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78화 (78/411)

78. 드라마 액션

남자 수습요원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못 들었습니다.”

과장이 푸념했다.

“아니다. 하룻강아지가 알아서 뭐하겠냐? 어차피 네 눈에는 우물 위 조그마한 하늘만 보일 텐데.”

“예?”

“나강인 씨를 다시 보게 되면, 제발 싸우지 말라고. 죽을 수도 있어.”

남자 수습요원이 큰소리쳤다.

“저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최정예 요원입니다. 제가 인간병기이긴 하지만 민간인을 왜 죽이겠습니까?”

“그래. 장하다. 수습인데도 자부심이 진짜 하늘을 찌르는구나. 그런데 너를 이렇게 훈련 시킨 담당 교관이 누구라고 했지?”

“예?”

“아니다. 신경 쓰지 마라. 내가 그 교관 새끼 찾아낼게.”

***

나강인이 피시방에서 저녁을 만들었다.

쏟아지는 주문도 처리하고 알바생들도 먹이려면 요리를 빨리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야전 전술 조리법은 대량 조리가 기본이다. 그래서 그 많은 주문을 모두 처리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오늘은 피시방 삼인방 중에 둘이 이곳에 있었다. 대학생 해커 안성환이 신나서 말했다.

“형 진짜 밥 좀 자주 해주면 안 돼요?”

야간 알바 윤아름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맨날 먹고 싶다.”

신은하가 한소리 했다.

“이것들이! 강인 오빠가 너희 밥 해주는 사람이야?”

“언니도 와서 먹고 있잖아요.”

“너희가 아니라 내 밥 해주는 사람이야.”

“네? 진짜요?”

나강인이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은하 너는 왜 거기 끼어서 같이 먹냐?”

“난 단골손님이잖아.”

“먹을 거면 돈이라도 내고 먹든가. 손님 중에서 너만 음식값 안 냈어.”

“에이. 우리 사이에.”

피시방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대부분 무인결재기로 요금을 내고 PC를 이용한다. 그런데 처음 오는 손님은 카운터에 와서 사용법을 질문하기도 한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야간 알바 윤아름이 입을 닦고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무인결재기로 결재하고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그게 아니라, 나강인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네? 강인 오빠요?”

나강인이 물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은 나강인만 볼 수 있도록 손으로 슬쩍 가렸다.

“여기서 왔습니다.”

“아. 드래곤 플레이트 때문에 오셨군요. 연락받았습니다.”

게임 스트리머 윤아름이 옆에서 물었다.

“응? 그게 뭔데요? 새 게임이에요? 난 왜 몰랐지?”

피시방 삼인방은 드래곤 플레이트가 뭔지 모른다. 그런데 신은하는 안다. 그녀는 배 위에서 나강인이 방탄복을 입고 총에 맞는 걸 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앗! 강인 오빠. 그 장비 혹시 불법이었어?”

“불법 아니다. 인증은 안 받았지만.”

“인증 안 받으면 불법 아닌가?”

“수제 기능성 의류로 파니까 괜찮아. 그냥 옷인데 어쩌다 보니 튼튼한 거야.”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옷이 얼마나 튼튼해야….”

남자는 당황했다.

“저기, 나강인 씨. 이 대화는 조용한 곳에서 좀….”

“주방으로 오시죠.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좀 드시고요.”

“가능하면 단둘이 이야기를….”

나강인이 윤아름, 안성환, 신은하에게 말했다.

“들었지? 주방에 들어오지 마라. 쟤들이 엿들을 애들은 아닙니다.”

피시방 주방에서 나강인이 명함을 확인했다.

“경호처라…. 혹시 드래곤 플레이트를 VIP께서 사용하십니까?”

경호관 최남수가 손을 흔들었다.

“아. 그건 아닙니다. 정식으로 인증받은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열 벌이나 사신다면서요?”

“실전 데이터가 두 개나 있으니까요. 철인기공 이태성 본부장이 해외 출장에서 총격전에 휘말려 총에 맞은 일이나, 나강인 씨가 선상파티에서 총탄을 막은 것 말입니다.”

“소식 들으셨구나.”

“그리고 그 나라에서 요인용으로 열 벌을 주문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건 사실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고 파셔야 하는데….”

“그냥 옷이라니까요. 옷을 튼튼하게 만들었더니 총알도 막는 겁니다.”

이게 총기라면 이런 핑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당연히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총을 허가 없이 만들다 걸리면 체포된다.

그런데 방탄복은 살상용 무기가 아니다.

경호관 최남수가 말했다.

“제 담당 업무는 아닙니다만, 나중에라도 정식 인증을 좀 받아주시면 좋을 텐데요.”

“이게 개인 맞춤형 장비라 표준화된 인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입으면 성능이 안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듣긴 했습니다.”

나강인이 물었다.

“그래서, 누가 쓰려고 사는 겁니까?”

“경호관들이 쓸 겁니다. 방탄조끼를 입기 곤란한 상황에서 쓰려고요. 맨몸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원래 쓰던 거 그냥 쓰셔도 될 텐데.”

“그건 총에 맞으면 그 충격 때문에 반격이 어렵습니다. 반면에 드래곤 플레이트는.”

최남수가 눈을 반짝거렸다.

“방어력이 유지되는 동안은 총에 맞으면서 싸울 수 있다더군요.”

“많이 알아보셨네. 주의사항도 아시죠?”

“제작 당시의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체형인데, 그게 그거긴 하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철인기공에 들러서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면 된다는 것도 아실 텐데….”

나강인이 물었다.

“굳이 절 만나러 온 이유는 뭡니까?”

최남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남 빌딩에서 자칼의 국제 용병조직을 잡은 이야기나 선상파티에서 낙귀의 해적단을 잡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총권도의 창시자이시기도 하고요.”

“어….”

총권도는 나강인이 형사에게 둘러대느라 한 말이다. 그런 무술은 없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아니라고 하긴 늦었습니다. 둘러대십시오.

“만들긴 했죠.”

최남수가 계속 말했다.

“총권도의 효과는 직접 증명하셨으니까 잘 압니다. 그걸 우리 요원들에게도 좀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어….”

- 평범한 인간은 요원님처럼 싸울 수 없습니다.

“총권도는 보통 사람은 못 배웁니다.”

“저희 요원들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안 된다니까요.”

“나강인 씨는 하시잖습니까? 그러니까 사람의 힘으로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요원님의 신체는 강화된 상태이며 전투는 제가 서포트했습니다.

왜 안되는지 사실대로 알려줄 수는 없다.

최남수가 단서를 달았다.

“아. 정식 교관으로 일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저희 시설로 들어와서 가르치시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아는 몇 명이 외부 훈련장으로 갈 겁니다. 배우려는 사람 중에 경호관은 저 혼자고, 그 친구들은 경찰이나 다른 기관 소속입니다.”

나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기관에 정식으로 들어가서 하는 게 아니면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겠네?’

그러면 선택지가 생긴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게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훈련만 시키는 거라면?’

그가 작게 말했다.

“지인아. 너한테 경호 훈련 스킬도 있냐?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거로.”

- 물론 있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시면 올빼미들을 확실히 굴리겠습니다.

“경호처나 경찰 경호부서 쪽에도 끈을 만들어두는 게 좋겠지?”

- 물론입니다.

나강인이 최남수를 보며 활짝 웃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지.”

최남수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럼 총권도를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총권도를 정식으로 배우려면 태백산맥을 2년쯤 타고 다녀야 합니다.”

나강인은 지난 2년간의 활동 기록이 없다. 형사가 그걸 물어봤을 때 그는 그 기간에 산에서 총권도를 수련했다고 둘러댔다.

공무원인 경호관 최남수는 난감했다.

“아…. 2년은 좀….”

“그럴 시간이 없으시면 기초 정도는 가르쳐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 당연히 처음에는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전으로 검증된 총권도를 배울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을 모아서 일정 조율하시죠. 일단 맛보기로 하루쯤 굴려…. 가르쳐드릴 테니까. 주말은 저도 곤란하니까, 이번 주 금요일?”

“됩니다.”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요?”

“시간이 되는 사람만 모이겠습니다.”

“그럼 뭐, 금요일로 하시죠.”

오늘 저녁 요리는 넉넉하게 만들어놨다.

“그리고 온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아, 고맙습니다.”

“뭘요. 돈 받을 건데.”

“네?”

“오늘은 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한 그릇에 만 원입니다.”

***

경호관 최남수는 피시방 직원 휴게실에서 제육 덮밥 비슷하게 생긴 음식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와.”

그 요리는 매콤한 맛이 베이스로 깔리고 씹히는 고기도 맛이 진했다.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밥과 고기를 같이 먹으면 감칠맛까지 더해졌다.

‘요리 실력도 상당하다더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진짜 대단하구나.’

최남수가 나강인에게 말했다.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

윤아름은 경호관 최남수가 누군지 모른다. 나강인을 찾아온 손님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자랑했다.

“강인 오빠 요리는 다 맛있어요. 진짜 최고의 요리사예요.”

최남수는 고민했다.

‘무술 잘하는 사람이 칼을 잘 다루면 요리도 잘할 수 있나? 나도 대검을 좀 쓰는데 요리를 배워볼까?’

피시방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드라마 피디 최진욱이 카운터로 와서 물었다.

“여기 혹시 나강인 씨가 계십니까?”

윤아름이 주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강인 오빠. 손님이 또 오셨어요.”

최남수는 최진욱이 들어올 때부터 신경을 조금 쓰고 있었다.

‘어디서 나왔지?’

경호관은 먼저 최진욱의 몸부터 확인했다.

‘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군. 움직임도 효율적이지 않고.’

그런 사람도 사고를 칠 수 있지만, 그는 이곳에 경호하러 온 게 아니다. 그래서 그냥 습관처럼 상대를 분석하기만 했다.

주방에서 나강인과 신은하가 같이 나왔다.

신은하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녀가 상대를 알아보았다.

“어머. 최 피디님?”

최진욱은 그녀의 몸매가 심상치 않은 걸 보고 정체를 짐작했다.

‘연예계 사람인가? 누구지? 배우? 아이돌?’

“날 알아요? 방송국에서 봤나 보네?”

신은하가 선글라스를 슬쩍 내렸다.

“저예요.”

“헉!”

최진욱이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그는 이런 곳에서 대놓고 연예인의 이름을 외치지 않을 눈치는 있다.

“은하 씨가 왜 여기에 있습니까?”

“밥 먹으러 왔죠. 여기 맛집이에요.”

“예?”

“모르고 오셨어요? 그럼 왜 오신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나강인 씨를 섭외하려고….”

신은하가 활짝 웃었다.

“어머어. 누추하지만 이쪽으로 오세요. 다른 분들도 그런 이야기는 주방에서 하거든요.”

“네? 다른 분이요?”

피디 최진욱이 나강인에게 말했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했다가 충무로 감독님들을 통해서 소문을 들었습니다. 빠른 액션 촬영의 대가시라면서요?”

신은하가 대신 대답했다.

“세계 최고속으로 찍을 수 있죠.”

“저희 드라마의 이번 주 촬영에 액션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원래는 가볍게 싸우는 장면으로 가려고 했는데, 좀 강한 액션이 들어가도 좋겠다 싶어서요.”

“어머. 잘 찾아오셨네요. 그거 할 수 있는 사람은 강인 오빠밖에 없죠.”

“그래서 시간이 되시면 이번 주 금요일 촬영에….”

“되죠! 강인 오빠는 남는 게 시간이거든요.”

“예. 고맙습…. 아니, 왜 은하 씨가 계속 대답합니까?”

“어…. 그러게요?”

경호관 최남수는 그들의 대화를 슬쩍 엿듣고 있었다.

‘사적으로 부탁한 훈련보다는 드라마에 참여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겠지.’

나강인이 말했다.

“금요일은 안 됩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최남수가 자기도 모르게 슬쩍 웃으며 밥을 먹었다.

‘흐흐. 사람이 됐네!’

최진욱 피디가 급히 말했다.

“잠시만요. 그럼 목요일이나 토요일은요?”

“주말은 안 되고, 목요일은….”

신은하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신은하가 얼른 말했다.

“돼요! 목요일은 돼요!”

나강인이 신은하를 쓱 보았다. 신은하가 열심히 눈짓했다.

공짜 영화표가 생겼다고 말한 당사자가 그날 된다고 했다. 그럼 나강인이 굳이 안된다고 할 필요는 없다.

“목요일은 가능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촬영한다면요.”

“난지 한강공원에서 찍을 겁니다. 그 씬은 목요일에 찍는 거로 스케줄을 조정하겠습니다.”

“네, 뭐.”

일단 드라마 참여는 결정됐다. 신은하가 쓱 다가갔다.

“최 피디님. 관련 절차는 제 매니저가 처리할 거예요. 그래도 되죠?”

“아! 나강인 씨 소속사가 SAH입니까?”

“아뇨. 제 매니저도 신세 진 게 많으니까 이렇게 조금씩 갚는 거죠.”

“우리 일을 잘 아는 분이 맡아주시면 저야 편하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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