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All for One (5)
비바스바트가 나선 이유. 그것은 소녀에게 채찍질을 하려는 그라니의 모습에서 민채영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었다.
상처만 가득 안고 눈을 감아야만 했던 친구. 세상사에 무관심하기만 하던 비바스바트가 경각심을 갖게 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당시의 일은 그에게 트라우마나 마찬가지였다.
“안 놓는다면.”
비바스바트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뒈져.”
“……!”
비바스바트의 압박감에 가름은 순간 살짝 놀란 눈이 되고 말았다. 별다른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순간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압감이 그녀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낮술로 인한 취기가 단박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가름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바스바트가 여태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가 외부 세계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살벌한 길을 걸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름도 만만치 않은 생을 살아온바. 순간적인 위압감에 놀라기는 했어도, 전혀 주눅 드는 바가 없이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좋아. 네 말대로 도와준다고 치자. 그럼 그 뒤에는 어떻게 할 거지? 이 층계에 있는 병력이란 병력은 다 쏟아질 텐데?”
“치워 버리면 돼.”
“그럼 그 뒤에는? 자존심 상한 아스가르드가 나설 텐데? 그놈들도 치울래?”
“해야 한다면……!”
“그럼 그 뒤에는? 다른 층계에 있을 신들을 또 상대한다고? 그리고 그다음에는? 악마들을 상대하게? 용종도 같이? 왜? 아예 모든 사회를 전부 상대하겠다고 말하지?”
“…….”
비바스바트는 바보가 아니었다. 가름의 말뜻을 깨닫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나서 봤자 사태만 더 크게 만들 뿐이란 뜻이었다.
“너 전부 책임질 수 있어? 저 아이와 다른 사람들, 전부 너 때문에 더 크게 다치게 될 텐데, 그거 감당할 수 있겠냐고.”
“…….”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눈깔 돌아간다고 함부로 나서지 마. 너는 선의라고 해도, 그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비바스바트에게서 독기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그래도 꾹 다문 입술은 도저히 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도 좆 같아. 배경 빼면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깝죽대는 꼴이. 혈통만 잘 타고난 걸로 사람을 무슨 가축 취급하는 저 새끼들 모아다가 회라도 치고 싶어. 나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럴걸?”
“…….”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지 알아? 힘이 없어서 그런 거야. 감당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으니까. 내 마음 하나 편하자고 지금 나섰다가는 저 사람들이 무슨 일을 겪을지 아니까.”
가름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어떻게 할래? 그래도 까불래?”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비바스바트는 결국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불만 가득 찬 시선으로 가름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듯 보였다. 단순히 주정뱅이 정도로만 보였었는데, 그게 아닌 걸까?
* * *
비프로스트.
‘삼색 무지개다리’라는 뜻을 지닌 이 부대는.
“우리의 새로운 대원, 비바스바트를 위해 건배!”
“건배애-!”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누가 술주정뱅이가 대장으로 있는 부대 아니랄까 봐, 부대원들은 그야말로 술독에 빠져 사는 듯했다. 어떻게 그리 하나같이 똑같은 판박이일 수 있는 건지, 술이 없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비바스바트의 축하연은 그저 핑계일 뿐. 이미 비바스바트가 도착하기 전부터 그들은 한창 죽어라 마셔 대고 있는 중이었다.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지.’
부어라. 마셔라. 비바스바트가 부대에 오자마자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비바스바트는 어떻게든 눈치껏 술잔을 빼 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부대원들은 귀신같이 옆에 달라붙어서는 ‘마셔라! 마셔라! 쭉쭉 들어간다!’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그가 술잔을 기울이는 꼴을 봐야 했다.
마력을 한껏 돌려서 취기를 날려 보려고 해도, ‘어허! 그렇게 취기를 날려 버리면 어쩌나! 술 아깝게!’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판국이니.
결국.
“우웨에엑!”
몇 시간 뒤. 비바스바트는 인사불성이 된 채로, 한참 동안 속에 든 것들을 게워 내야만 했다.
“어? 어어? 뭐야? 우리 막내 벌써 토하는 거야?”
“이런, 이런. 약골이 따로 없잖아? 이렇게 비실비실해서는 대체 어따 쓰려고.”
“이거 안 되겠구만. 우리가 담 좀 키워 줘야겠는데?”
“이리 오라고, 막내! 이 엉아들이 도와줄 테니.”
“이제 다 토했으니까 위도 다 비웠겠네? 다시 마시자! 아자! 가즈아아아!”
‘이 미친 것들아! 나 좀 풀어 달라고!’
속을 다 비웠으니 다시 마셔서 채워야 한다는 건 어느 나라 논리란 말인가. 물론, 비바스바트의 그런 소리 없는 비명이 전달될 리가 만무했다. 그 속마음을 안다고 해도 무시할 게 분명했지만.
‘살려 줘어어!’
비바스바트는 힘을 깨우친 이후 처음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 * *
‘……저것들이 정말 사람인가.’
이튿날, 눈을 번쩍 떴을 때. 비바스바트는 자신이 어떻게 기절했는지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웃통을 벌거벗은 채로 아침 구보를 하는 부대원들을 보면서 침묵에 잠기고 말았다.
자신은 숙취 때문에 속이 더부룩해 죽을 지경인데, 저것들은 별 아무렇지 않게 꼭두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있었으니.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던 것이다.
분명히 다들 마력을 돌리는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오! 우리 막내 일어나셨네?”
“흐흐. 눈 밑이 아예 까맣게 죽었네. 그리 약해서 대체 어따 쓰누.”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부대원들을 보면서 비바스바트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스스로가 그리 잘났다고 생각지는 않아도, 그래도 어딜 가나 주목을 받으면서 살아왔건만. 이런 식으로 치욕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내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지. 비바스바트는 자기도 모르게 든 오기에 지지 않겠다는 듯, 여전히 머리가 깨질 듯 아픈 것을 꾹 참으면서 똑같이 구보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웨에에.”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다시 속에 있는 걸 게워 내고 말았다.
* * *
“파하하핫! 그러게, 술을 준다고 계속 넙죽넙죽 다 받아 마시는 게 어딨어? 자기 관리는 자기가 잘해야지.”
‘이 미친 것들이 강제로 먹일 때는 언제고……!’
“맞아. 그렇게 오기 부리다가는 큰일 난다니까?”
‘난 안 마시려고 했다고!’
비바스바트가 비프로스트에 느낀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술 좋아하는 주정뱅이들만 한가득 모아 둔 집단. 이런 곳에 며칠 더 붙어 있다간 간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바스바트는 섣불리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부대장 가름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선의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하던 순간에 보았던 그녀의 강렬한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더군다나 부대원 중에는 겉보기와 다르게 제법 실력이 괜찮아 보이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다른 사회로 가더라도 절대 소홀한 대접을 받지 않을 것 같은 이들. 얼추 하급 신격 정도는 갖출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탈각과 초월은 하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게 수수께끼로 가득한 곳이라, 대체 어떤 방식으로 굴러가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며칠 가지 않아 금세 해결할 수 있었다.
“대장, 여기서 그대로 진입했다간 전멸하고 말 것 같은데?”
“응원군이 도착하려면 멀었다. 일단 진압부터 시작해.”
“흐흐. 그러지.”
하는 행동들이나 어투는 경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임무에 나설 때만큼은 그토록 잔혹할 수가 없었으니.
손을 쓸 때는 과감하게 썼다. 전장에서 적을 상대할 때에는 절대 봐주거나 하는 것이 없었다. 때로는 비바스바트로서도 등골이 섬뜩할 정도
그래서 다른 사회에서 비프로스트를 가리켜 부르는 별명이 ‘광풍(狂風)’인 것은 뒤늦게 안 사실이었다.
“광풍! 광풍이 나타났다! 아아악!”
“달아나! 어떻게든…… 컥!”
특히 가름은 부대장이면서도 선봉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자랑하는 두 자루의 도끼 칼이 춤을 출 때면 적의 머리통이 가을철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질 정도였다. 광견(狂犬). 미친개라는 별명이 절대 이상하지 않았다.
아스가르드가 올림포스를 꺾고 오늘날의 위세를 차지하는 데 있어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스스로 그렇게 금칠을 해 대더니……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비바스바트도 그들에 못지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때로는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광인(狂人). 미친놈이라는 별명도 바로 그때 붙게 되었다. 평소에는 그토록 예의 바르기로 소문난 놈이, 싸움에만 들어가면 미친 듯이 싸운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었다.
광풍. 광견. 광인. 이 셋이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는 소문이 탑의 세계 전체로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으하하! 거봐, 내가 말했지? 내가 딱, 응? 우리 막내가 처음 문을 딱 열고 들어왔을 때, 응? 아주 광채가, 응? 빛나서 눈이 머는 줄 알았……!”
“헛소리하네. 술도 제대로 못 마시는 약골이어서 어따 쓰냐고 투덜거려 놓고.”
“아, 그거야 너무 좋은 모습만 보여 주면 안 되니까……!”
1년.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갔다. 비바스바트는 그동안 비프로스트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다.
애당초 텃세라고 할 만한 게 없을 만큼 부대원들이 자유분방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비바스바트의 활약상도 모두가 인정할 만큼 뛰어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가름을 제외하면 부대에서 가장 강하고 필요한 사람을 꼽으라고 했을 때, 모두가 주저치 않고 비바스바트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물론, 술 가지고 타박하는 건 여전하지만.’
어째선지 비바스바트는 허구한 날 그렇게 술을 마셔 대도 도저히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자, 으으.’
비바스바트도 이제는 잘 알고 있었다. 부대원들이 아주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적들에게는 두려움을 가져다주어도, 사사로이는 모두 깎아내릴 게 없었다. 아스가르드 내에서도 명망이 높았고, 함부로 대하기 쉬운 ‘노예’나 ‘포로’들에게도 예의를 다 갖췄다.
언제부턴가 비바스바트도 진심으로 그들에게 동화되기 시작하면서…… 마음 한편으로 무거운 심정이 들었다.
언젠가 아스가르드에게서 돌아섰을 때. 비프로스트를 적으로 마주치게 된다면, 그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손을 써야 할까? 써야 한다면, 자신은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그동안 비바스바트가 아스가르드에서 생활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신’이라고 해서 모두 다 똑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그들도 그들 딴에는 우정과 사랑이 있고, 연민과 동정 같은 감정이 섞여 있…….
“모두 조용!”
비바스바트가 그런 생각을 가질 무렵, 가름이 갑자기 탁상을 세게 내리쳤다.
평소 가름답지 않게 진지한 말투라, 부대원들은 떠들다 말고 황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바스바트도 마찬가지. 고민은 뒤로 미룬 채, 가름이 하려는 말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발할라’에서 신탁(神託)이 떨어졌다.”
순간, 비바스바트를 비롯한 부대원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발할라의 신탁.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무거우면서도 간단했다.
‘오딘이 깨어났다!’
발할라는 오딘이 사는 성(城). 오딘이 잠든 동안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지만, 한 번 열렸다 하면 아스가르드가 요동쳤다. 그리고 그때는 ‘폭풍우’를 관장하는 주신답게 탑의 세계에 거친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이야기하자면……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에인헤리를 뽑을 예정이라고 한다.”
곳곳에서 소리 없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몇몇은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아스가르드에 몸을 담은 이로 에인헤리가 될 수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영광 중의 영광. 발할라에 입성하여 오딘의 뒤를 따라 종군(從軍)하는 것만으로도, 다가올 ‘신들의 황혼’에 대비하여 기량을 닦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저 높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비바스바트도 마찬가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눈이 빛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따로 조건이 있다. 시험을 통과해야만 해.”
“그 시험이란 게 뭐요?”
성질 급한 어느 부대원의 질문에 가름이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직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어젯밤에 올림포스에서 핫라인을 통해 우리 아스가르드에게 선전포고를 날렸어.”
“……뭐?”
“이 미친 새끼들이!”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잠깐만, 잠깐만. 그 말은 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워야 한다는……?”
부대원들은 이미 몇 차례나 자신들에게 깨질 대로 깨져 놓고서도 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올림포스의 무엄함에 분개하면서도, 이번 전쟁이 기회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다시피 올림포스와의 전면전에서 큰 공훈을 세운 전사를 발할라로 뽑아 올리겠다는 것이 오딘 님의 의지야. 그리고 이를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서 ‘발키리’들이 각 부대에 내려질 예정이고.”
발키리(Walkure)는 발할라와 아스가르드를 잇는 전령이자, 에인헤리와 함께 오딘을 뒷받침한다는 여전사들. 실제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한 번 드러낼 때면 땅이 뒤집히는 풍파가 일어난다는 악명이 자자했다.
올림포스와의 전쟁에 오딘이 직접 참전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건 자잘한 분쟁 수준으로 끝날 게 아니었다.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 두 곳 모두 신의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손에 꼽힐 만큼 그 크기가 아주 컸으니까. 대전쟁(大戰爭)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사회 구도가 통째로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다.
‘잘만 이용한다면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겠는데.’
비바스바트로서도 두 곳의 전력을 대폭 깎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대신격들의 신화를 옆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들뜬 마음이 들었다. 저들에 대해 깊게 알면 알수록 그 정보들은 차후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음……?’
그러다 비바스바트는 잔뜩 열망에 사로잡힌 다른 부대원들과 다르게, 가름의 눈가에 스친 언짢은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 대체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해서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발키리를 소개할……!”
“내 소개는 내가 직접 하지.”
그때, 가름의 말허리를 도중에 끊어 버리고, 건물의 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서는 여인이 있었다. 위풍당당한 걸음. 오만한 눈빛. 입고 있는 갑옷이 온통 황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반짝였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격을 내뿜는 여전사였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과 함께 가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등장한 발키리의 정체를 눈치챈 몇몇 부대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상대는 발키리 중에서도 단연 최고 선두에 있는 자였으니까.
우르드.
뛰어난 무용을 갖춘 것과 동시에 과거를 엿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어, 오딘에게 위대한 지식을 선물해 준다는 이가 아니던가!
그리고 뒤따라 들어오는 다른 두 발키리 역시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이들이었다.
“시간의 세 자매가 함께 이곳에 올 줄이야……!”
현재를 직시한다는 베르단디와 미래를 지켜본다는 스쿨드. 존재가 가진 시간을 직접 보고 예언할 수 있다는 운명의 세 여신이, 먼 훗날 하계에서는 ‘앉은뱅이 세 여신’으로 더 잘 알려질 이들이 등장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