니란다. 아무것도.”

어린 고손자는 한동안 에도라가 아무 말도 없자,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

에도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었다.

‘이야기가…… 남아 있었구나.’

어떻게 이 이야기가 남은 건지는 모른다.

자신이 어린 고손자나 마을의 다른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적은 여태 없었으니까.

이전에 몇 번 시도는 해 봤지만,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금세 잊어버리기에 포기를 했었다. 세계가 그이와 관련된 모든 기록들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 혼자서만이라도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어린 고손자에게 그이의 이야기를 남길 때에도 굳이 ‘카인’이니 ‘차연우’니 하는 이름은 거론하지 않고, 그저 두루뭉술한 형태로만 말을 했을 뿐이었는데.

그걸 어린 고손자가 어디선가 들었다?

이미 마을에 어느 정도 그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퍼져 있다는 뜻일 것이다.

비록 어느 정도로 퍼졌는지,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그게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에도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신화(神話)란, 피조물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히면서 그 존재에 대한 인지를 부르고, 차츰 신앙이 생성되게 만든다. 그러다 신성이 부여되고, 신격이 갖춰지며, 신위가 세워지고, 신좌가 만들어지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런 신화가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은…… 잊혔던 연우의 기록들도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아아!’

떠났던 그이가 돌아온다.

잊었던 그이가 새겨진다.

그 사실만으로도 에도라는 기쁘고 또 기뻤다.

“그래서 그 사람이요. 용을 타고, 거인을 부렸다고 하더라구요. 와…… 멋져.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할머니?”

그리고 슬프고 또 슬펐다.

그이가 조금씩 되돌아오려 하고 있는데. 이제야 겨우 준비가 시작되었는데…… 자신은 그 짧은 순간을 더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으니까.

“……할머니?”

아아, 못난 내 몸뚱이야. 어찌 그걸 좀 더 견디질 못하누. 뭐가 그리 급하다고 나더러 이리 빨리 떠나라고 소리친단 말이더냐.

“할머니!”

내가 바라는 건 거기까지도 아니건만.

그저 여태까지 기다려 준 만큼. 아니, 그 반이라도…… 그 반의반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 준다면 고마울 것이건만.

그런다면 더 바라는 것도 없을 텐데, 고작 그 정도만 들어 달라고 할 뿐인데, 왜 이제 와서 이리 재촉을 하는 건지.

야속하고 또 야속했다.

밉고 또 미웠다.

“할머니! 그러지 마요! 장난치지 마요, 네? 왜 그래요!”

어린 고손자가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자신의 팔을 흔들다가, 다급하게 어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손을 잡아 주면서 자신은 괜찮다고, 그리 걱정할 것 없다고 달래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상하게 손이 무거운 나머지 그럴 수 없어서 너무 미안했다.

“할머니이이!”

어린 고손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인, 장정, 아이들 가릴 것 없이, 밖에 나가 있던 마을 사람들까지 전부 모여들어 눈물을 터뜨렸다.

그저 늙은 사람 하나가 떠나는 것뿐일진대, 다들 이리 모여서 뭘 하는 건지. 그 꼴이 우습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한편으로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사실 그녀가 바라던 삶은 이처럼 존경받고 명망 있는 삶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오붓하게 길을 걷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말년이 되어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를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삶을 바랐을 뿐이었다.

그리 어렵지도 않을 평범한 삶이었지만. 그런 평범한 삶이 그녀에게는 더 어렵기만 했던 셈이었다.

‘결국 당신은 보지 못하고 떠나네요. 미안해요.’

에도라는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흐릿해지는 잔상 속. 점차 꺼져가는 시야 속. 슬퍼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눈에 더 담아 두고자 했다. 그 속에는 혹시나 하는 미련도 조금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미련이 어쩔 수 없었다며 쓴웃음으로 변해 꺼지려던 그때.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보였다.

눈물을 터뜨리는 마을 사람들 너머로…… 저 뒤에 가만히 이곳을 보면서 씁쓸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엷게 웃고 있으면서도 이쪽을 보는 내내 누구보다도 슬퍼하는 눈빛과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싶은 순간. 남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까만 동공이 격한 감정으로 크게 일렁이는 게 보였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그 동공 속에는 분명히 에도라가 폭 담겨 있었다.

그러다.

피식!

남자의 눈동자가 살며시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어서 오라는 듯이 가볍게 이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에도라는 알겠노라면서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는…… 줄…… 곧…… 약속을 지키고 계셨군요.”

그리고.

천천히 머리가 숙여졌다.

* * *

“계속 제 옆에 계셨었던 거네요. 그걸 못 보고…… 원망하기만 하고. 미안해요.”

“미안하긴. 늦은 내가 미안한 것을.”

“그렇죠? 사실 오라버니가 다 잘못한 거죠. 저만 계속 기다리게 하고.”

“미, 미안해.”

“풉! 하여간 귀엽다니까. 그럼 다 봐줄 테니까, 대신에 약속 하나만 해요.”

“뭘?”

“우리 더 이상 떨어져 있지 않기.”

“그래.”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은 서로를 꼭 쥐고 있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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