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도대체 어떻게?
레스토랑 페넬로페의 대표 셰프 오규철은 초조해졌다.
“방송에서 저 못 보셨어요? 제가 여기저기 자주 나갔는데.”
오규철은 요리 관련 예능 방송에 여러 번 출연했다. 가끔은 요리와 상관없는 방송에도 나갔다.
경찰특공대 팀장이 손을 들어 부하들이 총구를 내리게 했다. 그런 후에 질문했다.
“오규철 씨?”
“아! 방송 보셨구나! 하하하. 모르시면 어쩌나 했습니다.”
“아래층에 쓰러져있는 저놈들과 폭탄 해체, 혹시 오규철 씨가 한 겁니까?”
“예?”
“그런 후에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신 겁니까?”
오규철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에이. 전 요리사인데 설마요. 요리사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합니까?”
“아. 그건 그렇습니다.”
“아! 그분도 밥차를 하신다니까 요리사라고 해서 그런 일을 못 하는 건 아니네요.”
“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만?”
“아.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기다린 게 아니죠.”
오규철이 안쪽을 가리켰다.
“경찰 여러분. 부상자는 이쪽에 있습니다. 가시죠.”
“예? 부상자요?”
팀장은 오규철을 따라 레스토랑 페넬로페로 이동했다.
나강인과 신은하, 오메가테크의 스칼렛 켈리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스칼렛은 팔에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신은하는 경찰특공대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벌떡 일어나 환성을 질렀다.
“만세! 경찰 아저씨들이다! 우린 살았다!”
스칼렛이 말했다.
“상황은 이미 끝났어요.”
“그래도 경찰 아저씨들이 이렇게 총 들고 와줘야 진짜로 끝난 기분이 들잖아요. 제가 전에 찍었던 영화에서는 그랬어요.”
“제가 본 영화는 그때부터가 시작이던데요. 그 영화에서는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을 때 폭탄이 터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무섭잖아요.”
팀장이 물었다.
“7층에는 여러분 외에는 없습니까?”
신은하가 얼른 대답했다.
“아뇨. 그 새…. 나쁜 놈들은 저쪽 복도 모퉁이 뒤에 묶어놨어요.”
팀장이 대원들과 그쪽으로 이동했다.
자칼과 부하들은 기절한 상태였다. 놈들의 손발은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팀장이 그 앞에 서서 그들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방독면을 벗으며 말했다.
“우린 도대체 왜 그렇게 긴장하면서 여길 진입했을까? 상황은 이미 다 끝나 있는데 말이야.”
“그러게요.”
다른 팀원이 벽과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팀장님. 여기 총알 자국이 많습니다. 총격전이 장난 아니었나 본데요?”
“2층 카페와 5층 계단에서도 총알 자국 봤잖아. 환장하겠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
상황은 완전히 끝났다.
경찰은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특공대 진입 전에는 정보를 빨리 습득하기 위해 간단히 물었지만, 이젠 시간이 많았다.
형사들은 사람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2층 카페에 갇혀있다가 나온 손님이 말했다.
“권총을 든 놈이 셋이나 와서 우리를 협박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막 우는 거예요. 그놈들이 짜증을 내면서 막 권총을 쏘려고 하는데 어떤 분이 그냥, 어휴.”
손님이 거기까지만 말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형사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냥 뭘 어떻게 했다는 겁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이렇게 퍽퍽 치고 던지면서 그놈들을 잡았죠.”
“아니, 그러니까 퍽퍽 같은 게 아니라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그러니까 이렇게….”
다른 손님이 끼어들었다.
“제가 말씀드리죠. 그게 아니라 이렇게 했습니다.”
또 다른 손님도 설명했다.
“아니죠. 내가 볼 땐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형사에게 보여주는 동작이 다들 조금씩 달랐다.
7층 레스토랑에서 구출된 사람들도 할 말은 많았다.
“그때 갑자기 어디서 총알이 날아와서 그놈들의 몸통에 퍽퍽 박히는 겁니다.”
“그놈들은 죽었습니까?”
“아뇨. 그 나쁜 놈들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죽진 않더라고요. 대신에 뒤로 쭉쭉 밀려났죠.”
“아….”
“그놈들이 그렇게 밀려나면서도 총을 쏘는데, 그걸 그 사람이 그냥 피하면서 그냥 쓱싹 했습니다.”
형사가 난감한 얼굴로 부탁했다.
“선생님. 그냥 뭔가 했다고 설명하신 분이 선생님까지 일곱 분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7층 손님이 머리를 긁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그럼 그러시면 되죠.”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합니까? 그래서 그냥 쓱싹 했다고 말씀드린 건데요.”
***
비상 상황이 끝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바빴다.
현장만 바빠진 게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바빠졌다.
경찰 간부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환장하겠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라고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오는데, 뭘 알아야 설명하지.”
“과장님. 미국 대사관에서 긴급 정보공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걔들은 왜 긴급까지 붙여서 독촉한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잖아. 그리고 미국에선 이런 일 가끔 있잖아. 뭐가 그렇게 신기해서 그러는데? 강 건너 불구경이 너무 재미있대?”
“그게 아니라, 팔에 총상을 입은 여자 말입니다.”
“아. 그 민간인 부상자.”
“이름은 스칼렛 켈리. 미국 회사 오메가테크의 CEO랍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미국 군사 기술 분야에서 꽤 중요한 업체인가 봅니다. 거기 CEO가 놈들의 목표였으니까, 미국 친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죠.”
과장의 표정이 굳었다.
“음…. 느낌이 이상한데? 대사관에서 요청한 거 맞아?”
“대사관 직원이 연락하긴 했는데, 제 느낌에도 그냥 직원은 아니던데요? CIA 아닐까요?”
과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안 그래도 심각한 일이 점점 더 커지는구나. 스칼렛 켈리 씨는 지금 어디 있어?”
“병원으로 이동 중입니다.”
“경호 붙였어?”
“예? 그것까지는 저도 잘….”
“혹시 모르니까 두어 명 붙여. 총 가져가라고 해.”
“예!”
과장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후우.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냐.”
***
스칼렛이 구급차에서 오메가테크에 전화를 걸었다.
‘이제 통화가 터지네.’
본사에 있는 그녀의 측근이 전화를 받았다.
- 스칼렛?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아. 거긴 아침이 아니구나. 한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
스칼렛이 상대의 인사를 끊고 지시했다.
“회사 기밀 서버 보안 등급을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높여.”
- 응? 스칼렛? 아니, 보스. 두 단계나 높이면 접속이 굉장히 까다로워지는데….
“그래도 해. 지금 당장!”
상대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 바로 조치할게. 그런데 보스. 무슨 일인데 그래? 해킹이야?
“나중에 설명할게. 나 지금 구급차인데 곧 병원에 도착할 거야.”
- 뭐? 구급차라니? 왜? 어디 아파? 배탈이라도 났어?
그녀가 팔을 보았다. 7층에서 나강인이 붕대를 감아주었다.
“나 총 맞았어.”
전화기에서 비명이 들렸다.
- 오 마이 갓! 스칼렛! 살아있는 거 맞지?
“죽었으면 지금 전화하는 건 유령이게?”
- 상태가 어때? 생명은?
“살살 맞아서 괜찮아.”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총이 살살 맞는다고 안 아프냐!
“이럴 시간 없어. 당장 보안팀 보내서 해리슨 확보해. 무장 단단히 하고 가라고 해.”
- 어? 해리슨? 설마 네가 총에 맞은 것과 해리슨이 무슨 관계가….
스칼렛이 인상을 찌푸리며 설명했다.
“내가 총 맞은 레스토랑을 나한테 추천한 사람이 해리슨이야. 해리슨이 이 사건의 배후면 붙잡아서 FBI에 넘겨.”
- 내가 해리슨 그 새끼를 당장….
“만약 해리슨은 자기도 모르게 이용당한 거라면, 진짜 적이 꼬리를 자르기 전에 보호해.”
-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하긴. 해리슨은 그럴 사람이 아니지.
“그러니까 빨리 보안팀 보내서 해리슨을 확보해!
- 옛썰!
***
스칼렛 켈리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 의사 이정현은 총상 환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스칼렛이 들어오자마자 붕대부터 제거했다.
“어?”
상처는 이미 실로 봉합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매듭이 마치 재봉틀로 박은 것처럼 간격이 일정하고 모양도 똑같았다.
그는 이런 매듭을 전에도 본 적 있다.
“이건….”
궁금한 게 많았지만 지금은 환자 치료가 먼저다. 그는 외과 의사 김중석에게 짧게 연락하고 처치를 시작했다. 잠시 후에 김중석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이정현이 김중석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때 그 매듭 맞지?”
김중석의 목소리도 작았다.
“꿰맨 모양도 맞고, 실도 봉합사가 아니라 그냥 실이야. 그때 그거 맞아.”
외과 의사 김중석이 스칼렛에게 물었다.
“이 상처, 누가 꿰맨 겁니까?”
스칼렛 켈리는 나강인이 누군지 모른다.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서 그녀도 모르게 붙여준 비밀요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비밀요원이 누군지 묻는 사람이 생겼다.
그녀가 의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김중석을 쳐다보았다.
“그걸 왜 묻죠?”
“예?”
“수상한데?”
김중석이 멈칫하다 얼버무렸다.
“그,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총상 환자를 치료한 사람이잖습니까? 하하하.”
비서 제시카가 옆에서 화를 냈다.
“닥터! 지금 환자 앞에서 웃음이 나오세요?”
김중석이 얼른 꼬리를 말았다.
“아뇨.”
스칼렛이 제시카를 타박했다.
“넌 아까 레스토랑에서 그놈들한테나 그렇게 따지지 그랬냐?”
“내가 기절만 안 했으면 그랬을 거야!”
비서 제시카는 스칼렛의 친구다. 그녀는 레스토랑이 점령될 때 탁자에 부딪혀 기절했었다.
“알았으니까 그 요원이 누군지 알아봐.”
제시카는 스칼렛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즉시 한국 측에 문의할게.”
“너도 치료부터 받고 해. 너 머리에서 피 났어.”
“나? 내 머리? 어? 꺅!”
“몰랐구나?”
***
경찰 전문가들이 7층 건물에 들어가 내부를 조사했다. 군과 정보기관 사람들도 같이 움직였다.
그들은 각 층을 확인하면서 올라가다가 5층과 6층 사이 계단에 도착했다.
폭발물 전문가 두 명이 부비트랩을 확인했다.
“이야아. 이걸 이런 식으로 해체했네요.”
“그러게. 깔끔한데?”
“전문 해체 장비도 없었을 텐데 이걸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한 걸까요?”
“이 폭탄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했으니까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해체할 수 있었겠지. 이것 좀 봐. 해체한 후에 뚜껑까지 덮어놨어. 여유가 넘친 거지.”
“폭탄 다루는 실력이 대단하네요.”
조사팀은 7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도 조사할 게 많았다.
환풍구 앞 전투 현장에서 조사팀이 벽에 난 총알 자국과 발자국들을 보며 말했다.
“올라오면서 본 전투 흔적들도 다 대단했지만, 여긴 더 대단하군요.”
“여길 보세요. 적이 사격을 하니까 이쪽 벽을 밟고, 다시 천장을 밟고, 다시 저 벽을 밟으면서 총알을 피한 거 같죠? 그러면서 앞으로 전진도 하고요.”
“복도 벽을 타고 나선을 그리면서 뛰어 총알을 피한 후에, 총을 쏘던 놈을 여기서 날려버렸군요.”
“현장 흔적만 보면 그런 것 같은데 말입니다.”
조사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왜 되죠?”
“그러게요. 이게 진짜 왜 되지?”
경찰 전문가가 말했다.
“우리 쪽에서 알아봤는데, 그 사람 직업이 영화 무술감독이라더군요.”
“그래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서 아주 영화를 찍었네요.”
“와. 그런 건 다 CG나 와이어로 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되는 사람이 있구나.”
***
1층 경비원은 약물에 의해 마취됐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지역 관할 경찰서로 가서 신분확인 절차를 거쳤다.
“테러리스트가 민간인으로 위장해 빠져나가려 할 수 있다. 단 한 명도 빠뜨리지 말고 지문 떠서 철저히 확인해!”
나강인은 그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경찰서 내 별도의 공간에서 형사들을 만났다.
형사가 건물 설계도면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설명했다.
“그 건물은 짓던 도중에 시공사가 교체된 곳입니다. 교체될 때 설계가 좀 변경됐는데, 그러다 문제가 생겨서 환풍용 통로의 크기가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환풍구의 위치도 잘못됐고요. 잘못 뚫은 구멍은 나중에 인테리어용 시멘트로 막았죠.”
형사가 도면을 손으로 짚었다.
“이 통로에 밧줄을 걸면 지하실까지 수직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형사는 지하실 도면도 보여주었다.
“그 통로로 바닥까지 내려가면 이곳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벽 하나만 조금 헐면 대형 빗물 배수로와 연결되는 통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그 통로도 사람이 기어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나강인도 도면을 같이 보며 말했다.
“그놈들은 이태호 씨에게 1층 밖으로 나가서 경찰과 협상하라고 했습니다. 손님 몇 명을 일당으로 위장시켜서요. 경찰의 눈을 1층으로 돌리려 한 겁니다.”
“맞습니다. 그놈들은 그 틈에 환풍구를 거쳐 빗물 배수로로 빠져나갈 생각이었을 겁니다.”
경찰은 범인이 누구인지도 말해주었다.
“두목의 신원도 파악됐습니다. 별명은 자칼.”
형사가 자칼의 사진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설명했다.
“돈만 주면 테러도 저지르고, 강도질도 해주고, 납치도 해주는 국제적인 범죄자이며,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자입니다.”
“다른 놈들은요? 용병 같던데.”
“그것까지 눈치채셨군요. 맞습니다. 자칼의 진짜 부하는 셋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자칼이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입니다. 일부러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들만 골랐더군요.”
나강인이 말했다.
“이쯤 되면 그 미국 아가씨를 그 건물로 유인한 놈도 있겠군요.”
“그 여자분의 회사 직원이 그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을 추천했다더군요. 그 조사는 미국 수사기관에서 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형사가 나강인을 보면서 물었다.
“자칼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범죄자이고 용병 부하도 많은 데다가 총까지 있었는데, 왜 그런 놈들과 혼자서 싸우신 겁니까?
AI 전지인이 말했다.
- 민간인 구출은 지구연합군의 기본 임무입니다.
“그게 기본… 이니까?”
“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말씀이시군요. 훌륭하십니다.”
“어…. 그렇죠?”
“그럼 도대체 어떻게 그놈들을 잡으신 겁니까?”
“그냥 하니까 되던데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