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41화 (41/411)

41. 경찰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 승합차 안에서 형사팀장이 물었다.

“그 건물에 지금 누가 있는지는 나왔어?”

옆자리에서 형사가 대답했다.

“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폰 위치추적, 인근 CCTV까지 싹 다 조회하고 있습니다.”

차에 탄 형사들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메시지 수신음을 냈다.

“어? 휴대폰 위치 추적으로 파악한 명단이 나왔습니다! 진짜 빠른데요? 이게 왜 벌써 나오지?”

“긴급 상황이잖아. 위에서 통신사 위쪽 라인에 직접 연락했겠지.”

막내 형사가 물었다.

“그런데 형님들. 제 생각에 범인들은 이 명단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놈들도 바보는 아닐 테니까 본인 명의 휴대폰을 가지고 저 건물에 들어갈 리가 없잖습니까?”

형사팀장이 명단을 확인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가져갔다 해도 대포폰이겠지. 그래도 우리가 구출해야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는 이 명단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아!”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명단을 빠르게 넘겨보던 형사가 당황한 소리를 냈다.

“어? 신은하?”

“뭐?”

팀장도 명단을 넘겨 신은하의 이름을 찾았다.

“진짜 이름이 신은하네? 설마 영화배우 신은하야?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승합차 뒷자리에서 다른 부서와 통화하던 형사가 보고했다.

“팀장님. 그 신은하 맞댑니다.”

팀장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환장하겠네. 여배우가 거긴 왜 갔대?”

몇 사람의 간단한 신상명세가 적혀 있는 메시지가 그들의 휴대폰에 추가로 들어왔다. 그 짧은 명단에는 신은하와 이태호도 있었다.

팀장이 새 명단에 몇 명이나 있는지 확인하고 얼굴을 더 구겼다.

“뭐야? 저 건물 뭔데 요주의 대상자가 이렇게 많아?”

막내 형사가 대답했다.

“저 건물 7층에 페넬로페라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가서 먹기엔 너무 비싼 곳입니다. 거기 손님들 아닐까요?”

“환장하겠네. 야. 근데 막내 넌 거기가 그런 레스토랑인 건 어떻게 알았어?”

“여자친구가 사줬습니다.”

“부자 여자친구 둬서 좋겠다.”

“예. 좋습…. 아, 아닙니다.”

팀장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신은하가 거기 있잖아. 진짜 큰일 났다.”

막내 형사가 물었다.

“저기, 팀장님. 사람 목숨은 다 똑같은데 왜 신은하 씨만….”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인질이 되면 언론에서 더 크게 다루니까.”

“예?”

“그만큼 우리 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실수 하나만 해도 언론에서 크게 다룬다. 그러면 우린 징계 먹겠지.”

“대신에 우리가 잘하면 덕을 보잖습니까? 승진도 하고요.”

“잘하면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팀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설명했다.

“무장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놈들이 그 건물을 점거하고 다수의 민간인을 인질을 잡았다. 진압이 쉽진 않겠지?”

“예, 그야….”

“만약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겠냐?”

“아….”

“그 사망자가 신은하처럼 대중에게 사랑받는 유명인이면? 언론과 여론이 가만있겠냐?”

“잡아먹…을까요?”

“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한 형사팀부터 잡아먹겠지. 근데 그게 우리잖아.”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명단을 살펴보던 다른 형사가 말했다.

“팀장님. 외국인도 있는데요?”

“어느 나라 누구야?”

“미국인입니다. 오메가테크의 CEO? 여긴 어디지?”

“하다 하다 미국 회사 사장까지 있어? 환장하겠네. 오메가가 어떤 회사인지부터 알아봐.”

“영양제나 시계 회사 아닐까요?”

“그러면 좋겠다. 국제문제로 커질 회사만 아니면 되니까.”

경찰 승합차는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형사팀장이 차에서 내렸다.

7층 건물의 1층은 창문 전체에 철판으로 만든 방화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젠장. 이러면 내부 상황파악이 어렵겠는데….”

다른 형사가 보고했다.

“2층 카페에 갇힌 사람들은 저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7층 레스토랑은? 지상에서는 잘 안 보이잖아.”

막내 형사가 물었다.

“제가 저쪽 건물 옥상에 올라가 볼까요?”

“물어볼 시간에 뛰어.”

“예!”

막내 형사가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7층의 상황을 확인했다.

- 팀장님. 창문이 모두 가려져 있습니다. 여기서도 내부 확인이 안 됩니다.

형사팀장의 구겨진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젠장. 2층에 갇힌 사람들을 구할 방법부터 찾아봐.”

형사 두 명이 2층 카페 창문 아래쪽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하지만 그들이 목적지까지 가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

출입구를 살피던 다른 형사가 외쳤다.

“1층 정문에서 폭발물 발견!”

형사팀장은 무전을 듣자마자 다급히 외쳤다.

“뭐? 다 철수해! 저 건물에 접근하지 마!”

건물 1층 정문에는 폭발물처럼 생긴 물건이 있었다. 형사팀장이 망원경으로 그걸 보며 긴장했다.

“저거 폭탄 아냐? 정문에 저런 걸 설치할 정도면 2층 카페에도 뭔가 해놨겠는데?”

“팀장님. 어떻게 하죠?”

“여기 지휘권은 곧 넘어간다. 대테러는 경특이 전문가니까 그 친구들 올 때까지 민간인 사상자 안 생기게 조심하면서 기다려.”

“예!”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 철저히 하고!”

“예!”

형사팀장이 위쪽을 보며 말했다.

“젠장. 2층도 위험한데, 7층은 접근은커녕 상황파악조차 안 되네.”

***

나강인은 5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 있었다.

“야아. 이것 봐라?”

AI 전지인이 AR 렌즈를 통해 경고 표시를 몇 개 띄웠다. 그 표시는 계단에 집중됐다.

“부비트랩이 있네?”

- 레이저 감지방식 부비트랩입니다.

“밑에서 만난 놈들은 영 부실했는데, 여기는 좀 그럴듯하다.”

***

현장에 경찰 대테러 요원들이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 출구를 감시하던 관할서 형사팀은 2선으로 빠졌다.

형사팀은 여유가 조금 생겼다. 형사팀장은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의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

형사가 슬쩍 다가와 말했다.

“팀장님. 여기 명단에 나강인 말인데요.”

“누군데? 중요한 인물이야?”

“신은하가 나오고 요즘 대박 친 영화 있잖습니까?”

“햇살 좋은 날?”

“예. 그 영화의 액션 대역입니다.”

“대역? 그런데?”

“이 근처 교통 CCTV에 나강인이 신은하와 같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팀장이 짜증을 냈다.

“경찰이 파파라치냐? 둘이 사귈 수도 있지, 남의 연애사에 왜 신경을 써?”

“그게 아니라요. 이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 누구?”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납치범들을 때려잡은 그 고수요. 전에 인터넷 영상 같이 보셨잖아요.”

팀장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어? 봤지. 근데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저야 몰랐죠. 본청에 있는 제 친구가 알려주던데요.”

“그래? 야. 이 나강인이란 사람에 대해 더 알아봐.”

***

무장 조직의 우두머리는 업계에서 자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자칼이 창문에 내려놓은 블라인드 틈으로 아래를 슬쩍 본 후에 인상을 구겼다.

“이런 상황은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그는 경찰이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모든 작업을 마치고 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었다.

일이 그의 계획대로 되지 않고 틀어졌을 경우의 시나리오도 있었다. 건물 장악에 실패해 이곳 상황이 작전 초반에 외부에 알려지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빠져나가는 것이 플랜 B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일이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자칼이 1층과 2층에 배치한 부하에게 무전으로 상황을 확인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느긋하게 스칼렛 켈리를 협박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 건물을 포위했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경찰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지.”

경찰특공대는 특수부대다. 형사 중에도 군 특수부대 출신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병력이 점점 늘어날 게 뻔하다.

양쪽 다 총으로 무장하고 정면에서 붙으면 자칼 쪽이 전멸당한다.

“이 상황에선 플랜 C, D 다 안 통해.”

그래도 그에겐 최후의 시나리오가 남아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계획이지만, 계획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자칼이 혀를 찼다.

“플랜 E까지 가는 건 처음이군.”

***

신은하가 속삭였다.

“이 사장님. 저 사람들 분위기가 좀 변한 것 같죠?”

THO 엔터 사장 이태호도 같이 속삭였다.

“두목이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바깥을 살피는군요. 밖에 문제가 생긴 거겠죠.”

신은하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혹시 경찰?”

“아마도요.”

“그럼 우린 산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플랜 E를 쓰려면 유명한 사람이 필요하다.

자칼이 레스토랑 손님들을 훑어보다가 신은하를 보며 물었다.

“저기 저 커다란 선글라스 쓴 여자. 저 중에서 저 여자가 제일 유명하지?”

자칼의 부하는 레스토랑을 점령한 직후에 손님 명단을 확인했다.

“예. 요즘 히트 친 영화의 주연급 배우입니다.”

“예쁘고 사람들이 잘 알고 나이도 젊은 여자. 딱 좋군. 저 여자로 하지.”

***

이태호가 걱정했다.

“은하 씨. 두목이 은하 씨를 보는 거 같은데요?”

“왜, 왜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은하 씨는 몸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일단 시선부터 피해요.”

“아이 씨. 느낌 되게 쌔해요.”

***

나강인이 5층과 6층 사이 계단에 설치된 부비트랩을 해체하며 물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냐?”

AI 전지인이 대답했다.

- 자연로보틱스의 폭탄 제어 스킬은 훨씬 더 복잡한 것도 해체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 불안하신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자연로보틱스에서 만든 스킬인데 믿어도 되나?”

- 자연로보틱스의 우수한 기술력은 저를 보면 아시잖습니까?

“내가 너를 아니까 불안한 거야. 너 실수 많이 하잖아.”

- 이번엔 제대로 보조하고 있습니다.

나강인은 AI 전지인이 보여주는 홀로그램 영상을 보면서 부비트랩을 해체했다. AI 전지인은 나강인의 손이 실수하지 않도록 보조했다.

***

복면 괴한이 이태호에게 말했다.

“너. 따라와.”

“예? 저요?”

그는 신은하를 돌아보았다.

“제가 아니라 여기….”

괴한이 말했다.

“가서 말 잘해라. 아니면 네 애인이 제일 먼저 죽는다.”

“아. 오해하셨구나. 이 여성분은 제 애인이 아닙니다. 그냥 아는 사이인데 여기서 우연히 만나 합석한 겁니다.”

복면 괴한이 비웃었다.

“이 새끼가 구라를 치네? 여긴 완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레스토랑인데 뭐? 합석?”

옆에 있던 놈이 비웃었다.

“겁나니까 애인을 버리려나 보다.”

이태호는 당황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자칼이 말했다.

“뭐해? 데려오라니까.”

“보스. 이놈 쓰레기인데요?”

“그래? 말 잘 듣겠네.”

***

나강인이 폭탄을 해체하며 말했다.

“이거 터져서 내 손가락 부러지면 미워할 거다.”

갑자기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적이 위층에서 계단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섯 명입니다.

나강인이 작업을 멈추고 물었다.

“해체 진행 상황은?”

- 부비트랩의 기폭장치만 무력화된 상태입니다.

“그 정도면 됐다. 뚜껑 도로 덮자.”

나강인은 부비트랩의 뚜껑만 덮고 5층 계단 옆 복도로 이동했다.

복도와 계단 사이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잠시 후에 위층에서 다섯 명이 내려왔다. 그중 네 명은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었다.

계단 중간에서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여기부터는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 아무 계단이나 막 밟으면 발모가지 날아가니까.”

이태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전 그냥 일반인인데 왜 하필 저를….”

“그 여배우 애인이길래 그냥 골랐지. 밖에 나가서 시키는 대로 말해라. 허튼소리 하거나 도망치면 그 여자는 죽어. 알지?”

“그러니까 은하 씨는 제 애인이 아니….”

“사실 그건 상관없어. 누가 스피커가 되든 마찬가지니까. 넌 밖에 나가서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말해.”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태호가 계산을 슬쩍 보며 물었다.

“제가 먼저 내려갑니까?”

“당연하지. 혹시 여기 설치한 트랩에 문제가 있으면 네 발목이 날아가야지 내 발목이 날아갈 순 없잖아?”

“아니, 그건….”

“총 맞고 뒈지기 싫으면 어서 앞장서라고.”

이태호가 겁먹은 얼굴로 계단을 밟았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음성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이태호. THO 엔터 사장의 목소리입니다.

나강인이 물었다.

“알아. 이 사장님이 왜 여기 있을까?”

- 알 수 없습니다.

“저놈들은 왜 은하가 이 사장님의 애인이라고 생각할까?”

신은하가 7층 레스토랑에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 올라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이태호는 나강인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은하가 이태호 사장에게 합석하자고 했겠지. 그래야 자리가 생기니까.”

나강인은 7층 레스토랑이 합석이 가능한 곳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그걸 전제로 판단했다.

***

“후욱. 후욱.”

이태호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계단 마지막 칸을 내려갔다. 부비트랩은 터지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휴우. 살았다.”

계단 바로 옆에는 열린 문과 복도가 있었다.

그 복도에서 나강인이 이태호를 불렀다.

“어? 이 사장님 아니십니까?”

이태호가 옆을 휙 돌아보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

계단 위에서는 복도에 있는 나강인이 보이지 않는다. 적들은 그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나강인이 이태호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사무실에서 낮잠을 자다가 일어났더니 엘리베이터도 안 되고 전화도 안 터집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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