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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21화 (21/411)

21. 구출 임무

강원도 산비탈이 스포츠 트랙처럼 평평한 바닥으로 되어 있을 리 없다. 움푹 들어간 곳도 있고 좀 솟은 곳도 있다. 돌이 있거나 풀 때문에 미끄러운 곳도 있다.

이런 속도로 달리다가 그런 곳을 조금만 잘못 밟으면 산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거나 앞으로 엎어지기 쉽다.

AI 전지인이 밟아도 좋은 곳과 밟으면 위험한 곳을 빠르게 표시했다. 나강인은 안전한 지점 위주로 밟으며 달렸다.

그렇지만 매번 그런 곳만 밟을 수는 없었다. 달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곳도 밟아야 했다.

그럴 때는 발에 힘을 꽉 주고 땅을 디뎠다.

나강인과 승합차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 뒤에 다시 만나는 지점은?”

- 없습니다.

그럼 지금 도망치는 승합차를 잡아야 한다.

그는 경사가 급한 산비탈을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중이다. 왼쪽에서 달려오는 승합차의 지붕이 보였다.

나강인이 명령했다.

“저 차 지붕에 착지한다. 점프 경로 잡아!”

전투지원 AI 전지인이 즉시 AR 렌즈에 가상의 선을 그렸다.

나강인이 어느 경로로 달려 어느 지점에서 점프해야 정확히 도로 위에 떨어지는지가 선과 동그라미로 표시됐다.

최적의 점프 지점도 보였다.

그런데 그 점프 지점은 그의 현재 위치보다 훨씬 앞쪽에 있었다. 반면에 남은 시간은 너무 짧았다.

달리는 속도를 더 높여야 했다. 지금 속도로 달리면 그 지점에서 점프해도 차가 지나간 후에 도로에 떨어진다.

나강인이 더 빨리 달렸다. 이제는 산비탈을 뛰는 게 아니라 마치 급경사에서 아래로 추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적 점프 위치가 조금씩 수정됐다.

AI 전지인이 빠른 목소리로 보고했다.

- 뛰셔야 합니다. 지금!

바로 앞에 십자 표시가 떴다.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이민지를 납치한 차를 놓친다. 이 산비탈을 더 내려가도 도로와 다시 겹치는 지점은 없다.

나강인이 십자 표시를 콱 밟으며 높이 점프했다. 그의 두 다리가 앞뒤로 쭉 펴졌다.

영화 스태프와 배우들은 그가 달리는 모습을 입을 떡 벌린 채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나강인이 왜 저렇게 위험하게 산비탈을 뛰는지, 승합차 한 대가 왜 도망치듯이 빠져나가는지 몰랐다.

그들은 나강인의 마지막 점프를 보고 경악했다.

“나, 날았어?”

“사람이 하늘을 날아?”

“이거 진짜냐?”

나강인이 급경사 산비탈에서 점프했기 때문에 일어난 착시지만, 그들의 눈에는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

나강인이 하늘을 날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승합차의 지붕이 빠르게 다가왔다.

AI 전지인의 계산은 정확했다. 나강인이 달리는 차 위에 내리꽂히듯이 착지했다. 철판으로 만든 차 천장이 와락 찌그러졌다.

그는 차에 착지하는 순간 손에 든 쇠파이프를 아래로 내리찍어 차 지붕에 콱 박았다. 철판과 천장 내장제가 단숨에 관통됐다. 지붕을 관통한 쇠파이프가 조수석 시트 등받이까지 뚫으며 기둥처럼 단단히 박혔다.

나강인이 그 기둥을 손으로 꽉 쥐고 차 지붕에서 중심을 잡았다.

납치범들은 갑자기 차 안에 나타난 쇠파이프를 보고 기겁했다.

“으악!”

“씨발! 이게 뭐야!”

그들은 차를 향해 달려오는 나강인을 보긴 했다. 하지만 설마 달리는 차로 뛰어들 줄은 몰랐다.

그런데 나강인은 정확히 차 지붕에 착지했다. 게다가 쇠파이프가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저 새끼 도대체 뭔데!”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밟아! 더 밟아서 저 새끼 떨어뜨려!”

나강인이 쇠파이프를 꽉 잡은 채로 명령했다.

“차를 세울 방법을 찾아!”

즉시 승합차 엔진룸 덮개에 반투명한 십자선이 나타났다.

- 보닛 위 해당 위치를 수직으로 관통하면 차가 동력을 잃습니다.

“브레이크는?”

- 브레이크는 해당 부위가 파손되어도 한두 번은 작동합니다.

“깊이도 표시해!”

가상 십자선 위에 반투명한 파이프 이미지가 추가됐다. 쇠파이프를 그만큼만 남기고 박아넣어야 한다.

나강인이 승합차 지붕에서 쇠파이프를 뽑았다.

“죽기 싫으면 차를 세우겠지! 일이 잘못됐을 때 꼬맹이만 구출할 계획도 세워!”

나강인이 그렇게 명령하며 보닛 위로 뛰어내렸다.

운전하던 납치범은 눈앞에 갑자기 나강인이 나타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나강인이 쇠파이프로 운전석 유리를 칠 줄 알았다.

“으아악!”

나강인이 쇠파이프를 위로 높이 들었다가 보닛 철판 위 가상의 십자선에 콱 박았다.

쇠파이프가 철판을 뚫고 들어가 엔진룸에 깊게 파고들었다. 그 위치에 있던 선이 마치 칼로 끊은 것처럼 단숨에 잘려나갔다.

나강인이 파이프에서 손을 놓으며 일어섰다.

그가 달리는 차의 보닛 위에 똑바로 서서 운전석을 노려보았다.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저 새끼가 손을 놨다! 빨리 브레이크 밟아서 날려버려!”

운전하던 놈이 즉시 브레이크를 콱 밟았다.

나강인의 몸이 차량 진행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쇠파이프는 여전히 보닛에 꽂힌 채였다.

나강인은 공중에서 몸을 뒤집었다. 그는 공중에서 다리가 아래로 향하게 균형을 잡은 후에 비포장도로 위에 착지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승합차를 향했다.

관성 때문에 그의 몸이 비포장도로 위를 쭉 미끄러졌다.

AI 전지인이 신체 균형을 보조했다. 그의 자세가 조금 낮아졌다.

나강인은 땅에 서서 뒤로 미끄러지기만 할 뿐 넘어지지는 않았다. 비포장도로 위에 신발이 미끄러진 자국 두 줄이 길게 남았다.

승합차는 이미 완전히 정지했다.

그는 조금 전에 적이 브레이크를 밟게 하려고 일부러 쇠파이프에서 손을 놓았다.

나강인이 완전히 정지한 차를 향해 걸어가며 전투지원 AI 전지인에게 말했다.

“좋은 서포트였다.”

- 아직 인질 구출 임무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투지원을 계속하겠습니다.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밟아! 저 새끼 빨리 차로 들이받고 튀어!”

운전하던 놈이 가속 페달을 꽉 밟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 죽여버리…. 어? 어?”

“밟으라고!”

“밟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차가 가만히 있어!”

“차가… 고장 났나 봅니다. 앞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뭐? 왜 하필 지금 고장….”

두목의 눈에 보닛에 꽂힌 쇠파이프가 보였다.

“씨, 씨발. 설마 이 상황을 노리고 저걸 꽂은 건 아니겠지?”

“설마요.”

두목이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 새끼들아! 구경만 할 거야? 다른 놈들이 눈치채고 쫓아오기 전에 저 새끼부터 치워!”

“얘는 어쩝니까?”

“나한테 넘겨!”

부하 둘이 차 문이 벌컥 열고 튀어 나갔다.

운전석에 있던 놈이 나강인을 향해 걸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 너 뭐야!”

그놈이 제일 가까웠다.

나강인이 점프했다.

“밥차다!”

공중에서 내지른 발이 운전사의 몸통에 정확히 꽂혔다.

운전사의 몸이 반으로 접혔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케에엑!”

나강인은 공중에서 운전사를 걷어찬 후에 차량 보닛을 발로 밟았다.

승합차의 반대 방향으로 내린 남자는 기겁했다. 그는 즉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잭나이프를 꺼내기 위해서였다.

나강인이 보닛을 밟으며 반대편으로 뛰었다.

적은 아직 잭나이프를 꺼내지도 못했다.

“으아….”

나강인이 공중에서 적의 턱을 걷어찼다.

적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다리는 비틀거렸다.

나강인이 길 위에 착지했다.

적은 몇 걸음 옆으로 움직이다가 무릎을 털썩 꿇었다. 이미 눈은 풀려 있었다.

문제가 생겼다. 적은 아직 한 놈이 남았다.

그런데 그놈이 차 안에서 이민지를 붙잡고 있었다.

겁먹은 이민지와 나강인의 눈이 마주쳤다.

나강인이 이민지를 보며 손을 들었다. 그는 손끝을 두 번 까딱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런 후에 두목을 보며 물었다.

“저 새끼를 제압할 방법은?”

AI 전지인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AR 렌즈를 통해 대응 리스트가 눈앞에 떴다. 그중에는 차 안으로 뛰어들어 제압하는 것도 있었고 시간을 두고 설득하는 것도 있었다.

나강인이 그중 하나를 골랐다.

“차 밖으로 유인해 처리한다.”

- 뒤로 물러서 주십시오.

나강인이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 적을 방심하게 하려면 더 물러나셔야 합니다. 적이 공격받을 수 있는 거리라고 판단하면 적은 차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얼마나?”

- 15미터를 권장합니다.

나강인이 15미터쯤 뒤로 물러났다.

납치범 두목이 창문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힐끗 보았다.

‘저놈들까지 오기 전에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그런데 차는 이미 고장 났다. 차 안에 버티고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진다.

두목이 나강인을 보았다. 거리가 꽤 멀었다.

두목이 아역 배우 이민지를 왼팔로 붙들고 차에서 내렸다. 오른손에는 잭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두목이 언덕 위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차 가져와! 절대로 신고하지 마! 신고하면 얘는 죽어!”

언덕 위에서 구경하던 영화 관계자들은 이제야 왜 나강인이 달리던 차를 쫓아가 엔진룸에 쇠파이프를 꽂았는지 깨달았다.

제일 놀란 건 영화 제작사 사장 이태호다. 그는 두목에게 붙잡힌 딸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민지야!”

그가 다급히 사람들에게 외쳤다.

“차 줘! 빨리 저 새끼한테 차 주라고!”

AI 전지인이 말했다.

- 교통수단을 제공하면 적이 인질을 데리고 도주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인질이 더 위험해집니다.

“알아.”

- 원거리 투척 무기로 공격해야 합니다.

나강인은 지금 빈손이다. 비포장도로의 돌이 발끝에 걸렸다.

두목은 언덕 쪽 반응을 보고 누굴 협박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가 이태호 쪽으로 칼을 뻗으며 소리를 질렀다.

“너! 네가 차를 직접 가지고 오란 말이다!”

칼이 이민지로부터 최대치로 멀어졌다. 지금은 두목의 시선도 언덕 쪽으로 향한 상태였다.

나강인이 발끝으로 돌을 툭 찼다. 손에 들어올 정도 크기의 자갈이 위로 튀어 올랐다. 그 자갈을 손으로 잡았다.

“목표는 저 새끼 손.”

AI 전지인이 즉시 투척 경로를 가상의 선으로 보여주었다. 그 선이 적이 칼을 들고 있는 오른손에 닿았다.

나강인이 마치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듯이 팔을 재빨리 뻗었다. 그의 팔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손에 쥔 돌을 던졌다. AI 전지인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정해 명중률을 높였다.

자갈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비행 궤도는 빨랫줄 같은 직선이었다.

총알처럼 날아간 자갈이 칼을 쥔 적의 오른손을 정확히 때렸다.

손을 구성하는 뼈 여러 개가 한 방에 부러졌다.

쥐고 있던 칼도 손에서 빠져나가 뒤쪽으로 날아갔다.

두목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나강인은 돌을 던지자마자 앞으로 달렸다.

적은 오른손이 부러진 충격과 고통 때문에 인질에게 신경 쓰지 못했다. 적이 집중력을 잃은 시간은 짧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강인이 달려가면서 두목의 왼손을 잡아 뒤로 확 젖혔다. 이민지의 옷을 어설프게 잡고 있던 왼손이 뒤로 완전히 꺾였다.

두목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나강인은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대로 두목의 왼팔을 잡고 달렸다. 두목은 뒤로 질질 끌려갔다.

나강인이 갑자기 바닥을 발로 콱 찍어 달리기를 멈추며 적을 집어 던졌다.

두목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두목은 허공을 날아간 후에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나강인은 영화를 찍을 때는 충격을 적게 받는 방향으로 배우를 던졌지만, 지금은 반대로 더 강한 타격을 받게 던졌다.

낙하 충격이 두목의 몸통을 때렸다. 갈비뼈가 부러졌다.

두목의 비명이 또 변했다. 이번에는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케켁!”

나강인이 뒤로 돌아섰다.

아역 배우 이민지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나강인이 이민지에게 다가가 왼팔로 안아주었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인질 구출 임무를 종료합니다.

나강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안전해.”

이민지가 몇 번 울먹거리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큰 소리로 울었다.

언덕 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급히 비포장도로를 뛰어왔다. 이태호가 제일 앞에서 괴성을 지르며 달렸다.

“민지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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