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사거리 교차로의 신호등이 빠른 속도로 깜빡였다.
“여긴 어디야?”
지금 도시 한복판에 서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왜 여기에 서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난 누구지?”
자기가 누군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보가 필요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확인했다.
오른팔에는 지구 그림과 ‘지구 연합’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왼팔에는 독특한 마크와 함께 ‘전략 특수군’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가슴 쪽에는 이름이 없었다. 계급장도 없었다.
“군복인가?”
그것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고개를 앞으로 들었다. 아스팔트 도로변 가로수 사이에 행사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플래카드에 인쇄된 글자 중에는 행사 기간도 있었다.
“2022년?”
귀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 불가능합니다.
그가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았다.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물었다.
“넌 누구냐?”
- 신체삽입형 전투지원 AI입니다.
그게 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무슨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럼 지금은 몇 년도냐?”
-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가 가로수에 걸린 플래카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에 2022년이라고 적혀 있다. 저 정보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근거는?”
- 저는 2082년식 군용 전투지원 인공지능입니다.
그는 당황했다. 이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다.
“응? 2082년?”
전투지원 AI가 설명을 추가했다.
- 연식보다 조금 일찍 만들어졌다 해도 지금은 2081년 이후여야 합니다.
그가 플래카드를 다시 보았다.
분명히 행사 날짜가 2022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 플래카드 외에도 2022년이라고 적힌 광고가 몇 개 더 보였다.
“네가 만들어진 이후의 활동 정보는?”
- 활동한 기록이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너도 나처럼 기억을 잃었구나?”
- 자제 점검 결과 모든 시스템이 정상이며, 제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 지금이 몇 년도인지 확인이 어려우면 장소부터 파악하자. 여기는 어디지?”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산이 보였다.
전투지원 AI가 대답했다.
- 지금 보시는 산은 대한민국 서울 북쪽 도봉산의 과거 지형과 일치합니다.
“그럼 여긴 도봉산 남쪽이겠지.”
- 불가능합니다.
“또 왜?”
- 도봉산 만장봉은 공중항모가 추락했을 때 봉우리 일부가 파괴되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산은 과거의 도봉산과 유사한 지형입니다.
“너도 아는 게 있긴 있구나?”
- 기초 지형 정보는 본체 생산 단계에서 저장됩니다.
“너의 그 기초 정보가 영 신뢰가 안 간단 말이….”
갑자기 전투지원 AI가 빠른 목소리로 경고했다.
- 교통사고 위험이 감지됐습니다! 오른쪽 교차로!
그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휙 돌렸다.
고장으로 깜빡이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교차로를 지나가려던 차 두 대가 충돌했다. 그중 한 대가 옆으로 튕겨 나가 도로변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들이받았다.
그 물건 중 몇 개가 부서지면서 파편이 그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날아왔다.
눈앞에 갑자기 반투명한 시각 정보가 떠올랐다.
그를 향해 날아오는 파편의 주변에 빨간색 반투명 발광 테두리가 생겼다. 노란색 테두리가 보이는 파편도 몇 개 있었다.
날아오는 파편의 바로 옆에 위험도 정보가 글자와 숫자로 표시됐지만 읽을 틈은 없었다. 대신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파편이 노란색보다 위험하다는 건 바로 알아보았다.
그가 즉시 몸을 비틀어 빨간색 파편을 피했다. 노란색 파편들은 그의 근처를 지나가기만 하고 몸에 닿지는 않았다.
그는 파편을 피하자마자 물었다.
“방금 내 눈에 보인 빨간색 테두리는 뭐냐?”
- 눈에 설치된 시각 보조 증강 현실 장치에 투영한 영상입니다.
“콘택트렌즈 같은 걸 통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거냐?”
- 그렇습니다. 보통 AR 렌즈라고 부릅니다. 별칭 중에는 MR 렌즈, AR 콘택트렌즈 등도 있습니다.
뒤에서 신음이 들렸다.
“끄으으.”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기절한 사람의 배에 방금 날아온 파편이 꽂혀 있었다.
전투지원 AI가 경고했다.
- 부상자 발생! 중상입니다!
이곳에는 다른 사람도 많았다. 다들 교통사고로 날아온 파편에 놀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도 부상자를 보고 당황했다.
“으악! 저 사람 배에 쇠막대가 꽂혔어!”
“주, 죽었어?”
“119에 전화해!”
그가 사고 현장을 보며 물었다.
“저 사람 말이야. 내가 방금 피한 그 파편에 맞은 거지?”
- 그렇습니다.
그는 신호등이 고장 난 곳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 신호등이 왜 고장 났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 교통사고가 나 때문에 발생했을 확률은?”
-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모르는구나?”
- 예.
그가 부상자의 상처를 보며 물었다.
“저 사람을 저대로 놔두면 생명이 위험할까?”
- 5분 내 사망 확률 87%입니다.
그가 혀를 찼다.
“구급차는 이제 막 이쪽으로 출발했을 거야. 수술이 가능한 병원 응급실까지 5분 안에 저 사람을 옮기는 건 불가능해.”
- 에어 앰뷸런스 드론이 즉시 출동하면 가능합니다.
“지금이 2022년이라면 그런 드론은 없어. 타이어 네 개가 달린 구급차가 최선이야.”
전투지원 AI가 물었다.
- 기억을 되찾으셨습니까?
“아니. 그냥 상식이 떠올랐다.”
그가 정신을 잃은 부상자에게 다가가 상처를 확인하며 말했다.
“현 상황을 전장으로 가정하고 이 사람을 살릴 방법을 찾아.”
전투지원 AI가 즉시 대답했다.
- 야전 응급 수술을 제안합니다.
그의 눈이 커졌다.
“내가 수술을 할 줄 알아? 나 혹시 의사야? 나 공부 되게 잘했구나.”
- 정보가 부족해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아니구나. 그럼 어떻게 수술하라는 건데?”
- 제가 할 수 있습니다.”
“네가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저 부위 저 형태의 관통상은 야전 응급 수술을 즉시 시행했을 때 1시간 이상 생존율이 99%입니다.”
그럼 더 고민할 것도 없다.
“당장 해.”
- 필요한 도구를 확보해 주십시오. 바늘, 실, 소형 칼, 소독약이 필요합니다.
그가 주머니를 더듬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바늘, 실, 칼, 소독약, 뭐든 있으면 다 가져와요! 이 사람 살려야지!”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그가 의사라고 착각했다.
근처에 있던 여자가 가방에서 휴대용 반짇고리를 꺼냈다.
“의사 선생님. 저한테 바늘이랑 실이랑 족집게도 있어요. 그런데 이건 옷을 꿰맬 때 쓰는 건데….”
전투지원 AI가 조언했다.
-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장비의 품질이 필요한 수준보다 낮아 1시간 생존 확률이 97%로 감소합니다.
“그거라도 줘요!”
다른 사람은 종이 자르는 데 쓰는 커터칼을 꺼냈다.
“전 커터칼인데 혹시 이걸….”
- 사용할 수 있습니다. 1시간 생존 확률이 95%로 감소합니다.
“커터칼! 오케이! 줘요!”
손 소독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았다.
“저는 손 소독용 알코올 스프레이가 있어요!”
- 소독용 알코올, 물 등이 더 필요합니다. 현재 장비만 사용할 경우 1시간 생존 확률은 92%로 감소합니다.
“소독제 다 줘요! 알아서 골라 쓸 테니까! 생수도 뚜껑 안 딴 거 있으면 다 가져와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쓸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그가 물었다.
“다음 단계는?”
전투지원 AI가 말했다.
- 손의 임시 제어권을 요청합니다.
“내 손을 네가 움직인다고?”
- 손의 임시 제어권을 저에게 주셨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럼 해.”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반사작용으로 무릎이 펴지는 것처럼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손끝의 감각은 그대로 느껴졌다.
인공지능이 제어하는 손가락이 반짇고리에서 바늘을 하나 꺼내 반원형으로 구부렸다.
***
신호등 고장 때문에 주변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119구급차는 신고 후 8분이 지나서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흐른 피를 보고 다급히 움직였다.
“서둘러!”
119에 전화를 한 사람이 팔을 크게 흔들었다.
“여기예요! 여기 다친 사람이 있어요!”
구급대원들이 급히 부상자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숨은 쉬고 있었다. 맥박도 뛰었다.
다른 대원이 들것을 가져오는 동안 먼저 온 대원이 환자가 다친 곳을 확인했다.
‘다행히 출혈은 멎었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이것저것 따지거나 상황을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 구급대원들이 즉시 환자를 구급차에 옮겨 실었다.
***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종합병원이 있었다. 그 병원 응급실에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응급실 스태프가 환자를 인계받으며 상황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워낙 다급히 오느라 구급대원도 자세한 현장 상황은 알지 못했다.
응급실 의사 이정현이 부상자의 상처 부위를 확인하고 멈칫했다.
“어?”
상처가 실로 꿰매져 있었다. 의사가 구급대원에게 물었다.
“현장에 의사가 있었습니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예? 봉합까지 다 해놓고 환자 상태를 설명도 안 해줬다는 겁니까?”
“현장에서 의사라고 신분을 밝힌 분은 없었습니다.”
“그럼 이건 뭐지? 아. 그거구나. 근처 병원에 입원한 수술 환자가 밖에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
다른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다가 큰 소리로 물었다.
“어?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의사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구급대원이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목격자 말로는, 그 부상자 배에 쇠막대가 꽂혔는데 그걸 현장에 있던 의사가 그냥 뽑았답니다.”
응급실 의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
“10분 이내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할 방법은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관통상을 입은 사람의 복부를 겉만 꿰매버린 거면….”
즉시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외과로 연락이 가고 수술방도 잡혔다.
***
수술이 끝난 후에, 수술에 참여한 외과 의사 김중석이 응급실 의사 이정현을 찾아갔다. 둘은 의대 동기였다.
응급실 의사 이정현이 물었다.
“환자는 어때?”
“살았어.”
“다행이다. 생각보다 빨리 끝난 걸 보면 안쪽은 큰 부상이 아니었나 봐?”
외과 의사 김중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열어보고 경악했다. 출혈부터 잡고 보내지 않았으면 구급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죽었을 거야.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었을 수도 있고.”
“어? 그 정도로 심각했어?”
“어마어마했지.”
이정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겉만 꿰맨 게 아니야?”
“아니야. 안쪽도 손상이 심해서 출혈이 엄청났을 텐데, 어지간한 건 다 잡아놨어. 피가 새는 곳이 거의 없어.”
그 말을 듣고 이정현의 상식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먼저 상처를 봉합한 의사 실력이 대단한가 보다. 어디지? 그 근처 병원 중 하나일 텐데.”
“근데 너무 이상해.”
“무슨 소리야?”
외과 의사 김중석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실로 꿰맸더라.”
“응?”
“내부 외부 모두 그냥 실로 봉합했더라고.”
“봉합사로 꿰맨 게 왜? 잘못 꿰맸어?”
“잘 꿰맸지. 현장에서 내부 출혈을 억지로라도 잡아서 시간을 벌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김중석이 손가락 끝으로 공중에 직선을 그으며 말했다.
“꿰맨 간격과 모양이 마치 재봉틀로 박은 것처럼 일정하고 똑같아. 난 그런 거 처음 봤다.”
“우연히 그렇게 됐을 수도 있잖아.”
“아니. 겉만 그렇게 봉합한 게 아니라 안쪽도 마찬가지야. 안쪽이 더 촘촘하긴 하지만.”
“실력 진짜 좋네. 그런데 뭐가 문제야?”
“봉합사가 아니라 단추 다는 데 쓰는 실을 썼어. 그냥 실.”
이정현은 당황했다.
“그게 무슨 신박한 개소리야?”
“나도 믿어지지 않더라. 그런데 사실이다.”
이정현이 잠깐 멍하니 있다가 물어보았다.
“그럼 그 실은 다 뽑았고?”
김중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일단 그대로 놔뒀어.”
“어? 왜?”
외과 의사 김중석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분명히 그냥 실로 꿰맸는데 그걸 빼고 다시 봉합할 엄두가 안 나더라. 그 실을 전부 다 뽑으면 출혈을 막을 자신이 없어. 그래서 현장에서 억지로 막아놓은 곳만 손보고 도로 덮었다. 본격적인 수술은 환자 안정시키면서 다른 교수님들하고 의논해서 하려고.”
“어…. 그래도 될 정도로 초기 조치가 잘됐어?”
김중석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그 지혈 수술을 내가 했으면 논문 써서 대박 났겠다 싶다.”
이번에는 김중석이 물었다.
“도대체 누가 어디서 한 거야?”
그는 이 질문이 하고 싶어서 수술이 끝나자마자 응급실로 왔다.
“몰라. 나도.”
“사고 현장 근처에서 했다며.”
“현장에 응급 수술이 가능한 이동 병원 차량이 있었나? 어디서 나온 차인지만 알아보면 되잖아. 왜 봉합사가 아니라 그냥 실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이게 병원차에서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닌데….”
“그럼 현장 앞 병원으로 옮겨서 한 건가?”
혼란스러워하는 그들에게 형사 박기정이 찾아왔다. 박기정은 사고 현장을 확인한 후에 부상자의 상태를 알아보려고 병원에 왔다.
형사의 신분을 확인한 외과 의사 김중석이 물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동 병원 차량이 어디 소속입니까? 아니면 그 앞 병원 이름이 뭡니까?”
형사 박기정이 도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환자를 수술한 곳이 있을 거 아닙니까?”
“길바닥에서 했다던데요?”
의사 두 명의 눈이 동그래졌다.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형사 박기정이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놀랍죠? 저도 놀랐습니다. 분명히 미군 파병 군의관 출신이거나 외국 교전 지역 의료봉사단에서 오래 활동한 분이겠죠?”
외과 의사 김중석은 그 부상자의 몸속에 어떤 지혈법이 사용되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래서 더 당황했다.
“아니, 그건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닙니다. 내가 오늘 본 건 응급처치가 아니라 진짜 정교한 수술인데….”
“예?”
“그러니까 그 수술을 길거리에서 했다고요? 아니, 어떻게요?”
“제가 의사도 아닌데 저한테 물어보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형사 박기정이 도로 질문했다.
“어려운 겁니까?”
“길거리에는 수술칼도 없었을 테고….”
“수술은 커터칼로 했다던데요?”
“예? 무슨 칼이요?”
“종이 자르는 데 쓰는 커터칼이요.”
김중석은 길거리에서 상처를 봉합했다는 말을 듣고 더 놀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눈이 더 커졌다.
“예? 아니, 커터칼로 어떻게요? 사람 몸이 아무 칼이나 댄다고 다 저렇게 깔끔하게 잘리는 줄 압니까? 무슨 소드 마스터세요?”
“목격자가 모두 그렇게 말하니까 믿어야지 어쩌겠습니까?”
“그럼 바늘은요? 실은 뭘 썼는지 아는데 바늘은요?”
“반짇고리에 있는 바늘을 휘어서 썼다던데요.”
“와. 미치겠네. 그럼 소독은요?”
“현장에 손 소독용 알코올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예?”
“아. 생수도 썼다더군요.”
김중석은 혼란에 빠졌다.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수술 부위의 시야 확보는 그럼 또 어떻게….”
옆에서 응급실 의사 이정현이 물었다.
“환자 배 열었을 때 소독 확실히 했어?”
외과 의사 김중석이 창백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어…. 했지. 항생제도 쓰고. 그런데 갑자기 약을 충분히 썼는지 자신이 없어졌네?”
김중석이 형사 박기정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아니, 그 큰 수술을 길거리에서 하는 걸 구급대원들은 보고만 있었다는 겁니까?”
따지려고 물은 게 아니다.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수술 끝내고 현장을 떠났다는데 그럼 어떻게 합니까?”
“예?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응급실 의사 이정현이 대신 대답했다.
“아까 들었는데 10분이 안 걸렸다더라.”
김중석은 그가 오늘 수술실에서 본 것을 다시 떠올렸다.
“그걸 겨우 10분 만에?”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안 믿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생각 하나가 퍼뜩 떠올랐다.
“우리 과장님께 연락해야겠다.”
이정현이 물었다.
“지금? 휴가 내고 미국 가셨다며? 거긴 지금 새벽이야.”
“알아. 미국에 괜히 가셨어. 이 소식 들으면 당장 돌아오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