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All for One (10)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 * *
[찬란한 배광이 공간을 가득 메웁니다.]
[눈부신 빛에 많은 이들이 탄복하여 저절로 고개를 숙입니다.]
[신앙이 모입니다!]
[신성이 생성됩니다!]
……
[주의! 영격(靈格)이 최대치에 다다랐습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탈각과 초월에 도전하여 더 높은 위격에 도전하십시오.]
……
[탈각을 강제 취소하였습니다.]
[초월을 강제 취소하였습니다.]
……
[영격이 원 상태를 유지합니다.]
[신성을 더 이상 적립할 수 없어 외부로 배출하기 시작합니다.]
[배광이 더 밝아집니다!]
……
[더 많은 신도들이 당신을 기원(祈願)합니다.]
[더 많은 신앙이 모여 신성이 생성됩니다.]
……
[탈각을 취소하였습니다.]
……
그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도돌이표와 같았다.
지난 10여 년간 비바스바트가 올포원을 이끌고 탑의 세계에서 벌인 활약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충격을 불어넣고, 신과 악마들로 하여금 적의를 갖게 만든바.
그만큼 많은 이들이 그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필멸자들은 그를 구원자로서 우러러보았다. 항상 그의 승리를 위해 기도를 올렸고, 그의 승전보가 울릴 때면 위대함을 경배했다.
반면에 신들은 비바스바트를 질시했다. 경멸했고, 증오했다. 한낱 필멸자 하나를 상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크게 분개하면서, 끝까지 필멸자의 격을 벗어던지지 않는 그가 자신들을 우롱한다고 여겼다.
그것이 기도든, 혹은 증오든지 간에 비바스바트는 탑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비바스바트를 오히려 더 위태롭게 만들었다.
파아아아!
“……또 이건가?”
『……또 이건가?』
비바스바트는 명상을 하다 말고 눈을 천천히 뜨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육성과 함께 신언(神言, 신의 목소리)이 같이 흘러나왔다.
마치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내뱉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미 그가 필멸자로서 닿을 수 있는 격의 마지막까지 다다라, 오히려 신으로의 변화를 억누르고 있다는 증거.
사실 지금 비바스바트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절대 ‘인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원래 탑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를 상징하다시피 하던 배광(背光)은 이제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상태. 탈각과 초월을 피하기 위해 신성을 외부로 계속 방출해 댔기 때문에 이제 그는 사시사철 빛무리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그러한 모습이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신비감을 불러일으켰고, 그 때문에 그를 응원하던 목소리는 이제 신앙으로까지 변질되고 말았다는 점이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신앙이 모이게 되고, 이것을 다시 방출하여 배광이 더 짙어지게 되면서……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끝없는 고리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그 때문에 이제는 올포원 내에서도 비바스바트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조직이 커지는 만큼 비바스바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를 우려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지도부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중에는 비바스바트를 항상 ‘막내’라고 어여뻐 해 주던 가름과 비프로스트의 대원들도 있었다.
[현재 당신에게로 향하는 신앙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
[인과율이 당신의 가능성을 아주 높게 평가합니다.]
[현재 시스템은 스테이지 미션의 원활한 재개를 위해 이를 방해하고자 하는 이들을 바이러스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 프로그램을 육성하고자 합니다.]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철컥.
철컥.
마치 신체를 구속하는 듯한 그 소리가 너무 싫었다.
시스템의 접근. 백신 프로그램의 생성. 비바스바트는 그것이 자신이 원하던 힘을 줄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마다 이전과 비할 수 없는 권능이…… 아니, 전능(全能)이 손에 닿았으니까.
실제로 이 덕분에 비바스바트는 쫓기기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언제부턴가 대대적인 반격을 가했고,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저층 구간에서 신의 사회를 모두 몰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20층까지는 이제 확실히 올포원의 영역, 아니, 비바스바트의 영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21층으로의 진격도 곧 눈앞에 두고 있었다.
비바스바트로서는 그토록 원하던 힘을 터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문제는 그것이 사람들을 자신과 멀어지게 만들고, 그를 고립시킨다는 점이었다.
비바스바트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철커덕-
그때, 비바스바트의 상념을 깨려는 듯, 문이 활짝 열렸다. 그는 황홀한 얼굴로 비바스바트와 그의 배광을 지켜보다가, 비바스바트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비바스바트의 입맛을 쓰게 만들었다.
존경을 넘어 숭배에 가까운 모습. 어디에도 그를 같은 동지로 생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올포원에는 저런 사람들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분부하신 대로 모두 끝났습니다.”
“……다들 어떻게 되었지?”
『……다들 어떻게 되었지?』
육성과 신언이 뒤섞인 기묘한 목소리. 사내의 눈이 더욱 열의를 띠었다.
“처형에 명하였고, 조금 전에 모든 집행이 끝났습니다.”
“그런가?”
『그런가?』
비바스바트는 그 말을 작게 읊조린 뒤, 아무 말도 있지 않았다.
처형(處刑).
그 말이 그의 가슴에 깊은 낙인처럼 남은 탓이었다.
-왜 그런 겁니까? 왜 당신이 저를 배신한 거냔 말입니다, 가름!
-미안.
-그러니까 왜……!
-이대로 계속 내버려 뒀다간 네가 올포원이 되고 말 테니까.
-무슨……!
-너도 알고 있잖아? 이제 올포원은 너라는 신을 모시기 위한 교단이 되어 버렸다는 거. 물론 클랜원들에게 물어보면 자유를 위한 투사라느니, 신념을 위해 싸운다느니 하는 소리를 떠들어 대겠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
-하지만!
-알아. 네가 어떤 생각인지. 너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하지만 결국 너의 모든 행동은 독선(獨善)과 독재(獨裁)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독일 뿐이야. 아니, 그건 너에게도 독이 될 거야. 결국 그 신념이 수렁을 만들어 너를 가두고 오로지 아집만 낳게 만들 테니까. 그러니.
비바스바트는 그 목소리가 귓가를 생생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부디 눈을 떠 줘, 비바. 그게 내 마지막 부탁이야.
비바스바트는 자신의 모습이 빛무리에 가려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수하에게 보여 주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이제는 이런 감정 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그녀의 마지막 유언이 예언처럼 겹쳐지는 것만 같았다.
“비바스바트 님?”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비바스바트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눈물 자국은 열기에 증발해 사라진 상태. 흔들리던 눈동자도 어느새 단단해져 있었다.
조금 전에 흘린 눈물은 그가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흘린 감정의 한 조각이 될 터였다.
“가자.”
『가자.』
마음이 흔들리는 건 한순간이면 족하다. 후회는 모든 걸 끝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옛 동료들을 내치면서까지 거머쥔 힘이었다. 이 걸음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 * *
시간은 흐른다.
세월도 흘렀다.
‘아버지.’
천마를 찾고자 왔던 이 걸음은 이제 너무 무거워져 있었다. 그가 가는 방향은 천마가 있는 곳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었다.
‘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이제 손재원으로서 살았던 시간보다 탑의 세계에서 보낸 세월이 훨씬 많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기에. 고대 신이니 뭐니 하는 존재들도 만나고, ‘낮’이니 ‘밤’이니 하는 것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기 시작했기에. 비바스바트는 천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시스템이 백신으로 자신을 점지한 것도. 전부 그의 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의 부름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아버지가 너무나 미웠다.
“당신이 내려오시지 못한다면.”
비바스바트는 이를 악물었다.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등정(登頂).
비바스바트의 행보는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 * *
『후회한 적은 없나?』
20층. 고행오산의 히든 스테이지로 숨겨진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비바스바트는 오랜만에 살가운 재회를 할 수 있었다. 어느새 돌처럼 단단해졌던 그의 가슴이 간만에 떨려 왔다.
손오공.
언젠가 비바스바트를 탑의 세계로 안내해 주기도 했던 아버지의 벗이 그곳에 있었다.
물론, 비바스바트가 만났던 진짜 손오공은 아니었다. 그는 필요로 남겨진 허물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비바스바트에게는 아주 반갑기만 했다.
그런데…… 손오공이 다짜고짜 던진 질문이 뭔가 무거웠다.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금색 눈은 장난기로 가득했지만, 어쩐지 비바스바트의 영혼을 관통하는 것만 같았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이제 비바스바트는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육성을 버리고 신언을 선택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심어(心語)를 창안했다. 자신의 의사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방법을 창안한 것이다.
『무슨 소리긴. 던진 질문 그대로지. 후회 안 하냐고. 이런 헛짓거리를 하는데.』
『…….』
『솔직히 말할까?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내 눈에는 죄다 네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보인다만?』
『무슨……!』
『그렇잖아? 절지천통(絶地天通). 땅과 하늘을 가른다. 신의 간섭에서 인간들을 자유롭게 한다… 그건 네 아버지와 나 같은 ‘얼굴’들이 원래 오랫동안 추구했던 이상이었으니까. 그런데 네가 그걸 베낀 거지.』
『……!』
손오공의 허물이 짓는 미소는 어쩐지 신랄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갖다 붙여도, 결국 너는 아버지에게 시위를 하고 있는 거야. 나 이만큼 고생하고 있다, 나 이만큼 구르고 있는데 안 봐주고 뭐 하는 거냐. 생떼를 부리는 거지. 안 그래?』
『……더 이상의 말씀은 듣지 않겠습니다.』
비바스바트는 불쾌하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마음 한편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맛봐야만 했다. 그동안 자신의 이상이라며, 목표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의 속내가…… 그리고 한편으로는 외면해 왔던 진실들이 눈앞에 닥치는 것만 같았으니까.
마지막 눈물을 흘린 이후로 완전히 사라진 줄만 알았던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걸까?
『멀리는 안 간다. 아무튼 사춘기 애 같은 방황은 이제 접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 너희 아버지도 너 고생하고 있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
수렴동을 빠져나가는 비바스바트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 * *
-부디 눈을 떠 줘, 비바. 그게 내 마지막 부탁이야.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아집밖에 없을 거라던 목소리가 다시 머릿속을 뱅글뱅글 맴도는 것만 같았다.
비바스바트는 모든 수하들을 물린 뒤, 그 자리에서 몇 번씩이나 헛구역질을 해 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진짜 현실이 자꾸만 그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연인과 동료들을 떠나보내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걸었던 행보가 단순한 반항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좀먹어 갔다.
하지만.
‘아니. 달라.’
비바스바트는 한참의 고민 끝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시작은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냐. 달라.’
비바스바트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농장에 억류되어 있다가 자유를 되찾았을 때에 사람들이 보이던 눈빛을.
신들의 억압에서 벗어나 이제야 진짜 플레이어가 될 수 있겠다며 환호하던 모습들을.
그때 느꼈던 감각들이 아직도 이 손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그저 신과 악마들을 한곳에 가둬 두는 것으로 끝내셨지만……. 저는 아닙니다. 저에게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중요합니다.’
비바스바트는 이를 악물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전 제 사람들을 지켜야겠습니다.’
독선도 좋다. 아집이라고 해도 좋다. 비바스바트는 다른 사람들이 손 가락질하더라도, 오해를 사더라도, 최후에 가서 자신이 장렬하게 산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이 고행(苦行)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버지?
대체 뭘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보게 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인과율의 원리와 당신의 의지가 동일하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시스템에 더욱더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다.]
[백신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됩니다.]
……
‘그러니.’
비바스바트는 이를 악물었다.
‘날 무겁게 만드는 번뇌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전부 던져 버리자.’
마침 그럴 만한 장소가 있었다.
[21층으로 이동합니다.]
* * *
……과거 술회는 거기서 끝났다.
“번뇌를 낳게 하는 것이 육체라면 육체를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벗어던지고 오면 되지 않을까, 21층이 가진 환영에다가 자신의 의지와 신념만을 따로 뭉쳐서 밀어 넣어 밖으로 내보내면 되지 않을까…… 너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
천마는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가면서 술을 입 속으로 털어 넣었고, 녹턴은 술잔을 가만히 보면서 침묵에 잠겼다.
“너는 항상 번뇌했었다. 고민했었고.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지. 너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고, 너를 통해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
“손오공은 그것을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반항이라고 했지만…… 글쎄. 아무리 반항이었다고 해도 신념이 되면, 그것은 곧 너의 길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천마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녹턴이 입을 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제가 그토록 찾았을 때, 아무런 대답도 없으셨던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다만.”
하아. 천마는 팔짱을 낀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씁쓸함과 슬픔이 가득 담긴 한숨이었다.
“당시에 나는 도저히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네가 날 찾아서 탑에 들어왔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미 본체는 칠흑왕과의 오랜 전투로 지칠 대로 지쳐서 깊은 잠에 들었었고…… 이 도서관에 있는 내 정신도 그리 온전치는 못했다. 탑을…… 누르는 것만 해도 너무 벅찼으니까.”
녹턴도 이제 알고 있었다. 탑이, 여의봉이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것이 바로 ‘꿈’에서 깨려는 칠흑왕이라는 것을. 신들을 가둬 두고, 영웅들을 끌어모았던 것은 그러한 탑의 무게를 올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리고…….”
천마가 무슨 말을 이으려던 그때였다.
[창공 도서관에 다른 사서가 입장했습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천마와 녹턴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녹턴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살짝 놀랐다가, 곧 그에게서 풍기는 기질이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천마가 창공 도서관의 새로운 사서로 임명한 차정우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래? 표정이 영 안 좋은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천마는 대체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굴레’와 ‘꿈’을 두고서 다투던 칠흑왕과의 오랜 싸움이 끝난 지금. 더 이상 걱정거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말에 천마도, 녹턴도 똑같이 인상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형이.”
차정우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형이…… ‘굴레’를 되감고 난 뒤에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